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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스틸러벤
작가 : 핀달릴
작품등록일 : 2017.11.3

현실에서도 소매치기 실력은 알아주던 박태영<벤>.
반쯤 손 씻고 견실한 사회인으로서 벌어먹고 살던 그의 게임 속 직업은
운명이 짝지어주기라도 했는지 스틸러였다.
가벼운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게임은 원한에 의해 게임속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암약하는 집단 E.O.L을 잡기 위한 목적을 띈 여행으로 변하게 되고,
급기야 과거의 앙숙에게 스카우트 되어 유토피아의 게임 화사인 엔드오버사의
사내 위험 관리 팀에 들어가게 되는데...

 
3.전직-1-
작성일 : 17-11-03 22:31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7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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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나는 잘 구워진 토끼고기를 죽 뜯어먹으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 먹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토끼 고기는 참으로 맛있었다. 현재 인벤토리에는 토끼고기와 주은 아이템들을 꽉꽉 눌러 넣은지 오래.

 

  토끼들을 사냥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나는 기억을 회상했다.

 

 ***

 

 빠악! 빠악! 빠악!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여러마리의 토끼들이 전신의 털을 고양이처럼 바짝 세우고, 나를 원형으로 둘러싼 채로 발을 땅에 긁어댔다. 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나는 마음을 굳건히 먹고 놈들을 기다렸다. 사납게 달려드는 열마리 가량의 기준치 초과의 토끼들. 하지만 이럴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

 

  놈들이 나와 3미터정도 거리를 두었을때. 나는 제자리에서 한번 점프와 함께 발로 힘차게 땅을 밟았다.우지직!내 발밑에는 혼란스러운 접전 사이에서 남몰래 파놨던 구덩이가 있었다! 그 안으로 폭 떨어진 나는 바로 위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올려다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오우, 이번 건 월척이군.

 

  토끼들의 머리가 원형으로 부딪쳤다가 튕겨나가는 것을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구르느라 경황이 없어서 못 봤지만 이번에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꽤나 그로테스크하군.문제는 내가 올라간 다음이었으니.

 

 올라가서 1마리분의 토끼를 잽싸게 헤체한 뒤 나머지 토끼의 몸을 칼로 쿡쿡 찔러댔다. 이거 꽤나 재미들리는데? 잔경련을 일으키던 토끼들이 얼마 안 가서 축 늘어지자 경험치가 파파팍 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 그런데 또다른 소리가 들어온 것 같은데.

 

 [보너스 경험치를 휙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전직을 할 수 있습니다.]

 [스틸러의 전직 퀘스트 '수도에서의 도둑질'이 생성되었습니다.]

 

 "······벌써 13레벨이라니. 생각보다 빨리 올랐는데?"

 

 나는 바람에 휘날리는 은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겨주었다. 음. 제법 폼이나는군.

 

 도움말을 열어서 보너스 경험치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쉽게 나왔다. 뭔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또는 다수의 적을 혼자서 물리치는 등 멋진 테크닉이 선보이면 주는 것인데. 보너스 경험치로 2업을 했으니. 이것도 횡재인건가. 초반부터 여러모로 운이 좋다. 그런데 사방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토끼 떼가 나를 노리는데. 유저가 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 같았으면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겠지만 이 상황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은 그렇게 무섭지도 않다.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런 여유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이 몸의 외모는 저런 하등 미물조차 경쟁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단 말이지."

 

 

 토끼들이 점점 전투적으로 변해가는 와중에도 난 누워있는 토끼들에게서 아이템을 회수하고 여유롭게 마을을 향해 뛰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토끼 2마리가 마을 입구를 향해 오더니 길을 막아버렸다. 어, 조금 당황스러운데.

 

  하지만 수많은 토끼들을 농락한 결과 이제 토끼의 공격 진행 방향 정도는 꿰고 있다! 재빠르게 토끼의 옆으로 몸을 굴린 뒤 그대로 마을 담벽을 타고 넘어갔다. 이 난폭한 토끼들이 부딪히면 마을 쯤은 풍비박산 날 테지만, 신기하게도 토끼들이 마을 안에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마을 담벼락은 높이가 내 키 정도 되었지만 내 레벨이 오르니 최대한의 힘으로 점프하면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만, 능력이라.

 

 "그러고 보니 스텟포인트를 분배한 적이 없구나."

 

  마을로 들어선 즉시 스텟창을 열었다. 음 어디보자. 스텟은 대략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스테이터스]

 

 Lv.13

 ID:벤

 직업:무(無)

 HP:150/150

 MP:50/50

 

 힘:11

 체력:10

 민첩:15

 마력:7

 지혜:13

 솜씨:24

 감각:14

 매력:6

 친화력:무(無)남은 스텟 포인트:36

 

 대충 이렇게 되는데. 현재 내가 12레벨업을 했으니 1렙업당 3포인트씩 주는 모양이었다.스텟 설명을 보니 힘은 물리 공격력을 체력은 1포인트당 20, 마력은 마나가 10씩 올라간다고 되어 있었다. 마법사인 경우는 마법 공격력이 올라간다는 당구장 표시 또한 기재되어 있었다.지혜, 민첩, 솜씨, 감각, 매력은 포인트로 능력치를 수치화 하지 않은 채 단지 포인트를 찍으면 알게 된다고 하는데.

 

 간단히 예를 들어 되어 있는 설명으로는 민첩은 움직임이 빨라짐을 느낄 수 있고 원거리 무기로 공격시에 명중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쐈는데 잘 맞는다은 것을 체감하게 된다고나 할까. 물론 아직 난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또한 모미 빨라진 만큼 당연히 실제 회피능력도 증가한다.

 

 지혜는 머리가 잘 돌아가게 해주는 스텟이고 검술이든 마법이든 전투시에 사고의 유연함을 돕는 스텟이라고 한다. 솜씨는 섬세한 물건을 다루는 솜씨를 말한다.감각은 전투시에 신경을 예민하게 해주고 지혜가 전투 전반의 사고에 도움을 주듯이 반사적인 영역에서 전투에 도움이 되는 능력치다.

 

  활용하는 법은 스스로 느끼게 된다고 하던데. 친화력은 나와 있지도 않고. 뭐 나도 잘은 모르니 패스.이러니 저러니 스틸러라는 난해한 직업에 대해 끙끙대며 내 나름대로 스텟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스테이터스]Lv.13

 

 ID:벤

 직업:무(無)

 HP:150/150

 MP:50/50

 힘:11

 체력:10

 민첩:30

 마력:7

 지혜:13

 솜씨:24

 감각:24

 매력:17

 친화력:무(無)

 남은 스텟 포인트:0

 

 

  왠지 사람을 묘하게 끌었던 감각 스텟의 설명 때문에 솜씨와 같은 24로 찍었다. 도둑이니 도망치는 데는 눈치가 빨라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속도도. 때문에 남은 포인트의 일정량은 민첩으로 투자를 해주었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매력으로 올인! 후우, 이몸의 매력이 6밖에 안된다니.

  이건 그 천사의 질투심이 유감없이 발휘된 탓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매력이 그거밖에 안 될리가 없지.

 그런데 스틸러라······.

 

 "수도에서 소매치기로 또 다시 전업이라니, 하하."

 

 

  솔직히 스틸러라는 것이 좋기는 할 것이다. 대놓고 아이템을 훔칠 수 있는 고유의 직업이고, 일단 나는 천직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잘 하면 몬스터에게서도 훔칠 수 있지 않을까? 드랍 될 아이템을 미리 먹어 버리는 웃지 못한 광경이 연출 될지도······.

  어, 가만. 생각해보니 가능성이 좀 있는 것 같기도!

 

  아무튼 나는 이후 수도로 오르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고,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출발하기 전 배를 채우는 건 중요한 일이야. 난 손에 묻은 토끼 기름을 빨아먹으면서 씨익 웃었다.

 

 "좋아. 이곳에서의 내 직업은 스틸러다! 스틸러 벤이라. 직업이랑 이름도 잘 어울리잖아. 후후."

 

 

 좋아. 그럼 이제 수도로 출발이다! 흐음, 그런데 길이 어디야?

 

 ***

 

 쿠란산맥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페울 마을. 그곳에 내가 있었다. ······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 마을을 벗어나서 한창 푸른 벌판을 거닐고 있다. 정확히는 전직을 하기 위해 수도로 향하는 중이다. 수도이자 왕국의 이름은 로센. 이제는 산맥을 벗어나서 조금 험준한 고지대를 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동안은 정말 지겹다고 할 정도로 산 밖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오지 탐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밤에는 달랐다. 페울 마을을 떠나고 산맥을 가로지르는 4일 동안 걷는 내내 입이 심심하니 자꾸 인벤토리에 있던 고기를 씹었지만, 포만감에 의한 일정 시간동안의 미약한 능력치 상승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는 밤에 맹수계열 몬스터를 만났을 때에 미끼로 쓰고 도망치는 용으로 이미 다 써버렸다. 어둠 속에서 적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스킬은 어떻게 얻는지 모르겠지만 밤중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리와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고나서, 어제부터는 맹수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이 아주 좋았다······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지! 역시 토끼를 봤을 때부터 알아야했어!저 거대한 근육질의 사족(四足)을 보라. 어지간한 통나무집의 기둥 축은 될 것 같다. 무슨 골렘 보는 기분인데.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전신의 털은 무성하다.(양이니까.)

 

 그런데 왜 가슴팍으로 보이는 그곳에 탱탱볼같은 모양의 둥그런 솜이 모여 있는데. 저것만 잘라서 가져가도 양털 침낭은 바로 만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힘들겠지?"

 대략 3M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무쌍한 양이라니. 좀 정상적인 동물은 이 세계에 없는거냐! 닭 한마리에게서 얻는 달걀 한개라면 10인분의 프라이는 나올지도 몰라. 으, 너무 과한걸.

 

  그 사이즈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욱.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것이 이 양들은 순해보였다. 토끼와는 또 다른데? 대충 칼을 들고 양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렇게 푸짐한 사이즈의 양이라면 양털도 어마어마하게 나오겠지. 혹시 모르니 적당히 잘라서 가져가야겠다. 난 단검을 꺼내들고 여유롭게 양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따. 후후후. 나를 위해 털들을 희생해다오! 그때 갑자기 양이 한번의 울음을 터트렸다.

 

 "메에에."

 

 휘익.

 

 "엥?"

 

  어라? 갑자기 왜 어두워졌지? 게다가 몸이 축축 해 지는것이 무언가 끈적근적하고 물렁물렁한 담벽이 나를 마구 누비고 있다. 게다가 갑자기 후각을 자극하는 구린 냄새에 버티기가 힘들다. 크악! 뭐야 이냄새는! 그런데 뭔가 들려오는 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은데? 쩝쩝쩝. 냠냠.

 

 "어이 이봐."

 

 어이없게도 이 양은 나를 아주 맛있게 씹고 있었다. 아니 아마도 풀을 뜯다가 나를 같이 삼킨듯 한데. 정말이지 이런데는 절묘한 타이밍과 운을 자랑하는 나에게 탄복했다. 머리를 쓸어넘기려 했지만 끈적끈적한 침때문에 착 붙어서 때지질 않았다.

  나중에 한번 이 양들의 침의 점성도를 시험해 보고 싶군. 그런데 문제다.

 

 

  가만히 있자니 풀과 함께 씹혀서 다진고기가 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고 칼로 찌르자니 발광하는 양이 혓바닥을 날름날름 뒤집어대다가 충격에 나를 꼴깍 삼킬 것 같다.

 

  갈수록 쩝접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어어? 갑자기 중심이 갈수록 안쪽으로 기울어졌다. 서, 설마?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보인 목젖이 기괴하게 꿈틀거리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필사의 힘으로 끈적이는 혓바닥의 살거죽을 움켜쥐고 매달렸다. 일부러 꽉 쥐었는데도 느껴지는 엄청난 흡입력! 맙소사, 첫 죽음이 양의 식사라니! 토끼 다음은 양이냐? 다음은 말은 아니겠지! 이 게임의 생태계는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쩌면 코끼리가 지상 최강의 생물일지도 몰라. 한손으로 필사적으로 혓바닥을 붙잡느라 레이피어를 놓쳐버렸다. 아악! 그렇다면 도박이다! 단검이 들린 내 오른손이 위로 올라갔다.

 "아압!"

 

 푸확!

 

 "메에에에!"

 

 양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입을 벌리며 한껏 비명을 질렀다. 안에서 몰아쳐오는 공기의 영향을 받아서 받쳐진 내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지금이야!"

 

 휘잉!

 

  나는 정말 필사적으로 미끌거리는 혓바닥 위를 뛰어서 환한 빛이 반겨주는 세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꽤 높은데?

 아아아, 맙소사! 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하필이면 양이 바라보고 있던쪽이 가파른 언덕쪽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래는 푹 꺼진 땅이어서 높이는 무려 수미터에 달한다. 악! 이번에야말로 죽는건가?

 

  죽고나면 이 찝찝한 옷도 깨끗하게 되어 있으려나? 가만. 만약에 이대로 살아날 경우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애초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도 의문이로군. 아래쪽에 끝내주는 미녀들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렇게 주마등을 감상하며 푸념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고통에 몸부림 치던 양이 내쪽을 향해 데구르르 굴러왔다. 서, 설마 이건!

 

 "공타기냐아!"

 

  오, 웃기지도 않아! 이런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운이라니! 낙사는 면했지만 이걸 어쩌면 좋담? 쓰러지던 양이 구르면서 복슬복슬한 털이 내 발을 기분 좋게 받아주었다. 엄청난 속도로 구르는 양 위에서 나는 계속 죽어라고 달렸다. 달리는 동안 몸에 그 거대한 양털이 엉키고 엉켰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거 신경쓰다가 내가 죽는다!

 쿠르르르!

 

 "으아아아아!"

 

 덕분에 주위에서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던 유저들의 시선이 쏠렸다. 젠장. 왜 하필 보여도 이런 모습만 보이는거냐! 바 람결에 휘날리는······ 아, 침에 젖어서 휘날리지 않는 머리카락이 시원하게 마를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문제는 냄새가 심하다. 그 풍압 위에서 정신없이 달리다가 뭔가에 부딫혔는지 양이 멈추었다.

 

  아니, 멈춘게 아니라 다시 올라가고 있는데? 그런데 뭔가 속까지 붕 뜨는것 같은 현기증이 난다. 뭐, 뭐야 이거. 잠시 후 어느정도 균형이 잡히자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음 끝없이 올라가는데? 뭐야 이거. 설마······.

 

 "공중에 뜬거냐아!"

 

  내 목소리가 드높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거 어쩌지? 슬슬 체력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고지대에 속하다보니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슬슬 구름이 나와 같은 높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양의 사이즈가 얼만데 이 정도의 체공 시간이 말이 되냐!

  아마 이 언덕이 공성전의 위치였다면 이 양 들만으로도 충분히 공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한다? 지금 나는 체력이 다 빠져서 엉키고 엉킨 양털에 꽁꽁 묶여있는 상황이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진짜 주마등의 순간이구나. 그래, 게임에서의 첫 죽음까지의 시간은 참 즐거웠어. 낚싯대에 맞았고, 토끼와 뜨거운 싸움도 했고, 양의 구강검사도 할 수 있었지. 그리고 초보자 주제에 이렇게 멋진 하늘 구경까지 했잖아. 이 정도면 첫 죽음으론 만족······ 할 수 없다!

 

  뭔가 꿈도 희망도 명예도 없는 죽음이지만 이런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오는 비명횡사는 사양이야! 그 순간 갑자기 뭔가 완전한 부유상태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하강했다.

 

 

 "우, 우아아아악!"

 

 왜 하필 생에 대한 의지를 일으킨 지금! 팔 다리에 힘을 줘 봤지만 이미 양털은 심하게 꼬이고 꼬였는지 풀리지 않는다. 손에 든 단도도 꽤 날이 서 있는 편이라 얇게 묶여진 털들을 향해 휘둘러봤지만, 신이여! 양이 많다보니 거미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질기다. 도저히 끊기지 않는데. 게다가 이게 갑자기 무슨 타는 냄새야? 그리고 곧 끝내주는 하강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으아악!"

 "으아악!"

 

  내가 잘못 들었나? 어째서 내 비명이 한 번 더 들리는거지? 그런데 메아리가 마치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잖아. 메아리면 메아리답게 충실히 내 종달새같은 목소리를 흉내내란 말이야.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양이 지상에 완전히 추락함과 동시에 나는 강력한 충격을 받으며 의식이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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