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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스틸러벤
작가 : 핀달릴
작품등록일 : 2017.11.3

현실에서도 소매치기 실력은 알아주던 박태영<벤>.
반쯤 손 씻고 견실한 사회인으로서 벌어먹고 살던 그의 게임 속 직업은
운명이 짝지어주기라도 했는지 스틸러였다.
가벼운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게임은 원한에 의해 게임속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암약하는 집단 E.O.L을 잡기 위한 목적을 띈 여행으로 변하게 되고,
급기야 과거의 앙숙에게 스카우트 되어 유토피아의 게임 화사인 엔드오버사의
사내 위험 관리 팀에 들어가게 되는데...

 
3.전직-2-
작성일 : 17-11-03 22:33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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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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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뭐지? 어둡다. 탄내도 좀 많이 나고. 내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군. 으음. 자세가 좀 많이 불편한데. 숨도 막히고, 무엇보다 무겁다! 하지만 내 몸조차 안보이는 상황이라서 어떻게 할수가 없다. 뭔가에 철썩 붙어버린 느낌이랄까. 게다가 몸이 몹시 따끔거리고 숨쉬기가 괴로웠다.

 

 

  헉, 헉. 왜 이리 산소가 부족한거지?그렇게 괴로움을 참고 있을 때 새하얀 새벽의 아침 햇살의 광휘와 같은 눈부신 빛이 내 몸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따가움이 사라져갔다.

 

 

  그런데 뭔가가 몸을 잡아당기는 듯한? 으갸갸갹! 찌이이익.뭔가 살거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어둠속에서 빠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무슨 도시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다가 뭔가가 시야에 가렸다. 내 시야에 엄청나게 큰 까만 무언가가 눈 앞에 있었다. 뭐, 뭐지 이 거대한 공은? 나는 한참 후에야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내 코가 공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을 하고 있었다. 누린내가 나긴 하지만 분명 고기냄새였다. 가만, 고기?

 나는 깜짝 놀라서 그 정체 불명의 거대한 공 덩어리를 보았다. 그렇다면 이건…….

 

 "이건 양이잖아?"

 

 

  비록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불분명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냄새한번 죽이는군. 자세히 보니 주위의 사람들조차 침을 꼴깍 삼키며 거대한 양씨에게 눈이 가있다. 후우-. 난 미남이다. 그것도 상냥하고 마음씨 곱고 완벽한 미남이란 말이지.

 

  따라서 친절하게도 내 양식을 탐내는 중생들에게 고기를 양보해줄 의도가 다분히 있다. 그렇게 머리를 휙 쓸어넘기며 고기를 나눠주려는 순간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고 앞으로 넘어졌다. 꽝! 아아아! 너무 아픈 나머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머리에는 주먹만한 혹이 난 것 처럼 왕왕 울렸다. 누구야 때린게!

  뒤를 돌아보자 웬 갑옷을 입은 비죽비죽한 수염이 특징인 남자가 눈을 부릅뜬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로 얼굴을 디밀고 있었다. 히익!

 

 "뭐, 뭡니까? 갑자기."

 

 

 "정신을 차렸구나. 이 죽어 마땅한 놈! 네녀석은 로센왕국을 날려버리기 위해 온 사악한 흑마도로구나! 이 불쌍한 양을 이렇게 끔찍한 시체로 만들면서까지 이 왕국에 해를 끼치고 싶었던것이냐!"

 

 "에? 에?"

 

  갑자기 피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이 아저씨는 대체 누군지 모르겠는데. 이봐요. 누군 그 양타고 여기까지 날아오고 싶었는줄 알아?

  흠. 그런데 이 양. 의외로 교통수단으로도 쓸만하잖아. 죽을 위험만 빼면 말이야. 솔직히 고지대에서 내려오면서 반나절은 예상하던 거리를 단 몇분으로 줄여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안녕 무제한 체급 양아. 나를 위해 희생해준 일은 잊지 않을께. 부디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나를 지켜줘.

  하지만 일단은 당장 따질 것부터 따져야겠다. 대충 상황은 보니 정리가 됐어. 나는 정신이 살짝 혼미한 와중에도 눈 앞의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마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의 대장인 모양이지.

 

 "아니, 말은 바로 합시다. 적어도 당신들 이 양이 불쌍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데? 딱 봐도 군침 질질 흐리고 있는게 눈에 훤한데! 애초에 양 하나 죽은 것에 이렇게 화내는 게 이상하잖아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내게 말을 건 사람 뒤쪽의 병사들은 반쯤 군침을 흘리면서 양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나는 욱하는 마음에 일어나다가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하면서 몰아붙이듯 말했다.

 

 "젠장, 도움받은 건가 해서 감사 인사부터 하려고 했더니, 초면부터 따지고 들고. 정작 양과 함께 날아온 당사자도 죽을뻔했던 건 보이지도 않나. 재난에 휘말린 일반인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안 드나 보죠? 그리고 내가 흑마법사였으면 이런 기괴한 탑승물에 타고 자살테러같은 짓은 하지도 않아요!"

 

 "닥쳐라! 뭐하느냐, 잡아 넣어!"

 

 우아아아! 못 참겠다! 나도 입고 있던 누더기의 팔을 걷어올리고 쏘아붙이려고 했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명의 병사가 옆에서 나타나 내 팔을 각각 하나씩 붙잡았다.

 

 "이거 놔, 자식들아! 남자들이 엉겨붙지 말란 말이야!"

 

  거세게 몸부림치며 저항했으나 몸을 빼내려는 찰나 순식간에 다시 팔을 붙들렸다. 그리고 또다시 뒤통수에 뭔가가 작렬했다. 순간적으로 헛숨이 터져나왔다.

 

 "젠······자앙."

 

  나를 때린 그것이 뭔지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의식을 잃었다.

 

 ***

 

  또 다시 어두침침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귀에 거슬리는 소리 때문이라고 할까. 그렇게 깨어난 몸은 아까와는 달리 육체적 제약이 없었다.흠. 이번엔 고깃덩이에 붙지 않았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계속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서서히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는지 사물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우유 한컵과 빵 한조각. 그리고 담요 한장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쇠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달빛을 받으며 나는 오늘 하루의 일과를 되새겨 보았······ 이게 아니라!

 

  여긴 감옥이잖아! 아까 기절시킨다음에 감옥으로 끌고 온 모양이었다. 큭. 제기랄. 어떻게든 탈출해주마!

 박박박박.

 

 "윽."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뭔가로 단단한 돌벽을 긁는 것 같은 소리. 방을 세심하게 둘러보자 침대에 가린 구석의 벽에 널찍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아니, 완전하지 않은 굴······이랄까. 누군지 들여다 본 나는 살짝 놀랐다. 왠 노인 한분이 꽃삽으로 박박 긁고 계신게 아닌가.

 

  내가 온 것을 눈치챘는지 그가 뒤돌아서 소음의 원인인 삽질을 멈췄다. 앞에는 그의 몫으로 추정되는 빵 부스러기와 컵이 남아있었다.

 

 

 "휴우, 좀 쉬었다 해야겠군."

 

  그 누군지 모르는 할아버지가 내 몫을 집어들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당신 몫은 저거 아니야? 그건 내거라고요!"

 

  내가 노인에게 와락 달려들며 우유컵을 뺏으려 했지만 어디서 몸재주를 익힌건지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가 버렸다.

 덕분에 바닥에 주르르 미끄러 지면서 얼굴의 살갗이 죽 밀렸다. 쓰라려!

 

  상처가 나긴 했지만 이 미남의 얼굴은 이정도론 붕괴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노인에게 몸을 던지며 달려들었다. 정확히 우유컵을 노리고 움직인 태클이었다.

 

 "이야아!"

 

 그러나 노인은 마시던 자세 그대로 우유컵을 허공에서 슬쩍 놓고 옆으로 몸을 슬쩍 돌렸다. 그대로 내 몸은 허공을 가르고 침대에 처박고 말았다. 하필이면 침대도 딱딱한 덕분에 나는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아아, 짜증나. 대체 뭐란 말이야. 이 할아버지는! 그리고 이 상황은!

  열받는 마음에 고개를 팩 돌려보니 영감탱이는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분명히 공중에서 놓아버려서 공중에 흩어진 우유방울들을 직접 컵을 움직이면서 전부 다 컵에 담더니 그대로 목구멍에 들이부어버렸다. 저게 가능해?

  내가 감탄하는 동안 그의 손에 들린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내 몫이었던 우유가 동이났다. 어떡하면 좋담. 지금 체력이 간당간당한데 말이야. 사나이 벤의 대핀치! 그때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젊은 친구가 쪼잔스럽기는.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살 거라고."

 

 "그거 제 몫이었거든요?"

 

 "뭐, 어쨌든 잘 먹었네."

 

  그가 넉살좋게 손을 흔들며 침대로 가 누웠다. 적어도 담요만큼은 제걸 찾아 쓰는 것 같군. 다행이야.

  웬지 저 영감이 내 담요까지 뺏어서 온몸에 지렁이처럼 둘둘 말면 절대로 뺏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벌써 죄수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음? 그런데 저게 뭐지? 침대 아래에 여러권의 책이 보였다. 저 영감님건가? 그때 그의 허름한 옷에 쓰여진 단어가 보였다.

 

 "레모티?"

 

 "응? 아아. 불렀나?"

 

 

  그게 저 영감의 이름이었나보다. 레모티는 내 표정을 보더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잠시 후 그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생각해보니 이름을 들은 적 없군. 자네 이름은 뭔가?"

 

  아아, 동방예의지국. 동방예의지국. 비록 내 일용할 양식은 뺏겼으나 정신만은 뺏기지 않으리. 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벤입니다."

 

 "그렇구먼. 내 이름은 간수한테 들은 건가?"

 

 "기절해서 실려왔는데 듣긴 뭘 들어요. 그냥 옷에 써 있던거 읽은건데 영감님이 반응한거죠."

 

 "흠. 뭐, 보통 간수들이 같이 지낼 죄수 정도는 알려주니까 말일세. 그러고 보니 자네는 기절해서 그냥 던져졌었지."

 

  레모티는 그렇게 말하더니 누운채로 빙글 돌아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파더니 그다음 귀지를 내 쪽으로 후 불어서 날려보냈다. 으악! 더럽게 저 영감이 뭐하는짓이래? 놀라서 몸을 뒤로 빼자 레모티는 킬킬거리면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거 참 정신 사나운 영감이로다.

 

  나는 발끈 화내려다가 한숨을 폭 쉬고는 뒤돌아 앉았다.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람. 다 늙은 영감 하나 못이겨서 감방에서 이러고 있는 내 신세가 처량하군.

  영감은 5분쯤 뒤척이더니 다시 일어나서 삽을 들고는 아까의 작업을 재개했다.박박박······. 거 소리 정말 신경 거슬리는군. 난 넌더리를 내면서 말했다.

 

 

 "이봐요, 레모티. 그거 소리 좀 안나게 팔 수 없어요? 게다가 무슨 그런 애들용 삽으로 돌벽을 판다고 그래요?"

 

 생각해보니까 어떻게 삽을 들여온 건지도 궁금한데. 그러나 물어보면 머리만 더 아플 것 같아서 그것까지 묻지는 않았다. 레모티는 날 흘겨보더니 말했다.

 

 "어허, 이친구 이만큼 판 거 안 보이나?"

 

  내가 말을 잘못했군. 나는 다시 반격에 나섰다.

 

 

 "그거 얼마나 파서 그만큼 판 건데요?"

 

 "보름."

 

  나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 저 정도면 집념이야. 크기는 침대에 가릴정도로 작지만 확실히 사람 하나가 엎드리면 충분히 기어서 지나갈 수 있는 높이의 구멍에 이미 레모티의 몸 하나는 들어갈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아니 어쨌든 시끄럽다!

 

 

  내 표정이 부루퉁하자 레모티가 껄껄 웃으며 손짓했다.

 

 

 "일단 이리로 와보게, 젊은이. 자네도 탈옥하려면 들키면 안되니 곁에서 망이라도 봐주게."

 

 

  음, 그 이야기에는 찬성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모티의 곁으로 다가가서 망을 보았다.

 

  감옥 밖에 간수는 없었지만 안전한게 좋으니까. 그런데 그만큼 팔 동안 안들켰으면 사실 내가 망을 보나 안 보나 의미 없는 것 아닌가? 나는 벽 긁는 소리가 싫어서 그에게 말이라도 걸기로 생각했다.

 

 "이봐요, 레모티. 무슨 일로 잡혀온 겁니까?"

 

 "궁금한가?"

 

 

  웃음기 어린 그 대꾸에 나는 망을 보며 대답했다.

 

 

 "힘 없어보이는 할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있는데 탈옥을 추진할정도로 계획성 있고 그마저도 안 들킬 정도로 수완 좋으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아서요."

 

 

 "너무 과대평가 하는군. 그러지 말아. 난 평범한 늙은이야."

 

 "말해주기 싫다면 말 안하셔도 됩니다. 쳇."

 

 

 "껄껄, 너무 속 보였나? 자네는 듣자하니 양을타고 날아와서 경비병 두 명을 작살냈다면서?"

 

  나는 그제야 내가 뒤통수를 왜 얻어맞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와, 얼마나 운이 없으면 양이 떨어지는 핀포인트에 재수없게. 그것도 두 명이나!

  가만. 그럼 그때 비명 소리가 들렸던 게 메아리가 아니었군?

 

 "심하게 다쳤답니까?"

 

 

 "중상이라고 하더군."

 

  불쌍한 사람들. 그래도 살았으니 다행이야. 이제 늙으면 손주들에게 사악한 흑마법사의 마법을 맞고도 살아났다고 자랑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난 미안해하지 않는다!

 

 "또 조금 쉴까."

 

  엉덩이를 내민 볼품없는 자세로 거꾸로 기어나온 레모티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쭉 폈다. 그는 돌아서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망 보느라 수고했네. 이제 좀 쉬지."

 

  왜 이렇게 표정이 짓궂어보일까? 그때 순간적으로 레모티의 손이 몹시 익숙한 동작을 펼친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반응해서 내 손도 빠르게 움직였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뭘까? 나는 내 몸을 살펴보다가 가지고 있던 단검과 레이피어가 사라졌으며 방금까지 품 속에 지니고 있던 2골드가 사라졌다는 것도 겨우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레모티의 주머니에서 꺼낸 은으로 된 주화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은화?"

 

  에, 그러니까 나와 이 영감이. 소매치기 기술로 서로의 것을 훔친건가? 나도 겨우 눈치 챌 정도의 기술로?

 

 

 "어엇?"

 

 

  순간 그의 눈이 부릅 떠지면서 내 손에 들린 은화를 돌아 보았다. 흠? 갑자기 왜 저런데?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뭐, 뭐야. 미친건가? 아까 그 우유가 상했었나보다. 이런 불쌍한 영감 같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상한음식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 응?레모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나로서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자네, 스틸러가 되볼 생각 없나?"

 

 ***

 

 "뭐, 뭐요?"

 

 "스틸러가 되볼 생각 없냐고 물었네."

 

  스틸러라니. 바로 내가 현재 전직하려던 직업이 아니던가.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순간 그가 손을 뒤로 숨겼다. 음? 뭔가 노란빛이 깜빡인듯한······. 잘못 본거라고 치부한 채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하기 싫다고?"

 

 ······방금 전에 하겠다고 고개 끄덕이지 않았던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도리질 할 정도로 너무 하고 싶다는 거죠오. 헤헤."

 

 

  그는 내 태도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음, 아무래도 서로의 이미지 개선을 할 필요가 있겠어. 물론 지금은 말고. 그런데 느닷없이 스틸러라니. 그렇다면 이 레모티가 바로 전직 NPC라는 거잖아?

 

 "그럼 당신도 그럼 스틸러라는 얘기인가요?"

 

  내 말에 그가 화통하게 껄껄 웃으며 갑자기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럼 내가 스틸러니까 얘기하지 아니면 스틸러 얘기를 하겠나? 이래뵈도 한명의 제자까지 있는 몸이라네. 동방(東邦)에서 온 녀석이던데 소질이 있어보이더군. 아마 1달 전쯤에 왔을걸세."

 

  그래. 내 선배 되는 양반도 예의는 투철한 사람이구나. 누구는 산골짝에서 이코노미석으로 날아왔는데 누군 그 이름도 아시아 땅덩이 같은 곳에서 왔다니. 그 사람이 내 사형이라는 건가. 아니면 사매일지도. 그러고 보니 npc인지 유저인지도 모르잖아?

 

 "그 사람에 대한 건 아직 제가 알 필요 없고. 언제 전직 시켜주실겁니까."

 

  내 재촉에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얘기했다.

 

 "흠. 내 자네에게 묻고 싶은것이 있네."

 

 

  경망스러운 태도를 떠나 순간 정말 그가 윗사람으로 보이는 기운을 풍겼다. 왜 이러실까, 지금까지 보여준 가장 기품있는 행동은 우유 뺏어먹기였던 분이.

 

 "자네, 정말 스틸러 할건가?"

 

 "아무렴요. 그게 제 인생 희망 직업입니다."

 

 "스틸러로 전직하게 되면 상점에서 물건 구매가 불가능 하다네. 사람들하고의 거래는 물론이고."

 

 "훔치면 되지요."

 

 "매일매일 기사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쫓아다닐텐데도?"

 

 "당분간 일 안일으키고 다니겠습니다."

 

 "······."

 

  스틸러를 시켜주려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윽고 레모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물렀다. 그의 오른손이 내 머리위에 얹어졌다. 그가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평생 훔쳐먹고 살 자신이 있는가."

 

 ······이것도 진지하다면 나름대로 진지한 말이겠지?

 상황에는 안 어울리지만, 나도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좋아. 그대는 나 초대 스틸러 레모티가 2대 제자로 인정한다. 이것들을 받도록."

 

  그 순간 여러개의 알림음이 연속에서 귀를 간지럽혔다.

 

 ['스틸러' 로 전직하셨습니다.]

 ['뒤지기'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물품 감정'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옵션 위장'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은신'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분석'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틸의 장'스킬 북을 얻었습니다.]

 ['회피의 장'스킬 북을 얻었습니다.]

 ['탈옥의 장'스킬 북을 얻었습니다.]

 ['단검 교본'스킬 북을 얻으셨습니다.]

 [스틸러의 전용 아이템 '레모티의 은신복 세트'를 얻으셨습니다.]

 [더이상 상점에서 물건 거래 및 사람들과의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물건을 훔치는데 실패해서 감옥에 갇히게 될 경우 레벨이 1 다운합니다.]

 [스틸 행위로 경험치 획득이 가능합니다. 경험치 획득량은 아이템의 제한 레벨과 아이템 등급에 비례해서 나오게 됩니다.]

 

 아아아, 너무 많아! 귀 간지럽다!

 동시에 눈 앞에는 아이템의 레어도에 따른 경험치 획득량에 대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등급과 경험치는 이러했다.

 1.노말: 40~100 Exp.

 2.매직: 450~500 Exp.

 3.레어: 1300~1500 Exp.

 4.유니크:1600~2500 Exp.

 5.가즈 핸즈: 3000Exp.

 6.고대: 3500~4000 Exp.

 7.전설: 7000 Exp.

 이렇게 되어있었다.

 

  아, 그리고 가즈핸즈. 이것은 현재 유토피아에서 대장장이 클래스 랭킹 1위의 유저로 그가 만든 완제품의 아이템들은 가즈 핸즈 라는 전혀 다른 계급의 아이템이 되어서 나왔다.

 

  그 능력은 유니크와 고대급 아이템의 중간정도. 고대급 이상의 아이템은 눈을 백번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렵기 대문에 그 외에도 엄청난 능력치를 자랑하는 가즈 핸즈급이 현재는 가장 금액 대비 가장 실용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됐다고 한다.

 

 "어떤가. 스틸러가 된 느낌은."

 

 "뭐든지 훔치고 싶군요. 당신이 제 주머니에서 빼간 2골드까지 말이죠."

 

 

  내 말에 레모티는 몸을 흠칫 떨었다. 뭐 괜찮겠지. 앞으론 자급자족으로 저 정도 금액은 우습게 볼 수 있을만큼 벌 수 있을 테니까.

  난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레모티에게 씩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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