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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04. 작은 고의
작성일 : 17-11-05 09:1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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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 작은 고의

 

 수연은 팔짱을 끼고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형사들이 빠르게 사건 현장을 탐색하고 있었다. 바리케이드를 친 후 사체 주변을 돌아다니며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모으고 있는 모습. 수연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수연 또한 조그마한 단서 하나라도 찾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사건 현장을 뒤지고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심이었을 뿐, 직급이 올라갈수록 수연은 점점 무력해져만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휴우카 경위님!”

 

 수연이 머릿속의 생각에 갇혀있을 때 서정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또 시작이군. 수연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리를 옮기기엔 이미 늦은 듯했다.

 

 “무슨 생각하세요?”

 “…….”

 “오늘은 직접 안 둘러보세요?”

 “…….”

 “음…역시 쉽지 않을 거 같죠? 이번 사건도.”

 “…….”

 “그게 아니면…혹시 경위님, 벌써 범인에 대한 단서라도 발견하신….”

 “스미레.”

 

 거듭되는 질문에 수연은 무감하게 서정의 이름을 불렀다. 서정은 형사가 된 지 3개월 차가 된 병아리나 다름없었다. 신입다운 기세등등함과 긍정적인 패기는 좋았지만, 수연은 점점 그런 서정이 성가셔져갈 때였다. 마치 자신에게 없는 걸 갖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을 때의 느낌과 같다고 할까.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자고 싶다,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아….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죠. 예정에도 없는 사건을 맡게 된 거니까요.”

 

 오사카 관할 경시청 조사 1과의 경위라고는 하지만, 수연의 주된 담당 지역은 도톤보리였다. 가득히 늘어선 상점들 사이로 매일 쏟아지는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수연은 충분히 벅차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수연이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 벨 소리는 어김없이 울렸다.

 

 어젯밤까지 사건을 해결하고 온 사람에게 주말 아침부터 또 다른 사건을 맡으라니. 그것도 단지 수연과 서정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연은 수화기 너머에 있는 상대에게 있는 대로 신경질을 냈지만 별다른 방도는 없었다.

 

 “거기다 쟤는 또 왜 여기서 설치고 있는 거야.”

 

 수연이 다리를 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빤히 응시한 채 말을 뱉었다. 수연의 시선을 따라간 서정은 어딘가 낯이 익은 이를 발견했다.

 

 수연과 서정의 눈길이 머문 곳엔 도연이 서 있었다. 도연은 손톱 끝을 깨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건

  현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수연이 도연을 볼 때마다 늘 하고 있던 버릇이었다.

 

 수연은 도쿄에서 근무할 당시 세 차례 정도 도연을 본 적이 있었다. 탐정 신페이입니다.라고 소개하는 도연의 거만한 태도가 수연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도연의 추리력만큼은 수연도 인정하는 바였다. 실제로 무능력한 경찰들 한 트럭을 갖다 놓는 것보다, 도연 한 사람이 그보다 더한 역할을 담당하곤 했으니까.

 

 “스미레, 잘 들어.”

 “네. 경위님.”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듯, 도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연과 눈이 마주친 도연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걸친 채 수연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저에게 다가오는 도연을 보며 수연은 태연하게 서정에게 말을 뱉었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피해자 쇼고의 사인은 질식사야.”

 “네. 피해자의 목엔….”

 “흉기가 뭐든 간에, 고작 질식사 하나 시키려고 시체를 그렇게 번거롭게 만드는 범인은 드물어.”

 “그렇…죠.”

 “알겠어? 한 마디로 범인은….”

 

 수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서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개또라이라는 거야.”

 “…네?”

 “물론 지금 오고 있는 탐정이라고 설치고 다니는 애도 정상은 아니고.”

 

 수연의 과격한 단어 선택에 서정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수연은 그런 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에요. 휴우카 경위님.”

 

 수연은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닫았다. 이런 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도연도 의연한 태도로 수연에게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경위님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이렇게도 만나게 되네요.”

 “글쎄. 딱히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삐딱한 태도로 대꾸하며 수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현장 점검도 얼추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보였고, 이젠 수연이 움직일 차례였다.

 

 “혹시 새롭게 발견한 거라도 있으세요? 뭐든 좋아요. 흥미로운 거라든지….”

 

 수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도연을 쳐다보았다. 도연은 항상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살인 현장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평소 자신의 방문은 철저히 잠그는 성격인 피해자의 방문이 어쩐 일인지 열려 있었어.”

 “…….”

 “보통 이럴 경우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지. 쇼고 씨.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방 문 좀 열어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면 간단하니까.”

 “…….”

 “방문이 열렸던 순간 이걸 몰랐을 리는 없을 텐데?”

 “역시 그렇죠.”

 “여기선 용의자 김도연 씨라고 불러야 하나?”

 

 수연의 냉담한 말에 도연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수연 또한 도연을 따라 비릿하게 웃으며 냉정하게 도연을 지나쳐 걸어갔다. 도연과 수연을 번갈아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던 서정 또한 수연을 다급히 뒤따라갔다. 수연과 어깨가 스친 도연은 뒤를 돌아 수연의 뒷모습을 보았다. 수연의 의도는 분명했다. 도연이 용의자가 된 이상, 사건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유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도연.”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다시 생각에 잠긴 도연의 뒤에서 누군가 도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흐릿한 목소리. 유정이었다.

 

 “생각보다 친화력이 좋네. 벌써 말까지 놓고.”

 “네 말대로 인터넷에 신페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봤어. 나랑 같은 나이던걸. 탐정인 건 덤이고.”

 

 유정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감쪽같이 거짓말을 했다. 도연은 그런 유정을 보며 흥미롭다는 기색을 보였다.

 

 “뭐 알아낸 건 있어? 그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데, 실력이 궁금해지네.”

 “음. 너랑 내가 똑같은 용의자의 입장이라는 정도?”

 

 도연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형사들을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 유정은 도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도연도 별다른 단서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난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알려줄까?”

 

 유정의 말에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 본 도연이 유정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는 소란스러웠고, 아무도 둘을 주목하고 있지 않았다.

 

 “시호라는…이름을 알아?”

 

 유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연유인지 유정은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말하자 호흡이 급속도로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도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누군데?”

 

 도연이 재차 물었다. 얼굴엔 궁금증이 가득했다. 도연의 반응이 연기인지 아닌지 유정은 가늠할 수 없었다. 일단은 도연이 시호를 모른다는 가정 하에, 유정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작가야. 책이 아니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쓰지. 꽤나 인지도가 높아.”

 “그 시호라는 사람이 이번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데?”

 

 도연이 의문스럽다는 투로 질문했다. 순수한 궁금증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도연은 태연했다. 유정은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도연의 반응이 정말이라면, 도연은 결국 소우마 미나토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가 되고 만다.

 

 “시호의 소설 난파선엔 이런 문장이 나와.”

 “…….”

 “금방이라도 잘려 버릴 듯 가는 목엔 낚싯줄이 매여 있었다. 줄은 끊이지 않았다. 길게 이어졌다.”

 “…….”

 “눈을 감지도 않은 채 그 은색의 선을 따라갔다. 마침내 도달한 곳은 그녀의 발목이었다.”

 “…….”

 “그녀의 전신을 으스러뜨리진 못할 매듭이었다. 난 그것이 몹시도…아쉬웠다.”

 “그만.”

 

 눈살을 찌푸리며 도연이 유정의 말을 끊었다. 주문을 외듯 자신의 소설 속 문장을 읊던 유정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도연을 응시했다. 도연은 진심으로 무언가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쇼고를 죽인 범인이 시호의 소설에 나온 트릭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말이지?”

 

 유정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시 제 입가에 손톱을 가져간 도연은 얼마 간 생각에 잠긴 후 혼잣말을 내뱉었다.

 

 “여러모로 또라이군.”

 “…….”

 “아무튼 고마워. 소설들을 다 읽어볼 필요성이 있겠네.”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인 도연은 유정에게 감사를 표했다. 찬찬히 도연의 반응을 살핀 유정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시호의 이름을 모두 앞에서 꺼내보는 건 어때?”

 “모두? 하숙집에 머무르는 이들 말이야?”

 “그래. 우리는 지금 모두 다 같은 용의선상에 올랐어. 시호라는 작가를 알고 그 이름에 반응하는 사람이 범인에 가깝지 않을까?”

 

 유정의 말에 도연의 눈이 일순간 번뜩였다. 그리고 도연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린 채 유정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뱉었다.

 

 “제법이구나, 너. 그런데….”

 “…….”

 “왜 너 스스로 네 우물을 파는 거지?”

 

 냉랭한 도연의 말에 유정은 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둘을 에워싼 공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넌 시호를 어떻게 아는 건데?”

 

 여유로운 도연의 물음에 유정은 조금 뜸을 들였다. 절로 당혹스러운 표정이 지어질 걸 알았다. 개의치 않았다. 도연이 이런 질문을 할 거라는 것도 예상한 바였다. 모든 건, 의도된 것이었다. 조금 입술을 달싹이다, 유정은 말을 뱉었다.

 

 “난…시호의 팬이야.”

 “…….”

 “아주 열렬한.”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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