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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3. 친구부터 해
작성일 : 17-11-07 12:31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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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년 전, 나는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너를 찾아갔었다. 너는 그새 집이 바뀌어 있었다. 끊임없이 누르는 초인종에, 결국 문을 연 너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나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내가 그렇게 하면, 너는 내 눈물을 닦고, 내 눈에 뽀뽀해주곤 했었다. 그랬었는데.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 그보다, 함부로 찾아오는 거 싫다고 했었지."

 

 

 자존심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 때의 나와 달리, 너는 모든 것이 너무도 차가웠다.

 

 

 "가. 집에."

 

 "친구라도 해."

 

 "……"

 

 "쉬워도… 좋아. 나만 좋아해도 괜찮아. 옆에만 있게 해줘."

 

 "…내가 왜?"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것 같은 그의 눈이 차가워서, 나는 그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넌, 아냐."

 

 "…."

 

 "그러니까 가 제발."

 

 

 차가운 그의 뒤로 여자 하나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진하게.

 

 

 "무슨 일 있어요?"

 

 "아, 팬이래."

 

 

 그리고 승조는 내 눈 앞에서 문을 닫았다. 너 같은 건, 처음부터 아무 의미 없었다는 듯이.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아, 그러고 보니.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너는 한 번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준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나 혼자 착각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좌절당한 마음이, 나를 지독하게 만들었다.

 

 

 "김도경 씨."

 

 "…어? 미아? 여긴 무슨 일,"

 

 "저랑 밥 먹지 않을래요?"

 

 

 

  *

 

 

 "응, 내가 미아 애인이야."

 

 

 가볍게 뱉어진 그 말에, 싸한 정적이 흘렀다. 승조가 어이없다는 듯 입만 웃었다. 나 또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

 

 

 "김도경 씨."

 

 "일단, 나가자. 눈이 많네."

 

 

 도경이 팔을 이끌었다. 반대편 팔을 잡고 있던 승조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 빈자리에 가슴이 저릿해, 나는 눈을 감았다. 윤이 별 일 아니라며 사람들에게 외치는 중이었다. 그렇게 홀 입구를 나서자마자, 나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그를 마주 보았다.

 

 

 "김도경 씨."

 

 "그렇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좀 그랬어?"

 

 "…아냐, 아니에요."

 

 

 이건 아니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김도경 씨, 저랑 밥 먹지 않을래요?'

 

 

 그 때와 같이 만들 수는 없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내려가자."

 

 

 힐끔거리는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도경이 말했다.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차에 올라타서도 정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있잖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틀리면 말해.”

 

 

 도경이 예의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쭉 너를 봐 왔어.”

 

 

 어쩐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아 그를 보았다. 늘 그렇듯 다정한 얼굴이 앞에 있었다.

 

 

 “나한테 너는 조용한 애인데 승조 앞에서 유독 날카롭게 구는 거 알아. 그래서 싫어하나 했는데…”

 

 “…….”

 

 "좋아하지? 승조."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티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나 보다.

 

 

 "왜 그렇게 밀어내는지, 물어봐도 돼?"

 

 

 왜 밀어내느냐, 라.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대신 웃었다.

 

 사랑하고, 이별했던, 그 잔인한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네가 죽는, 그로 인해 내가 죽어가는 미래를 바꿔놓기 위해서, 그리고,

 

 

 "옆에 있고 싶어서요."

 

 "…."

 

 "살아…있는, 그 사람 옆에, 오래 있고 싶어서요."

 

 

 '친구라도 해.'

 

 

 서럽게 애원하던 그 때의 나와,

 

 

 '쉬워도… 좋아. 나만 좋아해도 괜찮아. 옆에만 있게 해줘.'

 

 '…넌, 아냐.'

 

 

 얼음보다 차가웠던, 그 때의 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잘 모르겠지만, 뭐 그럼 잘 된 거 아냐?"

 

 

 도경이 속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는 승조를 밀어내면서도 옆에 있고 싶고, 그러기엔 이게 최선이잖아."

 

 "…이렇게 해서 김도경 씨가 얻는 게 뭔데요?"

 

 "글쎄."

 

 

 잠깐 인상을 찌푸린 그가, 픽 웃더니 대답했다.

 

 

 "재밌어서, 로 할까. 그 때까진 마음껏 이용해도 좋아."

 

 "….."

 

 "전화는 하루에 한 번. 식사는 일주일에 두 번. 아, 그 전에."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한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호칭부터 바꾸자."

 

 

 그가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경 오빠, 정도로."

 

 

 

 *

 

 그와 인사하고, 나는 차에서 내려 묵묵히 그가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을 뒤틀어 놓았는데, 이상하게 과거가 반복되고 있다. 그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어 오히려 무섭다. 현관 번호 키를 누르려 했을 때였다.

 

 

 “야.”

 

 

 잘 보이지 않았던 가로등 아래에, 삐딱하게 기대어 선 승조가 있었다. 나는 멍청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야, 너?”

 

 "진짜 만나?"

 

 

 무표정한 얼굴의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멍청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듯, 겨우 대답했다.

 

 

 "…응. 만나."

 

 "거짓말."

 

 "거짓말 아냐. 내가, 좋아해."

 

 

 승조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잖아."

 

 "그럼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해?"

 

 

 뻔뻔하고, 아무렇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지만, 자의식 과잉 아니야?"

 

 "피렌체에서, 왜 날 안았어?"

 

 

 현관에서 천천히 시선을 떼며, 그를 바라보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냥, 집시가 너를 찌르려 하는 걸 봤어. 의미부여 하지-"

 

 "보통은, 조심하라고 말해."

 

 

 그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런데 넌, 나를 승조라고 부르고 날 안았어."

 

 

 이름을 부른 건, 실수였다. 안았던 건,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손이 아니라 얼굴이나, 다른 곳이 찔렸을 수도 있어."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없었다.

 

 

 "수영장에서 키스했을 때, 넌 나 안 피했어."

 

 

 모든 것이 그에 대한 마음에서 비롯되었기에, 대답을 할 수 없는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매 순간, 너 나한테 반했어. 내 말이 틀려?"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억지로 고개를 젓자, 그가 기가 찬 듯 웃었다.

 

 

 "항상 입만 아니라고 말하잖아, 너."

 

 "…."

 

 "밀어내는 것도 정도가 있… 그래, 됐다."

 

 

 이제까지처럼 몰아붙이던 목소리와 다른, 포기했다는 듯한 한숨 섞인 목소리에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나에게서 몸을 돌리며 그가 입을 열었다.

 

 

 "넌, 아냐."

 

 '…넌 아냐.'

 

 

 등을 돌려 걸어가는 너를, 나는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그의 소매를 끌어당기는 나를, 네가 여전히 화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나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친구 하자."

 

 "돌았어?"

 

 

 기가 찬 듯, 그가 웃음을 뱉었다.

 

 

 "친구… 하면 안 돼?"

 

 "장난 해 지금? 내가 너랑 친구하게 생겼,"

 

 "제발."

 

 

 그의 옷깃을 잡은 채, 나는 결국 울었다.

 

 나도 안다. 너는, 이런 내가 답답하고 짜증날 거였다.

 그런데 나는, 네가 좋고, 좋아서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네가 나를 안달 내는 것이 황홀하고, 그런 널 밀어내지 않고 못 이기는 척 안기고 싶다. 그런데,

 

 

 '배우 윤승조 씨가 지난 밤 11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국에서 애도의 물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알고 있는데, 지금 심정을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나는 네가, 누구보다 간절하게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평생 싫어하게 되더라도.

 

 정적이 흘렀다. 차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내 머리 위로, 그의 무거운 한숨이 내려앉았다.

 

 

 "…그래, 해. 친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상당히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가 입을 열었다.

 

 

 "친구부터 해. 그게 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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