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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2. 사랑과 사기는 한 글자 차이.
작성일 : 17-11-06 23:43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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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지는 데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일주일? 아냐, 1분? 각자 떠오른 생각들은 많지만 섣불리 꺼내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나디아는 피식 웃으며 접은 손가락을 세 개 폈다.

 

 “3초. 딱 3초면 돼요.”

 

 일제히 탄식이 터진다. 아, 맞아. 하는 그런 느낌으로.

 

 “그 3초를 잡아야 해요. 첫인상, 첫인상이 중요하죠. 딱 봤을 때 호감형이면 한 방 먹고 들어가는 거예요. 상대방하고 좋은 분위기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옷 예쁜 거 입는 것도 좋은데, 제일 중요한 게 있죠.”

 

 나디아는 자기 앞에 진열해 둔 아기자기한 병들을 주욱 손으로 훑었다. 이 아기자기한 병들은 모두 향수다. 하나에 100크렌씩 하는, 아주 싼, 내 밥줄.

 

 “바로 향! 상대방이 향수를 좋은 걸로 바꾸기만 해도 훨씬 가까이 있고 싶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만큼 은근하게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게 향이에요. 영애의 향이 좋아 곁에 있고 싶습니다. 얼마나 좋아요?”

 

 나디아는 열변을 토하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순진한 아가씨들을 보고 있었다. 가장 왼쪽에 앉은 아가씨는 티트 디자이너 신상 두르셨고, 그 옆은 이번에 약혼자가 반지 새로 해줬나 보네? 저거 몇 천 한다고 들었는데. 이 아가씨는 구두 새로 해 신으셨구나? 나디아의 눈이 빠르게 아가씨들을 훑고 지나갔다.

 

 “게다가 이건 보통 향이 아니죠, 무려 페로몬 향수! 향도 종류별로 있어요. 이거 뿌리고 나가면 열이면 열 넘어온다니까요? 그렇죠?”

 

 나디아는 낯이 익숙한 아가씨에게 대답을 넘기며 영업용 미소를 한껏 걸쳤다. 이 아가씨는 얼마 전 애인하고 권태기가 온 것 같다며 향수를 사가더니, 이번에 친구들을 잔뜩 데려온 아가씨였다. 나디아가 눈을 찡긋하자,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 보세요. 사기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는 사시면 안 돼요. 잠깐 유혹해서 하룻밤 보낼 수는 있어도, 사람 마음은 하룻밤이 아니잖아요?”

 

 넘어온다, 넘어온다...! 나디아는 생글생글 웃으며 시향용 종이를 아가씨들 앞에 놓아주었다.

 

 “이번에 잘 오셨어요. 그동안 없어서 못 팔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왔거든요. 맡아보시고, 원하는 걸로 골라보세요.”

 

 여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머뭇거리며 하나씩 종이를 집어 들었다. 넘어왔다! 나디아의 설명을 듣느라 조용했던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나 이번에 이거 썼더니 애인이 매일 편지 보내더라. 진짜? 이게 그렇게 좋아? 그렇다니까? 저번에 살롱에서 아실리도 이거 뿌리고 갔다가 고백 받았잖아. 나디아의 귀까지 들어가지 않으려고 나름 조용히 재잘거리고 있지만, 그래봐야 다 들린다. 나디아는 능숙하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숨기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도 100크렌이야?.”

 

 “나는 이걸로 할래.”

 

 “하이드, 포장 되지?”

 

 각자 하나씩 향수를 고르자, 나디아가 능숙하게 포장용 종이를 꺼내들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계산 먼저 하시겠어요?”

 

 “근데 진짜 비싸다. 10 크렌이면 팔찌를 새로 할 텐데.”

 

 “어머, 그래도 효과 좋잖아요. 다음에 또 오시면 좀 깎아 드릴게요.”

 

 나디아의 능청에 말을 꺼낸 여자가 금세 웃으며 주머니를 내밀었다. 하나에 100크렌씩. 5크렌짜리로 하면 그렇게 두둑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사람이 몇인가. 오늘만 해도 열 명이 넘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디아는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주머니를 하나씩 챙겨들었다.

 

 “저기, 나 이거 두 개 주면 안 돼? 동생도 하나 주고 싶은데.”

 

 “죄송하지만 영업 방침이라 안 돼요. 동생 모시고 오면 드릴게요.”

 

 한 사람 당 무조건 하나. 나디아가 파는 향수의 조건이었다. 판매는 무조건 예약, 방문 판매. 보통의 경우라면 자택에서 편하게 향수를 고르고 있을 아가씨들이 여기까지 오는 것은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나디아는 저마다 상자를 하나씩 손에 든 채 일어나는 여자들을 만족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럼, 잘 쓰세요. 더 필요하시면 하이드로 연락 주시면 돼요!”

 

 그녀들은 기분 좋게 경쾌한 종소리를 울리며 나갔다. 자신의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페로몬 향수를 들고서.

 

 “유후, 이번에도 잘 팔았다.”

 

 페로몬 향수? 그런 게 있을 리가. 나디아는 흥얼거리며 돈을 꺼내 금고에 집어넣었다. 나디아가 파는 건 말린 꽃잎을 증류해 만든 싸구려 향수였다. 그녀는 향수를 팔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입담을 파는 거다.

 

 약 2년 전 꼬일 대로 꼬인 자신의 인생에 비관을 느끼던 나디아는 결국 자신의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줄여서 말하자면, 막 나가자는 거다. 모 아니면 도. 연애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조금 도와주고 돈을 좀 버는 거다.

 

 수도에 위치한 향수가게 하이드.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하이드의 향수를 쓰면 백이면 백 사랑에 성공한다는 소문이 돌자 데뷔도 안 한 어린 소녀부터 반지를 일곱 손가락에 끼고 있는 귀부인까지 그녀의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겐 인연이 아니었다고 하기만 하면 된다. 조악한 상술이었지만, 현재는 그 유명세가 제법 커져 사교계에 데뷔하는 소녀에겐 하이드의 향수를 선물하는 유행까지 생겼을 정도다.

 

 하이드가 유명해진 데에는 신비에 싸인 가게 주인에 대한 소문도 톡톡히 일을 했다. 하이드(Hide)라는 가게 이름에 걸맞게, 가게 주인은 얼굴을 보이지 않기로 유명했다.

 

 편의상 하이드, 하이드씨라고 불리는 여주인은 늘 턱선과 입술을 겨우 드러낸 화려한 가면을 쓰고 있다. 덕분에 그녀의 외모에 대한 소문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여주인이 굉장한 미인이다. 너무 못생겨서 향수가 안 팔릴까봐 가면을 쓴다던데.

 

 그녀는 이 소문을 잘 이용해 자신의 장사에 써먹었다.

 

 판매는 무조건 방문판매. 권태기를 맞은 연인, 사람을 사귀고 싶어 들뜬 사교계 새내기들에게 연애 팁을 알려준다. 유혹? 인연? 그런 건 호감도의 문제다. 거기에 약간의 상술을 얹어서 이득을 보는 거고. 나디아는 절대로 자신이 하는 게 사기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애초에, 사랑과 사기는 한 글자 차이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남자 손님이 있었나? 가게가 가게인지라, 그녀의 가게에는 여성 손님이 팔 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남자 손님이 있었더라면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저 사람은 예약 손님이 아니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나디아는 영업용 미소를 띤 채 그를 내쫓으려 했다.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는 예약 손님만 받고 있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예약을...”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도 예약이 필요한가?”

 

 뭐? 나디아는 멈칫했다. 슬슬 영업용 미소가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가게를 빙 둘러본 남자는 검은 눈으로 나디아를 내려다보았다. 저 남자가 누구지? 나디아는 사교계에 데뷔한 적도, 이제는 귀족도 아니었지만, 워낙에 수다스러운 여인들을 손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사교계에 대해서도 제법 빠삭했다.

 

 검붉은 머리칼에 그보다도 더 붉은 적안.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있는 남자. 대체 누구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뇌리를 장악한 생각이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잘못 걸린 것 같은데.

 

 “가일.”

 

 “네?”

 

 “가일 레프 르로이. 이제 좀 알겠어? 하이드씨.”

 

 젠장.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니. 나디아는 애써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금고가 보이지 않게 일부러 벽에 기대어 섰다.

 

 가일 레프 르로이. 누군가 했더니 그였다. 벌써 하이드에는 그를 유혹하기 위한 향수가 10개도 넘게 팔려 나갔다. 풋풋한 소녀부터 농익은 여인까지 그를 흠모한다기에 대체 얼마나 잘났기에 그렇게 여심을 후리고 다니는지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보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

 

 잘생긴 건 정말 잘생기긴 했는데. 나디아는 저 미모를 마음껏 감상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낙담했다. 여유로운 미소가 아슬아슬하게 가일의 입매에 걸쳐 있었다. 꼭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의 나른함으로,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거다. 평범한 상황이었더라면 그에게 환호하는 뭇 여인들 틈새에 끼어서 참 잘생겼네 하며 훈훈한 미소라도 지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디아는 최대한 태연하게 그를 보고 있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어쩔 수가 없었다.

 

 “페로몬 향수, 소문을 들었는데, 정작 그 향수는 가짜더군. 그걸 이렇게까지 파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어. 입담이 좋은 거겠지? 사기꾼들 특성이 다 그렇잖아.”

 

 저게 칭찬이야 협박이야? 언젠가는 자신의 사기, 아니, 과대광고가 들킬 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다. 나디아는 입안 볼살을 깨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가일은 앞에 놓인 예쁜 병 하나를 집어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탁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내려놓았다.

 

 “내 일을 도와. 잘 되면 십만 크렌을 약속하지. 안 될 경우, 사형이다.”

 

 “사기죄로는 사형이 안 될 텐데요.”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나보군?”

 

 아니, 그게 아니라. 나디아는 제 입을 틀어막을 뻔했다. 무슨 생각에선지, 그런 그녀를 미소를 띤 채 보고 있던 가일은 조금 전의 그 병을 집어 들어 보였다.

 

 “이건, 향수로 위장한 독약이야. 이렇게, 칙.”

 

 그는 제 옷에 향수를 한 번 뿌렸다. 장미향이 훅 끼쳤다.

 

 “일주일가량 뿌리다보면 사망에 이르는, 고가의 독약이지.”

 

 “그게 무슨...!”

 

 “그게 네가 사형당할 죄목이고.”

 

 아무리 과대광고를 했기로서니 독약이라니? 그런 걸 내가 왜 팔아. 내가 판 건 정말 향수라고! 나디아는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말도 안 돼... 그건 그냥,”

 

 “그냥 싸구려 향수지. 나도 알아.”

 

 가일은 싱긋 웃으며 나디아의 말을 잘랐다. 저 여유로운 태도. 나디아는 금세 그가 누구인지 깨닫고 입을 닫았다.

 

 공비도, 딸린 가솔도 없는 젊은 공작. 건국 당시부터 대대로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권력의 중심. 저 사람이 향수를 독약이라고 하면, 독약인 거다. 그가 나디아를 죽이겠다고 하면, 나디아는 얌전히 잡혀서 죽는 길밖에 없는 거다.

 

 나디아가 말이 없자, 가일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병을 도로 내려놓았다.

 

 “이제 상황파악이 좀 된 모양이네.”

 

 “...제가 뭘 도우면 되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아마도 그쪽에겐.”

 

 가일은 향수가 묻은 옷을 툭툭 털며 말을 이었다.

 

 “황녀가 날 사랑하게 만들어.”

 

 예? 나디아는 그렇게 고수하던 영업용 미소도 잃은 채 멍하니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런 나디아의 사정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가일은 물방울 모양으로 깎인 초록색 보석 두 개를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귀걸이였다.

 

 “통신석. 뭘 말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

 

 “나 귀 안 뚫었어요.”

 

 “뚫으면 되겠군.”

 

 통신석은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보석이다. 당연히 그만큼 비싸지만, 이렇게 작은 것은 목소리를 작게 전달하는 대신 가격이 낮아 휴대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그래봤자 비싸지만. 이 고가의 물건을 나디아에게 주는 것은, 당연히,

 

 “다음에 연락하지. 제때 받아.”

 

 이런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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