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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빨리 찾아온 겨울, 느리게 찾아오는 연애
작성일 : 17-11-07 03:06     조회 : 438     추천 : 5     분량 : 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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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 외롭다.”

 

 이번엔 왜 이렇게 겨울이 빨리 왔을까. 봄과 가을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쓸데없이 이런 예측은 잘 들어맞곤 한다. 여름과 겨울밖에 남지 않은 이런 밤엔 더욱 더 외로워질 뿐이다.

 

 “생각보다 일찍 찾아 온 겨울에 오늘 많이 놀라셨죠? 오늘은 이번년도 중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내일은 오늘보다..”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옆구리가 시려서 더 춥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추웠던 오늘이다. 예쁜 기상캐스터 언니가 오늘 하루 동안 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 사실이 서럽게 느껴져 코를 훌쩍대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배가 고팠다. 살 뺀다고 나대다가 종일 굶었던 게 화근이었다. 어차피 밤에 이렇게 먹을 것을.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였다.

 냉장고에 있던 빵 하나와 맥주 한 캔을 꺼냈다. 궁상과 부조화가 맛있게 버무려진 야식이었다. 라면을 먹기엔 너무 귀찮았고, 치킨을 시키기엔 너무 사치였다. 머리를 질끈 올려 묶고 안경을 쓴 후, 요즘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었다. 야식과 TV는 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니까, 라며 맥주 캔을 땄다. 그래, 난 외롭지 않다. 오늘도 이렇게 자기최면을 걸며 하루를 보내는 난 어느덧 솔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팅 받으라니까?!”

 

 저 년은 오늘도 날 답답해했다. 내 유일한 단짝 김유희. 내 인생 인맥의 최종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창시절, 부모님보다 더 붙어있었던 징글징글한 아이다. 요즘은 얼굴을 통 못 보지만.

 

 “됐다고.”

 “아니, 그러면 외롭다고 하질 말던가.”

 “외로운 걸 어떡하라고.”

 “그럼 남자 소개를 받아.”

 “소개는 싫어.”

 “미친. 외로운데 소개는 싫다, 밖에도 잘 안다녀서 아는 남자도 없다, 너한테 관심 있었던 예전 그 사람은 별로다.. 뭐 어쩌라는 거냐? 사회 부적응자냐?”

 

 윽, 몸 쪽 꽉 찬 직구였다. 이번 건 타격이 조금 커서 바로 받아칠 수가 없었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왔다는 걸 어필하려 왼쪽 가슴을 부여잡은 채 아픈 척을 하니, 바로 한심하다는 표정이 나왔다.

 

 “맞아, 이 놈의 사회는 도통 적응을 할 수 없..”

 “전 남친 때문이야?”

 

 전 남친이라.. 이름 참 미묘하고도 복잡하다. 가만히 있던 날 갑자기 추억 속으로 강제 소환시키는 명칭이었다. ‘전 남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렸을 적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기분이 든다. 그 장난감 자동차는 바닥에 바퀴를 대고 뒤로 끌어당기면, 그 추진력으로 재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전 남친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과거로 역주행했다가 현타를 맞고 다시 현재로 쏜살같이 오는 그런 단어였다.

 전 남친 때문에 내가 아직 남친을 못 사귀는 거라구? 그건 또 아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그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다. 그를 그리워하지도 않고, 그를 미워하지도 않았다. 애증이라면 애증이지만, 액자 속에 갇혀 박제된 나비처럼 내 감정은 그저 거기까지였다.

 

 “전 남친 못 잊어서 그런 거 아니야? 3년 전 마지막 남친. 너의 최근 연애.”

 

 전 남친이 전 남친이지. 뭘 저렇게 상세하게 풀 네임을 말할까. 난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내 사정을 다 알겠다며 그녀를 나무랐다. 그녀는 그제야 주변을 살피며 작은 헛기침을 했다.

 

 “그럼 소개는 왜 안 받는 건데? 오빠가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니까?”

 “소개는 뭔가.. 운명적이지 않다 할까? 그렇잖아. 나 외로워요, 나 남자 만나고 싶어요, 나 여자 만나고 싶어요~ 하면서 만나는 게 소개잖아.”

 “이런 미친년. 세상에 소개로 만난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커플들에게 쳐맞고 싶니? 뭔 강아지소리를 하는 거야. 막말로 나 외롭다, 외로워서 연애하고 싶다, 이러면서 사람 만나는 게 뭐 잘못된 거야?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지.”

 

 맞다. 그녀의 말이 다 맞았다. 맞아서 너무나 슬펐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 소개를 받지 않는 이유는 소개팅의 첫 만남이 너무도 싫기 때문이다. 과거 한때, 소개팅을 한창 받았던 적이 있었다. 소개팅남과의 첫 만남은 누구였던 간에 항상 똑같은 패턴이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아침부터 일어나 정교하게 샤워를 하고, 그림을 그리듯 화장을 하여 얼굴에 진경산수화를 새기고, 옷은 유희에게 톡을 보내 숙제 검사를 받듯 코디를 했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같이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술을 마시는 똑같은 패턴. 어느 누가 태어날 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소개팅 방법 규칙! 챕터 원!’이러면서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신기한 일이었다.

  서로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어색함이 싫어서 억지로 오디오를 채우는 그 상황, 느낌, 분위기가 난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항상 소개팅으로 운명의 상대를 찾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런 어색함을 깰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거니까. 그만큼 소개팅엔 운이 따라줘야 하니까.

 혹시나 하여 순간 유희가 소개시켜준다는 사람을 만나나 볼까 생각했었다. 유희의 남자친구의 친구라는데.. 유희 말에 따르면 그 분은 하드웨어 최신형에 소프트웨어는 미 개봉이지만, 최신 업데이트 고사양이 분명할 거라 말했다. 유희가 쓰는 언어를 번역하자면, 하드웨어는 외모와 키 같은 겉모습을, 소프트웨어는 성격 혹은 내면을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모든 남자들을 컴퓨터라 생각했다. 말을 듣지 않을 땐, 껐다가 켜야 한다고. 어찌됐던 간에 난 또다시 소개팅 복권을 사볼까, 고민했지만 역시나 용기가 부족했다. 내심 기대했다가 꽝만 나오던 소개팅 복권 경험 때문에 지레 겁먹고는 말이다.

 

 “너 내가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사람들이 그러잖아. 20대면 연애 할 수 있을 만큼 다 해보라구. 우리 벌써 26살이다? 내년이면 이십대 후반이야, 후반.”

 “왜 후반이야. 중반 4호봉이지.”

 “중반 4호봉은 뭐야. 나이가 무슨 군대 계급장이냐? 이제 중반 보내줘, 후반을 달갑게 맞이 하라구.”

 

 이젠 정말 싫다, 나이 먹는 게. 교복입고 급식 먹었던 때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난 그 시절 담임선생님과 나이가 비슷해져있었다. 언제나 아저씨일 것 같던 군인아저씨들이 어느새 군인동생이 되어버린 나이가 되어버렸다.

 

 “어? 오늘 이 드라마 벌써 마지막회 하는 날이네..”

 “그래? 그거 남사친이랑 결국 사귀는 그 드라마 아니냐?”

 “응. 겁나 설레. 오늘 꼭 봐야지.”

 

 그녀는 꼭 챙겨 봐야한다며 알람까지 맞췄다. 여주인공이 오래 알고 지냈던 남사친과 결국 사귀는 그 드라마..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남사친’들이 밥 먹듯이 나오던데, 내 인생도로엔 남사친 흔적하나 없었다. 하긴, 인생이 온통 흑역사 천국이라 친구도 김유희 하나뿐이다. 여사친도 한명 뿐인데, 남사친이 있으면 이상한 거지.

 내가 생활하는 동선에도 남자는 없었다. 심지어 사는 동네는 인구의 양극화가 너무 심각했다. 내가 사는 집 주변엔 유딩과 초딩의 발랄함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정겨움뿐이었다. 그래서 로맨틱한 옆집 남자나 그 흔한 남사친이라는 생명체도 내겐 존재하지 않는다.

 26년 동안 남자친구를 딱 두 번 사귀어보았다. 한 명은 스무 살에 잠깐 만난 대학 동기였고, 나머지 한 명은 스물 하나에 만난 복학생 오빠.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액이 끼었나, 마가 끼었나, 누가 저주를 내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 사랑이 찾아오질 않았다. 부적을 쓰거나 굿을 해야 하나라는 허접한 해결책이 문득 머리에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 오겠지 라는 믿음 하나로 살아 온 게 벌써 솔로 3년차이다.

 나와 반대로 유희는 남자친구를 곧잘 사귀었다. 내가 보기엔 유희는 남자 복이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만나는 남자마다 모두 50년 전통의 소머리국밥 사골처럼 진국이었다. 난 유희와 달리 남자 복이 없어서 남친이 없는 거라며 자기 위로를 하곤 한다. 이렇게라도 합리화를 하지 않으면, 내 자신 스스로도 사랑해주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

 

 “뭐가 문젤까.. 진나봄의 문제는 뭘까..”

 “연애를 안 한다고 문제가 있는 거냐? 죽는다, 진짜.”

 “청춘을 썩히는 건 문제야, 이년아. 흠.. 넌 일단 눈이 높아.”

 “나? 나 많이 낮아졌어.”

 

 눈이 높다고? 음, 높았었다. 얼굴만 보고 헤벌레하면서 남자를 고를 때가 있었지. 잘생기면 무조건 오빠였고, 훈훈하면 무조건 내 호감 장바구니에 그들을 담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십대 초반 때처럼 얼굴만 보고 달려들진 않는다.

 

 “그럼 이 카페에 있는 남자 중에 이 정도까지는 사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

 

 또 시작이다. 일명 김유희표 가상의 상황 선택지. 가령, 연예인과 사귈 수 있다면 누구랑 사귈 수 있는지부터 극단적인 상황까지... 그녀는 이런 말도 되질 않는 만약의 상황을 놓고 결정하게 하는 것을 즐겨했다. 그녀의 말에 난 훈련이 잘 된 강아지처럼 카페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모르는 사람들을 두고 얼굴을 평가하는 것 같아 양심에 찔렸지만, 유희는 내가 곤란해 하는 표정을 좋아하여 이런 선택지를 주는 것이니 얼른 끝내는 것이 맘에 편할 것 같았다.

 적당한 규모의 카페이기에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다. 심지어 다수는 여자였고, 남자는 네 명 남짓했다. 거기에 두 명은 뒷모습만 보여 남은 두 명 중 아무나 선택하려 했다. 막상 선택하려 하니 내가 감히 뭐라고 이런 걸 하고 있을까, 죄책감도 들면서 동시에 고민도 되었다.

 

 “고민되면 알바생도 포함.”

 

 얄밉게 깐족거리는 김유희였다. 무시하며 회피하고 싶지만, 그녀는 내가 대답할 때까지 징징거리고 닦달할 것이 뻔했기에 얼른 결정해야만 했다. 유희의 말에 난 카페 알바생을 그냥 선택해야겠다고 결심하며 카운터 쪽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자동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난 이 사람.”

 

 빌어먹을 손가락이 발작을 일으켰다.

 

 

 

 

 

 

 

 

 

 

 

 
작가의 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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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 17-11-11 00:45
 
문체가 담백해서 좋아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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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청하 17-11-26 13:5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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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 17-11-20 23:40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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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청하 17-11-26 13:55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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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쿠키v 17-11-30 02:34
 
오오오, 진심 재밌는데요??ㅇㅁㅇ ㅋㅋ
꿀잼ㅋㅋ 여주가 뭔가 저랑 같내요 생각이 ㅋㅋ 나도 소개는 좀... 퍽>>>> ㅋㅋ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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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청하 17-12-01 13:53
 
ㅋㅋㅋㅋ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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