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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옥은 없다
작가 : 류밍
작품등록일 : 2017.10.30

삶은 귀찮고, 체력은 바닥을 찍은 컴퓨터 러버 세현, 낮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장례식장의 시체가 되어 있었다!
이어 그에게 닥치는 것은 다른 세계의 자신이 넘기고 간 귀찮기 그지없는 임무.

-안해, 난 건강쓰레기라 발로 뛰는 건 못 한다고!

과연 세현의 운명은?

 
01. 사람이 죽었다 살아날 수도 있지 (2)
작성일 : 17-11-04 14:51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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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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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개장은 싱거웠다. 검은색과 흰 색 뿐인 공간에서 그것만이 붉었다. 느껴져서는 안 되는 익숙함이 기분 나빴다.

 

 

  기억나서는 안 되었다. 나는 병원에서 깨어날지언정 장례식장에서 깨어나서는 안 되었다. 선택이 무시당했다. 나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상황은 돌아가고 있었다. 이럴 거면 선택지 자체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

 

 

  붉은 국물 위에 밥그릇 모양으로 뭉쳐 있는 쌀밥을 숟가락으로 뭉갰다. 맞은편에서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

 

 

  다시 시선을 내리려던 찰나, 형이 물었다.

 

 

  “왜 갑자기 끌고 나온 거야?”

  “…기분 나빠서.”

 

 

  숟가락으로 밥을 꾹꾹 눌러 국에 말았다. 말하고 싶었다. 내뱉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기억에는 허탈함이 올라타고 있었다. 이 와중에 밥은 잘만 넘어갔다. 장기간 굶었던 탓인가 보다.

 

 

  “형은 시선이 꺼림칙하지 않았어?”

 

 

  나는 이야기하려던 것의 방향을 살짝 틀기로 마음먹었다. 형은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닥 심각해 보이지 않는 표정이다.

 

 

  “꺼림칙했어? 잘 모르겠던데~ 그냥 신기하거나 무서워서 쳐다본 게 아닐까?”

  “그런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열심히 밥을 먹는 나를 시선이 쫓았다. 꿰뚫어보는 시선이다.

 

 

  너 정말 뭔가 있지? 시선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인지 식당까지 웅성거림이 퍼져오는 기분이 들었다. 크게 한 숟갈을 떠서 입 안에 넣고 열심히 씹기 시작했다. 환청이다. 분명히 저건 환청이다. 내 기분이 구릿해서 들려오는 환청이 분명하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찰나, 놀란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현아, 세현아. 저거 봐봐. 세상에, 저게 뭐야? 도깨비불?”

 

 

  홱 고개를 들었다. 형은 나의 뒤편을 보고 있었다. 식당의 입구 쪽이었다. 설마 온 거야? 설마, 설마. 형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동안 머릿속으로 설마가 수천 번은 지나간 것 같았다. 시야에 들어온 푸른빛에 눈이 번쩍 뜨였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잠깐만, 형.”

 

 

  나는 아직 반이나 남은 육개장을 눈물을 머금고 잠시 방치하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급하게 일어서다 식탁에 무릎이라도 박으면 그만한 낭패가 없으니까. 우울을 닮았지만 그보다 작은 푸른색의 무언가가 올리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까득, 이를 갈았다. 저쪽 인간들은 제대로 된 판단력이 있긴 한 거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새파란 그것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건드려보려 손을 뻗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잘도 피하면서도 푸른빛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내 육개장 그릇 좀 지켜 줘!”

 

 

  내가 자신을 쫓기를 기다린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그것은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 기다, 야 운세현!”

 

 

  형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익숙한 하늘색을 쫓았다.

 

 

  푸른빛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사람들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보이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형도 잊어버렸을 테니 설명할 거리가 하나 줄어들겠지.

 

 

  나의 속도에 맞추어 속도를 조절해 가며 그것은 빠르게 움직였다. 시선을 돌리면 놓칠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볼 틈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쫓아오면 어쩌나, 잠시 걱정했으나 장례식장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 탓인지 잠시 어른거리다 사라지는 푸른색 우울을 신경 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우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주차장이 있는 장례식장의 뒤편이었다. 건물 밖은 온통 붉었다. 너른 주차장 양쪽으로 화단이 늘어서 있었다.

 

 

  푸른빛은 화단 한구석에서 나를 부르는 듯 깜박거렸다. 저무는 해를 따라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노을이 녹아 있는 공기는 주변을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물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시리도록 새파란 그것 뿐.

 

 

  그 이질적인 색감을 잠시 감상하다 이윽고 푸른빛을 향해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거야. 난 왜 한 번 죽은 거지?”

 

 

  반딧불이 마냥 깜박거리는 푸른빛은 지나치리만큼 고요했다. 어디에선가 새가 울었다.

 

 

  “난 침묵을 골랐어. 권유는 거절했잖아.”

 

 

  얇은 나무 옆에서 흔들리는 푸른빛 너머로 지평선에서 노을이 서서히 타들어갔다. 그림자의 끄트머리에서부터 짙은 보랏빛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바람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야, 이거 네가 보낸 것 맞지? 왜 침묵을 선택한 내가 아니라 네가 침묵하고 있는 건데?”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인간이 사람한테 일을 떠넘기려고 내 선택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한단 말이지. 자그마한 우울의 형태인 것으로 보아 이것은 본체라기보다는 전령 정도겠지. 그럼 잡아채서 이리저리 흔드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 어찌되었건 간에 사람은 아니잖아?

 

 

  “정말 이럴 거야?”

 

 

  허공에서 잡아채어 짤짤 흔들어 줄 요량으로 양손을 뻗어 푸른빛을 콱 잡아채었다.

 

 

  순간, 조용히 허공에 떠 있기만 하던 푸른빛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팔을 타고 순식간에 이쪽으로 퍼져 들어왔다. 새파란 고무장갑을 낀 것 마냥 양손과 팔이 푸르게 변했다. 그것은 팔에서 그치지 않고 어깨를 타고 들어와 나를 삼키려 들었다.

 

 

  저리 가, 저리 가. 떨어져. 오지 마! 기겁해서 몸을 덮어가는 푸른빛을 털어 내고, 팔을 사방으로 붕붕 흔들어 대도 그것은 떨어지지 않았다.

 

 

  온통 붉던 세상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눈을 비벼 봐도 보이는 것은 오로지 글씨 없는 블루스크린 뿐이다. 눈을 감아 봐도 시야를 가득 메우는 푸른빛에 나는 결국 저항을 포기했다. 아, 몰라. 귀찮아. 멋대로 하라 그래.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체념과 동시에 찾아온 것은 새까만 어둠이었다.

 

 

 

 ⊹⊹⊹

 

 

 

  “─현아. 운세현!”

 

 

  퍼뜩 눈을 떴다. 전원이 켜지는 것처럼, 시야를 가득 메운 푸른빛이 순식간에 걷혀 갔다.

 

 

  남색에 가까운 짙푸른 하늘에는 노을이 남기고 간 분홍색이 맴돌고 있었다. 새가 울었다. 새파란 글씨와 도형들이 순식간에 눈앞에 떠올랐다.

 

 

  태양이 사라지고 9분 27초가 지난 하늘. 귓가에 울리는 소리는 까마귀와 뻐꾸기의 울음소리다.

 

 

  “나무에 머리 박고 뭐 해! 네가 딱따구리니?”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 위로 새파란 원이 떠올랐다.

 

 

  운지혁. 26세.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다. 나무라듯 말하는 목소리의 톤은 평소보다 높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끼자마자 허공에 사각형이 떠오른다. 남실바람. 풍속은 약 2m/s. 풍속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시야의 왼편에 세워져 있는 차는 모하비. 보이는 색은 짙은 보랏빛이며, 원래의 색은 불그스름한 갈색이다.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는 자잘한 정보들에 나는 굳어버렸다. 감각의 범위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의 정보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한순간 점멸하는 새파란 글자들의 뜻이 초 단위로 머리에 새겨졌다. 금세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이질적인 감각에 눈을 깜박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세현아? 너 살아있는 거 맞지? 운세현? 나를 재촉하는 형의 목소리는 감각이 아닌 정보가 되어 뇌에 박혔다. 형이 눈앞에 대고 한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드는 속도, 그에 따라 생기는 얕은 바람들의 정보가 차례로 떠올랐다.

 

 

  허공으로 사라진 에너지는? 손바닥에서 방출되고 있는 열에너지의 양은? 형태는? 귓가에 와 닿는 소리는 파동이 되었다. 나를 짓누르는 중력이 정보가 되어 뇌리에 박혔다.

 

 

  현실과 맞닿은 감각이 정보에 묻히고,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형태를 가지고 일렁이는 검은색과 흰색이 색채를 가진 세상 위에 겹쳐졌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의 고통조차 정보가 되어 뇌에 스며들기 시작할 때, 나는 자아를 되찾았다.

 

 

  “흡─,”

 

 

  흑백과 푸른빛이 뒤엉켜 있던 시야가 순식간에 개었다. 눈이 마주쳤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왼손을 올려 이마를 짚었다. 뜨겁다.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가 기억에 박힌 탓에 과부하라도 걸린 것 같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정보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뇌가 죄여오는 것 같았다. 뇌에도 근육통이 있나? 눈을 몇 번 깜박였다.

 

 

  “……너.”

 

 

  시선이 마주쳤다. 고요한 형의 눈동자 안에, 시리도록 푸른빛이 언뜻 스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바른 대로 고하지 못할까!”

 

 

  부러 근엄한 척 목소리를 깔고 사극에서나 쓸 법 한 말투를 흉내 내는 형을 보며 나는 조용히 심호흡했다.

 

 

  저거 지금 차마 화를 내거나 다그칠 수는 없으니 일부러 저러는 거다. 분명 봤거나, 보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눈치는 챘다. 달려나가던 나를 쫓아 온 건가? 조금 전 새파랗게 변했던 내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파란색 전신타이즈를 입은 사람?

 

 

  나쁜 짓을 하다 부모님께 들킨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뒷목을 손으로 한 번 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못하겠고, 집에 가서 고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자. 부모님은 지금 오셨던 분들 접대해서 되돌려 보내고 계셔. 다시 안 올 것 같아서 먹던 그릇은 내가 치우고 왔으니까 다음 설거지는 바로바로 너~”

 

 

  그릇을 치운다 해도 식기 반납구에 가져다 준 것일 뿐이리라. 평소라면 이런 말은 안 할 텐데. 다음 설거지를 맡기는 이유는 아마 저것만이 아니리라. 별 말도 없이 끌고 나간 것이나, 한창 먹다 말고 멋대로 튀어나간 건 내가 잘못한 것이니까, 그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있겠지.

 

 

  “어서 가 보시오! 네가 가야 끝나지.”

  “아, 응. 미안.”

 

 

  빙긋 웃으며 형이 내 등을 툭툭 쳤다. 하여간 수시로 달라지니 정말 읽기 힘든 인간이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생각해 냈다. 방에서 나올 때에도 그렇고, 식당에서 나올 때에도 그렇고 답지 않게 무작정 뛰쳐나간 바람에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뒤돌아 가려는 형을 급히 붙잡았다.

 

 

  “형은?”

  “사망신고 한 거 취소하는 법 알아보러 먼저 집에. 왜, 왔던 길 기억 안 나?”

 

 

  독심술을 익힌 것이 틀림없다.

 

 

 

 ⊹⊹⊹

 

 

 

  형이 알려준 것은 방의 위치였다. 벌여 놓았던 것을 치우고, 손님들을 되돌려 보내느라 방은 어수선했다. 내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고, 반가워하고, 무서워하기도 하고, 속인 것은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어쩌다 저승에서 돌아왔니? 나 기억은 나지. 천국은 어떻든? 아니, 얘라면 지옥에 갔을지도 모르겠네. 이야, 이거 죽었다 살아 돌아온 것을 보니 나중에 큰일을 하겠구만.

 

 

  얼굴을 뵌 적이 거의 없는 분들이 너스레를 떨며 내게 이야기를 걸었다. 정작 친한 이들은 잘 왔다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자리를 비켰다.

 

 

  계산은 깔끔한 것이 좋다며 부모님은 조의금을 돌려드렸다. 개중 몇몇은 축하 겸 용돈이라며 되받은 조의금을 나에게 건넸다. 익숙한 소란스러움이다. 나는 내심 안심했다.

 

 

  쎄한 느낌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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