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나만이 널 가질 수 있다
작가 : Lido
작품등록일 : 2017.11.6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2화
작성일 : 17-11-06 22:5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715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하루하루 매일을 울었다. 독한 년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면서 지냈지만 결국 억눌렀던 감정은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항상 중심의 논란거리였고, 학교의 논란거리였다. 어두웠던 학창 시절. 나의 인생을 짓밟은 역겨운 인간들. 하나씩 떠오른다. 답답하다며 내 앞머리를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고 깔깔대며 웃는 지저분한 놈들이 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더러운 세상을 맛봤다.

 

 

 "공 선생님...공 선생님?"

 

 

 누군가 나를 깨운다. 이제야, 십년이 지나서야 겨우 행복에 젖어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런데 신이라는 존재는 나의 모든 것을 뺏어갈셈인가? 아픔, 상처, 절망, 좌절 그 모든 것들이 떠오르면서 내 눈이 벌떡 떠졌다.

 

 

 "공선생님!"

 

 "하아..."

 

 

 쉽게 뜨고 싶지 않았던 만큼 눈을 뜨자마자 불쾌감이 한번에 쏟아졌다.

 

 

 "장 선생님.."

 

 "괜찮으세요?"

 

 "여긴 어디죠?"

 

 "강 여운선생님 방이에요. 갑자기 쓰러져서 놀랬습니다."

 

 "아.. 요즘 피곤했나 봐요."

 

 

 내 옆에서 지금까지 지켰던 모양인지 장 성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여운의 방이라니. 일단 장 선생님이 이 방에 같이 있음에 안심이 됐다. 눈을 뜨고 방안을 살피며 강 여운을 찾지만 없다. 그의 부재에 한시름 놓았다. 나는 장 선생님의 팔을 짚고 몸을 일으키며 벽에 기대어 앉았다. 물건을 아직 다 정리 못했는지 방 곳곳에 놓인 상자나 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앞이 막막해졌다.

 

 

 "강 여운 선생님을 아십니까?"

 

 "네? 아..."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지.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그녀석이 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모른다고 잡아떼기 무서웠다. 진지해 보이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잘 넘어갈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보다 한층 낮아진 중저음이었지만 시간의 흔적을 제외하곤 그대로였다. 나는 확실히 녀석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간담이 콩알만 해졌는지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분명 나는 녀석의 목소리 한음절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었다. 십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러고 있다니. 내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아, 모릅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장 선생님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 좁은 공간에 녀석과 나뿐만이 아닌 장 선생님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나이도 나보다 하나 아래. 하지만 실력이나 성격이나 얼마나 좋은지 재활치료팀 전체에서 얼마나 인기인인줄 모른다. 평소에도 자주 왕래하는 팀이라서인지 프로젝트팀의 소속되었다 할 때부터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아, 조 간호사님께 약 부탁했으니 받아 드시면 될겁니다."

 

 "아 그럽니까? 제가 갈게요. 공 선생님."

 

 

 강 여운이 말했다. 얼른 이 방을 벗어나고 싶어한 내가 일어서려하자 장 선생님이 나를 제지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갔다온다며 벌떡 일어섰다. 간다고?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놓쳐버렸다. 허무하게 내 손을 빠져나가는 장 선생님은 내게 얼른 오겠다며 안심을 시켜준 뒤 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강 여운을 보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하지만 절대 그의 말을 들어줄 녀석이 아니었다.

 

 장 선생이 나가자 불안감이 증폭된 나는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으려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정적이 흘렀다. 안정이건말건 긴장의 연속에 지친건지 속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먼저 무거운 입을 뗀 건 그 녀석 쪽이었다.

 

 

 "오랜만이다?"

 

 

 능글능글하게 웃던 그대로 녀석은 본래의 모습으로 나왔다. 침착하고 담담한 표정은 이미 벗어 던졌다. 비틀린 입꼬리로 가지런히 웃으며 녀석은 나를 마주보았다. 장 선생님이 앉았던 의자를 녀석이 빼들어 앉았다. 녀석과 거리가 가깝다. 너무 가깝다. 지나치게.

 

 

 "그래."

 

 

 무덤덤한 내 대답에 녀석의 핏기서린 눈동자가 더욱 빨개졌다. 더럽다. 기분은 더러웠다. 내 인생을 망친 녀석을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이야. 내가 한 몸 바쳐 일하는 직장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빌어먹을 인생이었다. 11년 만에 이런 식으로 녀석과 재회할 줄은 미처 몰랐다.

 

 

 "반갑네. 아주."

 

 

 목을 앞뒤 좌우로 까딱하더니 침대에 팔을 걸고 턱을 괴었다. 나를 보는 녀석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칼날같이 섬뜩한 눈빛. 그 속에 자리 잡은 휘어진 눈동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언제 어디서 내 목을 쥐고 바닥에 쳐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모른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뭘. 나도 불편해질까봐 그렇게 말해준 것뿐이야."

 

 "너를 여기서 만날 줄 몰랐어."

 

 "나도 마찬가지야.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면.. 네게 미안한 감정도 있어."

 

 

 과연 사실일까. 나는 종종 상상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난 뒤 아르바이트를 전전 할때도,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도 간혹 녀석이 나를 찾지 않을까. 녀석은 내게 불가피하게 뗄수 없는 존재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도 가끔씩 꿈속에 찾아왔다. 내게 와 무릎을 꿇고 지난날의 잘못을 비는 상상도 물론 해보았다.

 

 하지만 막상 직접 녀석의 입에서 들어보니 생각했던 만큼 기분은 상쾌하지 않았다. 감정하나 실어있지 않은 저 말을 어찌 믿으리. 공허함만 밀려올 뿐이다.

 

 

 "가볼게. 난, 이만. 장 선생님한테는 먼저 갔다고 말해줘."

 

 "그러지 뭐."

 

 

 녀석은 순순히 나를 보내주려 했다. 턱을 괸 손을 의사가운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 일어섰다. 앉아있던 나는 치마를 정리하며 조심히 간이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끈적이면서도 집요한 시선이 쫓아왔다. 긴장했는지 식은땀 난 이마를 훔치며 녀석의 시선을 모른 척 했다.

 

 

 "나머지 일정은 장 성혁 선생님한테 들어."

 

 "알겠어."

 

 

 강 여운의 당당함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는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수치스러움까지 몰려왔다. 그가 고등학교 그대로이면 어쩌지? 나는 제발 아니기를 빌었다. 개과천선까진 필요 없고 양심이나마 조금이나 챙기길 바랐다. 겨우겨우 심리적으로 회복한 이 병원에서의 내 위치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는다. 아니 다시 한번 옛날의 그 상황을 겪게 된다면 이번에는 내 자신이 산산조각 부서질 거라고 확신했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문을 나서려는데 녀석이 말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여유로운 웃음을 보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

 

 -과거-

 

 

 

 하나같이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는다. 나는 그 속에 갇혀 있었다. 비록 입으로 내뱉은 웃음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무언으로 나를 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구름이 3일 만에 들어가고 눈부신 태양이 떴다. 눈 아래까지 길게 내려뜨린 앞머리로 앞을 가리고 가방을 최대한 밀착하여 메고 걸었다. 지긋지긋한 학교생활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끌벅적한 교정 안을 걸으면서 나는 최대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방 좀 뺏어봐."

 

 

 악덕적인 만행이 내 눈앞에서 오간다. 내 주위를 맴맴 돌며 가방을 낚아채려고 기회를 엿보는 그들을 피하며 나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뭐야. 쫄은거야?"

 

 

 쫄기는. 오늘 가방을 뺏긴다면 이따 영어시간에 쓸 영어사전을 빼앗기고 만다. 그나마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그 사전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앞으로 쓸 사전을 영영 잃어버리는 꼴이 되었다. 하는 수 없었다. 다시 사전을 살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내손으로 지켜야 할 수밖에.

 

 

 "야, 잡아."

 

 

 차 명환이 말했다. 그러자 길쭉한 얼굴의 녀석이 나타나서는 내 팔을 붙들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자주 내 주변을 알짱거리는 놈이라는 걸 안다. 나와 같은 학년인건 아는데, 같은 반은 아닌. 하지만 저 녀석이 차 명환과 강 여운의 패거리라는 것쯤은 알았다.

 

 

 "이히히히."

 

 

 비열하게 웃는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괜한 자존심 챙기려고 떳떳하게 허리를 펴는 순간 나의 가방은 그들의 손에 빼앗겼다.

 

 

 "줘."

 

 "뭐라고?"

 

 "달라고!"

 

 

 이래봤자 소용없다는 걸 안다. 강 여운의 패거리중 제일 악랄하다 소문난 차 명환이었다. 그 녀석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가방을 흔들며 골려댔다. 나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시키고 싶어 한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좀 봐봐."

 

 

 그들은 개떼처럼 몰려들어 정신없이 내 가방을 뒤졌다. 그들은 더 이상 죄의식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사전이랑. 교과서뿐인데?"

 

 "사전 좀 봐. 아 놔 구질구질 해. 때 구정물 나오겠어."

 

 

 가난한게 죄가 되냐. 나는 빼앗긴 걸 되찾아오고 싶었지만 뒷걸음질 치며 장난치는 그들을 쫓을만한 여력도 능력도 없었다. 동네 아주머니가 사법고시 합격한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썼다던 10년 이상 지녔던 사전을 선물로 받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우리 집에서 그만한 사전을 준비할 여력은 없다고.

 

 

 "더러워. 냄새도 나는 것 같애."

 

 

 상처를 받는 것은 이제 그만두기 했지만 또래나이의 녀석들이 이따금씩 말하는 걸 들을때면 어김없이 가슴에 생채기 내듯 시렸다. 멘탈이 흔들렸다. 이런 것이 상처받고 있다는 증거겠지. 나는 손을 쭉 뻗으며 그들을 잡으려했지만 한 뼘치 이상 큰 녀석들의 키를 제압할 수는 없었다.

 

 

 "여운이 자식한테 보여줄까? 등교 했을라나?"

 

 "모르겠다. 가자. 키킥."

 

 

 차 명환의 제안에 길쭉한 얼굴의 녀석이 맞장구치며 웃었다. 그들은 쥐새끼처럼 웃고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 여운이라면 그래도 낫다.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아니니깐. 일단 포기하고 천천히 걸었다. 건물 창문사이로 삐죽이 내 모습을 보는 몇몇들의 얼굴이 눈에 보인다. 길가다 멈추고 나를 지켜보며 구경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않았지만 이들은 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 괴롭힘을 당했을 때는 주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 생활이 하루, 이틀, 한 달을 겪으니 우리 학년은 이미 나를 그럴 대로 보고 있었다. 내 곁에 친구는 한명도 남지 않았다. 신경조차 쓰지 않는 무심함이 더욱 상처로 다가왔다. 그리고 2달이 지나고, 3달이 지나자 전교생은 인정했다. 아니 일관하며 구경했다.

 

 

 "여운아, 봐봐. 사전 좀. 니네 오늘 영어 들었어?"

 

 "응. 나도 가져왔어."

 

 

 차 명환은 자랑스럽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차 명환의 뒤를 따라 교실에 들어오자 강 여운의 얼굴이 보인다. 그는 구두를 신발장에 넣고 뒷문으로 들어오는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강 여운은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들의 물음에 하나씩 대답해주고 있었다. 그는 걸상에 걸린 가방을 열더니 새것같이 반질반질하고 두툼한 영어사전을 꺼내 들었다.

 

 

 "이열, 역시 사전하나 때깔 좋구만? 비교 된다 비교돼 그치 키킥."

 

 

 두 사전을 나란히 책상 위에 놓고선 뭐가 웃긴지 차 명환과 그의 무리가 배꼽잡고 웃는다. 뭘 그렇게 쳐다봐. 너도 쟤들처럼 웃지. 나는 시덥잖은 강 여운의 시선을 받으며 책상에 앉았다. 녀석처럼 맨 끝과 맨 끝이었지만 녀석과 나는 서로 반대편 분단에 자리였다. 나는 쓰레기통과 뒷문이 있는 맨 뒷자리였고, 녀석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창가자리였다. 자리만 봐도 녀석과 나의 차이를 여실이 알려준다.

 

 

 "뭐, 그렇지."

 

 

 녀석의 말과 동시에 나를 지켜보던 시선이 거두어졌다. 그제야 나는 녀석들의 쪽을 편히 쳐다볼 수 있었다. 내 사전을 훑어보는지 건드리고 있는 녀석의 무심한 표정을 쳐다보며 그 사전을 어떻게 찾아와야하나 싶었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부딪치다보면 상황이 알아서 잘 해결해주리라 믿었다.

 

 나는 강 여운을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그 존재를 늦게 깨달았다. 나를 이렇게 초라한 존재로 만든 장본인이 강 여운이라는 것을 괴롭힘을 당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깨달았었다. 고3때부터 시작한 따돌림을 늦게 눈치 챈 것도 있다. 하지만 둔한 것도 아니고 눈치도 없는 것도 아닌 내가 녀석을 믿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믿은 것이 아니었다. 나와 녀석의 연결고리에는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았었기에.

 

 친구이기는 했다. 고1 처음 들어왔을 때 녀석과 같은 반이였다. 하지만 그다지 친한 편도 아니라 몇 번 대화를 나눈 것이 고작이었다. 남다른 배경과 수려한 외모. 성적도 좋아 들어올 때부터 반에서 난리가 났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름을 날렸던 건지 소문이 난건지 너도나도 그와 친해지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물론 나도 녀석과 친구이길 원했던 적은 있었다.

 

 

 "자, 이거."

 

 

 성적이 떨어진 날 벤치에 앉아 울었다. 집에도 들어가기도 싫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우는 것도 싫어 종례시간을 마친 한참 후에 벤치 위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때 먼저 휴지를 건네준 것이 강 여운.

 

 

 "고마워."

 

 

 순순히 받아들어 질질 짜고 있던 눈물과 콧물을 훔쳤다. 그때 만해도 내가 녀석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 모른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귀에 퍼져나가지는 않겠지 싶어 마음이 놓였다. 녀석이 주고 간 휴지로 마지막 눈물까지 훔친 뒤에 일어섰을 때 건물 뒤편에서 나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강 여운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본건지 아님 도대체 뭐하고 있었던건지.

 

 그리고 한 학년 올라가자 녀석과 다른 반이 됐다. 멀리 떨어진 반도 아닌 바로 옆 반. 인사는 물론 눈인사조차 주고받은 적도 없었다. 나는 숫기도 없었고, 자신감마저 바닥이었다. 물론 그 것이 가정형편 때문인지 기질적인지는 몰라도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으며, 먼저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같은 반이였을 때조차도 인사를 나눈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안녕."

 

 

 그때 만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몇 번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가던 평소 때와 달리 복도를 지나치는데 녀석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딱 한번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혼자 지나갔지만 타이밍인지 정신을 팔고 있었던건지 인사를 받아칠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입도 벙긋 못하고 얼굴만 스윽 쳐다보고선 그대로 지나쳤다. 고의가 아니든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겠단 생각을 했었다.

 

 친하지도 않고 옆자리에 앉았던 적은 없었지만 내 대각선 앞자리에 앉았던 적이 있다. 불편하든 뭐든 간에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녀석의 웃음이 그만의 트레이드마크였고 그가 인기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빛이 났고 그만큼 빛이 날수록 나도 그와 친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꿈꿔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책상에 연필과 수성사인펜으로 낙서한 것을 지우개로 빡빡 지웠다. 누가 놓고 간 건지 책상 위에 지우개가 놓여있었다. 그래도 이 반에서 나를 안쓰럽게 보는 이가 있긴한가. 서랍에 한가득 쓰레기 가득 찬 걸 뒤편의 휴지통에 버렸다. 더 이상 이런 취급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고민해봤자 부질없었다.

 

 

 "어..어... 야, 강 여운! 그걸 왜 거기다 버려!"

 

 

 목청이 교실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나와 관련된 일 것 같다는 생각은 머리보다 먼저 몸이 알아챘다. 반사적으로 돌아간 고개로 옆을 보자 창문이 열린 사이로 커튼이 바람에 팔랑이는 모습이 보였다. 강 여운의 손이 창문을 넘어서 바깥의 허공에 있었다. 무얼 버린거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24화. 안고 싶다 2017 / 11 / 25 276 0 5530   
23 23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3) 2017 / 11 / 25 239 0 5470   
22 22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2) 2017 / 11 / 25 229 0 6380   
21 21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1) 2017 / 11 / 25 250 0 6416   
20 20화 2017 / 11 / 20 253 0 5510   
19 19화 2017 / 11 / 20 262 0 5253   
18 18화 2017 / 11 / 20 223 0 6779   
17 17화 2017 / 11 / 20 242 0 7723   
16 16화 2017 / 11 / 16 235 0 6423   
15 15화 2017 / 11 / 16 252 0 5611   
14 14화 2017 / 11 / 16 256 0 6865   
13 13화 2017 / 11 / 16 239 0 6415   
12 12화 2017 / 11 / 16 235 0 4048   
11 11화 2017 / 11 / 13 244 0 7735   
10 10화 2017 / 11 / 13 258 0 5868   
9 9화 2017 / 11 / 13 250 0 7646   
8 8화 2017 / 11 / 11 240 0 8125   
7 7화 2017 / 11 / 11 234 0 6296   
6 6화 2017 / 11 / 8 234 0 7585   
5 5화 2017 / 11 / 8 238 0 8590   
4 4화 2017 / 11 / 6 224 0 7977   
3 3화 2017 / 11 / 6 254 0 5405   
2 2화 2017 / 11 / 6 252 0 7151   
1 1화 2017 / 11 / 6 413 0 613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