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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난세, 그리고 약속
작가 : 어둠속의빛
작품등록일 : 2017.10.30

"그때의 약속, 그런 말 따위 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지금 나와 당신은 적, 나의 주인을 위해 나는 당신을 칠 것입니다."
어지러운 천하, 혼돈 속에서 맺어진 약속. 서초 제일의 명장과 한나라의 대장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난세, 그리고 약속 》6회. 먹구름이 끼는 천하.
작성일 : 17-11-06 15:46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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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제는 결국 그렇게 죽었다. 차디찬 장강의 물속, 어린 소년 의제는 항우의 명을 받은 영포와 공오, 오예 등에 의해 물속에 가라앉았다. 끝까지 자신을 따르던, 목숨을 바쳐 그를 지키고자 하였던 충신들과 함께.

  의제가 죽자 영포는 파발을 함양의 항우에게 띄우고 자신은 구강으로 돌아왔다. 의제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밀려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구강의 도성인 육, 그는 모든 조회와 회의를 취소하고 쉬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치 파도처럼 죽어가던 의제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입고 있던 갑옷을 벗었다. 그런 그에게 한신이 다가왔다.

 

  "다녀오셨습니까, 대왕."

  "......"

  "소녀가 차를 준비하였습니다. 따뜻하고 향기로우니 대왕의 마음을 조금 진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신이 가져온 작은 상에는 약간의 과일과 함께 향기 가득한 차가 차려져 있었다. 평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말없이 의자를 가져와 탁자 앞에 앉았고 한신은 그 탁자에 자신이 차려온 작은 상을 내려놓았다. 말없이 차를 들어 입속으로 흘려넣고 과일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영포. 그것들이 그의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주었는지 그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밝아졌다.

 

  "일은 성공했습니다."

 

  의제를 죽이는데 성공하였다는 말을 듣자 한신의 표정이 살짝 떨렸다.

 

  "짐작했습니다. 대왕께서 직접 나선 일이니까요."

 

  곧 다시 분위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제 그들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의제를 죽인 것으로 그들은 천하의 공적이 될 것이다. 아무리 항우의 명령이 있었다고 하지만 직접 죽인 것은 영포, 만일 천하의 제후들이 항우에게 의제를 죽인 죄를 묻는다고 한다면 그는 과연 어찌 대답할까?

  모든 죄를 영포에게 뒤집어 씌울 가능성도 있다.

 

  "의제를 죽였으니 아마 조만간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패왕은 제후들에게 스스로 거병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으니 아마 반드시 군사를 일으킬 제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렇겠지요. 나 또한 그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니 이제 대왕께서도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칫하면 패왕과 함께 멸망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잘 생각을 하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는 것입니까?"

  "틈을 보아 패왕을 떠나십시오. 그것이 대왕을 구할 유일한 길입니다."

  "......!!"

 

  패왕을 떠나라, 즉 항우를 버리란 뜻.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패왕을 버리라니요."

  "패왕은 자신의 천하를 견고히 다지기 위해 의제를 죽였지만 사실 의제를 죽임으로써 패왕은 스스로를 죽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패왕이 제후들을 호령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의제를 중심으로 명분을 쌓았기 때문이니까요. 의제는 항씨가 진나라를 멸하기 위해 세운 상징이었습니다. 그 상징을 죽였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한다는 뜻이니 분명 이 기회를 틈타 일어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패왕이 천하를 분봉할때 불만이 많은 제후들이 한 둘이 아닌데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지요."

 

  한신의 눈은 정확하였다. 오래지않아 패왕이 의제를 죽였다는 소식이 사방으로 퍼지자 천하는 금세 흉흉한 기운에 휩쌓였다. 당장 패왕에 반발하여 일어나는 세력은 없었지만 각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각 제후들은 하나 둘씩 군사들을 양병하고 훈련에 들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 셋으로 쪼개진 제나라가 가장 시끄러웠는데 전영이라는 이가 항우에 대한 불만을 떠들고 다니며 자신이 세운 교동국의 왕, 전불에게서 군사를 받아내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대왕께서도 제나라의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남쪽 구강에 있지만 나도 소식통이 있는 사람입니다. 삼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지요."

  "예, 전영이라는 인물이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패왕께서는 함양을 벗어나셔서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패왕이 함양을 벗어나면 삼진도 위태로워질텐데."

  "물론 그렇지요. 벽지로 쫒겨난 한왕이 그냥 있을리 만무하지요. 하지만 이미 패왕은 천도를......"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패왕은 벌써 함양을 떠나 팽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천하를 아우른 패왕의 천도행렬은 가히 장관이었다. 선두에는 수많은 기치를 세운 기병들이 앞장서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수많은 보병들이 신하들을 호위하고 있었으며 금은보화와 온갖 보물을 가득 체운 수레가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 행렬이 장장 1백 리나 되었다. 이때 패왕 항우는 그 행렬의 중간에서 자신의 연인, 우희와 함께 수레에 타 움직이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함께 움직이는 신하들과 갑사들의 말에 의하면 수레에서는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패왕의 천도행렬이 지나가는 곳곳마다 백성들이 달려나와 그 행렬을 구경하였고 항우는 갑사들이 알려주면 그때마다 수레의 창을 열어 손을 흔들며 백성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초나라를 재건한 인물은 바로 항우, 그의 인기 역시 상당히 높았다. 백성들은 항우에게 패왕 만세를 외쳤고 항우는 병사들에게 백성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이나 재물을 나누어주도록 하였다. 그것은 수십 일이 지나고 팽성에 도착할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그마저도 금방 흩어지지 않고 항우로부터 여러가지 재물을 나누어 받고 난 후에야 완전히 해산이 되었다. 정신없이 바쁜 그 날이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자 패왕은 의제가 앉았던 옥좌에 높이 앉을 수 있었다. 용저나 종리매같은 쟁쟁한 무장들과 계포, 범증과 같은 이들은 항우에게 절을 올렸다.

 

  "패왕의 금의환향을 진심으로 경하드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패왕!"

  "고맙소. 과인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대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소. 이제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왔으니 어찌 이 기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인은 오늘 서초 전역에 대사면령은 물론, 곡간의 곡식을 풀어 백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려하니 경들은 속히 이를 시행토록 하시오."

  "예 패왕!"

 

  곧 패왕의 명이 서초땅 전역으로 퍼졌고 명령에 따라 3일간의 대연회가 벌어졌다. 수도 팽성은 물론이거니와 일개 작은 촌구석의 벽지까지 그의 명령이 전달되어 즐거운 연회와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백성들은 패왕의 성공을 기뻐하며 찬양하였고 드디어 진나라의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소식은 구강에도 전달되었다.

 

  "패왕이 서초에 대규모로 잔치를 벌였다고 하는구려."

  "기쁨을 이기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 기쁨을 백성들과 나누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제나라의 일만 없다면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지요."

  "범승상께서 제나라의 움직임을 모르실리 없을 것이오. 그런데 어찌하여 가만히 계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승상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제나라의 전영따위는 패왕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니 굳이 말리실 필요가 없겠지요. 민심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한신은 여전히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항우의 진정한 적은 제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의 진짜 적은 관중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파촉 벽지에 처박히게 된 한왕 유방이다. 항우의 제후분봉시기, 그의 가장 큰 견제를 받은 이가 바로 유방이었다. 휘하에 거느린 10만 대군은 전부 항우에게 빼앗겼고 고작 3만의 오합지졸과 함께 파촉으로 내쫒긴 유방, 그 사람이 항우에게 가진 원한은 전영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휘하 사람들 역시 결코 항우에게 뒤쳐지지 않았다. 번쾌는 세상이 알아주는 용장이며 관영과 주발 등은 사납기로 유명한 맹장이었다. 장량은 범증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군사였으며 소하의 손길이 닿은 함양은 그 짧은 시간만에 오랜 전란으로 피폐해진 성이 아닌, 과거 세상을 호령하던 대진제국의 도성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대왕님, 결국 패왕의 천하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이 평화는 큰바람이 불기 전의 고요함과도 같습니다. 그 바람에 휩쓸리게 되면 아무리 대왕의 힘이 강하다 하여도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왕의 구강이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부디 소녀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패왕을 떠나셔야 하옵니다."

 

  무언가를 감지하였는지 한신은 얼마 전부터 계속 영포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항우를 떠나야한다. 항우를 떠나야만 구강이 안전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도 영포의 대답은 똑같았다. 그는 패왕을, 항우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 분명 지난번에도 말했을 것입니다. 패왕이 나를 버릴지언정 나는 패왕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님!"

  "이미 나는 한번 천하의 주인인 의제를 죽였습니다. 어찌 그대는 내게 같은 행동을 두번 씩이나 반복하라고 하십니까. 더군다나 패왕께서는 나를 왕으로 세워주신 분, 어찌 내가 그 은혜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패왕이 살면 내가 사는 것이고 패왕이 죽으면 나도 죽을 것입니다."

 

  요지부동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 영포는 오랫동안 항우의 오른팔로 활약한 인물이었으며 전장에 나서면 항우는 반드시 영포의 추켜세워주었다. 그렇게 쌓인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우애야말로 어떤 것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강력한 우정, 갖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그들의 우정은 세상 그 어떤 실보다 튼튼하고 질겼다.

  하지만 한신이 보기엔 그 우정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위태로워 보였다.

 

  "대왕,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끝까지 패왕을 선택하시게되면 결국은 대왕도 위험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2년, 2년 안에 세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고 그로 인해 천하는 다시 한번 뒤집힐 것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십시오. 대왕께서는 구강의 백성들을 위해 의제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강의 백성들을 위해 패왕을 떠나셔야 합니다!"

  "내 대답은 변함 없습니다, 한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며 나의 힘이 다한다면 죽을 것이오."

 

  결국 한신은 영포를 설득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영포의 충성심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그대로 두면 항우와 함께 같이 나락으로 떨어질 너무도 위험한 충성심이었다.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옛 한나라가 무너지던 날,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던 젊은 장수를 그렇게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대왕.... 제발......."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십시오. 어떤 말을 하셔도 내 결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감히 패왕에게 도전하는 자, 이 영포부터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대왕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소녀,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

 

 

 

 

 

  "안에서 구할 수 없다면 밖에서 구할 수밖에. 용서하십시오, 영포님. 소녀는 당신이 무도한 항우와 함께 죽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소녀가, 이 한신이 당신을 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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