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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루베리러브
작가 : 걍G
작품등록일 : 2017.11.6

게임중독, 연애고자, 연애세포 소멸 중인 신입사원 김수향. 구질구질 패션고자, 있는 돈 쓸 줄 모르는 소비고자, 여자알못, 부회장 손자 강지훈. 사랑도 인간관계도 너무 어렵기만 한 두사람이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

 
블루베리스무디
작성일 : 17-11-06 22:59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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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향이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고민되는 시간은 요즘 한창 빠져 있는 게임 '컨트롤제트'의 정기점검 시간이었다. 게임을 하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5시간이나 점검? 장난하나."

 

 달달달-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수향은 짜증이 치밀었다. 냉장고에는 김빠진 맥주뿐이었고, 집 앞 왕복 5분 거리인 편의점도 가기가 귀찮을 정도였다. 배는 고프고, 세탁기 속 빨래도 슬슬 돌려야 될 것 같고, 방바닥에 먼지가 덩어리째 굴러다니는 걸 보니 청소기도 돌려야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어떤 것도! 그 무엇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왜 사냐..."

 

 수향은 며칠 전 사람 사는 집 같지 않다며 동생 도희가 놓고 간 어항 속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열대어인지 뭔지 모를 노랗고 조그마한 물고기 한 쌍이 별것도 없는 어항 속을 이리저리 헤엄쳤다.

 

 "지겹지도 않냐. 난 벌써 이 좁은 원룸이 지겨워 미칠 것 같은데."

 

 게임이 안 되는 자취방이라니 더욱 최악이었다. 남자친구가 없는 자취방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게임이 되지 않는 자취방은 용서가 안 되는 것이었다.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금방 취업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않고 덜컥 독립부터 했다. 먼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도희가 후회할 거라며 말렸지만, 무슨 깡인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아 건물 비번 키, 현관 도어락과 24시간 CCTV가 설치되어있으며 드럼세탁기와 인덕션이 옵션으로 들어있는 꽤 안전해 보이는 신식 원룸을 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달이 내야 하는 월세를 부모님께 손 벌린 지 오래였다. 취업에 대한 굳은 의지도 면접에서 몇 번 까이고 나자 수그러들었다. '나는 딱 봐도 쓸모없어 보이는 얼굴인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종종 뜯어보게 됐다.

 

 면접 분위기가 별로여서 딱 봐도 불합격의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면 수향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들어가도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좁디좁은 방. 스스로 소음을 만들지 않으면 고요함에 미쳐버릴 것 같은 방. 그토록 원하던 독립이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던 그림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아침의 풍경을 만끽한 뒤, 잘 다려진 셔츠와 몸매를 드러내는 펜슬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현관문을 나선 뒤 지하주차장으로 가 자신의 애마인 아우디 정도의 외제 차를 몰고 회사로 출근하는, 적어도 그 정도가 수향이 상상하던 미래였다.

 

 막상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보니 창밖 뷰니 외제 차니 그런 것보다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이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점점 수향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한편으론 그래선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자신 또한 느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시작한 것이 게임이었다.

 

 그리고 무지하게 빠져들어 버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파티를 맺고 던전을 돌다보면 전우애와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뿐이랴? 매일매일 접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가 눈에 익기 마련이었다. 그러다 보면 안부 인사도 하고 친구도 맺게 되었다. 진짜 친구들보다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게임 속에서.

 

 때로는 익명이란 게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줄 때가 많았다. 수향은 그중에서도 '밤의황녀k'와 자주 던전을 돌았다. 수향의 주 캐릭은 남자 검사였고, '밤의황녀k' 줄여서 '황케이'라고 불리는 인물의 주 캐릭은 여자 힐러였다.

 

 밤의황녀k : 물내음님과 같이 던전 돌면 든든하다니까

 물내음 : ㅋㅋㅋ황케이님 너무 나만 믿고 설렁설렁 하는 것 아님?

 밤의황녀k : 뒤에서 열심히 힐 할테니 걱정 ㄴㄴ

 물내음 : 황케이님 최고!

 

 수향과 황케이와의 친밀도는 매우 높았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수향은 황케이가 좋았다. 매일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고 가끔은 고민상담도 해주었다. 첫째였던 수향이 늘 갖고 싶었던 언니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처럼 게임의 정기점검 시간이 긴 날은 무얼 해야할 지 막막했다. 넣어둔 이력서는 잔뜩인데 핸드폰은 고요하기만 했다. 가끔 햄버거 1+1 데이 같은 이벤트 메시지가 날아왔지만, 그 1+1은 혼자 먹기엔 너무나 많아서 자신에겐 쓸모없는 것이란 게 더욱 슬퍼지게 만들 뿐이었다.

 

 나 외로운 건가?

 

 선천적으로 강약 중 강약 같은 완급조절에 약한 수향은 연애 필수스킬인 밀당에도 취약했다. 연애를 오래 하는 것들은 뭐가 그렇게 다르길래 몇 년을 만나는 걸까. 시작까지는 순조로우나 그 뒤가 엉망진창이라 짧게 끊어지던 자신의 연애는 뭐가 문제인 걸까. 이제는 어차피 얼마 못 갈 것을 알기에 시작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게 되었다. 키보드와 마우스질 몇 번에 전우애가 불타는 동료들과 미션을 클리어 하는 게 더 좋았다.

 

 그때였다.

 

 번영그룹에서 메시지가 온 것은.

 

 [번영그룹 신입사원 공개채용 결과] 2017년 번영그룹 신입사원에 최종 합격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향은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메시지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10분 동안이나. 진짜였다. 번영그룹은 너무나

  가고싶었던 곳이었지만, 지원자들에 비해 스펙이 딸린다고 생각해서 포기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합격이라니!

 

 갑자기 좁디 좁은 원룸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졌다.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날린 뒤 침대에 누웠다. 수향은 지긋지긋한 백수생활이 끝난 기쁨을 정기점검이 끝나는 대로 황케이에게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마음 편하게 잠이 든 것은.

 

 

 

 

 

 입사 첫 날 아침, 수향은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화장을 공들여서 했다. 첫인상은 무조건 중요하다는 동생의 조언을 되새겼다.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위해 오늘만은 좋은 이미지를 남기겠노라 결심했다. 검은색 스틸레토 힐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어쩐지 꿈꾸던 자신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이 들었다. 어제까진 좁은 방안에서 게임에 목을 맸었지만, 오늘부턴 다를 것이다. 달라야만 했다.

 

 8시 정각.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까지는 수월했다.

 

 하지만 역을 하나씩 지나칠수록 탑승하는 사람들은 불어났고,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정하게 묶었던 포니테일이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던 누군가의 팔꿈치에 맞아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그걸 수습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 차려자세로 꼼짝없이 갇혔다. 앞뒤 좌우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수향을 압박했다.

 

 결국, 자신의 목적지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내리는 강남역에서 엉망이 된 몰골로 내린 수향은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도 수습하고 옷매무새도 수습하느라 시간을 좀 날렸지만, 일찍 나선 덕에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스틸레토 힐의 굽이 그다지 높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급하게 회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트를 입은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그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그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 수향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직장 하나 얻었을 뿐인데, 이렇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다니!

 

 사뿐한 걸음걸이로 등을 쭉 편 채 지하철역에 들어선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에 슬쩍슬쩍 눈길을 주며 걷는데 불쑥 검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다가왔다고 느끼는 그 찰나에 차갑고 이상한 질감을 가진 무언가가 철퍽, 하며 날아와 수향의 뺨을 쳤다.

 

 "헉! 죄송합니다. 아...이를 어쩌요?"

 

 눈앞의 남자는 당황한 듯 수향을 향해 손을 뻗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수향의 눈치를 살폈다.

 

 "제가 휴..휴지 사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수향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남자는 사라졌다.

 

 수향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의 쇼윈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려 셔츠를 적신,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그 보라색 액체의 정체는 블루베리 스무디였다.

 

 바닥을 뒹구는 반쯤 비어버린 스무디 컵을 보다가 쇼윈도를 보다가 정신이 멍하던 수향은 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출근 시간 까지 30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신입의 도리로서 적어도 20분은 일찍 도착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화장과 셔츠가 엉망이었다. 수향은 울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었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수향을 힐끔 보곤 지나쳤다.

 

 "날 이 꼴로 만든 새끼는 어디로 튀어버린 건지..."

 

 분노로 부글거리는 속을 애써 달래며 얼굴이며 옷에 묻은 것을 대충 훑어냈다. 하지만 이미 보라색으로 물들어버린 흰 셔츠와 지워진 화장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끈적끈적하고 찝찝해서 당장 집으로 가 온몸을 씻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남자가 헉헉대며 앞에 서더니 일회용 티슈와 물티슈를 내밀었다. 커다란 뿔테안경에 회색 후드티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몇 년을 신었는지 알 수 없는, 흰색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회색 컨버스까지. 어딜 봐도 구질구질해 보였다. 키가 크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셔츠는...어떡하죠. 이 근처 옷가게들은 아직 문을 안 여는데...정말 죄송합니다. 제 티셔츠라도 빌려드릴까요?"

 

 수향은 남자를 노려봤다.

 

 "그런 걸 입고 어떻게 출근을 해요?"

 

 "아, 그렇구나. 죄송합니다...정말로...제가 부주의해서..."

 

 "어떡할거에요? 지금 출근해야 하는데 셔츠도 엉망이고......씨발."

 

 수향은 표현할 길 없는 억울함을 욕으로 표현했다.

 

 "씨발..."

 

 "뭐요?"

 

 "아니, 저한테 욕하는 사람 처음 봐서요..."

 

 욕나오는 짓을 하고 자기한테 욕한 사람이 처음이라며 놀라는 꼴이란. 수향은 기가 찼다.

 

 화장실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어 물티슈로 스무디가 묻었던 부분의 화장을 밀어낸 뒤 파우치에서 화장품을 꺼내 수습했다. 파운데이션이 없어 파우더를 열심히 두드려도 얼룩덜룩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셔츠도 자켓으로 최대한 가려보려 했지만 수습 불가였다. 수향은 그대로 출근하기로 했다. 부끄러움보다 당장 닥친 '첫 출근 지각'이라는 문제가 더 시급했다. 남자는 수향이 수습하는 동안에도 곁은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수향이 그 자리를 떠나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따라오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수향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

 

 "죄송하다고 하면 다예요?"

 

 "...아니요. 하지만 무슨 말을 더 해야할 지..."

 

 수향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체크했다. 출근시간 15분 전이었다.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제 셔츠 새 거 거든요? 그거 물어주시고요. 오늘 제가 첫출근인데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손해배상 청구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이런 상황도 손해배상 청구...그런 게 되나요?"

 

 "저기요. 미안하다는 사람이 할 말이에요?"

 

 "아, 아닙니다. 셔츠값은 제가 물어드릴 테니까 명함이나 뭐 연락처라도..."

 

 "오늘 첫 출근인데 명함이 있겠어요?"

 

 "그럼 제 명함을 드릴 테니까 연락주세요. 블루베리 스무디라고 하시면 알아들을게요..."

 

 남자는 수향에게 명함을 건넸다. 수향은 받자마자 가방에 아무렇게나 던져넣었다.

 

 "그거 그렇게 하면 구겨지는데..."

 

 "퇴근하고 연락할테니까 이제 따라오지 마세요."

 

 수향은 차갑게 말하곤 계속해서 걸었다. 남자는 발걸음을 멈췄다. 바삐 걸어가는 수향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

 

 "나도 이쪽으로 출근하는데..."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음속으로 10부터 1까지를 천천히 센 뒤 걷기 시작했다. 첫 출근인 사람한테 시련을 주었다는 게 미안했다. 사과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당황한 마음에 무작정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게 떠올랐다. 연락이 오면 다시 사과하자고, 남자는 결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수향의 뒷모습이 보였다. 총총거리며 걷는 바쁜 토끼 같은 뒷모습에 남자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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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루베리스무디 2017 / 11 / 6 392 0 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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