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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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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한 여자가 기억을 잃은 이유이자,
한 남자가 그 기억을 필요로 하는 이유였다.

그날 밤,
그녀는 살인자를 보았다.

 
2부 <야수의 성> #1
작성일 : 17-11-03 12:5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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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야수의 성>

 

 동네 아이들은 야수가 공주를 붙잡고 있다고 믿었다.

 어두운 밤 그 성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야윈 손이 창살을 붙잡아 흔들 때마다,

 아이들은 기도했다.

 야수에게서 공주를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백마 탄 왕자님이 있다면

 어서 빨리 나타나 공주를 구해 도망쳐 달라고.

 

 “미스터 사쿠라. 마음에 드네. 그 호칭.”

 

 침묵을 깬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정체를 들킨 사람이 마땅히 느낄만한 일말의 당황함도 묻어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인가. 제 안의 무언가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중인가.

 

 뜨겁고 쓴 액체가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오랜만에 섭취한 카페인이 빠르게 몸 안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손끝의 혈관들이 미세하게 요동쳤다. 온몸의 신경들이 다시 날을 세웠다. 코끝으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게 분명한 옅은 비누내음이 스쳤다. 익숙하고 아련한 이 느낌은 무얼까. 묘한 기시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럼 이제 포토 에세이 사진작가와 미스터 사쿠라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5년 동안 사진만 보내던 사람이 짠하고 나타났는데 놀라지 않네. 좀 더 극적인 반응을 기대했는데.”

 “기다렸으니까.”

 

 휘경의 입가에 걸쳐져 있던 옅은 미소가 굳어졌다. 예상치 못한 답을 들은 모양이었다.

 

 “사진을, 아니면 사진을 찍은 사람을?”

 “내가 기다린 건, ……진실이에요.”

 

 진실과 현실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그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악몽과 현실조차도 구분이 모호했다. 그 사이 어딘가쯤에 자신이 서있다는 것만 확실했다. 아무도 손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야수의 성에서 토막난 기억들과 함께 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세월이 한참이었다.

 

 그녀에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버텨온 건 그 때문이었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야수에게 영혼을 갉아 먹히면서도 살아남은 건 그 때문이었다. 정신과를 헤매고 다니고, 때론 삼촌에게 기대해 봤던 건 오직 그것 때문이었다. 그런 보라에게 사진은 구원이었다. 지푸라기였다. 토막난 기억들 사이 어딘가에 꼭 들어맞을 하나의 조각일지도 몰랐다. 성을 빠져나갈 수 있는 마지막 열쇠라면 더 바랄게 없을 터였다.

 

 “이제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런 사진을 보낸 건지, 당신이 누군지 그리고 우리가 왜 만나야 하는지.”

 

 짧은 찰나 남자의 눈동자에 많은 것이 스쳤다. 그 안에 담긴 망설임을 보라는 보았다. 그의 입술이 머뭇거렸다. 뱉을 말을 신중하게 골라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숨겨야 할 것과 드러내야 할 것을 구분 짓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사진작가야. 강이사와 오래전부터 일해왔고 십년 전 사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언젠가 꼭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어. 내가 보냈던 사진들은 드라마틱한 오늘의 만남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고 해두지.”

 

 빤한 답변이었다. 너무 빤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플라워 투어 포토 에세이 계획이 잡힌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고, 이 사람을 작가로 추천한 건 강이사였다. 그는 5년이란 세월동안 무언가를 계획할 만큼 철두철미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것이 고작 한 장의 사진이었다는 것은 더 의외였다. 강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들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단순한 남자였다. 홍보팀이 제안한 포토 에세이 계획 역시 그렇게 진행된 일일터였다. 그렇다면 이 모든 걸 예견하고 5년 전부터 바다 건너 교토로 사진을 보내왔다? 차라리 타고난 예지력이 있다거나,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주장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 거였다.

 

 “십년 전 일에 대해선 어떻게 알고 있죠?”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얘기잖아. 진해 살인사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 십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비교되는 비극의 미제사건. 그 주인공을 찾아온 사람이 남자가 처음은 아니었다. 미스터리 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던 영화감독, 미제사건을 파헤치고 다닌다는 탐사보도 기자, 스릴러 소설가. 지난 십년간 이 집의 문을 두드린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유도 없이 벚꽃 사진만을 보내온 사람은 이 남자 뿐이었다.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성공이었고, 경계를 풀게 하려는 의도였대도 그랬다. 그는 이 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녀와 대면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거였다.

 

 “비운의 여주인공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어요? 아니면 이 여자를 꼬드겨 돈이라도 뜯어내 보겠다 작심한 꽃제비에요?”

 

 보라는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물었다. 고작 이런 말을 주고받으려고 5년을 기다린 게 아니었다. 생일날 아침마다 받아든 벚꽃 사진을 그림으로 고스란히 옮기며 나머지 계절을 보내온 게 아니었다.

 

 “지난 5년 동안 수없이 생각했죠.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형사나 기자? 영화 감독? 소설가나 사기꾼? 아니면.”

 

 보라는 말을 멈추었다. 모든 가설들은 두서가 없었고, 아귀도 맞지 않았다. 그들 중 누구도 5년이란 시간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는 않을 거였다. 시간이 필요한 사람.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사람. 하여 아직은 나타날 수 없는 사람. 그것이 보라가 내린 결론이었다. 희망을 품은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면 날 도와줄 사람일까.”

 

 휘경의 얼굴에 모호한 표정이 번졌다.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답을 들은 듯 보였다. 그는 거실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스스로의 표정을 추스렸다.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 추측에 왜 범인은 빠져있지? 경계심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범인이 당신 눈앞에 나타날 수 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고민해본 가설 중 하나였다.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던 범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추측. 살아남은 생존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든, 완전범죄를 으스대기 위함이든 그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상이었다. 그러나 보라가 그 의심을 지운 것은 사진 때문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쓸쓸하고 처연한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사람과 잔인한 살인마 사이에는 도무지 연결고리가 성립되지 않았다. 그 생각은 남자를 처음 마주한 순간 확신으로 굳어졌다. 남자의 눈은 살인자의 것이 아니었다. 살인자라면, 저런 눈으로 보라를 볼 수 없을 거였다. 그의 눈은 그가 보내온 사진을 닮아있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자의 눈이었다. 거기엔 안타까움이 묻어있었다. 동정이나 연민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굳이 분류해보자면 휘경의 눈빛은 슬픔에 가까웠다.

 

 “범인이라면 열렬히 환영해 드리죠. 모든 게 확실해 질 테니까.”

 

 객기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신과를 전전하고 다니는 것보다 범인을 대면하는 일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일터였다. 그날 밤, 넌 어떤 짓을 한 거냐, 혹시 그 자리에 내가 있었느냐 직접 물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떠올리고 있는 이 기억들이 맞는 거냐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왜 날 죽이지 않았냐고 탓할 수 있을 테니까.

 

 “죽는 게, 무섭지 않아?”

 

 보라의 입술 사이로 옅은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무서워 하는 건, 사는 거에요.”

 

 그는 보라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가볍게 내뱉고 있는 말들과 다르게 무거운 표정이었다.

 

 “나도 그동안 상상을 했지.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

 “잔뜩 꼬여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일까. 세상 모든 불행을 다 짊어진 것처럼 불행해 하는 사람일까.”

 “직접 보니 어떤가요?”

 “마음에 들어.”

 

 보라는 눈썹을 휘어 올렸다. 문장의 목적어가 짐작되지 않았다. 대화의 초점이 어긋나고 있었다. 원래의 대화법이 그런 건지, 주제를 흐리려는 의뭉스런 목적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은 내가 알던 어떤 소녀를 조금 닮았거든.”

 

 보라는 날이 선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시답잖은 농담 따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두통이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신경이 곤두선 탓이었다. 약을 먹을 타이밍을 놓친다면 하루 종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할 터였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첫사랑타령이라도 하려는 거에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 말에 넘어오던가요?”

 “여자 꼬실 생각이었으면 조금이 아니라 많아 닮았다고 했겠지.”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꾸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슴이 떨릴만한 미소였지만, 보라는 심상이 몹시 사나웠다. 굳어있는 그녀의 표정을 흘낏 살피며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웃는 게 예뻤거든. 웃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이는 당신하고는 다르게.”

 “나에 대해 아는 척 하지 말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난 당신을 잘 알아.”

 “온 세상이 나에 대해 알아요. 검색창에 내 이름만 쳐봐도 모든 걸 알게 되죠.”

 “세상이 모르는 게 있지. 당신이 기억을 덮고 산다는 거.”

 

 보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은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남자에게서 느꼈던 묘한 기시감들이 문득 떠올랐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무엇을 놓쳤는가. 남자는 태연하게 커피를 들이켜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왜, 날 닮은 소년이라도 알고 있어?”

 

 보라는 오래된 시간들을 더듬기 시작했다. 평범한 소녀로 살아왔던 여러 해의 시간들이 있었다. 살아온 날들만큼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 하나하나를 들추며 그녀는 휘경의 얼굴을 찾으려 애썼다. 어느 페이지일까. 그러나 오랫동안 들추지 않아 바래버린 기억들은 앞뒤조차 불분명했다. 몇몇 잔상들이 뿌옇게 떠올랐다가 깜박이며 사라져갔다.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보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가까이에 하얀 얼굴이 놓여있었다. 맑은 눈동자가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보라의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눈동자였다.

 

 “포토 에세이에 담길 교토의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될 거야. 특히 당신의 기억.”

 

 보라는 눈썹을 틀어 올렸다. 혹시라는 의문이 몰려왔다. 강이사의 뒷조사가 교토의 정신과 의사들을 상대로 이루어졌다면, 보라가 해리성 기억상실이라는 병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하여 그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거라면. 그렇다면 이 남자가 하는 말들은 아귀가 맞았다. 비운의 여주인공을 기어코 무대 위에 세우겠다는 것이 강이사에게 부여받은 당신의 임무인가. 그것을 내가 허락할 거라 믿었는가. 보라는 싸늘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에세이에 내 이야기는 담지 못할 거예요.”

 “왜지?”

 “당신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아직 많거든요. 알게 되면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들, 이 집의 비밀들.”

 

 경고해야 했다. 알려줘야 했다. 당신의 무모함은 독이 될 거라고.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날 찾아온 거라면 당장 가라고. 그런 호기심이나 객기 따위 필요 없다고.

 

 “사람들은 이 집을 야수의 성이라고 불러요.”

 “야수의 성?”

 “밤마다 나타나는 야수가 공주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고들 하죠.”

 “장르가 공포물 인가봐. 지루하진 않겠네. 마음에 들어.”

 “당신이 여기 머문다면 그 야수를 만날 수도 있다는 소리에요.”

 “얼마든지.”

 

 남자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웃어보였다. 자신이 맞닥트려야할 것이 야수이든 악마이든 관계치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공주는 당신일테고, 그럼 야수는 누구지?”

 

 현관문이 열렸다. 차가운 바깥공기와 함께 실내로 들어오는 협재와 하나에게로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옮겨졌다. 휘경은 제게로 메다 꽂히는 협재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다. 침입자에 대한 무언의 경고였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얼굴이었다. 조카 주위에 머무는 모든 이들에게 늘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셨습니까. 대체 왜요. 휘경은 태연하게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누구시죠?”

 

 의심을 숨기지 못한 뾰족한 물음이 휘경에게로 날라들었다. 휘경은 잠시 생각했다. 당신의 조카와 함께 숨진 소년의 동생이라고 이 자리에서 말한다면 협재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그러나 아직은 꺼내들 카드가 아니었다. 현관문을 닫느라 한발 뒤에 있던 하나가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듯 협재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그러나 보라의 한 마디가 더 빨랐다.

 

 “현진씨한테 연락이 왔어요. 포토 에세이 사진작가분이에요. 이름이 뭐라셨죠? 작가님?”

 

 조금 전까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발음하던 사람이 던진 물음은 너무도 태연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휘경은 보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보라는 휘경을 올려다보았다. 침착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그녀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이 상황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론은 간단했다.

 

 “민휘경입니다.”

 

 휘경은 품안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협재에게 건넸다. 보라는 삼촌에게 휘경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 김박사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유일한 보호자인 피붙이를 의심한다는 거였다. 휘경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반증이었다. 타깃을 제대로 설정했다는 증거가 분명했다. 일본까지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민휘경.”

 

 협재는 그 이름을 입안에서 재차 곱씹었다. 그와 비슷한 이름 하나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민하경. 그 소년을 기억하십니까. 그 물음을 휘경은 안으로 삼켰다. 오래지 않아 형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할 날이 올 거였다. 난데없이 나타난 자신을 의심해 그가 뒤를 밟아 먼저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먼저든 관계없다. 판은 벌어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나가 휘경의 앞으로 다가왔다. 실내에 고인 냉랭한 분위기를 조율해보려는 듯,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작가님, 당장 장기 숙소를 잡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교토는 이제 곧 성수기거든요. 일단 몇 곳에 부탁 해놨으니 며칠간만 근처에 있는.”

 “여기에 계세요.”

 

 보라였다. 하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뜨악한 협재의 시선도 연이어 따라왔다. 손 안대고 코 풀게 된 휘경만 태연했다.

 

 “보라야.”

 

 협재가 조카의 말을 서둘러 자르고 나섰다. 허둥거리는 뉘앙스가 역력했다.

 

 “회사 분들 가끔 오시잖아요. 지난 달엔 박이사님이 하루 머무셨고요.”

 “그때는 네가 검진을 받으러 입원을 했었잖니. 그리고 저 사람은.”

 “여기는 내 집이에요. 어떤 손님을 들일지 말지는 내가 정해요.”

 

 차가운 시선이 협재에게 꽂혔다. 삼촌을 보는 조카의 것이라고 보기엔 싸늘한 날이 서있는 시선이었다. 협재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

 

 “보라야. 들어가서 얘기 좀 하자."

 “삼촌. 난 더 이상 열 다섯 소녀가 아니에요.”

 

 모든 질문에 마침표를 찍듯 보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협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커피잔을 쥔 보라의 가는 손가락이 작게 떨렸다. 휘경은 그때 보았다. 무언가에서 벗어나고픈 필사적인 한 여자의 눈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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