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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0.30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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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한 여자가 기억을 잃은 이유이자,
한 남자가 그 기억을 필요로 하는 이유였다.

그날 밤,
그녀는 살인자를 보았다.

 
1부 <재회> #3
작성일 : 17-11-02 13:53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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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무런 무늬 없이 검박한 잿빛 시트위에 휘경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극심한 피로감이 이제야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뜨며 방안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헤드없이 매트리스만 놓인 더블침대와 커다란 창밑으로 길게 놓인 원목 책상, 그 위를 가지런히 채운 책들, 전면거울로 장식된 붙박이장.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사이즈의 방이지만 키 낮은 가구들과 커다랗게 뚫린 창문 덕분인지, 아니면 화이트톤의 벽지와 가구들 때문인지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정원은 물론, 울타리 너머 골목까지 훤히 내다보이는 창 너머의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좁다 못해 옹색한 일본 비즈니스 호텔보다야 백번 훌륭한 곳이었다.

 

 휘경은 핸드폰의 단축번호를 꾹 눌렀다. 민철의 통화 연결음은 하루 사이에 요즘 최고 인기인 걸 그룹의 타이틀곡으로 바뀌어있었다. 하여간 다방면으로 발 빠른 인물이었다.

 

 [왜 이제야 전화를 해? 그 여자는 만났어?]

 

 잘 도착했냐는 물음도 생략한 채 민철은 다짜고짜 본론부터 물어왔다. 그에게도 이번 일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로젝트였다.

 

 “지금 그 집 게스트룸이야.”

 [민휘경 대단한데. 그 여자를 꼬이기라도 한 거야? 일사천리네.]

 

 농담이나 주절거리는 민철이 차라리 부러웠다. 무언가가 잘못 되고 있었다. 시작부터 미묘하게 어긋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집까지 오는 내내 여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뒤늦게 본사의 연락을 받고 집에 와있던 하나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도 침묵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제 방으로 들어갔을 뿐이었다. 그를 2층의 게스트룸으로 안내한 것은 하나였다. 호텔 매니저처럼 깍듯한 태도로 그녀는 본사의 부탁으로 맞게 된 손님에게 정중한 예를 갖춰보였다. 오늘 안에 숙소를 구해보겠노라는 원치 않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민철의 일처리에 실수만 없다면, 적당한 숙소는 구하기 힘들 터였다.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이제부터는 적과의 동거야.”

 [시작이 반이랬어. 혹시 알아? 조셉 루벤 영화처럼 적과의 동침이라도 이루어질지? 어쨌든 적진에 잠입은 한 거 아니야.]

 

 10년 만에 적진에 잠입한 추적자치고는 몹시도 허탈한 기분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어깨와 귀 사이에 꽂은 채 방구석에 부러 놓았던 트렁크를 뒤적거렸다. 차곡차곡 개어진 옷들 사이로 작은 나무 액자가 삐쭉 드러나 있었다.

 

 교복차림으로 하얀 그랜드 피아노에 기대선 소년이 웃고 있었다. 갈색 머리 아래로 드러난 하얀 이마와 날렵한 콧날을 휘경은 천천히 훑었다. 언제나처럼 금방이라도 입매를 내려버릴 듯 조심스러운 미소였다. 사진의 초점은 미세하게 흔들려 있었다. 뒤쪽으로 뚫린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의 반짝임도 사진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마지막 모습치고는 어설픈 작품이었다. 형이 이 사진을 유독 소중히 여겨왔다는 점도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카메라를 누구에게 맡기고 형은 어설픈 사진 속 피사체가 되었던 것일까.

 

 “우리 형한텐 들렸어?”

 [오늘도 역시 국화 한 다발.]

 

 기일의 꽃다발은 흔한 설정이지만 서로를 제외하곤 피붙이가 전무한 형제에게 그것은 이상히 여겨지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휘경은 손가락 끝으로 고목 책상의 옹이무늬를 톡톡 두드렸다. 의심스러운 인물은 몇 있었지만 그들 모두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역시 주문자를 알 수 없는 인터넷 주문이야. 누굴까? 소년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거나.]

 “…….”

 [아니면 미안한 사람?]

 

 꼼꼼하고 치밀한 민철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상상력은 너무나 서정적인 장르로 튀었다. 영화감독이 된다고 한들 멜로물에나 적합할 재능이었다.

 

 “미안해하는 사람? 설마 범인 말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잖아.]

 “그게 만약 범인 짓이라면, 미안한 게 아니라 자신의 완전범죄를 축하하는 뜻이겠지.”

 

 모든 건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무런 단서 없이 묻혀버린 살인사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그리고 숨겨진 범인. 그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하는 걸까. 휘경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일에 뛰어들었는지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책상에 올려놓은 작은 액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형의 미소는 늘 저렇게 어딘가 슬퍼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 이유를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

 

 +

 

 진한 커피 향이 퍼지고 있었다. 먼 길을 떠나온 나그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냄새였다. 휘경은 나무계단을 디디며 천천히 집안을 훑었다. 장식이라곤 하나도 없는 벽과 무채색 가구들, 거실 한쪽 벽에 놓인 불단위의 국화다발이 시선을 잡아챘다. 그 쓸쓸한 풍경들을 꼭 닮은 여자는 주방에 선 채 커피원두를 갈고 있었다.

 

 “커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어요?”

 

 헐렁한 연 그레이 셔츠의 소매 밑으로 드러난 앙상한 손목이 움직임을 멈췄다. 여자의 야윈 목덜미와 핏기없는 옆 얼굴을 휘경은 바라봤다. 보라는 드리퍼에 여과지를 넣고 갈린 원두를 담기 시작했다. 느릿하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동작이었다.

 

 휘경은 서너 발자국 떨어진 벽에 팔짱을 낀 채 기대어 섰다. 끓는 물이 부어진 원두가 부풀어 올랐다. 증기가 아지랑이처럼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드립을 잘하네요. 커피 좋아해요?”

 “불면증이 있어서 잘 안 마셔요.”

 “그럼 손님 대접용인가?”

 “퍼즐을 맞추는 중이에요.”

 

 여자가 느리게 대꾸했다.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커피처럼 균일하고 조밀한 말투였다.

 

 “찾을 수 있는 조각들은 다 모았는데, 그 조각들이 잘 맞춰지지가 않아서요. 카페인의 도움으로 정신을 좀 더 각성시켜 볼까 해서. 카페인이 필요할 때가 있죠. 무언가 집중해야 할 때 혹은.”

 

 투명 유리 주전자에 내려진 커피를 여자는 두 개의 머그잔에 차례로 옮겨 따랐다. 휘경쪽으로 한잔을 내밀며 그녀는 그제야 시선을 들어올렸다. 차분하지만 몹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집중해야할 상대를 만났을 때.”

 

 휘경이 카페에서 창에 비친 여자의 얼굴을 한참 살폈던 것은 보라를 한눈에 알아봐서가 아니었다. 표정 없는 얼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표정 짓는 법을 망각한 사람처럼 보였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보라는 바삭하게 말라 비틀어진 낙엽 같았다. 창백한 낯빛과 눈썹어귀에서 일자로 잘린 검은 앞머리가 그녀를 밀랍인형처럼도 보이게 했다. 걸치고 있던 코트의 색처럼 그녀의 얼굴도 무채색이었다. 불행을 제 몫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저런 여자를 상대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생각은 휘경을 잠시 혼란스럽게 했었다.

 

 때문에 지금 여자가 내뱉는 말들은 몹시 반가운 것이었다. 여자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산다는 반증이었다. 그 내용이 자신을 향한 의심이래도 좋았다. 휘경은 천천히 커피를 들이켰다.

 

 “그 집중해야 할 상대에 대한 퍼즐 조각은 어떤 건데요?”

 “현진씨는 당신한테 메일로 주소를 보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죠. 나는 현진씨와 회사 메일을 공유해요.”

 “수신확인이 정확하지 않은 메일도 많다는 반론을 해보죠.”

 “당신이 나한테 준 주소가 적힌 쪽지. 그건 요지야 카페에 놓여있는 종이에요. 내가 화방에서 늘 사오는 거라 모를 수가 없죠.”

 

 작은 실수에 대한 자책보다 그것을 알아차린 여자에 대한 놀라움이 더 컸다. 휘경은 흥미로운 눈으로 보라를 바라보았다.

 

 “탐정을 해봐요. 소질이 있네.”

 “그 쪽도 꽤 소질 있던데요. 당신이 그 쪽지를 주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걸 만년필로 쓰지 않았다면 몰라볼 뻔 했으니까.”

 

 보라는 싱크대 서랍에 넣어두었던 벚꽃 사진을 꺼냈다. 언젠가 우린 만나야 합니다. 형의 만년필로 사진 뒤편에 꾹꾹 눌러쓴 자신의 글씨를 휘경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반가워요. 미스터 사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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