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여명
작가 : 살찐감
작품등록일 : 2017.11.4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싫다더니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는 변덕스러운 로즐리나, 이런 부담스러운 자세로 몇 분이나 서있는 건지 모를 기이한 상황이 말이다.

"비켜주세요."

"싫다고 말한 것 같은데."

"원하는 게 뭡니까."

한숨을 폭 내쉬고는 로즐리를 째렸다. 그는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며 평민 주제에 눈치는 빠르네? 라며 나를 약올렸다. 그러는 자기는 내 휴식시간을 망친 악마 주제에.

"그래. 본론부터 말하지. 내 아버지를 죽여줘."

미친 소리였다.

이메일: sw3564@naver.com
트위터: 살찐감 (@My_dawn23)

[ 최강 여주 / 능글맞은 남주/ 연애에만 천연 남주 / 혐관 커플 ]

표지 일러스트: 까까 님 (@_77r77r_)
표지 타이포: 89번가 님 (@89st_design)

 
뱀의 계략
작성일 : 17-11-04 17:29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2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순간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나온 참가자들의 검술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석은 커녕 입학조차 못할 예감이 들었다. 제국 내 최고의 아카데미라는 수식어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이 정도 수준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를 죽여야 하는데. ...아니. 해내야만 해. 이 곳에서 팔이 부러져도 검을 휘두를 거야.'

 

  순간 엘리제다가 미세하게 떨린 건 기분 탓일까. 하지만 정신은 이미 긴장으로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건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다만 내가 해야할 일에 온정신이 팔렸을 뿐이다.

 

  "다음. 아스."

 

  호명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허둥거리자 대기석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바로 잡았다. 하지만 휘두를 수 없었다. 검이 마치 돌덩이처럼 무거웠기 때문이다. 허락된 이에겐 바람처럼 가볍다는데 역시 내가 발현자일 리 없던 건가. 그래도 한 번만. 이번만 휘두를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요, 엘리제다!

 

  몇 번을 염원했을까.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몬을 얇게 썰어 넣은 애플티의 상큼함과 닮아있는 독특한 목소리였다.

 

  "시끄러! 조용히 좀 해! 몇 년을 자고 있었는데 너때문에 깼잖아!"

 

  "넌... 엘리제다구나. 내가 진짜 발현자였던 거였어! 자, 빨리 나에게 힘을 빌려줘!"

 

  너무 다급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험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입만 벙긋거릴 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엘리제다에겐 들리는 모양이었다.

 

  "안 그러면 너를 마구간 삽 대용으로 써버릴 거니까."

 

  실은 그럴 리 없었다. 엘리제다는 어찌보면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론 카톤이었던 나를 잊지 않게 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설령 내가 발현자가 아니라서 이 검을 못쓰게 되더라도 막 다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확률이 반반인 도박이었다. 실패 할 경우 엘리제다가 완전히 토라져서 다시는 불러낼 수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변덕스러운 검이 아주 조금만 바보같길 바랐다.

 

  "어차피 허락해줄 셈이었어! 급하긴! 넌 내가 5년 전부터 점찍었던 인간이라고. 고작 마구간 삽따위로 쓰게 할 수는 없지."

 

  엘리제다는 푸른빛을 일렁거리다 일순 빛을 뿜어냈다. 시험장 내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집중됐다. 교수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현자? 평민인데 발현자라니. 이건 기회야. 무조건 합격시켜야 해."

 

  "하지만 계집이라고. 이 아카데미에 합격해봤자..."

 

  "그래도 저 빛은 더없이 화려하잖아. 놓치면 후회할 거야."

 

  "내 생각도 그렇네."

 

  웅성거림에 귀를 기울이던 교수는 결국 나지막이 말했다.

 

  "아스. 합격."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합격하다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발현자의 영향력은 검술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다시 불러. 난 잠이나 더 자야겠어."

 

  그렇게 엘리제다는 말이 없어졌지만 돌덩이처럼 무겁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가벼워 내가 검을 들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배정받은 기숙사에서 짐정리가 거의 끝나갈 때즈음 교관이 나를 불렀다. 곧 입학식이 시작될 거라 귀띔했다.

 

  "분명 강당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얼마나 넓은지 지도라도 필요할 지경이었다. 그 때 저 멀리서 바트의 모습이 보였다.

 

  "바트. 여기서 뭐해?"

 

  어깨를 톡 치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가 있나? 무슨 귀신이라도 본 사람마냥 기겁해서는.

 

  "놀래라! 아스도 합격했구나? 뭐어, 당연하지만. 그나저나 뭐하냐니. 당연히 입학식 가는 중이었지?"

 

  멍청하게도 당연한 질문을 했다. 하지만 강당 위치도 모르는 풋내기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내 말은, 왜 여기 서있냐는 소리였어. 빨리 가자."

 

  "그, 그래. 얼른 가자."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니 바로 강당이 보였다. 뭐야. 엄청 가까웠잖아.

 

  "마법사 부문 수석, 케인 로즐리. 검사 부문 수석, 아스."

 

  마법사라는 말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거의 모든 검사 가문의 영애나 영식은 마법사 가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 바트는 제외였다. 그도 마법사지만 이상하게도 반감이 들지 않았다.

 

  제국 자체에서 대대로 사이가 안 좋았을 뿐더러 서로 경쟁자 의식을 갖고 있는 탓이리라. 하지만 그건 마법사인 로즐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수석이니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주 싸울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아카데미는 나의 소중한 뒷배경이자 황제를 죽이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런 기회를 라이벌 하나 때문에 놓치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는가.

 

  "놀랍네요. 여성이면서 평민인 자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수석으로 말이죠. 뭐어,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단상 위로 올라가자 로즐리가 내게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인사를 건넸다. 그의 금색 눈과 마주치자 나는 뱀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눈색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나른하고 올라간 눈의 모양새가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높게 올려묶은 길고 짙은 남색 머리는 조금씩 휘날릴 때마다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그가 내민 손을 붙잡자 인위적인 힘이 느껴졌다. 뭘까 싶어 고개를 드니 로즐리는 아무 일 없다는듯 웃고 있었다. 이 사람 내가 마음에 안 드는구나. 당연한 일이었다. 평민 여성인 내가 수석인 게 마음에 안 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로즐리 가라면 꽤 격식있는 가문일텐데 이렇게 적대적으로 나오다니.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데 영식께서는 교만한 뱀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교만한 뱀 이야기는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힘을 너무나도 과시한 뱀이 결국 사냥꾼에게 잡혀 죽는 이야기. 내가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를 똑똑한 그라면 알아들었겠지.

 

  잠시간 벙쪄있던 그는 평민인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꽤 부아가 치밀었던지 더욱 능청스레 웃어보였다.

 

  "덕담이라 알아 듣겠습니다."

 

  "좋을대로."

 

  내가 한 마디도 지지않고 따박따박 대꾸하고 있자니 곧 교수 대표가 이제 내려가도 괜찮다 일렀다. 로즐리는 끝까지 눈살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아스! 진짜 대단해. 그 케인 로즐리에게 겁먹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단상에서 내려오자 마자 조금은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바트에게 묻자 그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아카데미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로즐리를 무서워 한다는 소리였다.

 

  대단한 일인가? 무엇보다 딱히 무서운 얼굴도 아니었다. 오히려 따지자면 미남에 속했다.

 

  "별로. 그런데 너. 왜 계속 나한테 말 거는 거야?"

 

  "어? 어... 그게, 아스가 너무 멋있어서 친해지고 싶었거든! 안 되려나?"

 

  안 된다고 말하려는 찰나 그의 눈이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빛났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아니. 괜찮아."

 

  "와! 진짜지? 그럼 정식으로 다시 인사할게. 내 이름은 바트고, 19살이야."

 

  "아스. 19살이야."

 

  과도하게 활달하다. 괜히 수락했나 하는 후회가 급격하게 몰려왔다. 하지만 이제와서 철회할 수는 없었다. 엘리제다 가는 그런 불명예한 짓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아스의 삶을 살아가더라 하더라도 카톤 엘리제다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트와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방에 들어가자 내 눈을 의심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손에 붕대를 감고있는 로즐리가 보였기 때문에.

 

  "네가 왜, 왜 여기에?"

 

  로즐리 또한 당황했는지 존대를 사용하는 것조차 잊은 채로 물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절망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신입생부터 마법사와 검사가 같은 방에서 생활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로즐리는 그 방송을 듣자마자 당장이라도 항의할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여성은 아주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항의나 이의제기는 받지 않는다며 방송을 끝마쳤다.

 

  "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군. 아무리 검사 부문 수석이라도 그렇지, 건장한 남성을 이성과 같은 방에 두다니."

 

  그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걱정 마십쇼. 당신한테 손 댈 생각 없습니다."

 

  "무슨... 아, 그래? 네가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네. 제가 당신보다 월등히 뛰어나니까요."

 

  담담한 내 말에 그의 미간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너같이 재수없고 주제파악 못하는 평민은 처음 봐."

 

  "저도 당신같이 무례한 귀족 가의 영식은 처음 봅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서로 생각하는 바를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아, 이 자식 진짜 재수 없다. 라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사자와의 만남 2017 / 11 / 4 189 0 2379   
5 계약은 깨라고 있는 것 2017 / 11 / 4 178 0 3630   
4 쉽지만 어려운 의중 2017 / 11 / 4 181 0 3500   
3 적의 의중은 문제로 2017 / 11 / 4 190 0 3642   
2 뱀의 계략 2017 / 11 / 4 191 0 4201   
1 불꽃을 지우고 2017 / 11 / 4 334 0 57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