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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희망의 키워드
작가 : 르뽀라이터
작품등록일 : 201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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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날 엄마는 죽었다. 어쩌면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도 혼자였고 오늘도 혼자다. 혼자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며 홀로 우주를 누빈다.
늘 마음 한 켠이 허공에 붕 떠 있다.

퍽퍽하고 건조한 일상에 빛처럼 다가온 동아리 선배 김유현.
위태위태한 삶과 부서진 시간들이 그로 인해 온전히 회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벚꽃이 만개한 스무살의 계절에 시작된 알쏭달쏭 담백한 연애담

※ 캠퍼스/달달/잔잔/치유/힐링성장물 ※

 
강의 시작 10분 전.
작성일 : 17-11-08 05:2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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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번 주말 동아리 모임이 잡혀있었다. 다 같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분위기는 밝고 경쾌했다

 

 “우리 동아리 모이는 거요. 이번 주에 극장가는 거 맞죠? 우리 뭐 봐요?”

 

 이소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김유현에게 물었다.

 

 “아직 정하진 않았을걸?”

 

 그러자 다른 여자애가 물었다.

 

 “선배님도 참석하시는 거 맞죠?”

 

 김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었다.

 

 “요즘 재미있다고 하는 거 뭐 있지?”

 “순위랑 상관없이 작품성 위주로 보게 될걸?”

 “와, 진짜요?”

 “좋다!”

 

 지금 여기 있는 여자 모두 김유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게 꼭 남자에게 가지는 이성적 호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애들끼리 얘기할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건 분명했다.

 

 내가 끼어들 틈 없이 이야기는 쉼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김유현의 얼굴은 종종 굳었다. 아무래도 여자애들과의 대화를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게 참 귀엽고 인간적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여태껏 그를 비인간적으로 취급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중간중간 김유현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굳어있는 얼굴이 낯설어서 새로웠다. 김유현은 우리에게 잠시 앉아 있으라고 말하곤 커피를 사러 갔다.

 

 “점심에 커피까지 사주시는 거예요?”

 “자판기 커피도 감사히 마실 수 있습니다!”

 

 아기 새처럼 조잘거리는 애들에게 한껏 웃어주며 김유현은 사라졌다. 나는 다음 수업 때문에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기가 싫었다.

 

 “진짜 매너 장난 아닌 것 같아.”

 “목소리도 달달하고 어깨도 넓잖아. 역시 남잔 어깨야.”

 “밤에 애들이랑 운동장에서 농구도 자주 한다던데 구경 가야지!”

 “언제? 나도 갈래!”

 

 확실히 김유현이 여자애들에게 인기 있는 타입 이긴 한가 보다. 한껏 들떠서 신나는 목소리로 왁자지껄 떠들었다.

 

 나는 굳이 그 말에 동조하거나 덧붙여 말을 덧대지 않았다. 여기서 입 밖으로 내 마음을 꺼내버리면 그것이 굉장히 하찮고 가벼워질 것 같아서였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고모였다. 멀리 가기도 뭐해서 옆 테이블에서 받았다. 밥은 먹었는지 학교생활은 할 만한지 필요한 건 없는지 묻는 전화였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밥은 먹었고 별일은 없고 필요한 게 생기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별 용건 없는 전화인데도 언제나 고모의 전화는 불편하고 불안했다. 고모는 평소와 다르게 살금살금 걸어가는 고양이처럼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아빠 얘기가 나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학도 들어가고 했으니까 한번 봐야지]

 “네.”

 [조만간 한국 올 거라더라. 네 번호 알고 있으니까 전화하겠지. 아직 안 왔지?]

 

 평소와 같이 밥 잘 챙겨 먹으라는 인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짧은 통화 안에 감정이 몇 번을 요동치는 건지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친구들에게 수업 때문에 먼저 가봐야겠다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미안한데 나 먼저 일어나야겠다.”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던 내가 대화에 끼어들자 다들 멀뚱히 쳐다봤다.

 

 “왜 무슨 전환데 그래? 뭔 일 있어?”

 

 나는 초조함을 숨기려 전화기 화면을 켰다가 끄며 말했다.

 

 “1시 수업이라서 늦을까 봐.”

 

 그런 나를 꽤 이상한 눈으로 봤다.

 

 “그래도 선배님이 커피 사러 가셨는데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맞아, 애초에 괜찮다고 하고 먼저 일어났으면 모를까.”

 

 그런가? 잠시 멈칫했다.

 

 “내가 말씀 잘 드릴게. 급하면 가봐. 소영이 얼굴 안 좋아 보여.”

 

 이소진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가기 싫었다. 하지만 눈꼬리 끝에 눈물이 대롱대롱 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위태로웠다. 아무하고도 눈을 맞추지 않고 미안하다고, 그럼 부탁 좀 한다는 말만 하고 바로 일어섰다.

 

 요즘 왜 이렇게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호르몬이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누군가 건드리면 톡 터져 버릴 것 같다. 학생회관을 나와서 겨우 안심하고 눈을 비벼 눈물을 닦았다.

 

 전화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고모와의 통화 이후에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하고 만다. 나는 아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불편하고 또 불안한 마음으로, 하지만 엄청 기다린다.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나는 이 감정이 그리움인 것을 알고 있다.

 

 발신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주 뜻밖이었다. 김유현이었다. 다른 의미로 심장이 덜컥했다.

 

 내 전화기에 자꾸 그의 이름이 뜬다.

 

 [어디야?]

 

 내가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물었다. 주춤거리는 마음을 읽힌 것 같았다.

 

 “죄송해요, 수업에 늦을 것 같아서요.”

 [응, 근데 어디야?]

 더는 말을 못 하도록, 그러나 차분한 어조로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했다.

 “이솔관이요.”

 [몇 강의실?]

 “411호요.”

 [갈 거니까 기다려]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엉겁결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끊었다.

 

 나는 그가 오기 훨씬 전부터 문을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강의 시작 10분 전에 정말로 왔다. 드디어 그 모습이 보였다. 아직 식지 않은 커피를 들고 말이다. 김유현은 강의실을 둘러보며 두리번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그 얼굴을 보니까 또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말 큰 일이다.

 

 “뭐 한번 먹이기 진짜 힘드네.”

 

 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고맙습니다, 라는 한마디를 내뱉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갈게.”

 

 김유현은 내 어깨를 한번 툭 치곤 강의실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다음엔 더 맛있는 거 먹자.

 

 김유현이 눈앞에 없는 지금도 나는 쭈뼛거리며 답장을 입력했다.

 

 -감사해요.

 

 전화기를 내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강의실 앞쪽에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꼭 붙어 앉아 장난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커피를 또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김유현과 사귀는 상상을 했다.

 

 그의 애인이 된다면 항상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걸까. 애인에겐 더 잘해주겠지.

 

 이전에 그와 만났던 여자들이 정말 부러웠다. 앞으로 그와 사귀게 될 애인을 생각하니까 짜증 나고 심란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김유현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질투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백이었다. 나는 자꾸 이 감정을 부정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런 시간이 너무 우스울 만큼 마음이 커져버렸다.

 

 그는 분명히 성숙한 연애를 할 것 같다. 왜 자꾸 이런 마음이 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속상했다.

 

 김유현의 연애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도 그의 애인 자리에 나를 대입하진 못하겠다. 도저히 그런 상상을 하기는 힘들었다. 무채색의 여인이 떠올랐다. 고작 상상에서조차 나는 그의 옆에 설 자신이 없었다. 부끄러웠다. 나밖에 모르는 머릿속일 뿐이거늘 이런 것을 상상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러다 이 상황에 이소진을 대입시켰다. 그 애라면 나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무언가 더 확실한 대답을 하고 김유현을 끌어당기며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나와는 다를 것이다.

 

 그런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는 내가 정말 찌질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단정 지어 버렸으니 정말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사람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드는 줄 꿈에도 몰랐다. 저 사람의 커다란 배경이 나의 보잘것없는 부분을 드러내고 힘들게 할 것 같았다. 이미 이 두려운 상상만으로 자신감이 곤두박질쳤다. 내가 더 볼품없고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처참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동아리 방에서 치킨을 먹을 거라는 연락이 왔다. 올 사람은 빨리 오라는 문자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세미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문자 봤어? 갈 거지?]

 “그냥 집으로 갈래.”

 [어딘데? 너 지금 학교지?]

 

 언니는 직접 나를 데리러 왔다. 재수한 언니는 학년은 같았지만 나보다 한 살 많았다.

 

 “그냥 저녁이나 꽁치고 가. 언니 말 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다. 너?”

 

 언니는 단순한 사람이다.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은 정확하게 표현하며 틀린 점은 지적도 한다.

 

 내겐 용기가 필요한 것들을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행동한다. 부러움을 창피해하지 않듯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솔직하게 표현하는 점이 명랑하고 순수해 보였다. 싫은 소리를 해도 별로 밉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냥 언니가 하는 말이며 행동들이 다 귀엽고 좋았다.

 

 언니 옆에 있으면 편하고 쉬웠다. 뭐가 쉬웠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대답할 순 없다. 그냥 마음가짐이 쉬워진다고 해야 하나.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동아리 방으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언니와 다정하게 웃고 있는 김유현이었다. 치킨을 먹으며 이번 주에 볼 영화 얘기를 했다. 김유현은 언니 옆에 앉는 나를 힐끔 봤다. 입술 한쪽 끝을 올리며 살짝 웃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피한 건 김유현이었다.

 

 나는 그 느릿한 동작들을 놓치기 싫었다. 희한했다. 가슴이 갑갑해지고 입안에 침이 고였다. 앞에 놓인 콜라를 마셨다. 꼴깍꼴깍 소리가 귀로 전해졌다. 심장도 같이 꼴깍꼴깍 시끄러웠다.

 

 미쳤나, 진짜. 왜 자꾸 이래.

 

 

 

 토요일은 종로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선약이 있어 못 간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고모 막내아들인 정호 오빠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동아리였다. 별다른 강요 없이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주 영화를 보곤 했다.

 

 김유현이 종이컵에 치킨을 덜어와 내게 건네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기대된다. 그치?”

 “저는 그 날 참여 못 해요.”

 

 갑자기 표정이 싹 변했다. 김유현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사촌오빠 결혼식이 있어요.”

 “그래? 몇 신데?”

 

 너무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결혼식이요? 12시였나?”

 “어디서 하는데?”

 “삼성동이요.”

 “어차피 우리 영화 4시 45분 아니야? 갔다가 오면 되겠네. 예매하라고 한다?”

 

 김유현은 인터넷 예매 중인 오현석에게 갔다. 꼭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전혀 갈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었다.

 

 세미 언니가 어깨를 휘두르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뭐야?”

 “응?”

 

 언니는 음흉하게 웃었다.

 

 “뭐 있는 것 같은데?”

 “뭐가?”

 

 언니의 가방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였다. 먹던 치킨을 사뿐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시야에서 멀어졌던 김유현이 천천히, 다시 내게로 걸어왔다.

 

 “잘됐네.”

 

 김유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걸어와 의자에 툭 앉았다. 긴 다리를 바닥에 쭉 폈다. 그 상태 그대로 다리를 꼬았다.

 

 “아깐 정말 감사했어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뭐가?”

 

 나는 손가락 끄트머리를 비비며 말했다.

 

 “커피요. 점심도.”

 “응, 아까 문자로 말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깐 너무 정신없이 후다닥 헤어졌다.

 

 “그래도.”

 

 손수 커피 배달까지 와줬는데 이건 예의였다.

 

 “눈 마주치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요.”

 

 사실 더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래? 그럼 다시 해봐.”

 

 김유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의자를 드르륵 끌고 와서 더 가까이 붙었다. 의자를 거꾸로 뒤집어 등받이를 팔로 감싸 안고 쳐다봤다.

 

 그렇게 나를 봤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눈 마주치고 한다며, 아깐 눈 안 마주치고 그냥 말했잖아.”

 

 또랑또랑한 눈망울이었다.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영화 예매하는 데 혈안이 되어 컴퓨터 앞에 몰려 있었다. 후다닥 말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긴장이 되고 만다. 우리가 붙어있는 1평 남짓한 이 공간만 투명한 벽이 쳐져 있었다.

 

 길어봤자 5초? 그중 3초는 눈동자 구경만 했을 거다.

 

 “감사해요.”

 

 진지하게 말하던 김유현은 별안간 피식 웃었다.

 

 “그래.”

 

 나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사실 나는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볼만 천천히 빨개졌다. 서서히 차오르는 열이 느껴졌다. 후끈한 열기를 식히려고 손바닥으로 볼을 감쌌다.

 

 김유현은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김유현의 시선이 다시 나를 찾아 왔다.

 

 “점심 원래 혼자 먹어?”

 “수요일은 그런 편이에요.”

 “그럼 나랑 같이 먹을래?”

 “아니요, 안 그러셔도 돼요.”

 

 마음에도 없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대답이 너무 빨랐다. 그럴수록 김유현은 더 느긋하게 말했다.

 

 “왜?”

 “네?”

 “왜 안 그래도 되냐고.”

 “괜히 저 때문에 불편하실까 봐요.”

 “안 불편하면? 그럼 같이 먹을래?”

 

 나는 멍청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저쪽에서 영화예매 끝! 이라는 함성에 가까운 말과 함께 투명한 벽이 와장창 무너졌다. 그 소리에 의해 우리의 눈 맞춤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했던 시선이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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