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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3화. 시간과 공간의 추 - 2037년, 여경
작성일 : 17-11-08 10:01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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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 만드는 건 오늘쯤 끝낼 수 있겠죠?”

 “응. 가능할 거 같아.”

 

 아침 식사를 마친 나와 태영은 작업복 차림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지리산 자락에 흙벽돌집을 짓고 사는 건 그의 오랜 꿈이었다. 살아생전 지리산을 안방 드나들 듯 한 그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벽돌 작업만 끝내면 본격적으로 집짓기가 시작되겠네. 힘들지 않겠어?”

 “그럼요. 문제없죠. 형은요?”

 “나야 끄떡없지. 완성될 날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는 걸.”

 

 저리도 좋을까. 젊은 나이에 병마와 싸우고 결국 오늘에 이른 그. 60대에 접어든 초로의 그였지만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스무 살에 만난 그만큼이나 멋진 모습이었다. 눈물겹도록 감격스러웠다.

 

 “근데 당신은 언제까지 날 형이라고 부를 거야?”

 “형이란 호칭이 왜요? 정겹고 좋기만 한데. 대학 때 생각도 나구요.”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한테 ‘형’이라 부르던 때가 대체 언제였나구? 그런 시대착오적인 호칭이 어디 있어?”

 

 그의 장난기 섞인 넋두리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말이었다. 형이라는 호칭이 정말 싫은 걸까.

 

 “벽돌은 내가 마무리할 테니까 어서 외출 준비 해. 봉사활동 가는 날이잖아.”

 “혼자 하기엔 무리일 텐데. 같이 작업하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가도 돼요.”

 “일찍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 좀 가지라구. 쇼핑도 하고 카페에서 책도 보구.”

 “쇼핑이랑 카페요? 지리산 여인한테 어울리잖게 무슨.”

 

 나를 배려하려는 그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그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 날부터 나의 시간은 온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시간뿐이랴. 직장과 가족, 삶터를 떠나 이곳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것도 그의 꿈을 쫒은 결과이지 않던가. 말하자면 나의 시간과 공간은 오롯이 ‘신태영’이라는 추를 따라 움직여왔다.

 

 “고집부리지 말고 내 말대로 해. 나 당신 선배다.”

 “이럴 때만 선배래.”

 “선배 맘이다. 선배가 좀 그러면 안 되나?”

 

 아침 햇살이 마당 한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널린 자재며 흙더미들이 무색할 만큼 영롱한 초가을의 햇살.

 

 “정말 나 없어도 되겠어요?”

 

 희미하게 웃으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당을 휘이 둘러보았다. 이곳으로 온 지 어언 오 년. 우리는 줄곧 이곳에 소박하고 예쁜 흙벽돌집이 들어설 날을 그리며 지내왔다. 서로에게 기대어 매일매일 조금씩 집짓기를 해내갔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을 제외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의 땀방울을 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은 더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엉망이 된 언어와 부서진 마음을 끌어안고 살던 그. 그가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도 이만큼 행복했던가.

 

 “뭐 부탁할 건 없어요?”

 “철물점 윤 씨네 가서 드론 택배 좀 찾아다줘. 톱밥이랑 접착 모르타르 주문했거든. 이제 슬슬 벽돌 쌓을 채비를 해야지.”

 

 그의 눈이 전에 없이 반짝였다. 집터를 파고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다지고…… 전문가가 아닌 우리로서는 한없이 서툴고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 지난한 기초공사가 일단락된 것만 해도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다녀올게요, 형.”

 

 ***

 

 “선생님, 환자가 한 분 더 늘었어요. 72세 치매 환자세요. 아직 초기 단계시구요.”

 

 사회복지사 최 선생이 환자 정보가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까지 꽤 먼 길일 텐데 한 주도 빠지지 않으시구. 항상 감사드려요.”

 “별 말씀을요.”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순천 시내에 위치한 노인복지관까지 차를 몰고 달려온다. 그와 함께 지리산에 온 뒤부터 꼬박 오 년째 반복하는 일이었다. 병원과 강단을 오가며 바쁘게 일하던 서울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매주 이틀씩의 장거리 외출도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일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다. 비록 봉사활동이라 해도 아직은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고 싶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환자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보람도 느껴졌다.

 

 “집 짓는 일은 잘 돼 가세요?”

 “쉬엄쉬엄 하고 있어요. 언젠간 완공하겠지 싶은 마음으로요.”

 “두 분 다 정말 대단하세요.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손수 집 지을 생각을 하셨어요?”

 “남편의 오랜 꿈이었대요.”

 

 그는 언제나 ‘집’을 그리워했다. 가족이 있고 따스함이 있는 집 같은 집. 중앙 일간지 기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해외 특파원이라는 명목으로 전 세계를 떠돌았다. 그런 아버지에게 지친 그의 어머니도 일찍부터 가족을 떠났다. 어린 태영을 보듬어 준 이는 오직 할머니뿐이었다.

 

 “태영 씨 고향이 이곳이던가요?”

 “아니요. 태어나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서울에서 자랐어요. 할머니 댁에 온 건 일곱 살 무렵이었구요. 그래서인지 자기 진짜 고향은 지리산이라고 말하죠.”

 “그래서 여기로 오시게 됐구나. 태영 씨 몸은 괜찮지요?”

 “마비됐던 곳이 가끔씩 안 좋아지긴 해요. 그래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상태예요.”

 

 우울증으로 인해 재활 의지조차 희미하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비된 몸을 이끌고 무력한 언어만을 반복하던 그의 모습에서 나 역시 숱하게 좌절했기 때문이다.

 

 “선생님한테 치료 받으셨다는 게 정말이에요?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되신 거예요?”

 “우린 스무 살에 만났어요. 두 번째 만났을 땐 그가 환자였죠.”

 “정말 운명 같네요.”

 “그런가요?”

 

 우리의 만남이 운명이었던 걸까. 한 시구를 빌어 그가 들려주던 말이 떠올랐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돼야 한대.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거지.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랑도 마찬가지’라는 그의 말에 곧바로 대꾸할 수 없었다. 그를 알기 위해 먼저 ‘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일까. 사랑하는 대상은 타인이지만 궁극에는 서로의 존재가 합치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란 의미일까.

 

 “저도 선생님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에이. 그건 아니다. 최 선생은 최 선생이지 내가 아니잖아요.”

 

 최 선생과의 잡담을 끝내고 3층 치료실로 향했다. 복도 여기저기로 로봇들이 지나다녔다. 노인과 장애인을 돕는 서비스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노인복지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태영 역시 재활 과정에서 로봇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치료 막바지에는 치료사와 재활 로봇의 비중이 비등할 정도였다.

 

 ***

 

 “꽤 진전이 됐네. 진짜 집이 지어지긴 할 모양이야.”

 

 셋째 오빠 윤호가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불쑥 방문했다. 그다운 행동이었다. 한결같이 예측불허의 바람 같은 모습이랄까.

 

 “윤호 처남 왔어?”

 “어허, 형님이라니까.”

 “아내의 남자 형제는 모두 처남이거든. 나보다 나이가 많고 적은 건 상관없단 말이지.”

 “그래도 통상적으로 자기 아내보다 나이 많은 남자 형제한텐 형님이라고 부르는 법이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나는 부랴부랴 소박한 상을 내왔다.

 

 “형한테 술 많이 주면 안 되는 거 알지?”

 “안다, 알아. 네 신랑만 중하냐? 나도 좀 챙겨줘라. 60년 독수공방 인생 누구 하나 챙겨주는 이 없네.”

 

 오빠는 여전히 홀로였다. 매번 자신의 꿈을 좌절시키던 아버지에 대한 반항일까. 군 제대 후 그는 직업도 결혼도 내키는 대로 하겠다며 한동안 연락두절인 채 살았다. 전 세계를 떠돌던 그에게 ‘정착’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 건 더블린에서 만난 한 방랑자. 아무데서나 잠을 자고, 아무 것이나 얻어먹고, 아무에게나 시비를 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더블린의 방랑자가 날 살린 셈이지. 그 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그러게. 너 하는 거 봐선 평생 가족들 속깨나 끓일 줄 알았는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 방랑자가 아니었어도 오빤 결국 제자리를 찾았을 거야.”

 “역시 예나 지금이나 날 알아주는 건 우리 여경이 뿐이구나.”

 

 어린아이 같은 오빠의 미소를 보며 내 마음도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그에 순응하는 똑똑한 두 오빠들 틈에서 그는 늘 천진했다. 그의 순수함을 통해 언제나 내 마음이 쉴 수 있었다.

 

 “일은 잘 되고 있어? 지난번 캐릭터 꽤 괜찮던데?”

 “반응이 좋은 편이야. 그래도 밍밍이 캐릭터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

 

 오빠의 직업은 캐릭터 MD. 현재는 캐릭터 마케팅, 미디어, 네트워크까지 아우르는 탄탄한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공업디자인 등 내로라하는 전문 MD들이 회사에 포진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캐릭터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다. 젊은 시절 전 세계 곳곳을 방랑하며 켜켜이 모아둔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그. 십여 년 전 시선공포증을 가진 ‘밍밍이’란 소녀 캐릭터가 대히트를 치면서 그의 자신감은 여전히 식을 줄 몰랐다.

 

 “여경이한테 크게 쏴야 하는 거 아냐? 밍밍이 모델이 여경이잖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들켰네.”

 “주목공포증인지 시선공포증인지 때문에 덕 본 사람이 또 있긴 하지.”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형?”

 “너 생각 안 나? 1997년 2월 파전집.”

 “글쎄, 난 기억 안 나는데.”

 

 1997년 2월의 파전집, 그와의 첫 만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날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는데 말이다.

 

 “두 사람만 아는 얘기 그만 좀 해. 둘이 얼마나 절절하고 운명적이었는진 더 이상 말 안 해도 아니까.”

 “처남, 우리 러브 스토리가 이젠 지겨운가?”

 

 두 사람의 말장난이 다시 이어졌다. 오빠가 불쑥 던진 한마디만 아니었다면 우리의 밤은 더없이 완벽했을 것이다.

 

 “참, 정민영 씨 귀국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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