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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스틸러벤
작가 : 핀달릴
작품등록일 : 2017.11.3

현실에서도 소매치기 실력은 알아주던 박태영<벤>.
반쯤 손 씻고 견실한 사회인으로서 벌어먹고 살던 그의 게임 속 직업은
운명이 짝지어주기라도 했는지 스틸러였다.
가벼운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게임은 원한에 의해 게임속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암약하는 집단 E.O.L을 잡기 위한 목적을 띈 여행으로 변하게 되고,
급기야 과거의 앙숙에게 스카우트 되어 유토피아의 게임 화사인 엔드오버사의
사내 위험 관리 팀에 들어가게 되는데...

 
2.직업에 대한 단서를 얻다.
작성일 : 17-11-03 16:11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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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악! 그만 좀 때려요!"

 

 남자로써 큰 꿈을 가진 것뿐인데 왜 매타작이냐고! 낚싯대에 맞아서 멍이 든 전신이 욱신거렸다. 대체 저 낚싯대는 뭐로 만들었길래 저런 대단한 내구도를 자랑하는 걸까?

 

  순간 전신에 시퍼렇게 든 멍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죽겠네. 가까스로 낚싯대를 피한 채로 테르오에게 말을 걸었다.

 

 "더 하다가 나 죽어요!"

 

  진짜 장난이 아니다. 팔을 덜덜 떨면서 내게 내리쳐 오는 낚싯대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무슨 노인네 힘이 이렇게 세? 낚싯대를 붙잡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미 눈은 시퍼렇게 멍들고 입술은 터진지 오래. 모처럼 꽃미남으로 체인지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NPC한테 맞아 죽으면 그게 무슨 망신이야?

 

 

  그때 내 손을 서서히 밀어오던 힘이 약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내가 살다살다가 필요한 거 말하랬더니 그런 터무니 없는 걸로 돈 달라는 건 네놈이 처음이다!"

 

 "아니 사람이 장난으로 그럴 수도 있지, 말 한마디 마음에 안 들었다고 초면에 곤죽을 만들어요! 남자니까 그런 원대한 꿈 한 번 정도 꿔보는 건 괜찮잖……우악!"

 

 나는 붕 휘둘러져오는 낚싯대를 피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공격에는 왼쪽 팔뚝을 정통으로 맞고야 말았다. 아흑!

 

 테르오는 노발대발하면서 말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내가 드문드문 나타나는 조난자들 돕는다고 이러는 거지 그런 쇠똥만도 못한 조건 들어주려고 이짓 하고 있는 줄 아느냐?"

 

 "그걸 말도 안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조난자는 그런 꿈도 꾸면 안 됩니까?"

 

 "반말했나, 지금?"

 

 "……어떻게 아세요?"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이 썩을 놈."

 

  시작부터 비참한 내 인생이여. 그리고 테르오는 나같은 조난자들에게는 지원해줄 것이 무기 한자루밖에 없으니 어서 고르라면서 재촉했다.

  나는 용사의 검이나 언월도 같은 걸 얘기했다간 이번에야말로 뼈도 못추릴 것 같아서 진지하게 생각에 빠졌다.

 

  생전 처음보는 할아버지와 초면부터 설전과 육탄전을 벌인 결과 나는 한 가지를 결심했다. 앞으로 이 인간 앞에서는 이런 종류의 얘긴 꺼내지도 않기로.

  그게 오래사는 길이야. 굳게 다짐하며 내게 필요한 무기들을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해봐도 내게 잘 맞을 것이라 생각되는 무기는 이것이었다.

 

 "단검······ 을 주세요."

 "단검? 단검이라······ 그동안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장비를 건네줬지만 단검을 달라고 한 이

 는 한명 뿐이었거늘. 허허."

 

  테르오는 참 특이한 놈을 본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어째서 눈빛에 고소함이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2명밖에 없다고? 단검이 그렇게 특이한 건가?

  아니 왜 그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아도 식칼정도는 쓸 것 아니야. 리얼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처음 만나는 npc하고도 대화하는 게 정말 많군 그래. 나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단검을 달라는 게 그렇게 특이한 부탁이에요?"

 

 테르오는 내 말에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니, 특이한 건 아닌데, 뭐. 자네가 겪어보면 알 게야."

 

 그리고 나서 테르오는 잔디가 무성한 곳에 놓여진 짐더미로 움직였다.

  그때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감지되었다. 자르륵.

  틀림없이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 이정도의 소리면 분명 어느 정도 막간의 돈이 있는 것이다.

  소리는 무언가가 움직여야만 나는 법. 현재 짐 더미에서 단검을 찾으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테르오 한명 뿐이다.

 

 "좀 도와드릴까요? 짐이 많은 것 같은데."

 

 

 "됐어, 그냥 가만히 있게. 이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단검이 어디 있는지 자네가 어떻게 알고? 이런, 분명 이쯤 어디 뒀는데."

 

 

  순간 내 눈이 빛내며 바로 내 옆을 지나쳐가는 테르오의 품속을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빠르게 더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손에 들려있는 약간의 중량감과 함께 2골드 라는 돈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귓가에 들려왔다.

 

 "휴우. 겨우 찾았구먼. 여기 있네."

 

 "아 예. 감사합니다."

 

  건네받은 단검을 손에 쥐고 폼을 잡아 보았다. 이거 꽤 사는데?

 

  외모 설정 때 정했던 날카로운 선의 얼굴과 잘 빠진 몸. 내 눈부시고 목까지 내려오는 긴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폼을 살려주었다. 비록 눈두덩이가 퍼렇게 되긴 했지만.

 

  그 점만 빼면 볼만했다. 그러니까 촌장이 헛구역질을 하는 것은 그의 미적 감각에 지대한 오류가 있는 탓이야.

 

  초면에 대놓고 사람을 패는 누군가와는 달리 자상한 마음을 지녔던 나는 그런 테르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잠시 후 테르오가 내게 부탁을 한 가지 청해왔다.

  쉽게 말해서 퀘스트인데, 무슨 부탁인가 들어보니.

 

 

  "토끼 5마리를 잡아다 주게. 요즘 겨울이 슬슬 다가오는데 입맛도 궁하고 해서 말일세. 훈제가 먹고싶군. 무기 값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연계 퀘스트로 '토끼 훈제 고기' 라는 퀘스트가 연달아서 발생했지만 요리에 센스가 영 꽝이었던 나는 그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부탁(퀘스트)을 했지만 나 또한 필사적으로 거부 해 버렸다. 이유인 즉슨.

 

 

 

 [그가 요리에 만족할 경우 2골드 획득. 그렇지 못할 경우······.]

 

  뒤에 말이 더 안나와 있으니 오싹할 수 밖에. 이거 어디 무서워서 게임 하겠나?

 첫 시작을 npc에게 맞아죽을 순 없지 않은가.

  그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난 분명 또다시 낚싯대에 피떡이 될 것이다. 게다가 2골드는 아까 내가 훔친 금액이니까. 죽었다 살아나면 내 앞에서 또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속담 덕에 죽을 뻔한 나는 그를 뿌리치고 즉시 토끼를 잡으러 사냥터로 향했다.

 

 훈제는 알아서 하라지. 난 잡기만 할 거야.

  테르오는 내 고집에 넌더리를 내더니 말했다.

 

 

 "원, 늙은이 부탁 하나 똑바로 안 들어주기는. 성질 한 번 참. 그럼 사냥이나 해 오게."

 

 

 그리하여 나는 사냥터로 향했다. 마을 외곽은 토끼들의 천국이었다. 흩어져 있는 몇몇 유저들이 토끼들을 죽어라고 때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뭔 놈의 토끼가 키가 최소 2미터는 되어 보이는데다가 삐져나온 송곳니 사이로는 사람 팔로 보이는 것을 아작아작 씹고 있냐는 거야.

 

  주위에서도 토끼 머리에 올라타서 칼로 푹푹 찌르거나 토끼에게 몸통 박치기를 당해서 수 미터를 날아가 버리는 웃지 못할 광경들이 여기저기에 연출 되고 있었다.

 

 "저런 걸 다섯 마리라고?"

 

 돌아가시겠네. 토끼 다섯 마리를 먹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이건 월동 준비 수준 아니야?

  그것도 산 속에서 사는 전문 사냥꾼이나 할 법한 수준으로, 아니 사냥꾼도 목숨을 걸어야할 것 같은데?

 

 

  장담하는데 저 토끼 두 마리만 잡아도 삼인 가구의 겨우내 식량은 문제없을 것이다. 고기만 먹어도 겨울을 나겠는걸. 그 정도면 에스키모가 아닌가?

 

 

 나는 내 손에 들린 초라한 단검을 쳐다보았다. 내가 돌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언월도라도 달라고 할 걸 그랬어. 어떻게 이런 단검으로 저걸 잡지? 재난 현장의 한가운데 떨어진 기분이 이럴까. 좀비한테 둘러싸여도 이보다 절망적이진 않겠어.

 

 

 안녕, 안녕. 여러분? 나는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유저들을 보며(물론 안 좋은 의미로)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번엔 눈을 돌려서 마침 육중한 바디 프레스로 한 유저를 날리는 토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음? 메아리인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아아아아-. 소리가 갈수록 점점 가까워지는데? 아아-아악! 우당탕! 와르르릉!

 

  내 옆을 쉭 하고 스치며 날아가 마을의 담벽을 박살내버린 유저는 입에 피거품을 물고 있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이 게임의 운영자들은 엽기적인 감각의 소유자만 모아놨나? 왜 이런 엽기적인 몬스터를 만들어 놓은 거지? 그때 사내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 거다!"

 

 철저한 직업 정신이 여기서도 발휘될 줄이야.

 

  순식간에 뻗어나간 손은 거침없이 그의 손이 꾹 쥐고 있는 레이피어를 낚아챘다. 내가 레이피어를 그의 손에서 빼내기 무섭게 유저의 시체가 사라졌다.

 그렇다. 나는 죽어가는 유저의 장비를 훔친 것이다!

 

 

  한손엔 단검. 한손엔 레이피어. 찌르기용 칼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조금이나마 심신의 안정과 용기를 회복한 나는 두 자루의 칼을 꼬나든 채로 다른 토끼들과 달리 거리를 꽤 두고 있는 한 마리를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입을 오물거리며 풀을 뜯던 토끼는 내가 오는 것을 보고는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 그냥 가만히만 있어라. 한 방에 보내줄게! 그리고 기합을 크게 지르며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크와와왕!"

 “엄마야!”

 

  토끼 울음소리가 이렇게 용맹무쌍했던가? 나는 순식간에 검을 뒤로 숨겼다. 터프하기도 하지 우리 토순, 아니 토돌······. 에라, 그래. 난 토끼의 암수 구분을 확인할 줄 모른다.

 

  호랑이 저리가라 할 정도의 울음소리와 함께 귀여웠던 입모양이 이내 사람 두세명은 한 입에 삼킬 만한 크기로 변했다. 이걸 무기 값으로 퉁치려고 한 테르오에게 저주 있기를. 나는 속으로는 눈물을 좍좍 쏟으면서 뒤통수에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때 한 유저가 부리나케 한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유저의 뒤에는 강력한 바디 프레스로 코뿔소처럼 돌진 중인 또 다른 토끼가 보였다.

  그쪽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딱 하고 떠올랐다. 바로 그거다! 그때 느껴지는 섬칫한 감각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숙였다.

  후웅! 우와, 하. 죽을 뻔했다!

  내 머리를 쳐오는 앞발을 급하게 수그려서 피한 나는 방향을 틀어 열심히 도망 다녔다.

 

  주위에는 다른 흉폭한 토끼들이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그래, 저놈이 표적이다!

  내 뒤에서 육중한 몸으로 돌진해 오는 토끼를 유인하며 그대로 내게 완벽히 등을 돌리고 있는 토끼를 향해 냅다 뛰었다.

 

 "그렇게 느려서 뭐하냐 굼벵아! 거북이가 놀린다!"

 

 내 말에 갑자기 토끼의 속도가 빨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거북이' 라는 대목에서 가속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일거야.

 

  그래도 아까보다는 월등히 빨라진 속도인걸. 그리고 나 또한 앞의 토끼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두었다.

 

 

  달리면서 근처의 돌을 살짝 집어든 후 앞의 토끼를 향해 그대로 집어 던졌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람의 몸통을 오물오물 씹고 있던 육중하신 토끼가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호랑이도 꼬리를 말 정도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맹렬한 돌진. 난 지금 정확히 두 마리 토끼의 사이에 있다.

 

  점점 놈들이 다가옴에 따라 난 몸을 제자리에 멈추었다. 두두두두두! 우와, 이거 잘못하면 죽겠는데, 엄청난 기세의 돌진이다.

 

  땅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양쪽에서 뿜어대는 박력이 가히 환상적이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말 못한다.

 

 

  나는 속으로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셋.'

 ……까지 다 세었다가는 내가 죽겠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렸고 1톤 트럭에 치이는 것보다도 더한 접촉사고를 내기 직전의 상황에서 몸을 날렸다. 그러자마자 뒤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앙! 우두둑! 이게 생물체가 부딪혀서 나는 소리냐?

  땅조치 울리는 것 같은 착각에 나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몇 바퀴 더 굴러 버렸다. 나, 살아는 있는 거 맞지?

 

 

  가능하면 멋지게 공중제비를 넘은 뒤 폼 나게 착지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은 그런 걸 기대할 수 있는 몸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촌장한테 맞아서 멍든 부위가 더 욱신거렸다. 뒤를 돌아본 나는 토끼들이 어떤 상태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머리가 몸통 안으로 박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그러졌다. 두 마리 다 땅에 쓰러진 채로 몸에 잔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슬슬 죽을 모양이다.

  아차차, 내 손으로 죽여야 경험치가 오겠지? 그런데······.얼굴이 몸 안으로 묻혀버리니 찌를 급소가 없다.

 

  덩치도 산만해서 어디가 심장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거 살아있긴 한 거야?

 

 '낭패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 나는 대충 고기만 때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그 촌장 영감탱이.

 

  식욕하난 좋다. 어떻게 이런 놈을 훈제로 삼을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더욱 심한 건 나보고 이놈들을 어떻게 5마리나 끌고 가냐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숨으로 숨을 돌린 채 손에 든 식칼로 내 앞에 죽어있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토끼의 살점을 때서 인벤토리에 담았다.

 

 ***

 

 드디어 길고 긴 해체 작업이 끝났다. 팔 아파 죽겠네. 토끼고기를 다른 토끼들에게 걸리지 않고 해체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1마리 분을 정확히 인벤토리 안으로 쑤셔 넣을 수가 있었다. 음. 이래서는 5마리 분은 무리일 것 같은데.

 

 

 

  5마리면 앞으로 20시간을 여기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지 않은가.

  이쯤 되면 내가 가상 현실을 즐기는 것인지 게임을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난 빨리 이 장소에서 나가서 놀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수확도 있었던 것이 해체 작업을 하는 사이에 손재주······ 라는 스텟이 증가했다.

  더군다나 토끼 1마리의 해체를 끝내고 시체가 사라짐과 함께 경험치가 장난 아니게 들어왔는데.

 

 

  2레벨이나 올랐다. 코뿔소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저돌성에 프로 레슬러 열 명은 손쉽게 날려 버릴 듯한몸통 박치기에 호랑이 같은 울음소리.

 

  실로 엽기적인 운영자들로 만들어진 이 몬스터를 초보 존에 내놓은 만큼 경험치를 준 것 같지는 않지만 난 적당히 만족하기로 했다.

 

 

  핫! 설마 어쩌면 그 마초 천사가 작정하고 여기로 보낸 것이 아닐까? 분명 나한테 단단이 각오하라고 했었지.

  어쩌면 나 말고도 밉보인 유저들이 전부 다 여기로 오는 것이라면 그 고생이 납득이 된다. 아아아, 그렇게 생각 하니 분해 죽겠다!

 

 

  나는 마을로 돌아가 즉시 테르오를 찾아갔다. 그는 집 앞의 터에 모닥불을 피우고 생선을 굽고 있었다.

  그리고 난 한 가지 확실한 점을 알 수 있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토끼만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군요.

 

  물고기의 사이즈는 개별성이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정상적인 범주라고 봐줄 수 있는 크기였다.

  나는 그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멀리서 촌장을 불렀다.

 

 "이봐요! 촌장님!"

 

 "오호, 토끼 5마리는 가져왔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훈제를······."

 

 "절대 안돼!"

 

  단박에 거절하자 테르오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 이거 왠지 좀 미안한데?

  그런데 그가 내 양 손에 들린 무기를 바라본다. 왜 그러지?

 

 

 "자네, 내가 단검만 주지 않았나? 어디서 레이피어를······."

 

 "아, 어떤 마음씨 좋은 분께 받았습니다."

 

 자고로 세상 물건은 '남의 것은 내 것. 내 것도 내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내게 무방비란 금물이다.

 

 

  촌장의 눈빛은 내게 참 인간 같지도 않은 놈 이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그래서 나도 눈빛으로 '남자의 로망인 할렘도 모르는 보수주의적 영감탱이' 라고 대꾸해주었다.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뭔가가 번쩍거렸다. 아아, 이제 보니 살의로 가득한 낚싯대로군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어!

 

  토끼고기를 꺼냈다가 인벤토리에 그대로 집어넣은 채 뒤로 슬쩍 물러났다. 낚싯대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들려왔다. 삑-!

 

 [전직 키워드 '스틸러'를 얻으셨습니다.]

 [스킬 '문 스텝'을 배우셨습니다.]

 

  뭐, 뭐지. 갑작스레 나온 창에 나는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꽈당. 아흑! 엉덩이야.

 

 

 잠시 일어나서 다시 한 번 창을 보니깐 분명히 스틸러 라는 전직 키워드를 얻었다는 창이 떠 있었다. 이상하다.

 아무리 내가 처음 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당연히 기초지식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토피아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엄청난 게임. 나라고 당연히 손가락만 빨고 있을 리가 없잖아?

  게임을 하기 전 잠시 알아본 정보로는 제일 기존 전직은 13레벨때 할 수 있으며 베이직 잡과 프리 잡으로 나뉜다.

 

  베이직 잡은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직업이고 프리 잡은 자신이 특정 키워드를 알아내서 전직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키워드를 얻은 프리 잡중 간혹 걸리는 것이 일명 행운의 직업이라는 히든 클래스다.

 

  여타 일반 클래스와 달리 월등히 뛰어난 스킬과 능력치를 보유한 직업이라고 하던데. 설마!

  내가 그 직업에 얻어걸린 거야?

 

 "음. 그런데 스틸러라면 도둑이잖아?"

 

 

  암살자같은 것을 예상했던 나에게 스틸러라는 단어는 조금 충격이었다.

  설마 게임에서도 (거의 은퇴하긴 했지만)본업을 직업으로 해야 한다는 건가? 갑자기 절도하고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오르는군.

 

  지금 상태로는 무언가 금전적인 것만 보면 바로 손이 나갈 것 같은 기분이야!

  이를테면 저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저 생선 같은 것! 금전적인 건 아니지만. 그런데 문 스텝이라.

  도움말을 뒤적거려서 스킬 창 여는 법을 찾아낸 뒤에 스킬을 확인해보았다.

 

 

  내 앞에 선명히 떠오르는 창을 난 이것저것 건드려보았다.

 

  분명 문 스텝이라고 했었지? 이거구나. 옆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스킬 설명을 누르자 자세한 설명이 드러났다.

 

 [문 스텝]

 

 스킬 레벨:lv. 1

 

 스킬설명

 

 시전 시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스킬레벨이 높아지면 고 유명 뮤지션의 댄스 폼을 잡고도

 험난한 지형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남은 스킬포인트:0

 

 ······. 이쯤되면 황당할 것도 없어진다. 그 유명 뮤지션이 누군지는 알만하지. 그의 춤은 하나의 문화유산이나 다름없으니까. 내가 조금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긴 했지만 그런 사소한 돌발성이 이런 시스템으로 이어지다니.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신속하게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거 꽤 신나는데?

 

 "이거····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는데?"

 

  문 스텝을 전개하자 신속하게 물 흐르듯 내 몸이 미끄러졌다. 꽈당! ······오늘 내 엉덩이가 박살나지는 않기를.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넘어지는 순간 뭔가가 머리 위를 스치며 묵직한 무엇인가가 지나갔다. 돌아보니 테르오가 힘차게 휘두른

 낚싯대다.

 

 "헉, 헉. 잠깐만요! 당신 흥분했다가 사람 죽어!"

 

 그러자 테르오는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보고 사람도 아니라며? 나는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실 테르오는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임이 아닐까?

  저런 기세로 휘두르는 낚싯대라면 아까의 토끼도 형체조차 안남을 텐데. 자기가 나서기 귀찮으니까 기본 보상을 주면서 유저들을 굴리는 것이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그럴싸하지 않은가!

 

  나는 안정된 그의 모습을 확인한 채 인벤토리에서 모든 고기를 꺼내서 그의 앞에 차곡차곡 쌓아준 뒤 보상을 요구했다.

 

 

  훈제 만들기의 보상이 2골드 였지. 그러나 그냥 토끼 고기를 가져 오는 퀘스트의 보상은 바로 '가죽 부츠'였다.

 

  솔직히 내 누더기 같던 신발은 이미 그 최소한의 기능조차 상실한 채로 헤질 대로 헤져 있었다. 아마 방금 썼던 문 스텝이 상상 이상의 효과를 낸 것 같다.

 

  하긴 스킬레벨 1에 이런 거친 바닥에서 팽귄이 얼음에 배깔고 돌아다니듯 타려고 했던 게 문제지.

  대충 가죽 부츠를 신은 뒤에 다시 토끼를 잡으러 떠났다. 전직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물론 나중에 그에게 그렇게 건네준 고기 덩어리들 사이에서 5개정도를 슬쩍 해왔다. 과연 게임 속에서 먹는 고기 맛은 어떨까?

 

 "소금이 없네."

 

 아으,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조미료가 없다니. 쳇.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마을 외곽으로 나온 나는 다시 토끼들에게 돌을 던졌다.

 잡는 방법이야 알았으니 저런 덩치쯤이야 이제 두렵지도 않다.

 그래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면서 몸을 돌리는 토끼들을 보면서 나는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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