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빡친별
“빡친별 조온나 짜증나.”
2반 아이 둘이 복도에 서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수연이 들은 건 1학년 5월의 일이다. 2반 반장을 그 반 아이들은 ‘빡친별’이라 불렀다.
성적은 물론 집안 경제력에 외모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반 아이들의 선망과 시샘을 동시에 얻는 그 아이의 본명은 박찬별이었다.
“아 씨발, 한문 분명히 까먹고 있었는데. 빡친별 때문에, 존나.”
수연은 실내화에 들어간 돌을 빼는 체하며 좀 노는 애들 같은 두 아이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문 수업 시간에 선생이 잊고 지나가려던 숙제를 박찬별이 굳이 짚어낸 모양이구나, 걔가 우리 반 반장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야, 온다.”
두 아이는 금세 입을 꼭 다물었다. 뒷문으로 박찬별이 나오고 있었다. 수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한창 박찬별을 씹어대던 두 아이가 살짝 뒤로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박찬별은 잠시 두 아이에게 눈을 주는가 싶더니 천천히 복도를 가로질러 걸었다.
순간이었지만 수연은 무언가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카리스마라거나 아우라라고 부를 무언가가, 그 어여쁜 여자애에게 서려있는 것 같다고.
그 어여쁜 여자애.
꼭 찬별을 위해 존재하는 문장만 같았다. 찬별은 정말이지 막 물에 씻어낸 조약돌처럼 어여쁜 여자아이였다. 뽀얗고 작은 얼굴에 유난히 새카만 눈동자는 머루알처럼 빛났다. 늘 고집스럽게 다물린 입술은 탱탱한 명란젓을 연상시켰고 말이다.
무엇보다 그 머릿결!
수연은 찬별의 머릿결에서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고데기라는 것의 존재를 안 순간부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머리를 불에 지져온 입장에서 까맣고, 반들거리고, 똑바르게 일자로 잘린 생머리가 주는 충격이란 그야말로 핵폭탄 급이었다.
‘신은 역시 불공평해!’
찬별이 지나간 뒤엔 늘 그 생각이 따라붙었다. 저 여자애는 전생에 나라를 한 세 개, 네 개는 구했나보지.
수연의 눈에 찬별은 너무나도 특별했다. 어여쁜 동시에 차가운 아우라를 지닌, 평범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소녀.
그런 찬별에게도 수연과 같은 것이 한 가지는 있었다. 1학년 내내 그 어떤 남학생과도 사귀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