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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재벌 2세, 혹은 걸어다니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은 없습니다.
설정상으로만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냥 대학생이 학교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복학생이 복학해서 대학생활 꼬이는 잡담같은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 죽끓이는 복학생
작성일 : 17-11-03 15:39     조회 : 472     추천 : 2     분량 :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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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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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저녁.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희망빌라. 그곳의 반지하방.

  적당히 반지하스러운 습기와 곰팡내가 풍겨 나오는 방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집 주인이 인간으로 살기위한 최대한의 노력은 기울인지라, 반지하 방, 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질 법한 우중충함은 그다지 없다. 벽지는 깔끔한 베이지색, 여기저기 제습제가 놓여져 있고, 무엇보다 방 자체의 물건배치 만큼은 깔끔하게 된 방이다.

  그곳의 주방.......은 아니지. 원룸이니까. 그래, 가스레인지 앞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어찌되었건 그곳에는 더운 여름, 반지하방에서 에어컨을 낮춰두고 열심히 죽을 쑤고 있는 장발의 청년이 있었다.

 

  우선 ‘죽’에 포커스를 맞춰보자면, 무언가 망했다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냥 흰 쌀죽이다.

  그리고 ‘청년’에 포커스를 맞춰보자면, 다름 아닌 나다.

  24살 복학생. 이광진이다.

 

  참고로 이 죽은 당연히 내가 먹을 것이다.

  어지간한 요리는 귀찮아서 거의 하지 않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리가 없지. 동성 친구에게 해줄 리가 없고, 이성들에겐....... 뭐 이건 됐고.

  가족? 안타깝게도 내 가족은 내가 사는 서울로부터 아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어디 아프냐고? 아니다. 나는 내 육신에서 적어도 내 목 아래의 상태만큼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최상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감기에 걸린 것도 3년 전의 이야기다.

  즉, 매우 건강하고 적당히 떡대가 괜찮다는 거다.

  그럼 다른 이유로 입맛이 없는 거냐고? 그것조차 아니다. 나는 살면서 음식을 가려본 적이 없다. 배탈이 나건 독감이 걸리건 끼니는 거르지 않는 인간이다.

  혹은 내가 흰 죽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다. 바로 위에서 음식을 가려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음식에 호불호는 있는 법이며 누구에게나 초라하고 맛없는 음식도 있는 법이다.

  즉, 당연히 그 쪽도 아니다.

  그럼, 나는 왜 죽을 먹으려 하는가?

  간단하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을 묘사할 때, 어째서 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은 정말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돈이 없다.

  집에 먹을 것도 없다.

  집에 있는 거라곤 5KG 짜리 쌀 봉투에 반 정도 남아있는 쌀.

  식용유와 간장 조금.

  그리고 생수 500ML, 1L가 아니라 500ML다. 이거 중요하다.

  심지어 반 정도 마셔버린 병이다.

  “아.......더워 시X.......”

  에어컨의 온도는 전기세가 무서워서 크게 낮추지 못했다. 전기세는 왠지 내기가 아깝다. 많이 나올수록 더더욱.

  그건 그렇고, 왜 나는 돈이 없을까? 한번 다 같이 추측해보자. 궁금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이야기는 시작했으니까.

 

  우선, 가장 기초적인 단서를 주겠다.

  나는 지금, 서울 소재 대학교 인근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교우관계는 마당발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라도 그럭저럭 원만하고 자주 붙어다니는 놈들도 있다.

  아르바이트는 하고 있다. 효성 깊은 대학생이라면 알바정돈 할 줄 알아야한다고 믿고 있는지라, 주말 야간시간은 통째로 카운터에서 상품 바코드를 찍으며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는....... 없다. 즉, 연애하느라 과소비를 한건 아니다.

  취미생활? 하지만 내 취미라고 해봐야 PC방에 가거나, 친구랑 술을 마시거나, 하는, 적당히 대학교 복학생다운 것들뿐이다. 프라모델, 혹은 피규어를 모은다거나, 게임을 산다거나, 쇼핑을 다닌다거나 하는 돈들어 갈 취미는 없다.

  집세, 혹은 핸드폰 요금? 그건 아버지가 내주신다. 물론 공과금이야 내가 내긴 하지만 특별히 다른 자취생들과 비교해서 전기와 가스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다.

  인터넷과 수도요금은 애초에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그리고 최근에 크게 돈 들어갈 만한 일은 없었다.

  “아....... 배고파........”

  그럼 왜 돈이 없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사실은 알지만,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된 것이다.

  무슨 개소리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상황 묘사 능력의 부재로 인해 잘 전달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내 지갑, 혹은 계좌엔 정신을 차려보니 그냥 돈이 없었다.

  분명히 오늘로부터 30일 전, 가끔씩 아르바이트 대타를 뛴 덕분에 꽤 두둑한 아르바이트 비를 받았을 것이다.

  분명히 일주일 전 쯤에 아버지에게 용돈을 조금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결혼식이라던가 장례식장이라던가 하는 큰 돈 들어갈 곳엔 간적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내 통장 잔고는 234원을 나타내고 있었다.

  가계부 같은 건 쓰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이 떠올려 볼 뿐이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가끔’ 맛집 가서 밥 사먹고, 친구들이랑 ‘가끔’ 술 먹고, ‘조금 자주’ PC방이나 가고, ‘어쩌다 한번’ 당구장에 갔을 뿐이다.

  물론 하루에 한 갑 정도 사는 담배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혹시나 싶어서 은행 거래 내역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해킹이나 피싱 사기 같은 불가사의한 이유로 사라진 금액은 없었다. 분명히 학교 근처의 가게에서 체크카드를 긁었거나, 집 근처 편의점, 혹은 ATM에서 인출한 기록 뿐.

  이 부분으로부터 유추해 보자면, 돈을 쓴 건 나일 가능성이 적어도 99%는 될 것이다.

  이 체크카드를 들고, 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내가 자주 가는 식당을 계산할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는가?

  분명 60만원 조금 안되게 받은 아르바이트비와 아버지께 받은 소액의 용돈은, 며칠 전부터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어제, 담배를 사고 나니 234원이 되어 있었다.

  나도 안다. 나는 경제관념이란 것이 없다.

  “.......왜 오늘이 13일인거야....... 왜 월급이 15일 인거야......”

  매달 하는 중얼거림이다.

  이 서술에서 눈치 챘겠지? 나는 매 월, 이 짓을 하고 있다.

  사실 매월은 아니다. 설날과 추석이 있는 달에는 안한다. 그 이유는 대충 알아서 짐작하시고.

  그렇다면, 우리 집안은 가난한가?

  가난과 부유함이란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자면 우리 집은 가난하다고 하기 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

  대단한 재벌 2세나 기업가의 아들은 아니지만, 우리 집안은 고향동네에서 꽤 크고 유명한 식당을 하고 있는지라 돈이 모자란 집안은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알부자집 정도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용돈을 받지 않는 걸까?

  부모님과 사이가 나쁜 건가?

  그건 아니다. 분명히 우리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고, 나도 나름대로 존경하고 있다. 가족 간의 사이는, 분명히 좋다.

  뭐, 이유야 어찌되었건 여기까지 들으면 ‘이광진’이라는 녀석은 나이 먹고 최대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려하는 철든 청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분명히 말했다. 술과, 맛집, 피시방, 담배, 당구장이라고.

  철이 들었으면 그런 식으로 90만원 가까이를 흥청망청 쓰지 않았겠지.

  사실, 내가 부모님께 손을 ‘또 한 번 더’ 벌리지 않는 이유, 남들에게는 말 못할 이유가 있긴 하다.

  무서워서다.

  부모님은 정말로 좋은 분이다. 어린 시절 야단을 조금 많이 맞긴 했지만 나와 동생을 위해 열심히 벌어 열심히 우리를 키우시고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나 왜 인지, 무섭다.

  나로 인해 부모님들이 한숨을 쉬며 인터넷 뱅킹을 여는 장면이 무섭다.

  동생에게 들어가는 돈과 내게 들어가는 돈을 비교하는 것이 무섭다

  나에게 실망하는 것이 무섭다.

  나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는 것이 무섭다.

  나에게 실망하는 것이 무섭다.

  “.......아! 이런 시X!!”

  어느새 나도 모르게 죽을 젓는 손이 멈추어 있었던 모양이다. 죽이 눌어붙고 있었다. 나는 식기 건조대에서 황급히 밥그릇 하나를 집어 들고 옆의 싱크대에서 수돗물을 받아 냄비에 넣었다.

  치이이이.......

  물탄 죽을 다시 젓는다.

  “.......”

  물론, 우리 부모님은 그런 분들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이건 내 머릿속 뇌내 망상.

  그리고 이 망상은,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를 바라볼 때에도, 필터처럼 적용된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실망하는 것이 두렵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화를 내는 것이 두렵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적대적으로 변하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그런 나의 내면을 들키는 것조차 두려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려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 실체 없는 망상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앗 뜨.......”

  쌀알이 잘 뭉개진 흰 죽을 그릇에 옮겨 담으며 언젠가 이런 나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친구가 했던 농담을 떠올린다.

  이광진은 피해망상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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