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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9. 비취 성의 군주들 (1)
작성일 : 17-11-05 04:2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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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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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들어서자 솔은 익숙지 않은 가면을 자꾸만 매만졌다. 눈만 가린 반가면이었는데도 불편했다. 솔은 파티에 참석하는 참석자의 가면은 모두 자기 도시들을 상징하는 색이나 모양 같은 것들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면은 정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알리는 겉치레였다.

 

  솔이 도시 전부를 알 순 없었지만 홀에 입장할 때 솔이 쓴 흰 깃털로 된 가면을 보고 누군가 탑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순간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준비한 대로 새라새에서 왔다고 하니 상대는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수긍했다. 그리고는 어딘가 경계하는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흥미를 잃고 떠났다.

 

  전령이 새라새를 좋아한다는 건 꽤 오랫동안 알려진 사실이다. 늘 자기 땅에 틀어박혀있던 그 주인이 이제야 슬금슬금 기어 나왔는데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저 주인이 바뀌었거니, 그런데 그게 평범한 여자애라는 것을 알고는 시시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땅은 원래 별 볼일 없는 녀석들이나 갖는 거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렴 좋았다. 솔의 목적은 여기 모인 지배자들이 아니라, 이곳 지배자가 숨긴 제아를 찾는 것이었으니까.

 

  파티가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을 죽여야 했던 솔은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길래 혹시 몰라 손을 뻗어보자 그자가 걸음을 멈추고 솔을 돌아보았다. 가면을 쓴 웨이터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쟁반을 솔 쪽으로 조금 내밀었다. 솔이 잔 하나를 집어 들자 정중한 태도로 떠났다.

 

  ‘다른 세계 같다.’

 

  화려한 옷을 차려 입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목에 힘을 주고 나긋하게 말하는 모양이 어딘가 낯설었다.

 

  “얼마 전에 막 이 세계에 온 사람이 뭣도 모르고 우리 저택으로 왔는데, 사념을 사용할 줄 모르는지 몰골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불결해서 서둘러 쫓아내고 그자가 만졌던 온갖 것들을 치우는데 애먹었지 뭡니까.”

 

  ‘먹고 자고 싸는 건 다 똑같은데 무슨.‘

 

  솔은 근처에서 떠들던 사람의 이야기에 재수가 없어져서 벌떡 일어났다. 잔을 가까운 테이블에 두고 어디 좀 조용한 곳은 없는지 둘러보며 걷고 있는데 어느 남성과 어깨가 부딪쳤다.

 

  “이런, 레이디. 죄송합니다. 그럼 실례.”

 

  어으으으! 레이디래! 솔은 닭살 돋는 팔을 문지르며 걸음을 빨리했다. 파티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한 도시의 지배자가 여럿인 점을 생각해도 대체 얼마나 많은 도시가 파티에 참가했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덕분에 파티가 열리는 홀은 넓었고 찔리는 구석이 있는 솔은 사람들 틈에 적당히 숨기 좋았다.

 

  테라스로 나가 바람이라도 쐴까 생각하던 솔은 걸음을 멈췄다. 자기도 모르게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솔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희나리였다.

 

  이 파티의 주최측인 비취 성의 군주들의 가면에는 그 이름에 걸맞는 비취가 장식되어 있었다. 희나리의 가면은 솔과 같은 흰 색이었다. 그러나 솔의 것과는 다르게 희나리의 가면은 실크를 덧씌운 고양이 눈매의 가면이었고 왼쪽 눈구멍 아래 비스듬히 연녹색빛의 비취 세 알이 장식되어 있었다.

 

  탑을 떠나기 전 희니리가 비취 성의 군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직면하기 전까지 실감을 못하고 있었나보다. 담담하게 듣던 이야기가 눈앞에 나타나자 솔은 그만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왜?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지만 피할 순 없었다. 솔은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희나리가 있는 곳을 주시했다. 가면을 써도 희나리의 미모를 가릴 수 없는지, 혹은 이 파티의 주인공 중 하나인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인지 희나리의 곁에는 계속 누군가 있었다. 나긋나긋 웃음을 터뜨리는 희나리는 솔이 아는 그녀였다. 잠시 후 그녀가 혼자 남았을 때 솔은 걸음을 틀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희나리는 이 파티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녀와 오래 있으면 눈에 띌 것이고, 희나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으니 오래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희나리가 솔을 만나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희나리가 솔의 정체를 폭로해 버릴지도 모른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걸음을 계속 옮겼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희나리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우선 그녀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라아.”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솔은 희나리에게 갔을 것이다. 솔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잊을 수 없는 간드러지는 목소리였다. 라라였다. 솔은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행동했다. 우선 걸음을 늦추면서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귀 기울였다.

 

  “어딘가 익숙하신 분이 와주셨군요, 그런데 누구셨더라...?”

 

  뒤였다.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듣고 솔은 라라가 말을 건넨 건 자신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라라의 눈썰미가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 솔은 다시 빨리 걸으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려했다. 하지만 그 순간 솔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악!”

 

  솔은 터지는 비명을 뒤늦게 손을 들어 막았다. 조용히 있어야 할 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벌써 솔에게로 쏟아졌다.

 

  라라는 서둘러 도망가려는 솔의 머리카락을 낚아채고는 가닥가닥 살펴보고 있었다.

 

  “이 빛깔, 기억하고 있지요. 아주 예쁘다고 생각했답니다.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아, 뭐하는 거예요!”

 

  그녀의 머리카락은 남들과 다를 것 없는 갈색 머리카락이었다. 솔은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면서 목소리를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대로 보니 라라가 확실했다. 구부정한 자세에 움츠러든 어깨, 웃음을 머금은 휘어져 있는 입술, 가면을 썼지만 상대방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꿰뚫어보는 음흉한 두 눈, 그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잠깐의 소란에 눈을 돌렸던 사람들은 소동의 주범이 라라인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어떤 이는 솔을 딱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다들 비취 성의 군주 라라의 기괴함을 잘 아는 듯 했다.

 

  “하, 정말 기가 막혀서!”

 

  솔은 여기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조금 높은 목소리로 고상한 척 치를 떨었지만, 라라의 눈썰미를 속일 순 없었다. 가면 속 솔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라라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어디서 봤더라? 표정을 숨기지 않는 라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꿈틀 거렸다. 그러더니 돌연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솔은 얼른 그의 눈을 피했다.

 

  “아, 당신은...!”

 

  큰일 났다. 그가 솔이 탑의 사자라는 것을 알아보기 전에 피해야 한다. 어떻게?

 

  그때 곁눈으로 어떤 남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누구인지 따지지도 않고 솔은 그것을 기회로 여기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실례죠, 대체?”

 

  솔이 선수 치면서 따지자 뒤이어 나오려던 라라의 말이 입술 근처에서 멈췄다. 그리곤 의심스럽게 되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나요...?”

 

  “하, 웬일이야 정말!”

 

  그리고 솔은 마침 가까워지는 남자의 팔을 확 낚아챘다.

 

  “우리 그만 가요!”

 

  그가 마치 자신에게 다가오던 중이었다는 것처럼 딱 붙어 서서 억지로 몸을 돌렸다.

 

  고개를 완전히 돌리기 직전 저 멀리 희나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이 마주친 듯도 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은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당황한 듯 주춤거렸지만 이내 솔이 이끄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다. 뒤에서 라라는 눈만 깜빡이고 할 말을 잃어버린 듯 서 있었다. 따라올 마음은 없어보였다.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솔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같이 있는 남자를 흘금 올려다보고는 팔짱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어머, 일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미안해요.”

 

  솔은 대강 둘러대며 남자를 보내려고 했다. 이렇게 된 거 홀에 더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제아를 찾으러 가야했다.

 

  “새라새에 동행자 분이 있었습니까?”

 

  남자의 말에 솔은 얼어붙었다. 마침 몸을 막 틀고 난후라서 솔이 긴장한 것을 상대는 알지 못했다. 대충 정황을 떠올려본 솔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죄송해요. 아까 그분 때문에 너무 당황해서요. 어쨌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라라가 곤란하게 해드렸네요. 대신 사과드립니다.”

 

  솔은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의 가면은 흰 바탕에 검은 기하학무늬가 들어간 다소 정신없어 보이는 가면이었다. 무늬가 산만해서 처음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희나리가 쓰던 가면과 비슷한 위치에 비취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에요. 좀 독특해서 그렇지.”

 

  가면 밖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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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고민 끝에 작품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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