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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재벌 2세, 혹은 걸어다니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은 없습니다.
설정상으로만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냥 대학생이 학교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복학생이 복학해서 대학생활 꼬이는 잡담같은 이야기입니다.

 
피해망상과 아웃사이더 1
작성일 : 17-11-03 19:49     조회 : 332     추천 : 2     분량 : 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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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짜증나......”

  7월의 서울이란 것은 정말로정말로정말로 끔찍하다. 서울에서 여름을 맞는 것도 어느덧 세 번째 건만, 어딜 가도 열을 머금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다정하게 맞아주는 이 도시의 여름은 정말 익숙해질 수가 없다.

  하물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곳은 언덕길.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놓인, 학교 뒷문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길이다.

  강의실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인지라 별수 없이 투덜대며 그 길을 오르고는 있지만 별수 없다고 해서 그 길이 편하게 느껴질 리는 없다.

  물론, 학교자체가 산에 지어져 있는 덕분에 어느 길을 가더라도 등산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빌어먹을 창립자 같으니라고, 산의 정기라도 받고 싶었던 건가? 근데 우리학교는 미션스쿨이잖아. 제기랄.

  게다가, 더위와 더불어 내 신경을 긁고 있는 것은 또 하나 있었다.

  “참아라! 마! 네가 땡볕아래서 산을 타본 적이 없으니 그런거 아이가! 그거에 비하믄 이런 건 더운 것도 아니다!”

  내 옆에 있는 짧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나랑 비슷한 덩치의 남자 놈. 이름은 김준환. 나이는 나와 동갑이고, 같은 과 동기이기도 하다.

  나보다 고작 한 달 늦게 전역했으면서 아직도 군인물이 덜빠진 꼬락서니에다 해괴망측한 말투로 나불대는 이 사회부적응자 자식은, 아마 대학 내에서 나와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겠지.

  집도 바로 위층이고, 1학년 때부터 계속 붙어 다녔으면 ‘친구’라고 할 수 있으려나?

  “산은 지금 타고 있잖아. 그리고 너도 지금 땀범벅이면서 누가 누구보고 훈계질?”

  “땀은 사람이면 무조건 나는거고~!”

  저 말투가 거슬린다. 군인 말투와 군 복무기간동안 배워온 정체불명의 사투리가 섞여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 내는 것 같긴 한데, 전혀 닮지도 않았고 다른 말투도 섞여서 기괴하기 짝이 없다. 사실, 사투리가 아니라 그냥 말투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꿀 빨던 놈은.......”

  “아니 어차피 다 전역한 마당에 일상에서 군부심은 그만 부리시고. 닥치고 가시지?”

  군생활을 빡세게 했다는 자부심이 넘치는 녀석에게 짜증을 부린다.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우면 말뚝을 박으시지 그랬어?

  “마! 내가 군부심을 부리는 게 아니라 니가 비리비리해서 그란다!”

  “경기도 토박이 새X가 왜 자꾸 경상도 사투리 흉내내냐? 하나도 안 비슷하거든?”

  “.......군대에서 선임한테 옮았다.”

  “.......병X.”

  뭐, 사실 그런 것과 별개로 좋은 놈이긴 하다. 성격도 좋고. 좀 또라이같긴 해도 말이지.

  어찌되었건 나와 친구까지 해주는 놈이다. 내가 가장 허물없게 대하는 놈이기도 하고.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어느새 학교 뒷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와.......개 더워. 미친놈들. 왜 학교를 산에다 지어놔 가지고.......”

  “방금 전엔 산이 어쩌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준환씨?”

  “더운건 덥다하지 그럼 뭐라하나?”

  “아 그 사투리 좀 그만 쓰라고, 개 거슬린다고.”

  바보 같은 대화는 본관에 들어와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7층, 계단과 복도 사이에 있는 자판기 앞을 지나갈 때, 준환은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 목말라. 콜라 사줘.”

  이 대사는 김준환이 자판기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크립트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여기에 대해 미리 입력해 놓은 자동 커맨드를 발동하도록 하지.

  “꺼져.”

  “쪼잔한 놈.”

  “잔돈 없어.”

  “부자네!”

  “껒.”

  그런 일상적 대화 후엔, 마찬가지로 일상이 되는 행동이 이어진다.

  우리는 복도 한가운데에 있는 정수기로 향했고 자연스럽게 김준환 녀석이 먼저 일회용 종이컵을 꺼내고 나 역시 그를 따라 한 장을 꺼냈다.

  “와....... 방학인데 사람 왜 이리 많나?”

  “우리도 그 중 하나잖아?”

  7월. 대부분의 대학은 방학시즌일 터인 지금도 이 시간대의 본관엔 사람들이 넘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절학기라는, 나나 이놈 같이 간판만 대학생으로 걸어놓고 살던 놈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고마운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학기라는 놈은 정기학기 외에 방학기간에 개강하는 강의로, 학생들은 복수전공 학점을 위해, 조기졸업을 노려보려고, 과거의 F학점을 만회하려고, 방학 때 집에 있기 싫어서,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계절 학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보통 한 달 동안 주5일로 진행되는 계절 학기수업을 돈내고 다니면서도 정신 못 차리는 놈들은 있기 마련이다.

  “끝나고 피시방 콜?”

  이 김준환 학우나,

  “콜.”

  나 같은 놈.

  “야 근데 오늘은 롤 안한다.”

  더럽게 안 열리는 종이컵을 열기 위해 분투하며, 김준환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왜 미친놈아.”

  그리고 두꺼운 손가락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종이컵을 여는데 애를 먹고 있는 김준환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듯이 대답했다.

  “너랑 하면 져. 나 이제 승급전임.”

  “너랑 하면 내가 지는 거지. 트롤x끼야.”

  “응 꺼져.”

  그런 대화를 나누며 한동안 종이컵을 들고 낑낑대던 준환이 드디어 종이컵을 열었다.

  “아오 더럽게 안 열리네.”

  그러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종이컵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마침내 종이컵을 여는데 성공한 나 역시 마찬가지 행동을 했다.

  “........”

  그러나, 이 작은 일회용 종이컵 한잔으론 아무래도 성이 차지 않는다.

  “.......텀블러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종이컵을 다시 냉수가 나오는 곳에 가져다 댔다.

  가져다 대려 했다.

  그러나, 무언가가 방해했다.

  가녀리고 흰 손.

  손목엔 손목시계

  잘 다듬어진 손톱.

  그 손톱이 달려있는 손가락은, 내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종이컵을 우아하게 쥐고 있었다.

  뭐, 주절주절 묘사가 길긴 했지만 심플하게 말하자면 희고 예쁜 손이다.

  “?!”

  아마 그것이 내 손을 방해하며 나보다 먼저 냉수를 받고 있지 않았다면 순수하게 그 예쁜 손가락에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네.

  “뭐고?”

  옆에서 내뱉는 김준환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그 손에서, 팔로, 그리고 그것이 이어져있는 어깨의 순서로 시선을 옮긴다.

  역시 가느다란 팔, 그리고 자주색 반팔 티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흘러내린 매끄러운 검은 머리칼이 보인다.

  “??”

  대충 예상했겠지만, 여성이다.

  어느새 그녀는, 종이컵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종이컵을 가져다 댄 도톰하고 예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입술과 예쁜 코, 그리고 조금은 매서운 눈초리지만, 잘 그려진 그림 같은 예쁜 눈이 조박만한 얼굴에 신기하게도 제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

  시선이 잠시 마주친다.

  그러나, 그녀는 곧 내 눈을 피했다. 아니, 피했다기 보단, 애초에 그녀는 내 눈을 보지도 않았다. 그저, 얼굴을 돌리다보니 거기 딸린 눈이 어쩌다가 내 눈이 있는 곳을 지나갔다는 듯, 무심한 행동이었다.

  “.......”

  슥.

  그녀는 그렇게 다 마신 종이컵을 휴지통에 버리고는, 우리 곁을 스쳐지나간다.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지나간다.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킨다.

  백팩을 맨 뒷 모습은, 그다지 체격이 커보이진 않았다.

  자주색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라는 간단한 차림에 백팩을 맨 그녀가 성큼성큼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와....... 뭔데? 새치기가?”

  옆에서 들려오는 김준환의 말.

  그리고 잠시 후, 알 수 없는 느낌에 잠시 멍해져 있던 나는 곧,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뭐야? 미친?”

  그리고, 곧이어 미친 듯이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명백히 내가 손을 뻗으려 했잖아.

  명백히 내가 다음에 물을 받으려고 했잖아.

  나를 무시한 건가?

  네가 뭔데?

  내가 그렇게 병X으로 보여?

  기분이 더럽다. 짜증이 난다.

  나도 안다.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라는 거.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이 사소한 무시에 내 존엄이 위협받은 느낌이다. 모멸감마저 느끼고 있다.

  “저 썩을.......”

  어느새 내 입에선 험한 말이 나오려하고 있었다.

  “야, 저거 누구냐?”

  김준환은 왠지, 자기가 화를 내려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불러세우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녀석을 보니, 정신줄이 돌아오는 기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기분이 나쁜 와중에도 그런 그를 만류한다.

  “야 됐어.”

  “넌 기분도 안 나쁘냐?”

  “기분 나쁘긴 한데. 이런 걸로 난리피우지 말자고 그냥.”

  “........”

  그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쪼잔한 놈으로 보일 것이다.

  덩치 큰 남자 둘이서 여자하나를 몰아붙이는 광경은 전혀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매장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그건 무섭다.

  누군가, 뒤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섭다.

  그렇기에, 나는 짐짓 대범한 척, 허세를 부린다.

  “급했나 보지 뭐.”

  “병X. 마음 넓은 척 오지네.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성질 부릴 놈이.”

  “........”

  이 놈은 생각 없어 보이지만, 가끔씩 지나치게 예리해서 짜증난다.

  “야 됐고. 수업이나 가자. 아 잠깐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을 마저 마신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대범한 척을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내 마음속에선 온갖 상상과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걸 발산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발산하는 것이 무섭기에, 더더욱.

  “다 마셨다. 가자.”

  “그래.”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고 우리 둘은 우리의 강의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교롭게도, 아까 그 여자가 향한 방향이다.

 

  그것이 우리 둘의 첫만남이었다.

  최악의 첫인상.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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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쿠키v 17-11-24 09:13
 
안녕하세요^^
이제야 저도 여유가 생겨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어요ㅋㅋ
작가님은 예전부터 느꼈지만 항상 업로드양이 상당하시네요ㅋㅋ
건필하세요~!!
빠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null 17-11-26 13:08
 
현재 세개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기한내에 분량을 맞출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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