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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리빌더
작가 : 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7.11.6

회귀한 사내의 인생 재설계 도전기.

 
Chap 3. 카이로 지사.
작성일 : 17-11-08 11:48     조회 : 374     추천 : 2     분량 : 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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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 3. 카이로 지사.

 

 오늘도 저녁은 집에 들어와 부모님과 함께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술상을 앞에 두고 부자가 마주 앉았다.

 “너도 한 잔 해라.”

 “예.”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우고 내려놓자 아버지가 옆에 놓아두었던 봉투를 내밀었다.

 “너 결혼할 때 주려고 모아둔 것이다. 사무실 얻을 정도는 될 거야. 정이 회사생활이 힘들면 나와서 사업을 해도 된다. 운영자금도 필요하면 중간정산을 하면 되니 넌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진혁은 고개를 숙였다.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였다.

 노후를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모은 돈은 물론 퇴직금까지 내놓으시려는 거다.

 과거에 자신은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한순간에 날려버렸었다.

 이제 다시 그럴 수는 없었다.

 진혁이 혀를 물어 터지려는 눈물샘을 막고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 저 카이로 지사로 갈 겁니다.”

 “무슨 소리야. 내 아들을 몰라주는 그런 회사는 더 이상 다닐 필요 없다. 부족하면 엄마가 어떻게든 더 구해볼게.”

 “돈 때문이 아니에요. 어머니.”

 “그럼 대체 왜 그 망할 놈의 회사를 계속 다니겠다고 하는 건데!”

 어머니는 벌게진 얼굴로 화를 내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도 보통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이 제일 잘난 줄 알았다.

 그런 아들을 승진에서 탈락시킨 것도 모자라 한지로 발령내는 회사의 처사에 자신보다 더 분노하고 있었다.

 다시 어머니가 입을 열려는 것을 서명수가 막았다.

 “당신은 조용히 해.”

 “지금 조용하게……”

 “그만 하라고 했어.”

 평소와 달리 잔뜩 굳은 남편의 목소리에 김영숙은 입을 닫았다.

 서명수가 굳어진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냐?”

 “제가 성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유가 그것뿐이냐?”

 “이렇게 해외사업에 대한 제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음……내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

 “그럼 이건 다시 받으십시오.”

 “오냐. 내가 더 보관하고 있으마.”

 봉투를 다시 건네받은 서명수에게 이번에는 진혁이 품에서 봉투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것도 받으십시오.”

 “이건 뭐냐?”

 “백두산 관광 티켓입니다. 할아버지 모시고 다녀오십시오.”

 “이걸 네가 왜?”

 “중국이 북한 땅을 임대해 백두산 관광길을 새로 열었답니다. 아쉽지만 그렇게라도 할아버지 소원을 풀어드리세요.”

 “이 놈이!”

 서명수의 눈이 벌게졌다.

 모든 실행민이 그렇듯 진혁의 할아버지도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북한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속초에 터를 잡고 기다렸는데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 때는 진혁의 학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 조금 더 있다가 모시고 가야겠다고 미룬 게 무거운 짐이 되었다.

 관광객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더니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관광길이 열리길 기대하시지만 진혁은 결국 할아버지는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한을 안고 돌아가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드리고 싶었다.

 “꼭 모시고 다녀오셔야 해요. 안 그럼 저 이집트 안갑니다.”

 “이 놈이 어디서 애비를 협박해.”

 “그러니까 약속하세요.”

 “알았다. 그렇게 하마. 한잔 더 따라 봐라.”

 얼굴이 핀 서명수가 잔을 내미는 모습에 김영숙이 한소리 했다.

 “별일이네. 둘이 있을 때는 딱 세 마디밖에 안하시는 분이 그걸 한꺼번에 다하네.”

 “아들이 있잖아.”

 “치.”

 어머니가 토라진 모습에 진혁이 나섰다.

 “어머니도 한잔 하세요.”

 “난 됐다. 네 아버지에게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당신도 한 잔해.”

 “어머. 진짜 오늘 별일이네.”

 “곧 또 멀리 간다잖아.”

 평소와 다른 서명수의 모습에 김영숙이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져 얼른 진혁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행복에 술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알았었다.

 이제는 이런 행복을 놓치기 싫었다. 반드시 가족들을 지킬 것이다.

 

  * * * *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지하철 2호선 도끼(Dokki) 역에서 내린 후 킹호텔(King Hotel)근처로 가면 현대식 빌딩들이 나타난다.

 임대료가 비싸지만 주변에 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요지라 태후물산 카이로 지사도 입주해 있었다.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도착한 서진혁이 사무실로 들어선 시간은 정확히 일요일 아침 8시 정각이었다.

 회교도 국가는 근무시간이 08시~16시고, 근무일도 일요일부터 목요일이라 금요일과 토요일이 휴일이었다.

 어젯밤 카이로에 도착해 호텔에 묵은 다음 정시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앞쪽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히잡을 쓴 아랍여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

 “서진혁입니다. 발령받아 왔습니다.”

 “아. 말씀 들었어요. 소마야라고 합니다.”

 진혁의 능숙한 아랍어에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진 소마야가 얼른 일어나 회의실로 안내했다.

 

 들어서자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상석에 앉은 사람은 지사장인 손민한 부장이었다.

 그리고 우측은 김동식 과장, 좌측은 최영재 대리일 것이다.

 발령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오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었다.

 “오늘자로 카이로 지사로 발령받은 서진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바라보는 눈빛들이 각각 묘하게 변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당황한 얼굴이었다.

 진혁이 승진탈락에 불만을 갖고 귀국해 버렸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당연히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관록이 있어서 인지 손민한 지사장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오느라 수고 많았다. 인사는 회의 끝나고 하기로 하고 나가서 커피 한잔 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서진혁이 밖으로 나가자 손민한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자식 안올거라고 했잖아?”

 “진급에 누락됐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도 모자라 국내영업부로 옮기겠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다고 해서……”

 “젊은 혈기에 발끈했다가 상황을 보니 만만치 않으니 다시 눌러 앉으려나 보지.”

 “회사가 지 맘대로 왔다갔다하는 곳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 개인별 목표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은근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김동식의 말에 손민한이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본사에 보고까지 된 일이야. 정해진 대로 해.”

 “하지만 사람이 왔는데 목표는 정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진짜 가버리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고.”

 “맞습니다. 이미 전적이 있는 놈이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 합니다.”

 최영재까지 나서서 반대했다.

 태후물산은 목표대비 실적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었다.

 지사의 실적은 물론 개인의 실적도 평가하기에 목표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유리했다.

 예상 밖으로 서진혁이 합류하자 은근슬쩍 자신의 목표를 떠넘기려던 김동식이 투덜거린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왔는데 일을 안주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무보조원 채용하기로 한 것을 미루고 우선 그 일을 맡으라고 해.”

 “그래도 상사원인데……”

 “일단 그렇게 하고 지켜보자고. 그런 다음에 어떻게 할지 정해도 늦지 않아.”

 지사장인 손민한의 결정이었다.

 김동식이 불만스런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따질 수는 없었다.

 

 그 시간 밖으로 나와 빈 책상에 앉아 진혁은 한국에서 파악하고 온 카이로 지사원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고 있었다.

 손민한은 부장급 지사장이었다.

 본사 출신으로 실력이 특출 나지는 않았지만 합리적인 성격으로 평도 나쁘지 않았다. 부장으로 진급해서 카이로 지사장으로 온 지가 올해로 3년째였다.

 김동식은 과장 5년차로 성격은 좋다고 했지만 차장 진급에 2년째 물먹은 것을 보니 실적은 별로 인 것 같았다. 카이로 지사 근무경력은 1년이었다.

 최영재 대리는 카이로 지사에서만 5년째 근무하며 이곳에서 진급까지 한 터주대감이었다. 실적은 뛰어난데 차갑다는 평이 있었다.

 이 모든 정보는 오희준이 파악해서 알려줬다.

 

 그때 소마야가 커피 잔을 들고 와 앞에 내려놓았다.

 “커피 드세요”

 아랍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셨다고요?”

 “젯다 지사에서 삼년을 보냈습니다.”

 “우리말이 상당히 능숙하시네요.”

 “이라크에서 이년간 군생활까지 해서 더 그럴 겁니다.”

 “그 보다 더 오래있었어도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닫혀 있는 회의실 문을 바라보며 소마야가 소리 죽여 물었다.

 “다들 놀라죠?”

 “뭐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서 안올거라고들 했거든요.”

 서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방금 전 반응이 이해가 됐다.

 자신이 지사원에 대해 파악했듯이 이곳에서도 자신에 대해 알아볼거라고는 예상했어야 했다.

 이곳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담담하게 변했다.

 자신이 벌인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전전긍긍했겠지만 살아온 세월만큼 정신적인 연륜도 있었다.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그 때 문이 열리며 모두 나왔다.

 “따라와.”

 손민한과 지사장실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젯다에서의 일은 잊어. 여긴 카이로야.”

 “죄송합니다.”

 직설적인 성격답게 손민한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미 업무분장이 끝난 상태라 지금 조정하기가 애매해.”

 “이해합니다.”

 “당분간은 사무실 업무를 하며 분위기부터 익혀. 하반기에 보자.”

 “알겠습니다.”

 “업무지시는 최대리에게 받으면 될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진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민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직장경험이 너무 많았다.

 젯다 지사의 일을 알고 상반기 동안 하는 것을 봐서 추후 자신의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때 최영재가 막 일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잘부탁드립니다. 대리님.”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카심. 갑시다.”

 최영재가 처음 보는 아랍 사내를 데리고 나가는 모습에 김동식이 어느새 다가와 혀를 찼다.

 “자식이. 지하철 타고 가면 될텐데 꼭 카심을 데리고 가네. 나도 오후에 세관에 가봐야 하는데.”

 “저 분은 누구십니까?”

 “누구? 아. 카심. 운전원겸 통역이야. 세차하느라 늦게 올라왔어.”

 “세관에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네가?”

 “마침 할 일도 없고 카이로 시내도 익히려고요.”

 “그럼 나야 좋지.”

 김동식의 얼굴이 확 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아랍어가 능숙하지 않아 상당히 부담스러웠었다.

 

 그날 저녁 진혁은 김동식 과장과 함께 퇴근했다.

 역 근처의 낡은 5층짜리 아파트가 진혁에게 배당된 숙소였는데 면적은 한국의 40평형 아파트 정도였다.

 물론 혼자 쓰는 것은 아니었다. 김동식 과장이 룸메이트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홀아비 특유의 쾌쾌한 냄새가 확밀려오자 김동식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청소는 했는데 원체 건물이 낡아서.”

 “앞으로 청소는 제가 맡겠습니다.”

 “그럼 내가 미안하지.”

 “아닙니다. 제가 후배니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합니다.”

 "자식. 자세가 좋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신세대 같지 않은 모습에 김동식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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