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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
작가 : 진여울
작품등록일 : 2017.10.30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고생과 사랑에 무미건조한, 어른이 된 남자가 서로 맞닥뜨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인물을 중점으로 전개하겠지만, 그 외 다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많이 등장해요.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을겁니다. 로리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여자주인공 설정 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씬은 없습니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3>
작성일 : 17-11-04 11:30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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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밖에서 가게 안 쪽을 기웃거리면서 살펴보니 그가 없다.김이 빠진 고은은 힘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계산대에 앉아있는 주인아저씨가 반긴다.고은은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키 크고 마른,20대처럼 보이는 얼굴 하얀 남자요.왔다 갔어요?"

 "누구?"

 "어…반찬거리 잘 사가는 남자요."

 "아직 안 왔지."

 "언제 오는 지 아세요?"

 "그걸 내가 알 수가 있나.오늘 안 오면 내일 오고 내일도 안 오면 그 다음 날 오겠지."

 

 넌스레 웃으면서 부채를 흔든다.그와 대조적으로 고은의 표정은 실망이 잔뜩 묻어나 있다.그저 아이스크림 하나 집어 계산을 하고 나갔다.그래도 아이스크림을 한 입 무니 시원하고 좋다.꿀꿀하던 기분이 어느정도 녹는다.

 

 아저씨 집에 가 볼까.뭐하고 있으려나.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베어 물었다.교복 입고 가면 어린 티가 팍팍 나겠지?우선은 가방도 내려놓을 겸 집부터 가자.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더 베어물면서 고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갔다.

 

 무슨 옷을 입어야 어른스러워 보일까.옷장에 있는 반팔과 반바지를 다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대충 눈으로 흝겨보니 모두 다 유치해 보인다.

 

 "흐음……."

 

 이것들을 무슨 생각으로 샀는지,그리고 작년엔 또 어떻게 잘 입고 다녔던 것인지.예전에는 잘만 입고 다녔던 옷들이 이제는 다 유치해 보인다.미키마우스가 입이 째질 듯이 웃고 있는 티셔츠는 보자마자 다시 옷장에 처박았다.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채 째려보고 있는 이 티셔츠는 괜찮으려나.전신거울 앞에 서서 입어보니,또 이것도 아닌 것 같다.어지럽게 그려진 별도,무슨 뜻인지 모를 영어가 길게 적혀있는 야광색 반팔도 별로다.이것저것 계속 거울 앞에서 비교를 해 보던 고은은 어느 새 짜증이 났다.

 

 시간도 어느 새 지나가 있다.건진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아예 어른 옷을 입고 갈까 싶어 엄마 방도 뒤지다가 너무 나이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옷 고른다고 보내버린 시간이 무안해질 정도로 고은은 그저 무난하게 하얀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었다.

 

 어차피 뭘 입어도 어린 티가 나는데,괜히 시간낭비만 한 꼴인 것이다.그의 일과를 모르는데.이 시간에 집에 없으면 어떡하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간 멈칫했다.그러나 이미 집 밖으로 나갔으니.제발 있기를 바라면서 고은은 다시 가게로 갔다.

 

 "아저씨 아직 안 왔죠?"

 "아까 그거?아직 안 왔지."

 

 이걸 좋아해야 하는건지,말아야 하는 건지.아직 안 왔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고은은 다 모른다.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뭘 하고 있는지도,심지어 취향도 모르니.아이스크림을 사러 왔는데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샀다.

 

 터벅터벅,다리를 길죽하게 쭉쭉,아저씨의 걸음거리를 따라하면서 걷다보니 어느 새 그의 집에 도착했다.갈 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는데 막상 이렇게 도착하니 떨떠름하다.설렘 반 알 수 없는 감정 반.경쾌하고 짧은 벨소리가 심장에 짜르르륵 울린다.

 

 "누구세요?"

 

 저음의 목소리가 들린다.고은은 바싹 마른 입술을 잘근 씹었다.

 

 "저…아저씨!저예요!"

 "아."

 

 짧은 영탄,그리고 문이 열린다.얼굴만 빼꼼 내민 그가 귀엽게 느껴지는 고은이다.

 

 "왜?"

 "이거 주려고 왔어요."

 

 들고있던 비닐봉지를 아저씨에게 건네자 그제서야 문을 활짝 열고 고은 앞에 서서 대면한다.

 

 "이게 뭔데?"

 "아이스크림이요.녹으니까 빨리 받아요."

 

 그는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두 손으로 고양이 세수하는 듯이 얼굴을 비비더니 한숨을 쉰다.

 

 "이거 때문에 온 거야?"

 "얼른 받아요."

 "필요 없어."

 "녹아요!빨리 갖고 가요!"

 

 날씨가 더워 다 녹을지도 모르는데 받을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여러 개 사서 손수 왔는데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던가,아니면 그저 받기라도 하던가.그의 태도에 고은은 조금 화가 나서 비닐봉지를 떠넘겨 품 안에 거의 던지다시피 했다.

 

 "야!"

 

 바삐 걸음을 하며 그 자리에서 떠나려고 하는데 그가 부르는 소리에 고은은 뒤돌아섰다.

 

 "먹어요!먹으라고 사온거니까."

 "이리 와 봐."

 

 그의 부름에 뭔가 싶어서 갔다.그러자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낸다.

 

 "거의 녹아가네.그래도 하나 먹으면서 가."

 "아저씨 지금 나한테 아이스크림 주는 거예요?"

 "받고 가라.그냥."

 "여하튼 아이스크림 감사하게 잘 먹을게요!"

 

 포장지를 뜯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가는 고은의 뒷모습을 보고 그는 문을 닫았다.왜 이리 무식하게 많이 사 왔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안으로 들어온 그는 우선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은 뒤 노트북 앞에 다시 앉았다.노트북 옆에 놔 둔 얼음이 가득 담긴 컵엔 이슬이 송송 맺혀있다.얼음을 씹으면서 곰곰히 화면을 노려보다가 다시 일어섰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가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일에 몰두할 동안 고은은 아이스크림을 마지막 한 입까지 흡입한 뒤 집에 도착했다.

 

 "어디 갔다 온 거니?"

 

 엄마의 물음에 고은은 먹고 남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대답했다.

 

 "몰라~"

 "옷 가지고 온갖 쌩쇼는 다 하더니 그렇게 입고 갔니?엄마방도 어지럽혔더만."

 "나중에 내가 치울게~아.오늘 설거지도 내가 할게~"

 

 계속 웃으면서 기분 좋아보이는 고은의 모습에 누워서 tv를 보던 동생이 이상한 표정으로 본다.

 

 "누나 왜 그래?"

 "내가 뭐~"

 "오늘 심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난 항상 기분이 좋은 걸~?"

 "그럼 나 용돈 좀!"

 

 동생이 누운 상태로 다리를 까닥거리면서 은근슬쩍 묻자 고은이 곧 정색을 한다.

 

 

 "꺼져.밀린 돈 2만원이나 빨리 갚아."

 "짜질게.누나 얼른 방 치우러 가."

 

 그에 굴복하는 동생이다.

 

 * * *

 

 

 "좋아하는 노래는 뭐 있어요?"

 "딱히 가려듣지는 않는데."

 "인디밴드 노래도 많이 들어요?"

 "그럭저럭."

 "그럼 좋아하는 색은?"

 "무채색."

 "어!그럼 흰색이랑 검은색 포함되는 거네요?"

 "어."

 "나도 그 색 좋아하는데!"

 

 나란히 걸으면서 고은이 그에게 시도때도 없이 질문을 날렸다.

 

 집에 가는 길에 그를 만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은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고 그는 걸으면서 내내 대답해 주었다.

 

 "나이는 어떻게 돼요?"

 "24살."

 "와."

 

 와-하고 감탄을 한 고은은 그의 얼굴을 보다가 곧 손가락으로 몇 살 차이가 나는지 세어 보았다.

 

 "5살 차이 나네요!"

 "그걸 일일이 다 손가락으로 세어야 하구나."

 

 고은은 그의 말에 그저 히죽 웃기만 했다.속으론 5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왠지 잘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오늘은 뭐 샀어요?"

 "햇반."

 "그것만요?"

 "커피도 조금?"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뭐예요?"

 "음."

 

 그가 고민을 한다.입을 꾹 다물면서 생각에 빠지는가 했더니 곧 다시 입을 연다.

 

 "섹시한 여자."

 

 그 말에 고은이 잠시 멈칫했다.

 

 "변태!"

 "섹시함도 하나의 취향이지."

 "그럼 스모킹화장 진하게 한 여자 좋아하는 거예요?"

 "인위적인 건 싫은데."

 "안 꾸몄는데 섹시한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것도 타고난 여자가 있지.너랑 정반대인 여자라던가."

 "너무해요!"

 "집 도착했네.잘 가라."

 

 벌써 집에 도착했다니.막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참에 이렇게 벌써 도착하다니.고은은 섹시한 여자 말고도 다른 매력있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구구절절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냉정하게 말했다.잘 가라.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말이 좋게 나올 리가 없다.섹시한 여자가 좋다면서,섹시한 여자는 자신과 정반대라고 하다니,그럼 고은이 제 취향이 절대 될 수 없다는 말 아닌가.씩씩거리면서 말을 뱉은 고은이 발길을 돌렸다.

 

 "야."

 "왜요."

 "너 왤케 떽떽거리냐."

 

 그런 고은의 모습에 그 역시 한순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성의껏 다 대답해줬더니 지 딴에는 맘에 들지 않는 대답을 했다고 화를 내다니,그 모습이 어이가 없는 것이다.무얼 기대하고 그런 질문을 했는지,이 나이의 남자에게.그래서 그 역시 차갑게 정색하고 말았다.

 

 "너 이번이 마지막이다."

 "뭐가요"

 "두번 다시 귀찮게 좀 굴지 마."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고은이 순간 풀이 죽었다.무표정은 수없이 보았지만 화난 무표정은 처음이었다.

 

 "너랑 나랑 몇살 차이인데 친해지려고 해."

 

 고은은 그 놈의 나이 차이가 뭔 이런데 쓰이는 건지,시간을 되돌려 5년 전에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고작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려던 참에 그가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아저씨!"

 

 한번 불러 보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나오지 않았다.

 

 * * *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보이는 고은에게 은아는 그저 새콤달콤 하나 내밀 뿐이다.뚱한 표정으로 포장지를 벗겨 입 안에 넣는 고은이다.

 

 "아침부터 왜 이래 애가."

 "아아.몰라."

 

 우물우물 새콤달콤을 먹으면서 대답을 하였다.은아도 새콤달콤 하나 입에 넣었다.새콤함이 입 안 가득 터진다.

 

 "야.잘 될 거야."

 "뭐가?"

 "아저씨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어떻게 알았어?"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아저씨도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단 걸 알아야 하는데…!"

 

 고은이 푹푹 한숨을 쉰다.때마침 민혁이 들어온다.한 손에 든 빵을 흔들면서.

 

 "아침부터 왠 한숨이냐?"

 "어휴.피곤해."

 "피곤하면 자든가."

 "넌 빵이나 먹든가."

 

 고은의 말에 바로 민혁이 포장지를 벗긴다.너도 한 입 먹을래 하고 내밀지만 고은은 거절의 의미로 손사래 친다.그러자 민혁이 사실 줄 생각도 없었다면서 보란듯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그러자 고은이 빵을 낚아채서 한입 먹고 다시 돌려준다.

 

 "안 먹는다면서!"

 "너 먹으니까 나도 먹고싶어졌네."

 "못된 심보."

 "인정."

 

 귀찮아진 고은은 짧게 대꾸를 하고 은아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그 상황들을 말했다.혹시나 자신 혼자만 꽁기하게 군 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잘못했지?"

 "오히려 아저씨가 과민반응 아냐?"

 "그런가?"

 "그냥 애같이 틱틱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아냐?"

 "음,내가 틱틱거릴 때가 있어?"

 "너 정색하면서 틱틱거리잖아.목소리는 하이톤으로 해서."

 "별로야 그거?"

 "기분 상했을 걸?"

 "아.기분 상하게 했으니까 그렇지!"

 "아저씨한테 직접 말해봐."

 

 '직접'.그러고 싶다.집만 알면 무엇 하리.번호도 몰라서 문자 남길 수도 없고,통화도 할 수가 없는 걸.또 가게 앞에서 하릴없이 기다려야 하나 싶기도 하다.근데 안 오면 어떡하지.평소 잘 웃고 다녀서 인상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정색을 하게 되면 쌍커풀이 없는 눈이라 무서워 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근데 어제는 그가 더 심했다.그 차가운 정색.한 여름에도 서늘해지는 표정이었다.

 

 "같이 가 주면 안 돼?"

 "내가?"

 

 괜한 말이다.그래도 뭔가를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뱉어보았다.

 

 "새콤달콤 또 줄까?"

 "응."

 "야.나도 줘."

 "강민혁은 이럴 땐 귀가 밝지."

 

 어느 새 빵을 다 먹었는지 민혁이 뒤돌아 손을 내민다.은아가 새콤달콤을 하나씩 나눠줬다.기분 꿀꿀할 때 역시 단 걸 먹어야하지.새콤달콤을 씹으면서 고은은 생각했다.역시 단 게 최고라고.아저씨같이 쓴 아메리카노 마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뭘 해도 끝에 가서는 그가 생각난다.

 

 "아."

 "왜?"

 "또 아저씨 생각했어."

 "조증이다.진짜."

 "심각해."

 

 고은과 은아의 대화에 민혁이 끼어든다.

 

 "아저씨?좋아한다는 사람이 아저씨냐?"

 "아니거든."

 "원조교제 할까 봐 겁난다.이 나이에 철딱서니없게."

 "너보단 철 있다!그리고 아저씨 아냐."

 "아니면 다행이고."

 

 민혁이 정말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그 얼굴을 보던 고은은 아저씨와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그 모습을.여느 커플들처럼 다정하게 보일까.8살 차이.사실 별 것도 아니다.띠동갑인 사람들도 요새 많이 결혼 하던데.

 근데 고은은 아직 학생이다.그러면 달라진다.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다.뭐야.서로 썸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걱정을 해 봤자 뭐해.고은은 금방 기가 죽어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나도 함 들어보자."

 

 그런 고은의 머리를 민혁이 아프지 않게 손으로 툭툭 건드린다.

 

 "아씨.하지마."

 "진짜야?"

 "뭐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 거."

 "아.없어."

 "구라치지마."

 "언제는 진짜냐고 물어봤으면서,없다고 하니까 왜 안 믿어."

 

 민혁이 귀찮게 굴어 결국 고갤 들어 대꾸하자,다시 얼굴을 숙이게 한다.

 

 "못생겼어.얼굴 들지 마."

 

 고은은 다시 고갤 들어 민혁의 팔을 꼬집었다.아.존나 아파.진심 아프다고!그런 민혁의 고통에도 꼬집어 비트는 고은이다.

 

 아침에 우울하게 굴었지만 사실 고은은 금방 회복을 했다.그를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평소 생활에 금방 스며들어 기분이 나아진 고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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