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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에 관하여
작가 : 펭윙
작품등록일 : 2017.11.3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갑자기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난다.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과, 신들을 굴복시키고 인류를 타락시키려는 악마들의 마지막 이야기


 
열쇠(1)
작성일 : 17-11-03 14:41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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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델라는 작은 보온병을 든 채로 명동성당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멀리서 누군가가 만델라에게 손을 흔들었다. 만델라는 그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한다.

  “오랜만이야 미스터 서. 아니, 이제 스테파노 신부님이라 불러야 하나?”

  “그냥 편하게 불러. 한국에 온지 이제 일주일 됐지? 힘들지 않아?”

  “덕분에. 마을도 아주 평화롭고, 이웃도 아주 좋은 사람이야.”

  “다행이네. 어제 친구는 잘 도와줬고?”

  “어. 그 친구도 좋아하는 눈치야. 자. 너가 부탁한 이번 주 주말 성당에서 무료로 제공할 커피야. 한 병 싸왔으니 한번 맛봐.” 만델라는 보온병을 스테파노에게 건넸다. 스테파노가 커피를 한잔 따라서 마시고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역시 맛있어. 저번에 남아공에서 마신 거랑 전혀 다르지 않아. 아직 장사가 잘 되진 않을 텐데, 주말에 공짜로 줘도 되겠어.”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주말에...”

  그때 만델라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보우에게 부재중 전화랑 문자가 와있었다. 문자를 보니 카페에 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불이 났다고? 이게 무슨...’ 만델라가 의아해하던 도중 카페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시엔이었다. 전화기 넘어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시엔의 소리가 났다.

 “만델라! 큰일났어! 그게...”

 “뭐? 아까 보우한테 문자가 왔는데, 설마 진짜 불이라도...”

  “그게 아니야! 그러니까 그 이웃집 아이가 찾아왔는데, 내가 하고 있는 걸 들켜버려서...그러니까..”

  “보우한테 들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쩌다가...”

  “모르겠어. 일단 잠시 기절시키려고 했는데, 그, 힘을 조절 못했는지, 그러니까, 나 어떡해!?”

  “시엔, 기다려. 내가 금방 갈게.” 만델라는 전화를 끊은 뒤 스테파노에게 말했다. “미안해 서, 집의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봐. 좀 있다 전화로 이야기 하자.”

  “아 그래. 급한 것 같은데 어서 가봐.”

  한편 미카엘은 다른 천사들과 막 성당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뛰어가고 있는 만델라를 봤다. 만델라가 그들을 지나치는 순간, 미카엘은 순간적으로 뒤돌아서 만델라를 바라봤다. 평범한 인간에게선 느껴지지 않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미카엘은 생각했다. ‘뭐지, 성직자도 아닌 평범한 인간인데, 저 강력한 영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무엇보다 저 영력은 저 인간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준건가? 대체 누가...’

  미카엘은 옆에 있던 아즈라에게 명령했다. “아즈라, 방금 달려간 흑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우리가 찾는 것에 대한 실마리일 수도 있다.”

  카페에 도착한 만델라는 재빨리 시엔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보우가 기절한 채 누워있었고, 시엔은 그 위에서 그를 깨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시엔, 무슨 일이야 도대체!?”

  “내가 또 사람에게 피해를 줬어. 내가 또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끌어들였어. 내가 또 잘못했어. 수 천 년 전에도. 수 백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내가 또 인간에게 고통을...” 만델라는 불안해보이는 시엔을 붙잡고 말했다.

  “아니야 시엔. 넌 잘못 없어. 보우는 잠시 기절한 것 뿐이야. 내가 보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올게. 잠시 쉬고 있어.”

  만델라는 보우의 바지 주머니에서 그의 집 열쇠를 찾은 뒤 그를 업고 카페를 나섰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 과정을 아즈라가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지 저 소년은? 저 소년 때문에 그리도 급하게 이곳으로 향한 건가. 비록 평범한 몸이지만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자인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저렇게 완전히 기절을 했단 말인가.’

  그때 아즈라의 주변에서 서울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즈라는 재빨리 그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돌아봤다. 그쪽에서는 저 멀리서 한 존재가 하늘 위로 도망치고 있었다. 아즈라는 재빨리 창을 그것을 쫓았다. 그러나 한참을 쫓았지만 이미 그 존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낀 기운이다. 성벽 주변인데도 느껴질 정도라는 것은 이 주변에 무언가 있다는 것인데...일단 미카엘에게 돌아가서 보고를...’

  순간 아즈라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아즈라는 급히 공격을 피하고 자신을 공격한 것을 멀리 떨어져서 째려봤다.

  “보아하니 너는 아수라군. 감히 일개 전투광 귀신 따위가 천사를 공격해? 왜 이곳에서 서성되고 있는 것이냐. 마라 파피야스의 명령인가?”

  “그래서 그 잘나신 천사께서 일개 귀신도 따라잡지 못하고 놓치나? 천사들도 이제 한물갔나 보군. 너희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 보니 그 여자애가 확실히 대단한 녀석이긴 한가보군.”

  여자애? 분명히 아까 보인 것은 흑인과 소년뿐이었는데? 아즈라는 일단 눈앞에 있는 아수라를 먼저 처리하기로 한다. 아즈라가 무기를 소환하려는 순간, 아수라가 비꼬듯이 말했다.

  “여기서 싸우려고?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인간들이 뭉쳐 사는 곳에서? 감당할 수 있겠어?”

  아즈라는 발밑에 보이는 마을을 봤다. 수많은 주택들이 위치해있었다. 결국 분하지만 무기를 치우고 여기서 물러가기로 결심했다. 그걸 본 아수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 너희들은 늘 그런 식이다. 맨날 인간들에게 발이 묶여 원하는 바를 못 이루고 번번이 실패하지.”

  “닥쳐. 조용히 보내줄 때 조용히 꺼지지 그래?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다.”

  “ 아 예 예, 우리 존엄하신 천사님께서 명하시는데 일개 천한 귀신이 받들어야지요.”

  아수라는 마지막 비꼬는 한 마디를 던진 뒤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즈라는 아까 아수라가 한 말을 다시 되새긴다.

  ‘여자애라, 누군가가 그들과 함께 있나보군. 일단 다시 가서 보자.’

  아즈라는 다시 만델라의 카페로 향했다.

  만델라는 어느새 보우를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시엔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우가 얼마나 봤어?"

  “모르겠어. 일단 들어오자마자 바로 기절시키긴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걸 봤을 거야. 이러다가 그들이 그 아이한테까지 접근한다면...”

  “알았어 시엔. 일단 내일 보우가 깨어나면 얘기해볼게. 오늘은 이만 하고 쉬어.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내가 아무 상관없는 인간에게 또 힘을 썼어. 좋게 해결할 수도 있었는데 또 성금하게 자제하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버렸다고! 이러다가 우리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면 오백년 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시엔은 이내 말을 잊지 못하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만델라는 그런 시엔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 순간 그녀에게는 어떠한 위로나 격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 죄책감이 많이 느껴진다면...내일 보우에게 직접 말해. 갑자기 기절시켜서 미안하고, 걔가 본 것에 대한 정체를.”

  “뭐?! 그 아이를 내 일에 끌어들이라고?!” 시엔은 깜짝 놀라 만델라에게 소리쳤다. 만델라는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그게 걔한테 더 좋을 거야. 이미 네가 힘을 사용하고 있는 걸 봤고 직접 겪어보기까지 했어. 그러면 보우한테도 너의 영력이 조금이라도 이동했을 거야. 그러면 그들이 보우에게 접근하는 건 당연하고. 이렇게 된 이상 네가 직접 그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까지 혼자 평화롭게 잘 지내온 아이야. 내가 그의 인생을 망친다면...”

  “10년 전 나한테 얘기한 것처럼, 보우한테도 말해. 네가 지켜주면 돼.”

  “......”

  "걱정 마. 함부로 비밀을 얘기하고 다닐 아이는 아니야. 내가 장담해." 만델라는 시엔을 절실하게 바라봤다. 그동안 만델라는 시엔이 자신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을 없애고 다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시엔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한줄기의 희망이 보인 것이다. '보우라면...' 지금 이 순간 만델라는 살면서 가장 간절히 속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알겠어. 내가 내일 이야기해볼게" 시엔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만델라의 입가에는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시엔! 분명 보우가 마음에 들 거야. 내일 보우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찾아가자."

 만델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엔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됐어! 이제 시엔도 밝게 지낼 수 있을거야' 만델라는 앞으로 기분 좋은 일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엔과 보우의 인연이 앞으로 인류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체...

 한편 아즈라는 미카엘을 만나러 명동성당으로 돌아왔다. 미카엘도 막 성당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아즈라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번에 들르신 곳에는 우리가 찾는 것이 있었나요?"

  "아니, 이번에도 역시 그가 설계해놓은 함정이었어. 하지만 함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 성벽 안에 중요한 것을 숨겨놨단 뜻이겠지. 그 흑인은 따라가 봤나?"

 "네. 그는 작은 산의 성곽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근데 카페 앞에서 관찰을 하고 있는데, 그가 한 소년을 업고 옆집으로 뛰어갔어요."

  "소년이라니?"

  "이웃집에 사는 소년인 것 같은데, 겉으로 느끼기에도 일반적인 인류들의 것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직자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정도의 정신력을 가졌는데도 완전히 기절해있었어요."

  "그 흑인이 기절을 시킨건가?" 미카엘이 아즈라의 이야기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카엘께서 느끼신 영력이 그의 것이라 하더라도, 그 소년을 기절시키려면 영력을 쓴 흔적이나 기운이 마을 전체에 걸쳐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숨에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를 기절시키고 자신의 힘을 숨기는 고위 성직자들이나 신들 정도만이 가능합니다."

 미카엘은 아즈라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인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영력이 느껴지는 자의 정체는?, 그리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소년을 기절시킨 존재는? 미카엘이 이런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강구하고 있을 때, 아즈라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아 그리고...아수라 중 하나를 만났습니다."

  "뭐!? 아수라!? 아수라가 왜 지상에 올라왔단 말인가?" 미카엘이 놀라 아즈라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놀랍게도 그들도 흑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어요. 쫓은 다음에 처리하려 했지만 자칫하면 인간들이 다칠 수 있어 물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카엘."

 미카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의 머릿속은 더욱 더 복잡해졌다.

 '아수라가 왜 지상에, 그것도 대도시에서 버젓이 활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왜 우리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단 말인가. 혹시 그 흑인 근처에 그 사람이...'

 그때 아즈라가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아수라가 제가 본 인간들 말고 한 여자아이를 더 본 모양입니다. 천사들이 온 것을 보니 그 여자애가 대단한 년이긴 하나보다고..."

 "여자애!? 방금 여자애라고 했나!?" 미카엘이 아즈라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아즈라는 갑자기 미카엘이 외친 소리에 놀라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여자애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미카엘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미카엘이 아즈라에게 다시 말했다. "아즈라, 너는 당장 다른 천사들에게 그분을 찾았다 말해. 그리고 아수라가 지상에서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그들도 그분의 정체를 알아챈 것 같다. 그러니 바티칸에서 구마사제 지원을 요청해. 그들로부터 인간들을 보호해야 한다. 구마사제들이 도착하면 바로 그분을 찾아가고 그것을 되찾는다."

 아즈라는 미카엘의 명을 받고 성당 밖으로 나가고, 미카엘은 자신의 무기를 하나씩 손질하기 시작했다. '무사하셔야 합니다...' 미카엘의 얼굴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대변하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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