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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벨린의 노래
작가 : 아리움
작품등록일 : 2017.11.6

황제의 음치탈출 대작전!

‘리벨린 황제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나라가 망한다.’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고 얼마 되지 않아 리벨린에는 이상한 예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예언을 믿지 않았다. 황제는 노래를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하게 해야했다. 황제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악몽을 꿀 정도로 음치였다.

하지만 리벨린의 황제 진이 노래 선생을 구해달라고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2화 거절과 설득(1)
작성일 : 17-11-06 11:3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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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거절과 설득(1)

 

 유리나는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들고 싶어도 들 수 없었다. 그자가 제안했을 때 누구를 가르치는 건지 반드시 물어봤어야 했다. 검은 천으로 창을 덮어 밖이 보이지 않는 마차에 태울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어린아이라도 이곳이 어딘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역대 황제의 초상화가 붙어있는 벽,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휘황찬란한 장식. 왕궁이었다. 리벨린의 상징, 독수리가 수놓아져 있는 의자. 그곳에 앉을 수 있는 건 한사람뿐이었다. 황제 진. 유리나가 노래를 가르쳐야할 학생이었다.

 유리나가 고개를 들지 않자 진이 허리를 숙여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달달한 향이 확 끼쳐왔다. 황제의 초상화를 그린 자는 그에게 원한이라도 있었는지, 진의 얼굴은 초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리벨린의 황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유령 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 유리나는 지금 그 사람을 마주하고 있었다. 차라리 꿈이기를.

 

 “이름이 뭐라구요?”

 

 진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상냥하게 물었다. 유리나는 정신이 아득했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코 끝에 맴도는 달콤한 향 탓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유리나가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리나…….”

 “유리나, 이제야 목소리가 잘 들리네요. 원래 그렇게 목소리가 작아요?”

 

 유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진은 여전히 그녀의 턱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날이 따뜻한데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조금 차가웠다. 말없이 고개를 젓는 유리나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쁜 목소리는 밖으로 내어야죠.”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가르쳐야 할 분이 황제신지 모르고 와서…….”

 

 진이 유리나의 턱에서 살며시 손을 뗐다. 아직도 그의 손이 피부에 닿아있는 듯 화끈거렸다. 진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게른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군요.”

 

 게른, 그래 맞아. 그 남자. 여기까지 자신을 데리고 온 사건의 원흉. 그를 만난다면 크게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다. 황제라니.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인데 어떻게 말을 안 해줄 수가 있지? 조금 높은 분의 자제라더니 조금 높은 정도가 아니잖아. 유리나의 표정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진이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화가 났나 보네요.”

 

 유리나는 거짓말에 능숙했지만, 황제의 앞에 서니 머릿속이 하얘져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진은 유리나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유리나의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키려 했다. 유리나는 황제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놀라 손을 확 빼고 말았다. 진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진이 웃음기 사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더러워요? 유리나?”

 

 그의 말에 놀란 유리나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더러운 건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황제의 손을 뿌리쳤다는 생각에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목소리를 밖으로 내라고 말했어요.”

 

 그의 목소리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화난 게 분명했다. 유리나는 온 힘을 다해서 하고 싶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더러운 건, 저예요.”

 

 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유리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요.”

 

 유리나가 떨리는 손을 그에게 내밀자 진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일으켰다. 유리나가 살짝 휘청이자 진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 유리나가 움찔하자 진이 피식하고 웃었다. 유리나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유리나의 신경이 온통 그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내 소개를 안 했네요. 진이라고 합니다.”

 

 유리나의 허리에서 손을 뗀 진은 황제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공손하게 인사했다. 굳이 소개 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유리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게른에게 들었다시피, 당신이 노래를 가르쳐야 할 사람이죠.”

 

 그냥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보겠다고 온 건데.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억만금을 주더라도 황제를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게른,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그자부터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멍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이 참 많은 것 같네요.”

 

 유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진은 허리를 숙여 유리나의 얼굴을 보았다. 놀란 유리나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진은 그녀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크게 한걸음 다가와 아까보다 더 가깝게 섰다. 그의 숨이 유리나에게 닿을 것 같았다.

 

 “왜 자꾸 고개를 숙이고 있죠?”

 

 유리나가 놀라 고개를 들자 진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유리나의 시선은 여전히 그의 얼굴이 아닌 그의 두 번째 단추에 향해 있었다.

 

 “사람을 만날 땐 서로 얼굴을 보고 있는 게 예의 아닌가요?”

 

 유리나의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자 진이 물었다. 사람이라, 유리나는 리벨린에 온 후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노예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리벨린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귀족들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그 룰을 깨려고 시작한 게 진의 노예해방 정책이었다. 유리나는 그 덕에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사람으로 취급받는 게 익숙지 않았다.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그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녀가 노예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귀족을 앞에 두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유리나가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려고 하자 진이 다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턱을 잡던 손보다는 조금 억세다. 유리나가 얕은 신음을 내뱉자 진이 놀란 듯 손을 풀었다. 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다시는 엎드리려고 하지 말아요.”

 “네…….”

 

 유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대답했다. 진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저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음치라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황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유리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전의 자신을 원망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래서야 노래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어요?”

 “아직 가르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어떤 분인지 뵙고 결정하는 걸로…….”

 

 방 안의 공기가 급격하게 낮아진 것 같았다. 순간 추워진 유리나가 두 팔로 몸을 감쌌다. 이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나? 진은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 앞에 서 있던 남자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남자는 유리나를 힐끔 보더니 복도 끝으로 뛰어갔다. 그쪽을 바라보고 있던 유리나는 진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먼 거리였지만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진이 다시 유리나의 앞에 서서 말했다.

 

 “그럼 결정은?”

 “아직…….”

 “황제의 명인데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가?”

 

 진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가 풍기고 있는 분위기는 무거웠다. 황제의 명. 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명령을 내리고 누구는 따라야 한다니. 유리나는 이 세상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앞의 황제가 미워졌다. 자신을 노예에서 해방해준 사람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적이 길어지고 있을 때, 게른이 접견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

 

 게른은 허리를 숙인 채 황제의 앞까지 걸어와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얼굴은 피가 쏠려서인지 시뻘게져 있었다. 유리나는 그를 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게른이나 자신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의 앞에서는 말이다.

 

 “무슨 일이야 게른?”

 

 진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게른은 바닥에 몸을 더 낮추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게른이 대답하지 못했다. 진이 그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까 유리나를 일으키던 것과 다르게 그의 팔을 잡고 거칠게 일으켰다.

 

 “네가 이러면 선생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진이 잡은 팔이 아픈지 게른이 인상을 썼다. 진이 그의 팔을 놔주며 말했다.

 

 “선생님이 아직 고민 중이시라는데 왜 데려온 거야?”

 

 게른이 유리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게, 가르칠 학생을 미리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원래 그렇게 하는 건가?”

 

 진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유리나에게 물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와 당황한 유리나가 황급히 말했다.

 

 “성인을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서 어떤 분인지 뵙고 레슨 일정을 짜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진의 시선에 유리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유리나는 그 웃음이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레슨을 할 마음은 있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그런데 내가 황제라 가르치기 힘들다 이건가?”

 

 맞는 말이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궁 안에 그를 가르칠 사람이 차고 넘칠 텐데 대체 왜 자신을 데려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유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궁 안에 진님을 가르칠 분이 많지 않나요?”

 “선생님 이 나라 사람이 아닌가? 아니면 어디 은둔하다가 왔나?”

 

 진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유리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리벨린에서는 노예보다 이민족에 대한 차별이 더 심했다. 그녀는 이민족이자, 노예였다. 그게 겉으로 티가 나는 걸까? 유리나는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게른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진에게 말했다.

 

 “다림에서 오신 분입니다.”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리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얼굴에 보니 바닥을 치고 있던 유리나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다행이군. 그럼 편견 없이 날 가르칠 수 있겠어.”

 

 편견? 유리나가 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진이 그녀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유리나가 빠르게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진이 비밀이야기라도 하듯 속삭이며 말했다.

 

 “내가 노래하면 나라가 망한대.”

 

 유리나가 놀라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진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이제야 내 얼굴을 쳐다보네.”

 

 그 말에 유리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예언이야. 리벨린 황제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나라가 망한다.”

 “근데 왜 노래를 배우려고 하시는 겁니까?”

 

 유리나는 진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은 걸까?

 

 “그건 있지. 노래를 알려주면 말해줄게.”

 

 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심각한 문제 아니야?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어 빠르게 눈만 깜빡였다.

 

 “요새 누가 그런 예언을 믿나? 그렇지 게른?”

 

 게른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을 삐죽였다. 유리나는 순간 그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황제가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이상한 일이 일어나 자신의 머리도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진이 한숨을 쉬고는 유리나에게 말했다.

 

 “마음을 결정하면 내일까지 이 시간까지 여기로 와요. 게른이 데리러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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