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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9. 놀러 가자
작성일 : 17-11-05 10:37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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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쏴아아- 샤워기의 물줄기가 몸을 때렸다. 나는 한 시간 째 샤워실 안에 있었다. 더 물 속에 있었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으며, 욕실을 나섰다. 가운을 대충 걸친 채 넓은 호텔 방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 나 좋아하지?'

 

 

 그 말에 내 표정이 굳어지자, 그는 피식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정말, 농담이었을까.

 

 아니, 아니었다. 확신을 담아 던진 말이었다. 오히려 내 반응에, 그는 확신을 얻은 것 같았다. 심장이 기분 나쁠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윤미루.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캐리어를 열고, 정리해뒀던 다이어리를 꺼냈다.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었다. 일단은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과거대로라면, 이곳에서 그는 다친다. 그것도, 나로 인해.

 

 

 

 

 5년 전. 그 날의 촬영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일반인 엑스트라들 사이에서 나와 승조가 달리듯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이었다. 멀리서 잡는 컷이었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었고, 우리는 둘 뿐이었었다.

 

 촬영의 긴장을 풀기 위해 이따금씩 그가 던지는 농담에, 나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집시 할머니 하나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지나갔다. 나와, 집시가 부딪혔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에서, 때 묻은 손수건이며, 지저분한 깨진 거울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약 같은 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당황한 나와 승조가 멈춰 서자 그녀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니 내 어깨를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승조가 집시를 거칠게 떼어냈다. 허겁지겁 스태프들이 달려오는 장면, 다음 순간, 집시가 알 수 없는 욕설을 지껄이며 깨진 거울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봐,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당장 내보… 승조 씨?"

 

 "윤승조 씨!!! 괜찮으세요?!"

 

 

 그의 팔에 거울 조각이 박혀 있었다. 집시는 곧바로 잡혀 경찰서로 보내졌고,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기에 곧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나였다.

 

 

 "네가 다친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장난스러운 그의 말에도 나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찮은데. 큰 상처도 아니고."

 

 "그래도…"

 

 

 서럽게 우느라 어깨를 들썩이는 나를 보며,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죄송해요. 짜증나시죠. 근데 놀라서, 눈물이 안 그쳐서."

 

 "….."

 

 

 말이 없는 그가 걱정이 되어, 코를 훔치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그의 입술이 순식간에 맞닿았다 떨어졌다. 나는 놀라 눈을 깜빡였다. 똑, 남아 있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쳤네, 눈물."

 

 

 내 머리를 흐트러뜨린 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화끈거리는 입술을 막은 채, 바보 같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자,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놀러 가자."

 

 "…네? 어, 어딜요?"

 

 

 활짝 웃는 그의 손을 잡고 달리면서, 나는 뛰지 말라고, 상처 터지면 어떡하냐고 외쳤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렌체의 거리를 달렸다. 나는 돌아보는 그를 따라 웃으며, 아직 남아 있던 눈물을 훔쳤다. 아직은 아름답고 설렜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

 

 

 

 * 순간을 위한 왈츠 *

 

 

 

 "두 분이서 자유롭게 걸으시면 돼요. 그 다음에는 베키오 다리로 이동해서-.."

 

 

 심각한 얼굴로 컨셉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올 것이 온 거였다. 촬영장을 힐끔거리는 일반인들을 응시하다,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일반인들도 같이 나오니까, 안전 문제에 유의해주셨으면 해요."

 

 

 스태프들이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조가 찌르듯 나를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나는 묵묵히 컨셉 사진을 넘겨보는 척 했다. 5년 전에 우리는 결국 이 촬영 뒤의 사진을 찍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거였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승조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머뭇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이었다. 시선이 마주친 것은. 그동안의 촬영에서, 나는 의도적으로 승조를 피했었다. 진지한 상황인데, 어쩐지 가슴이 조금 떨려 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의 손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가 손을 꽉 잡았다. 쏟아지는 셔터음 속에서, 웃으며 돌아보는 그와, 어쩐지 울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내가 있었다. 마치 그 언젠가의 순간 같아서.

 

 

 "두 사람, 이번엔 조금 뛰어볼까."

 

 

 사진에 흔들리게 잡히지 않도록 천천히 뛰며 나는 힐끗 주변을 바라보았다. 빠른 눈길이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더듬고 있었다.

 

 

 "미아! 승조 씨를 봐야지."

 

 "오늘 집중을 못하네."

 

 

 승조가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한 번 더 사람들을 힐끔 본 다음, 그의 손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시는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자세 바꾸어서 몇 장만 더 찍고 이동할게요!"

 

 

 이동한다고? 나는 놀란 눈으로 감독을 바라보았다. 나타날 때가 훨씬 지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스태프들에게 말하기에 앞서 경호업체에도 찾아가 주의를 주었었고, 지난번 중국 관광객 사건으로 현지 경호원들도 추가되었으니, 다를 거였다. 어쩐지 조금 안심이 되어, 촬영을 진행했다.

 

 

 "이제 이동합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감독을 쳐다보았다.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나는 천막 안에 들어갔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배가 고프다며 너스레를 떨자, 매니저가 가는 길에 뭐라도 먹자며 말을 꺼냈다. 먼저 정리가 끝난 승조는 차가 세워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승조의 바로 뒤, 사람들이 흩어지는 어수선한 틈 사이로 지저분한 옷을 걸친 집시가 보였다.

 

 

 가슴이 쿵, 떨어져 내렸다.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어가던 집시가, 지나가던 스태프와 부딪혔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이 떨어지면서,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당황한 스태프에게 집시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돌아 본 승조가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이봐요,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승조야!"

 

 

 승조가 스태프로부터 집시를 거칠게 떼어내는 순간, 나는 비명처럼 그를 불렀다.

 얼어붙은 듯 멈춰 있던 다리가 움직였다.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보고, 그 뒤에서, 전경처럼 집시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거울 조각을 집어 든다.

 집시가 그것을 치켜 든, 다음 순간, 나는 승조를 안았다.

 

 

 "이봐,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당장 내보내!"

 

 "윤승조 씨!! 괜찮으세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감독과, 경호원들, 악을 지르며 끌려 나가는 집시.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서, 나는 내 손을 스치고 지나가, 승조의 팔에 박힌 거울 조각을 바라보았다. 달려 온 사람들이 승조의 팔을 응급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허탈함에 눈을 깜빡였다.

 

 

 "너, 괜찮아?"

 

 

 승조가 이쪽도 다쳤다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조금, 베였을 뿐인데. 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나."

 

 "어?"

 

 "하나도.. 안 괜찮아."

 

 "많이 아파?"

 

 

 걱정스러운 듯 승조가 인상을 찡그리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손을 잡았다. 신중하게 상처를 들여다보는 그를 보며, 나는 기어코 눈물을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방향만 틀렸을 뿐,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

 

 

 

 *

 

 촬영 일정이 전부 취소되었다. 우리는 병원에 들려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승조의 상처는 예전보다 깊지 않았다. 내가 다친 상처, 정확히 그 정도만큼.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느새 어둑해진 바깥을 내려다보다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지친다. 아직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 때였다. 로비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뭐지. 셔츠를 하나 걸치고 로비로 내려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프런트에 가서 묻자, 직원이 호텔 밖을 가리켰다. 누가 장난친 건가. 그냥 올라갈까. 잠시 고민하다, 천천히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놀러 가자."

 

 

 씩 웃은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아름다웠던, 그 언젠가의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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