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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고백
작가 : 안비로움
작품등록일 : 2017.10.31

용의자들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되살려 체험할 수 있는 어느 이름없는 형사, 사건 미결로 정직을 당한 후 옛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복귀한다.

 
에피소드 1. 붉은 옷의 여인 (3)
작성일 : 17-11-06 16:14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6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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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당신을 떠난 이유는, 더 이상 누굴 사랑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론 부족한 거야?”

 

 “……몇 번을 물어봐도 내 대답은 같을 거야. 우린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보낸 날들이 당신한텐 아무것도 아닌 거야?”

 

 “날 기억에서 지워줘. 당신이 기억하는 난 그냥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니까.”

 

 “……가지마. 제발…….”

 

 

 “……님 ……사님! ……형사님!”

 

  흐릿한 순경의 모습이 점차 선명해진다. 그는 무척이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서에 도착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응. 지금은 괜찮아. 잠깐…….”

 

 “취조실로 모시겠습니다. 쉬시는 동안에 여러 가지로 바뀐 게 많습니다.”

 

  페달을 떼고, 시동을 끄고, 차문을 열고, 닫고. 마침내 반복되던 곳에서 벗어나 이어지는 꿈을 꾸었다.

 

  환상 속에서 드디어 그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깨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결코 흥이 나는 꿈은 아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전부는 내가 기억하던 것과 동일했다.

 

  순경이 인도하는 대로 나는 서 앞의 유리문을 지나 시멘트벽을 틀고 꺾어 곧장 취조실로 향한다.

 

  사람들은 가는 길마다 의아한 표정으로 마치 체포된 범인처럼 나를 지켜보거나 금세 나임을 알아보고 내게 악수를 청한다.

 

  마침내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곤 문 앞에서 순경을 보낸다.

 

  그는 미소와 함께 가볍게 목례한 뒤 복도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철제로 된 취조실에 들어서자, 초조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던 추리닝 차림의 남자가 재빨리 자세를 고쳐 나를 맞이한다.

 

  나는 어느새 세 개의 담배 밖에 남지 않은 담뱃갑과 마담에게서 건네받은 서류봉투를 책상에 내려놓고, 건너편에 앉은 남자에게 거친 인사를 전한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또 만났네요. 철환씨. 다음번엔 이런 식의 만남은 피하자고 얘기했을 텐데요.”

 

 “……인사 한 번 고약하네요. 전 제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을 두 명이나 떠나보냈습니다.”

 

 “두 번의 사건에 모두 당신이 연관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겐 지금 당신의 감정보단 당신의 알리바이가 훨씬 중요해요. 슬퍼할 시간은 이 대화 뒤에 가져도 충분할 테죠.”

 

 “……그렇게도 듣고 싶은 게 많습니까? 그렇다면 좋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하지만 당신이 이 이야기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요.”

 

  내 이름은 A, E의 곁에 함께했던 그녀의 마지막 가족.

 

  달빛이 들지 않는 2층 복도, 그 구석진 방에서 나는 다시 비명과 함께 잠을 깬다.

 

  오늘로 벌써 3년이다.

 

  아버지를 잃고 가족의 품에서 나를 억지로 꺼낸 지. 저택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와 도시 변두리 주택에 자리 잡은 뒤에도, 너무 깊게 박아 뽑아낼 수 없는 못처럼 아버지가 사라진 그날의 뿌리 깊은 악몽은 나를 사정없이 휘저어 놓고 있다.

 

  수면제, 신경안정제, 상담치료, 명상, 여행. 악몽을 없애려던 그 어떤 시도도 결국엔 못을 더 깊게 박히게 만드는, 의미 없는 망치질일 뿐이었다.

 

  침대를 박차고 나와 베란다에 들어선다. 그나마 위안이 될까하여 담배를 꺼내 문다. 그래, 이 온기만은 계속 불붙이는 한 끝나지 않으리라. 이 짧은 휴식 시간과 곁에 남은 아내가 내겐 이제 마지막 남은 기쁨이다.

 

 “여보! 저녁 먹어!”

 

  그녀의 이름은 U, 십 수 년 전 헤어졌던 나의 첫 사랑. 짧은 단발머리와 온화한 얼굴, 도톰한 입술과 옅은 눈썹에 진한 고동색의 눈을 지닌 그녀와 몇 달 전 재회했을 때 나는 한 번 더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때의 그녀 역시 나를 기억하곤 환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린 시절의 두 사람과 달리 서로는 정식으로 사랑을 고백했으며 그 뒤론 거짓말처럼 결혼까지의 모든 일들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아내는 내 정신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최후의 지지대가 되어 주고 있다.

 

 “응? 응, 먹어야지. 좀 이따 내려갈게.”

 

 “괜찮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어, 왜?”

 

 “먼저 내려가 있어. 금방 갈게.”

 

  현재의 나는 굶주려 있다. 헌데 필요한 것은 비단 음식 뿐만은 아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악몽의 원인에 대해 말했었나? 악몽은 사라진 아버지, 그의 ‘실종’에 관한 협박에서 비롯된 것. 난 그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은 내가 쉽사리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내 입과 손과 발을 묶은 후 죽음을 선사하길 원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이 내가 죽길 바라는 이유에 대해 굶주려 있다.

 

  그 사람이 나의 입과 손과 발을 묶는 방법은 바로 편지. 몇 개월째 매달 말일, 자정에 도착하는 편지에는 온갖 험악한 표현들로 나의 죽음을 재촉하려는 글이 가득하다.

 

  결혼 후 아내는 몇 장의 종이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날 발견하곤, 봉투의 밀랍을 굳게 눌러 닫고 옷장 깊숙한 곳 상자에 전부 집어넣어 문을 걸어 잠갔다.

 

  헌데 어젯밤, 아내가 잠들었을 때 건네받은 편지에는 협박의 말 대신 상자를 열어보란 유혹의 글이 적혀있다. 그 사람은 어떻게 상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사람의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의 악몽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편지가 전하는 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볼까.

 

  편지를 집어삼킨 괴물 입속으로 손을 집어넣을까. 불규칙하게 돋아난 이빨이 날 물지만 말았으면.

 

 “A, 뭐하는 거야!”

 

 “……편지, 읽어보려고 다시.”

 

 “갑자기 왜 그래! 여태껏 잘 참아 왔잖아.”

 

 “……다시 보게 해줘.”

 

 “맘대로 해! 정 원한다면 말릴 생각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다시 악몽에서 깰 때, 위로해 줄 사람은 없을 거야! 그거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붉어진 얼굴에 성난 표정을 덧입히고서 나를 말린다.

 

 “……다시 약해 지지마. 예전처럼 당신 약해진 모습 다시 보지 않게 해줘.”

 

 “……그렇게 되지 않을게. 보지 않게 만들게.”

 

 “……고마워, 여보. 자, 같이 밥 먹으러 내려가자.”

 

 “미안해. 난 단지, 다시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어. 한 번 더 들여다보면. 한 번만 더 보면…….”

 

 “내 말을 믿어. 지금은, 내 말을 들어.”

 

 “……알겠어. 내려가자.”

 

 “나 배고파. 당신도 배고프지? 맛있는 거 해놨으니까 알아맞혀 봐.”

 

 “……진짜 맛있는 냄새 난다. 뭐 만든 거야?”

 

  나는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지난날을 회상해본다.

 

  악몽에 꺾여 지나치게 피로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한 결단으로 난 1년 전 일을 그만 두었다.

 

  아니 그것보단 더 이상 온전한 상태로 일을 할 수 없다는 편이 맞을 터.

 

  매달 퇴직금으로 아내와 하루살이 같은 삶을 연명하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편지와 함께 아직 상자 속에 오랫동안 가둬져 있다.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방을 향해 질주한다.

 

  편지의 꾐에 넘어가 발신자의 욕망을 실천에 옮기려 한다.

 

  끝없이 날 괴롭히는 저주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리라.

 

  상자를 지키는 괴물의 날카로운 이빨에 손 하나쯤은 잃어도 좋다. 어떠한 대가도 지금은 지불할 수 있다.

 

  다행히 아내는 아직 부엌에 있다.

 

  틈을 노려 편지를 꺼내자. 두 눈은 환희로 가득 떨고 있다.

 

  조금씩.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그녀가 걸어온다. 조금씩. 그녀가 움직인다. 조금씩. 그녀가 날 발견한다.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온다. 조금씩. 한 움큼의 편지를 손에 쥔다. 두 눈이 날 노려본다. 나는 웃음 짓는다. 그녀의 표정은 굳는다. 조금씩, 조금씩.

 

  원하던 것을 얻은 순간, 뒤에서 나를 지켜보던 그녀의 실루엣은 비명과 함께 천천히 뒤로 사라지고 문이 세게 닫힌다.

 

  있는 힘껏 집 밖으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지금, 그녀의 안위는 나의 2순위 걱정일 뿐. 이 악몽을 잠재울 수 있다면 나는 내 온전한 정신과 함께 집을 나선 아내를 단기간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날 끊임없이 조롱하던 봉투 중앙의 밀랍을 뜯어낸 뒤, 나는 상자를 열라 말하던 편지의 다음 줄을 읽어 내린다.

 

  그의 말을 따라 움직인 순간, 편지는 손에서 떨어져 꽤 뭉툭한 소리를 낸다. 편지의 첫 글자들은 하나같이 나를 겨냥하고 있다.

 

 ‘당.신.은.반.드.시.내.손.에.죽.어.야.한.다.’

 

  도망쳐야한다. 하지만 어디로? 여전히 그 사람은 내 죽음을 바라고 있다.

 

  대체 왜? 이유는 아마도 그를 두고 떠난 나에 대한 복수가 아닐까. 아내를 제외한 사람간의 관계가 허울뿐인 가식이었음을 깨달은 뒤에도, 결국 이렇게 될 것이었다면 나는 차라리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을 제공한 그에게 감사하며 곁에 계속 머물렀어야 했다.

 

 “젠장!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제발 날 좀 내버려둬!”

 

  나를 괴롭히는 그에게 원망의 목소리를 토해낸 뒤, 정신을 차리자 사라진 아내가 떠오른다.

 

  어디에서 그녀를 찾아야 할까. 그녀는 영영 떠나버린 걸까. 불안과 걱정만 속 안에서 가득 쌓여간다.

 

  어느 곳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과연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시작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되짚어보기로 하자.

 

  나는 고아였다. 부모님은 내가 일곱 살을 갓 넘긴 해에 함께 여행을 떠나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덤프트럭에 목숨을 잃었다.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는 경솔한 운전에 대한 죄책감으로 목을 매었다.

 

  상대편 운전자도 사고 당시 즉사, 트럭엔 변변한 블랙박스 하나 없던 터라 보험금은커녕 경찰은 쌍방과실이라며 사건을 종결했다.

 

  친가, 외가에 모두 가족이 있었으나 돈 한 푼 상속받지 않은 성장기의 꼬마아이를 받아줄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홀로 서야했다.

 

  그러나 작은 키의 꼬마에겐 너무도 험난했던 도시. 배고픔으로 길거리를 전전긍긍하던 나는 결국 분식집의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먹을 것을 훔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이 빠른 경찰에게 붙잡혔다.

 

 “도둑 잡아라, 도둑! 누가 저 놈 좀 잡아주세요!”

 

  내가 기억하던 부모의 모습과 다르게 사람들은 잔혹했다.

 

  뉘우치기 전까지 '도둑놈'이란 명찰을 달고 반성해야 한다며 분식집의 주인은 어린 내가 감옥에서 형을 살게 하길 원했다. 하지만 내 불우한 사정이 전해진 덕분일까. 하늘의 누군가가 도움을 주신 덕분일까. 판사는 내게 처벌 대신 고아원 행을 명했다.

 

  법원의 명령으로 경찰의 인도 하에 찾아간 고아원. 키 크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자신을 원장이라 소개하며 날 받아주었다.

 

  사랑했던 부모님을 잃은 뒤,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알게 해주겠다면서. 낡았지만 따뜻한 폐교 건물과 때 묻지 않은 순백의 아이들은 내게 절망 속에서 희망을, 과거 대신 미래를 보며 살아가게 하기 충분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꾸나! A.”

 

  나는 그곳에서 그들의 도움으로 가족을 잃은 충격을 서서히 지워나갔다.

 

  내게 그들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비록 고아원의 재정 상황 때문에 보통의 아이들이 원하는 옷이나 장난감, 맛있는 음식 같은 것들을 쉽게 얻을 순 없었지만, 나는 그 여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함께 뛰어 놀며 때론 다투고 또 화해하면서 서로의 관계도 더욱 깊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고아원으로 누군가 찾아왔다.

 

  검은 리무진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기품과 위엄을 지닌 한 사람. 원장님은 웬일인지 우릴 한 줄로 세워두고 그를 맞이하게 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눈대중으로 우릴 한 번 훑더니 이내 원장실로 들어갔다. 저 사람은 무슨 일로 여기 온 걸까? 우리 중 한 명을 데리러 온 걸까? 저 차는 얼마쯤 할까? 같이 온 사람들은 경호원이겠지? 우리 어디론가 팔려가는 건 아닐까?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 씩 뱉으며 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윽고 30분 쯤 뒤 그가 나오고, 우린 무언가에 쫓기듯 다시 달려가 일렬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우리 중 과연 누굴 선택하려는 걸까. 헌데, 그는 망설임 없이 걸어오더니 정확히 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와 같이 가지 않겠니?”

 

  나중에 안 얘기지만, 그는 결혼하고 몇 년 째 아이를 갖지 못해 입양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양을 결정한 뒤, 수십 곳의 고아원을 찾아다녔으나 결코 나와 같은 아이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마지막에 와서야 나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찾던 아이란, ‘어울리지 않는 상처를 간직한 아이’, 어리지만 성숙한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부부의 바람이었다.

 

  그는 들여다보는 아이의 눈빛이 그걸 말해준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내겐 그가 마치 꿈꾸던 모든 것을 이뤄줄 사람으로 비춰졌기 때문에. 그를 따라 곧바로 리무진에 올랐다.

 

  아이들과 완전히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의 그 선택이 사는 동안 날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 줄은, 그땐 몰랐다.

 

  리무진은 한참을 달려 어느 대저택 앞에 도착했다.

 

  기사가 차문을 열자 내 옆에 앉은 검은 양복의 신사는 내 손을 잡고 내렸다.

 

  그리곤 계단을 내려오는 한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내가 기억하던 어머니의 모습처럼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에 띠우고 내게 다가왔다.

 

 “어머, 네가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살게 될 꼬마구나. 반가워.”

 

 “아직 내 소개를 안했구나. 내 이름은 K고, 이쪽은 앞으로 네가 어머니라고 부르게 될 사람이란다.”

 

  아버지, 어머니. 고아가 되기 전, 나를 돌보아주던 그들을 잊고 이들에게 부모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당신도 참. 어머니가 뭐예요. 당신 기준에 맞추지 마요, 좀! 아이에겐 엄마가 훨씬 따뜻하지 않겠어요?”

 

 “그런가? 불편했다면 이해하렴. 우리 세대가 다 그렇지 뭐…….”

 

 “젊게 살아봐요, 나처럼. 나가는 걸 죽기보다도 싫어하니…….”

 

 “내가 뭘, 그냥 덥잖아 밖은.”

 

 “으이그. 참 내 정신 좀 봐. 자, 새 식구가 된 너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마음에 드니?”

 

  이 거대한 저택을 여는 열쇠와 따뜻한 옷. 그리고 눈높이에 맞춘 미소. 동물은 자신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아주는 사람을 가장 반긴다.

 

  어쩌면 나도 그들의 본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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