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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두번째 만남 1
작성일 : 17-11-03 14:58     조회 : 65     추천 : 2     분량 : 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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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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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초순의 아침, 서울, 은평구, A동, 그곳의 모 다세대주택 201호, 그 곳의 침실.

  현재 침대에서 상반신만 일으킨 채인 내가 혼탁한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곳이다.

  “........아.”

  머리가 아프다. 어젯밤 뒤척이고 뒤척이다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잠들었던 데다가, 일어나는 시간은 평소와 같았던 탓이다.

  “........몇 시야.......7시?”

  긴 머리칼 탓에 가려진 시야로 머리맡의 디지털 시계를 확인하고, 꾸물거리며 침대에서 벗어났다.

  “.......”

  머리칼이 내 시야를 덮는다.

  이걸 짧게 잘라버리고 싶다고 몇 번인가 생각한 적은 있었다. 옛날에 한번 실행에 옮긴 적도 있고.

  그 당시, 주위 반응이 지나치게 호들갑스러웠기에 두 번 다시 그런 모험을 감행한 적은 없지만.

  “밥을........안했지. 빵은....... 있었지?”

  어젯 밤의 기억을 되짚어 아침식사의 메뉴를 정하며 주방으로 향한다.

  정말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식탁 위에 놓는다. 그리고 아까 오면서 챙긴 리모컨을 들고 버튼을 눌렀다.

  “.......각성자 양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논의 되는 ‘얼티밋 원’과의 ‘안보 위탁 계약’에 관한 시민단체와 몇몇 군 관계자들의 반발이 지속되어......”

  재미없는 뉴스다.

  “.......지난 23일, 쓰촨성 청두시에서 발생한 ‘타스하’와 ‘난징당’의 무력충돌이 양측의 본격적인 대립으로 격화될........ 타스하에서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난징당에 대해 사과를 요구.......”

  TV속에선 언제나 같은 듯 하면서도 어제와는 다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징당은 여전히 현지 주둔군 간의 우발적인 사고....... 중국동북내전의 재개에 대한 불안감에 국제증시........”

  “........한편 다른 G5인 ‘브라트’와 ‘아크바르’에선 공식적 입장표명이 없는 가운데, ‘얼티밋 원’은 타스하와 난징당에게 세계의 안정을 위한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는 발표를.......세계 대전의 재발 방지에 대한 노력........”

  재미없어.

  “하아.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식사를 하면서 집을 돌아본다. 입주한지 2주정도 지났음에도 아직 정리가 덜 되어서 일까, 어수선하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다.

  혼자 살 집이었는데 너무 큰집을 고른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부동산 시세를 생각하면 배가 부르다 못해 터져나갈 소리긴 하지만.

  “.......잘 먹었습니다.”

  듣는 사람 하나 없는 인사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순식간에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빠르게 ‘유니폼’을 갖추어 입는다.

  옷을 다 입고 마지막 확인을 위해 내 방의 거울을 보았다.

  “.......안 어울려.”

  10대 후반 여성의 평균 체격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내 몸에 걸쳐진 검푸른 유니폼이 너무 어색하다.

  그 어색함의 중심에 있는 것은 내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명찰이다.

  ‘대원 홍세연’

  “.......”

  진짜로, 어린아이가 일부러 어른 옷을 훔쳐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내가 어린아이 체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160 중반이면 어린애 키는 아니니까.

  “........”

  어린애 맞나?

  “아, 이제 나가야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방을 나서려다, 내 책상 위의 사진을 본다.

  “........”

 

  가족사진이다.

 

  그리고 이제 두 번 다시 찍을 수 없는 사진이다.

 

  “다녀올게, 오빠.”

 

  현관을 나서, 골목을 걸으니, 봄의 햇살이 내 머리 위를 기분 좋게 덥히고 있었다. 좋은 날씨에 원래부터 들떴던 기분에 텐션이 더해져, 이대로라면 콧노래라도 부를지도 모르겠다.

  원래부터 들떴던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이 첫 출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3년 내내 애타게 기다려온 출근이다.

  현재 시각 8시 10분, 내 출근 시간은 9시고 ‘직장’과의 거리는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다, 이대로면 안정적이고 마음편한 첫 출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담청 대원이다.”

  “젠장....... 역시 이 동네는 전담청이랑 너무 가깝다니까.”

  “........”

  그러나 들뜬 것은 나뿐이었던 것 같다.

  주의의 수군거림에 잠시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젠장, 들렸잖아. 각성자라서 그런가?”

  “빌어먹을 괴물들, 귀도 좋네.”

  조금 전 지나친 기사식당 앞에선 어느새 두 명의 중년 택시기사가 담배를 피우며 소근대고 있었다.

  그런데, 욕하던 걸 들켜서 당황했으면 뒤의 말도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

  뭐, 무시하도록 하자. 가서 따져봐야 얻을 것도 없고, 아침부터 기분만 찝찝해질 뿐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그러나 그 말을 무시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살짝 기분이 상한 것은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이 쪽으로도 전담청 대원들이 지나가나?”

  “......쉿!”

  기분 탓인지 주위의 소근거림이 지나치게 잘 들리는 것만 같다.

  “엄마! 경찰! 경찰 언니야!”

  그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유치원 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경찰? 아, 이 유니폼 보고 하는 소리구나. 경찰과 비슷.......한가?

  그러다 문득,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

  소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든다. 음, 여기선 같이 흔들어 줘야하나?

  “쉿! 경찰 아냐!! 저쪽 보지 마렴!”

  .......관두자. 옆에 있는 엄마가 심장마비라도 일으키는 걸 보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게 소녀와 그 엄마를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그래, 알고는 있었다. 이 사회에서 나와 같은 사람, 혹은 내가 출근하고 있는 ‘직장’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 줄은 알고 있었으니 별 새로울 건 없다.

  “.......젠장,”

  그래도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제기랄.

  그때, 이런 기분나쁜 독백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빠아아앙!!!!!!

 

  다급하게, 찢어질 것처럼 울리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세희야!!!!!!!!!!!”

  내가 돌아본 곳엔, 조금 전 나를 역병 취급하던 아주머니가 손을 뻗으며 다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 어느새 초록불로 변한 횡단보도의 3분의 1 지점에선, 조금 전 내게 손을 흔들던 소녀가 왼쪽을 바라보며 얼어붙어 있었다.

  소녀가 바라보는 방향엔, SUV차량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

  나와 소녀와의 거리는 대략 10m, 그리고 소녀와 자동차와의 거리는 대략 4m. 자동차는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신호를 보지 못하고 힘껏 밟고 있던 덕분에 제동거리가 부족할 터.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보다도 먼저, 내 다리는 움직이고 있었다.

 

  가속, 2배.

 

  타앗!!!!!

 

  주위의 모든 것이 나를 빠르게 지나친다.

  아니, 지나치는 것은 나.

 

  내 근력으로 낼 수 있는 이동 속도에서 정확히 2배 증폭된 속도로 소녀를 향해 움직인다.

 

  땅을 박찬다.

  그리고, 팔을 뻗었다.

  소녀의 몸을 빠르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감싸 안는다.

  다시 땅을 반대 방향으로 박찬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위의 속도가 돌아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끼이이익!!!!!!!!!

 

  “크으......”

  아침부터 인도 한가운데를 뒹구는 꼴이라니. 그래도 늦진 않았다.

  “세희야!!!!!”

  “흐흑, 흐아아앙!!!!”

  내가 끌어안은 소녀는 놀란 듯, 울음을 터트렸다.

  놀랄 법도 하지. 초록 불을 보고 뛰쳐나갔다가 눈 앞에 커다란 차가 달려들더니, 난데없이 웬 경찰 비슷한 옷을 입은 여자가 자신을 낚아채 함께 바닥을 뒹굴고 있으니까.

  소녀를 안은 채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소녀를 일으켜 세우고 안고 있는 팔을 풀며 말을 걸었따.

  “아.......괜찮니?”

  “흑.......히끅.”

  대답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울고 있었다.

  “아....... 가, 감사...... 감사합니다........ 흐흑.......”

  그 대신, 소녀의 어머니로부터 감사의 인사가 돌아왔다.

  음, 조금 전까지 욕을 먹었던 상대에게 이렇게 진심어린 감사를 들으면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난 이런 건 젬병이란 말야.

  “아, 아니예요. 그, 그럼.......”

  황급히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변한다. 그리고는 아직 울고 있는 소녀에게 살짝 시선을 돌리며 말을 걸었다.

  “아, 음.......저기 그게....... 조심해야해.”

  그 짧은 한마디를 던지고, 나는 부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걸음을 서두른다.

 

 -------------------------------------------------------------------------------------------

 

  ‘각성자’라고 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 정의는, 체내에 기, 혹은 마나라고 불리는 에너지를 생성해내는 자.

  그 조건은, 기, 혹은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특정한 물리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그 특징은, 특정 물리현상을 일으키는 ‘각성능력’, 보통의 인간보다 강력한 육체.

  그 활용은, 육체와 각성능력,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는 군인들.

  그들에 대한 기록, 혹은 흔적은 인간이 부락을 만들고, 부족국가를 만들던 시절부터 확인된다.

  역사 이전에는 신의 사자, 혹은 부족의 수호자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혹은, 그들 중 강력한 자들은 말 그대로 ‘신’으로서 숭배받기도 했다.

  종교의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신에 대적하는 자로서 탄압받기도 했다.

  그렇게 역사가 흐르고 과학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근대에 접어들어 그들에 대한 시선이 변했다.

  각성자에 대한 연구가 행해지고 각성자를 인위적으로 탄생시키는 육성법이 개발되어 그들은 신비의 영역에서 학문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위치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엘리트 군인, 혹은 강력하고 가성비 뛰어난 용병.

  그리고 그들 중 유달리 강력한 몇몇은 인류 최초의 전략 병기가 되었다.

 

  한국 특수능력전 전담청.

  전원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최강의 특수부대.

  혹은, 대통령 외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초법적인 엘리트집단.

  온갖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그럼에도 그 존재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그들.

  나, ‘홍세연’이 오늘부터 소속되게 될 집단이다.

 

  “아....... 이거 아직도 묻어있네.”

  조금 전 못보고 지나쳤던,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잠시 옷과 실랑이를 하고 나서 고개를 드니 몇 년 동안 꿈꿔웠던 공간이 내 눈앞에 있었다.

 

  ‘대한민국 특수 능력전 전담청’이라고 쓰여진 입구. 그 너머로 잘 가꿔진 공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주위는....... 전체적으로 유리 궁전 스타일인 건물들이 늘어져 있는, 일단 돈은 많이 들인 것 같은 시설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입구의 현판이 말해주듯, 이곳은 한국 특수능력전 전담청의 청사이다.

 

  그런데, 그 앞에 반가우면서도 조금 꺼려지는 누군가들이 서 있었다.

  “홍세연 이 지지배, 왜 이렇게 안와?”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거야. 카X이라도 해보던가?”

  “아, 아니 우린 아직 그런 사이는......”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덩치 큰 소년, 그리고 그 앞에서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는 소년이 전담청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아....... 또 뭐하는 거야.”

  가볍게 한숨을 쉬고, 그들에게 다가가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일찍도 오셨네?”

  스스로 말해놓고도 조금은 말투에 가시가 돋혀 있지 않았나 싶다.

  “아! 드디어 왔구만! 한 달 만이다 야!”

  “아, 오랜만.”

  그러나,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나와 같은 제복차림의 두 명은 그 말투에도 기분 나쁜 기색은 없다.

  사실, 내가 이러는 건 하루이틀일이 아니고, 이 둘은 나와 하루 이틀 보는 것이 아니니까.

  “왜 안 들어가고 그러고 있어?”

  내가 말한 대로, 이 둘은 나보다 일찍 왔으면서도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쾌활하게 (시끄럽게) 인사했던 덩치 큰 쪽은 박철연. 아카데미 3학년 시절의 같은 반이었던 녀석으로, 좋게 말하면........음, 좋게 말하면, 언제나 쾌활하고 적극적.......인 녀석인가?

  “이 녀석이 가려면 다 같이 가야한다고 해서.”

  방금 전 짧게 인사한, 조금 피곤한 인상의 녀석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정진민. 비교적 말수가 적고 얌전한 그 역시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널 기다리고 있었지. 같이 들어가려고.”

  철연이 활기차게 대답한 것은 좋지만, 애초에 내가 질문했던 근본적인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굳이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귀찮은 녀석 같으니라고.

  “왜 굳이? 같은 반도 아니잖아? 넌 2반이잖아?”

  “아, 으....... 아 그게........ 하하........”

  갑자기 왜 말을 못해? 고장 났나?

  설마 혼자 들어가기 무섭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나보다 두 살 많고 덩치는 커다란 주제에?

  그때, 진민이 나를 측은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참고로 난 이 녀석에게 붙잡힌 거야. 그리고 여기서 널 기다리자고 한건 이 녀석이고.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대충 알아들어라.”

  “야”

  여전히 모르겠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X코파이 광고에 나오는 거고, 할 말이 있으면 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네.”

  “하하...... 아니 그게...... 좀 민망하잖아. 선배들 있는데 신입들이 가서 멀뚱멀뚱 있는게 좀.......”

  덩치값과 나이값 좀 해라.

  “어차피 셋 다 다른 반으로 들어가는데 굳이 기다리는 의미가 있나?”

  “하아......”

  진민이 녀석은 옆에서 또 한숨을 쉰다.

  “아니 뭐 사실 오랜만에 동기 얼굴 좀 보자는 거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굳이 되물을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에, 가늘게 뜬 눈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 그....... 아! 널 위한 배려라고 배려.”

  “하아...... 한국말 좀 다시 배우는게 어때. 아까부터 대화가 전혀 안 맞고 있잖아.”

  내 힐난을 받고도 철연은 여전히 제멋대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신입 중에 가장 늦는 녀석은 안 좋게 찍힐 것 아니냐. 전담청에서 정정당당히 경쟁하려면 이런 배려가 필요한 법이지! 라이벌이니까!”

  이 녀석의 말에는 몇 가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 녀석에게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주어야겠지.

  “첫 번째, 너와 나는 어차피 반도 다르니 누가 먼저가든 상관없어. 두 번째, 난 안 늦었어. 지금은 출근시간 30분 전이야. 그리고 세 번째, 라이벌? 너 졸업성적 몇이더라?

  “으윽....... 수석이라고 잘난 척하지 마라!!”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으음.......”

  말이 막힌 것인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던 철연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반색하며 말했다.

  “아 맞다!! 너 15반이라며?”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

  “아........그그그그건.......”

  “멍청한 놈에, 눈치 없는 녀석 사이에서 3년을 보낸 내가 자랑스럽다 정말.”

  이상한 소리를 중얼대며 고개를 젓는 진민을, 나도, 철연도 무시한다.

  “그그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무튼 부럽다 야! 거기 반장이 ‘김연’이라며? 그 평양의 영웅말야!!”

  “........”

  박철연이 생각 없이 내뱉은 한 단어의 울림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평양의 영웅, 그 의미하는 바가 전쟁영웅이라면, 철연이 말한 15반 반장 ‘김연’은 틀림없이 그 거기에 부합하는 존재일 것이다.

  ‘김연.’ 단신으로 북한의 수뇌부를 갈아엎었다는 괴물.

  4년 전, 3차 대전 종전 1년 만에 2차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그러나 그 전쟁은, 전쟁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3일 만에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연이 있었다.

  김연, 세계 각성자 랭킹인 AEG랭킹 26위의 강자, 그리고 2차 한국 전쟁에서 적의 군 수뇌부를 홀로 몰살시켰다는 괴물.

  그가 떨친 명성은 세상일에 별 관심이 없던 내 귀에도 들려올 정도였다.

  “부럽네....... 그런 영웅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거 아니냐?”

  “야, 근데 사람이 그렇게 강하면 오히려 무섭지 않을까? 듣기로는 거의 괴물이던데.”

  “.......”

  두 사람의 쓸데없는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그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영웅, 혹은 괴물.

  어떤 칭호로 불리건 간에 내게 있어서 확실한 것은 단 하나 뿐이니까.

  그는 나를 구했던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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