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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3화- 12월 서교동 탐앤탐스
작성일 : 17-11-05 18:37     조회 : 307     추천 : 1     분량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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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2월 서교동 탐앤탐스

 

  이쯤에서 수연과 찬별이 어떻게 친구가 된 것인지를 이야기 해야겠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수연은 부쩍 언니 수민에게 자주 호출 당했다. 수민의 남자친구가 예비 처제에게 점수를 딸 목적으로 데이트에 수연을 자꾸 초대하는 탓이었다. 수연은 사실 귀찮은 마음이 컸지만 예비 형부가 그 정도면 언니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데이트의 훼방꾼이 되는 것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의류 회사의 신입사원인 예비 형부는 수연에게 세 개씩 포장된 파스텔톤의 마카롱, 꽃무늬가 수놓인 잠옷 같은 것을 선물했다. 수민이 고른 것임이 자명했기에 그것을 쭈뼛쭈뼛 내미는 형부를 보면 수연은 웃음이 터졌다.

 

  그 날도 수연은 홍대 상상마당 맞은편의 프랜차이즈 까페를 찾았다. 예비 형부가 새우 크림 파스타를 사주겠다고 벼르던 날이었다. 테이블에 앉은 수연은 일회용 컵의 뚜껑을 벗기고 차가 조금 식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두리번댔다.

 

  주말의 홍대는 어디를 가더라도 인파로 버글거렸고 특히나 까페들은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었다. 주로 두셋의 여자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샴쌍둥이처럼 엉겨 붙은 커플도 곳곳에 보였다.

 

  통유리로 지어진 구석의 박스는 흡연실이었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주던 수연은 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거기 찬별이 있었다.

 

 

  “다들 박찬별만큼만 좀 단정히 입고 다녀라, 응?”

 

  어느 과목 선생님이건 찬별을 찬양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찬별의 흰 카라와 넥타이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교복 조끼와 치마는 품, 길이가 완벽하게 학교 규정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버선마냥 하얀 양말에 실내화도 매일 깨끗한 상태였다. 다른 아이들이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입거나 남방 안에 티셔츠를 입고 단추를 푼 것을 지적당하는 동안 찬별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너희들 나이 땐 찬별이처럼 딱 학생다운 게 제일 예쁜 거야, 이 어설픈 가시나들아.”

 

  편애 없이 학생들을 두루 예뻐한다고 믿었던 윤리 선생님마저 그렇게 말했을 때엔 모두가 거품을 물고 분개했다.

 

  “아, 짜증나. 빡친별은 얼굴이 하야니까 머리가 까매도 어울리지. 난 밝은 갈색해야 얼굴이 산단 말이야.”

  “이 학교는 미쳐가지고 자차도 못 바르게 해. 빡친별도 분명히 화장할 걸?”

 

  다른 아이들이 티 안 나는 염색을 하고 BB크림을 바를 때에 찬별은 버진헤어를 찰랑거리고 타고나길 뽀얗고 결 좋은 민얼굴을 자랑했다. 심지어는 전교 1등을 포함, 모든 여학생이 바르는 틴트마저도 찬별은 취급하지 않았다.

 

  “글쎄. 좀 답답해 보이지 않냐.”

 

  1학년 학기 초엔 찬별의 수호천사 부대를 자처하며 따라다니던 남자애들도 어느 순간부턴 시들해진 참이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모습의 찬별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찬별은 잘 나가는 아이들이 가입하는 동아리에도 관심이 없었고 여자 반과 남자 반이 서로 짝반이 되거나 하는 행사에도 전혀 흥미를 두지 않았다. 오로지 교실과 교무실과 화장실만을 오갔고 그 애가 걸어가는 길은 학생들이 양편으로 갈라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무도 박찬별를 왕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날나리 아이들도 찬별 앞에서는 고분고분했고 전교에서 1, 2등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 아이들도 찬별과 학업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지냈다. 운동부 아이들 역시 찬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으며(반장의 눈에 엇나가봐야 득 될 것 없으니) 반에서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아이들과도 두루두루 말을 섞고 모두와 어느 정도 선의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찬별의 교우 관계 스타일이었다.

 

  모두가 찬별을 좋아했고 모두가 찬별을 싫어했다.

 

  그런 찬별을 서교동 탐앤탐스의 흡연실에서 발견한 수연의 기분이란 어떠했겠는가!

 

  수연은 음료 한 모금을 꿀꺽 삼켰다. 담배 연기로 공기가 탁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뒤집어 봐도 역시 찬별이었다.

 

  머리카락은 역시나 까맣고 반짝거렸는데, 구불구불 웨이브가 들어가 있었다. 얼굴은 평소보다 희고, 아이라인을 그린 건지 눈매가 진해보였다. 도통 뭔가 바르는 꼴을 못 봤던 입술도 핫핑크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들린 얇고 기다란 담배.

 

  수연은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툭툭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호기심 같기도, 두려움 같기도 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수연의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

 

  흡연실이 좀 더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겼을 때 수민에게서 카톡이 왔다.

 

  [우리 거의 다 옴. 꼬맹 어디?]

  [탐탐 2층. 천천히 와.]

 

  수연은 빠르게 답장을 보낸 후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의식하다보니 온몸이 다 뻣뻣해지고 있었다. 흘깃 흡연실 쪽을 건너다보니 찬별은 어느덧 새 담배를 입에 무는 중이었다. 맞은편의 호리호리한 남자가 불을 붙여주자 찬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수연은 목 안이 바짝 마르는 것 같아 눈을 돌렸다.

 

  교과서적으로 초롱초롱한 눈동자. 꼭 다문 입엔 약간의 미소도 걸어놓지 않던, 답답할 정도로 바르게 보이던 모범생 아이.

 

  ‘뭐야, 도대체. 혹시 박찬별의 쌍둥이?’

 

  수연은 엉뚱한 상상을 털어내려 머리를 흔들었다.

 

  찬별 맞은편의 남자는 검정색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귀에 피어싱이 반짝거렸다. 찬별 역시 검정과 빨강 배색의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사이즈가 낙낙한 것으로 보아 남자의 것을 입은 것 같았다. 수연은 점퍼 밑으로 드러난 찬별의 다리에 눈을 던졌다. 까만 스타킹을 신은 다리는 학교에서 볼 때보다 더욱 가늘어보였고 발끝에 매달린 킬힐은 찬별에게 맞춤처럼 잘 어울렸다!

 

  ‘아가씨네......’

 

  수연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희뿌연 유리 박스 너머의 찬별은 정말이지 아가씨처럼 보였다. 차림새와 행동과 표정과 분위기까지, 도무지 같은 학교를 다니는 1학년 2반의 반장 ‘빡친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꼬맹!”

 

  수민의 하이톤이 찬물처럼 수연을 덮쳤다. 수연은 화들짝 놀라 딸꾹질을 했다. 참하고 여성스러운 인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맹해 보이는 자신의 언니를 수연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싯방싯 웃는 수민의 뒤로 예비 형부의 푸근한 미소가 병풍처럼 들어섰다. 비로소 현실답다는 생각을 하며 수연은 일어섰다. 아이보리색 코트를 입은 수민이 아고고고, 앓는 소리를 내며 앉더니 수연을 잡아당겼다.

 

  “좀만 앉았다 가.”

  “아냐, 빨리 나가자.”

  “왜? 나 힘들어.”

 

  수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연을 올려다보았다. 수연은 멀뚱히 선 형부를 잠시 보다가 하는 수없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 수민은 백에서 거울을 꺼내 눈 밑에 번진 아이라인을 닦아내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추임새는 형부가 넣고 있었기에 수연은 슬쩍 흡연실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찬별과 눈이 마주쳤다.

 

  찬별은 그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가슴 속에 탄산음료를 한꺼번에 들이부은 기분?”

 

  가슴이 따끔할 정도로 놀랐지만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눈이 마주쳤고 3초 정도의 침묵이 있은 후, 찬별은 다시 입에 담배를 가져갔고 수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화장을 다 고친 수민이 수연에게 팔짱을 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연은 다시 흡연실에 눈을 주는 일 없이 수민 커플의 사이에 껴서 얌전히 까페를 빠져나갔다. 찬별은 세 사람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재연이 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제법 타들어간 담배에 눈을 줄 수 있었다.

 

  “아냐. 그래서?”

 

  찬별은 애매한 타이밍에 끊긴 재연과의 대화를 이어보려 다음 말을 열심히 찾았다.

 

  “그래서, 스페인엔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재연은 허리를 등받이에 기대더니 흐음, 하고 숨을 뱉었다. 낡아빠진 검정색 패딩이 그의 인상 쓴 얼굴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그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퇴폐미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찬별은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뭐, 아는 사람은 가서 만들면 되지.”

 

  찬별은 조용히 웃었다.

 

  “심재답네.”

 

  재연 역시 눈을 구부러뜨리며 웃었다.

 

  ‘이 남자의 눈웃음이 정말 좋다.’

 

  찬별은 황홀한 기분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재연이 스페인에 갈 때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함께 가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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