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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리빌더
작가 : 서재현
작품등록일 : 2017.11.6

회귀한 사내의 인생 재설계 도전기.

 
Chap 1. 시간의 강을 거슬러.
작성일 : 17-11-06 10:00     조회 : 617     추천 : 2     분량 : 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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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 1. 시간의 강을 거슬러.

 

 

 “저 결혼해요.”

 딸 희수의 말에 서진혁은 두 눈만 깜빡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식장 입장은 오빠와 함께 들어가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근무지가 급하게 결정되는 바람에 식만 올리고 바로 프랑스로 떠나야 해요. 그래서 당분간은 오지 못할 것 같아요. 그동안 약 꼭 챙겨 드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약과 속옷이 든 쇼핑봉투를 건네고 돌아선 희수의 눈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딸이 멀어져 가는 모습에도 서진혁은 장승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붙잡고 싶고, 축하한다며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은 아빠의 자격이 없었다.

 

 ‘차라리 회사에서 살아.’

 이혼장과 함께 짐 가방을 내 던지며 엑스 와이프가 했던 말이다.

 휴일도 없이 직장에 매달렸다.

 업무도 많았지만 사무실에 나가 자료를 모으고 점검하며 계획을 세우는 순간이 제일 스릴이 있었다.

 그때는 회사에서의 성공이 가정의 행복을 보증할 거라 믿었다.

 

 희수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무척 따랐다.

 ‘빠빠’라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나중에 크면 아빠랑 결혼하겠다며 때를 쓰며 울던 모습은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이혼에 순순히 동의하고 전 재산을 위자료로 건네준 것은 오로지 희수를 잘 키워주길 바라는 바램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년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재혼을 했다.

 

 ‘나 여기서 아빠랑 같이 살면 안 돼?’

 중학교에 들어간 희수가 어느 날 숙소인 오피스텔 앞에서 기다리다가 한 말이었다.

 그 때는 어린 아이의 치기라 생각해 달래서 돌려보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지방의 자사고를 선택해 간 것도 그렇고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취한 것을 보니 말과는 달리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안돼!”

 이대로 또 사랑하는 딸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달려 나가려던 서진혁이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에 멈칫했다.

 한 손에 기다란 대빗자루가 들려있었다.

 무릎이 튀어나온 낡은 경비복과 헤진 운동화도 눈에 들어왔다.

 가정까지 포기하고 충성을 다했지만 회사는 냉정했다.

 정리해고.

 위로금을 더한 퇴직금은 어설프게 시작한 오퍼상이 망하면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런저런 직장을 전전하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받아주는 곳이 없자 현대판 노비로 불리는 아파트 경비원이 된 게 작년이었다.

 그제야 희수의 젖은 눈에 비친 안타까움이 이해가 됐다.

 

 “빌어먹을 놈의 인생.”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들어 본 가을 하늘은 한없이 푸르게 보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억지로 마음속으로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세상이 알아주지 못한다고 울분을 토하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

 자신의 자식임에도 다른 성씨를 쓰게 한 것도 모자라 인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장에 손잡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으아아아아악!”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사랑한다면서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실망만 안겨주고 못난 모습만 보여줬다.

 그런데도 아빠 걱정부터 하는 착한 딸이었다.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절대!

 

  * * * *

 

 베트남 다낭의 바니산.

 이곳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와 정상의 바나힐 테마파크 때문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열림 밀림을 지나 정상부근 운무구간을 통과하면 유럽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 이국적인 건물들이 나타났다.

 식민지 시절 프랑스 관리들이 더운 날씨를 피하려고 산 위에 세운 유럽풍 별장들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자 많은 관광객들이 바나힐을 찾아왔다.

 한국 단체 관광객들도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중에 이질적인 모습의 중년인이 있었다.

 해외여행의 설레임으로 잘 차려입은 다른 일행과 달리 오래된 낡은 등산복 차림에 잠을 자지 못한 듯 까칠한 안색, 수염도 듬성듬성 자라있었다.

 두 눈 역시 여행으로 들뜬 분위기가 아닌 깊은 슬픔이 담겨있었다.

 서진혁이었다.

 사랑하는 딸 희수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에 식장이 아닌 이곳 바나힐을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해줄게 있어서였다.

 출국할 때 인천공항에서 여행자보험을 다섯 개나 가입했다.

 사망보험금이 모두 합해 10억 원이 넘었다.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빨리 타고 싶은 욕심에 얼른 줄을 서는 다른 일행들과 달리 서진혁은 선물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모든 여행지에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구석진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상품을 진열한 다른 곳과 달리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는 낡은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바나힐의 프랑스인들 별장에서 나온 물건들이지요.”

 어느새 주름 가득한 늙은 노인이 다가와 말했다.

 억지로 짓는 미소 때문에 니코틴으로 녹아내린 검은 이가 다 들어나 보였다.

 미군이 참전해 유일하게 패한 것이 바로 베트남 전쟁이었다.

 미국만 믿고 있다가 급하게 퇴각한 프랑스 관리들이 수도에서 먼 이 곳 별장의 물건까지 챙겨갈 여력은 없었다.

 후에 베트남 원주민들이 약탈해 시장으로 흘러나온 것들이었다.

 “귀한 것들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사장님.”

 노인의 접대성 멘트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온 정신이 한 곳에 쏠려 있었다.

 초록빛 둥근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였다.

 전문가라면 중간에 미세한 금이 간 하품임을 바로 알아차리겠지만 아쉽게도 서진혁은 그렇지 못했다.

 귀신같이 낌새를 알아챈 노인이 말을 이었다.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초대 베트남 통감인 사르네 제독 가문에서 대대로 며느리에게 전해지는 가보로 진짜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얼마입니까?”

 “귀한 물건이니 만치 많이 비쌉니다.”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게……천만동입니다.”

 천만동이면 한화로 50만원이나 되는 턱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흥정해올 것을 감안하고 쎄게 부른 노인의 성의를 무시하고 진혁은 두말없이 지갑에서 100달러 지폐 네 장을 건네줬다. 가진 돈의 전부였다.

 어차피 자신한테는 더 이상 쓸모없는 돈이었다.

 노인의 입이 함박만해진 건 당연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포장해주려는 것을 마다하고 진혁은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일행에 합류했다.

 

 근 한 시간을 더 기다려 탄 바나힐의 케이블카 여행은 전혀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함께 탄 관광객들은 발밑에 펼쳐진 계곡과 밀림의 모습에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런 흥분은 정상에 선 유럽풍 별장들의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절정에 달했다.

 “대단하네. 이런 높은 곳에 저런 멋진 건축물을 있다니 보고도 믿겨지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마치 유럽여행을 온 기분이네.”

 서진혁도 10년 전 처음 이곳에 여행을 와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길도 없는 가파른 산꼭대기에 별장을 짓기 위해 죽음으로 내몰렸던 베트남 원주민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프랑스인들에 대한 분노마저 일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다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손을 주머니에 넣어 목걸이를 만졌다.

 자신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목걸이는 사랑하는 딸 희수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었다.

 케일블카가 마침내 운무 구간에 도착했다.

 열려진 창문으로 짙은 구름이 밀려들어와 시야를 가렸다.

 

 ‘응?’

 목걸이를 더듬던 손가락에 갑작스런 열기를 느꼈다.

 얼른 손을 떼려는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온 몸으로 전달됐다.

 ‘팍.’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서 정신을 잃었다.

 

  * * * *

 

 “야. 서진혁. 그만 일어나.”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억지로 눈을 떴다.

 둥그런 얼굴에 후덕한 인상.

 친구 오희준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몇 년 전에 죽어 화장까지 했던 친구인데……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 기억 안나?”

 “그러니까 바나산에서……으윽. 머리야.”

 기억을 더듬던 서진혁은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 안았다.

 “술을 그렇게 퍼마셨으니 몸이 배겨날 리가 없지.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 너 앞으로 다시는 술 먹자고 하지마라.”

 “어떻게 된 거냐니까!”

 “이 자식이 똥 뀐 놈이 성질낸다고 뭘 잘했다고 소리는 질러. 네가 부서 옮기겠다며 갑자기 불러내서 ‘바나나클럽’에 갔잖아. 양주를 글라스에 부어 마시더니 웬 여자이름을 부르면서 울고불고 난리쳤고.”

 “……”

 “정말 필름 끊겼나 보네. 그런데 희수가 누구야? 너 나 모르게 사귀는 여자 있냐?”

 희준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진혁이 다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자신은 분명 바나힐의 케이블 카를 타고 희수를 위한 마지막 여행 중이었는데……

 기억을 더듬던 진혁이 눈이 갑자기 커졌다.

 “희준아!”

 “부르지마. 내가 다시 너랑 술 마시면……”

 희준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덥썩.’

 진혁이 별안간 일어나 힘껏 안았다.

 “희준아.”

 “컥컥. 떨어져. 인마.”

 “고맙다. 살아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이자식이 아직도 술이 덜 깼나.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아. 좀 떨어지라니까.”

 희준이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진혁의 힘이 더 강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때 만난 베프였다.

 비록 대학은 달랐지만 회사에서 입사동기로 다시 만나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었다.

 진혁이 이혼과 사업실패로 힘들어할 때면 언제나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용기를 준 이였다.

 그러던 희준이 이사 진급을 앞두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심장마비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진혁의 삶이 본격적으로 망가진 게 그의 죽음 이후였는데 든든한 조언자가 사라진 탓이 컸다.

 한참 동안 더 진혁의 품에 갇혀 있던 희준이 겨우 가슴을 밀치고 말했다.

 “아이씨. 그만 떨어지라니까.”

 “알았어. 고맙다. 진짜 고마워.”

 “됐고 얼른 씻고 나와. 해장부터 하자.”

 희준은 진혁을 억지로 모텔 방에 붙어있는 욕실로 밀어 넣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나면 숙취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세면대 앞에선 진혁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전면의 거울에는 무척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굵은 눈썹이 인상적인 청년이 서 있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예전 자신이었다.

 ‘도대체 이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며 진혁과 방금 전 다시 되살아난 희준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과거로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아얏.’

 뺨을 꼬집자 싸한 고통이 밀려왔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눈이 반짝였다.

 “꿈이어도 상관없어. 이제는 절대 희수를 놓지 않을 거야.”

 진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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