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5. 네가 궁금하도록
작성일 : 17-11-02 12:56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9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쁘다. 어이없을 정도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다. 얼핏 과거로 돌아온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나 제법 엄청난 걸 견뎌냈구나. 눈을 비비며 대기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요 며칠 사이, 집보다 더 오래 있었던 것 같다.

 

 일상,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권태를 느꼈다. 지루하고, 또 지루했다. 더 솔직해지자면, 슬슬 그가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 우습게도, 그는 나타나주질 않았다.

 

 

 "미루야. 일단 시간 빌 때 밥부터 먹자. 도시락 사올게. 뭐 먹을래?"

 

 "아. 내가 다녀올게."

 

 

 마침 잘 됐다. 그런덴 연예인이 가는 거 아니라며 매니저가 만류했으나 나는 재빨리 대기실을 나섰다. 딱히 뭐가 먹고 싶지는 않았고 그보다 잠을 잤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으나 답답한 대기실에서 나가고 싶었다.

 

 엘리베이터가 로비에서 멈췄다. 로비는 늘 그렇듯 한산했다. 방송국의 특성상 제대로 점심시간을 챙겨 먹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매번 사는 곳이 어디였더라. 잠시 고민하다 발걸음을 떼었을 때였다. 띵- 옆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어."

 

 

 최윤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 옆. 정장을 가다듬던 도경이 멈춰 선 최윤을 본 다음에야,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하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물들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거기 도시락 맛있죠?”

 

 

 윤이 입을 열었다. 하필 같은 가게였다. 유명한 가게이기도 하고, 방송국 근처라 많이들 찾는 건 알았지만.

 

 

 "우린 가위바위보 지는 바람에, 도시락 받으러 가는 중이었거든요."

 

 

 이 때 당시, 윤은 승조, 강효주와 함께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저번의 그 클럽에 보았던 이들의 대다수가 드라마를 함께 찍는 멤버였던 것이다. 이들은 오늘 드라마의 홍보 겸 친분 과시 겸해서 도경이 고정으로 출연 중인 예능에 녹화를 온 듯 했다. 친절하게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며 나는 머쓱하게 대기 줄 뒤에 섰다.

 

 이 시간대 녹화가 있는 스태프들이 가득한 곳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시선의 집중을 받고 있었다.

 

 

 "미아는 예능은 안 해요? 나 되게 팬인데."

 

 "그래요? 저 하긴 하는데 낯을 가려서."

 

 

 나는 적당히 웃으며 호응했다. 윤은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도, 윤이 내 쇼를 챙겨본다든가,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잔뜩 놓인 도시락들을 앞에 둔 채 윤이 고심하는 얼굴을 했다. 다행히 줄을 빨리 서서인지, 도시락 종류가 많이 남아 있었다.

 

 옆에서는 도경이 몸을 굽힌 채 신중하게 종류를 고르고 있었다. 머쓱하게 그 옆에 다가가 현석과 스타일리스트인 다경의 것을 비롯한 스태프들 것을 몇 가지 고르고 있을 때였다.

 

 

 "치즈 함박 세트가 맛있어."

 

 

 그 목소리에, 나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진열된 도시락에 시선을 고정한 그가 아무렇지 않게 나머지 종류를 고르고는, 다시금 물었다.

 

 

 "다 골랐어?"

 

 "아, 네."

 

 

 나는 더듬더듬 치즈 함박을 포함한 도시락 종류를 집어든 채 말했다. 픽 웃은 도경이 내 도시락 봉투를 집어 들어 계산대에 놓았다. 어. 나는 잠시 당황하다 입을 열었다.

 

 

 "저기, 안 사주셔도 괜찮은데요."

 

 "그냥 사주는 거 아닌데."

 

 "네?"

 

 "요즘 잘 나가잖아. 우리 프로그램 나오라고, 뇌물."

 

 

 아.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씩 웃은 그가 양 손 가득 도시락 봉투를 챙겨 들었다.

 

 

 "스태프들 것까지 전부 가져가나 봐요."

 

 "응. 너무하지. 둘이서."

 

 

 투덜대는 말투에, 어쩐지 편안해졌다. 그가 다정히 물었다.

 

 

 "그 날은, 잘 들어갔어?"

 

 

 막 대답을 하려던 찰나였다. 윤이 빨리 안 오냐며 재촉을 해댔다. 도경과 나는 동시에 피식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방송국 복도로 들어섰을 때였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도경과 윤이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만들어오나 해서. 도시락."

 

 

 드디어, 만났다.

 삐딱한 얼굴로 나를 힐끔 본 승조가 곧바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뒤로, 강효주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 그럼 저는 이만 가보-"

 

 "헐. 미아 씨, 맞죠?"

 

 

 강효주가 친근하게 입을 열었다.

 

 

 "도시락 가져오는 거예요? 직접?"

 

 "네. 시간이 좀 남아서요."

 

 "미아 씨. 우리도 지금 먹을 건데, 같이 먹을래요?"

 

 

 아니. 절대. 윤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입에 건 채 정중히 사양했다. 윤이 내 화보가 담기는 잡지를 구독중이라며 이야기를 이었다.

 

 

 "이따 우리 촬영하는 데 놀러 와요. 카메오로 특별 출연 같은 거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아, 안 그래도 출연하겠대."

 

 

 도경의 말에 승조가 나를 힐끔 보았다. 나는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그냥 한 말인데.

 

 

 *

 

 다행히 도시락을 같이 먹지는 않았지만, 나는 완전히 입맛을 잃고 말았다. 강효주는 높은 구두에 발이 아팠는지 점점 싸늘해지는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고, 승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은 상당히 눈치가 없는 편인지, 마침 지나가던 PD까지 붙잡아 열성적으로 나의 출연을 촉구했다. 결국 배가 고파보이는 다른 출연자들마저 내려왔을 때에서야, 나는 대기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예능이 시작되었다. 적당히 호응하고, 적당히 대꾸하고, 적당히 웃은 나는, 수록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결국 체한 거였다. 먹은 것들을 전부 토해낸 후에야 겨우 속이 편해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을 때였다.

 

 

 "다들 미아, 미아. 참나. 눈이 좀 이상한 거 아냐?"

 

 

 여자 하나가 통화를 하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그것도, 내 얘기였다.

 

 

 "화보 한 장 괜찮게 떴다고 난린데, 글쎄 그새 김도경한테 꼬리치고 있더라고. 급이 되는 줄 아나."

 

 

 김도경에게 꼬리친다, 라.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스쳐지나가는 얼굴에 나는 씁쓸히 웃었다. 어쩐지 표정이 점점 싸해진다 했더니.

 

 

 "승조 씨한테도 말했지! 김도경한테 엮이지 말라고 전해 달라구. 응 뭐, 승조 씨는 내 말 잘 들어주니까."

 

 

 승조가 그런 걸 들어주었을 리가 없다.

 

 나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뒷담화를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윤승조의 여자 고르는 취향은 형편없다. 적당히 순진하고 내숭이 있는, 여성스러운 여자. 예전의 나도 그래서 취향에 맞았던 거지.

 

 그런데 이거 봐. 화장실에 숨어 갖은 욕설을 뱉어내고 있는 저 여자는 어딜 봐도 절대 그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픽 웃으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 약은 계집애, 김도경이 알짜인건 또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어머."

 

 

 효주가 놀란 듯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듯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꽤 연륜이 있는 여자지만, 나도 지금은 만만치 않게 구를 대로 굴렀었다. 나는 차분히 말을 골랐다.

 

 

 "뭐, 뭐야? 왜 남의 통화를 엿듣,"

 

 "부러우셨나 봐요."

 

 "무, 뭐?"

 

 

 나름 주연급 여배우였다. 새파랗게 어린 모델의 말에, 그녀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되물었다.

 

 

 "얼굴 가지고 어떻게든 주연은 하고 있지만 연기력 부족에 슬슬 나이도 불안하고."

 

 "….."

 

 "윤승조는 미래를 약속해주지 않는데, 내가 김도경을 잡아서?"

 

 

 결혼적령기, 불안정한 연예계 생활. 뻔한 스토리였다. 나직히 중얼거리자, 효주가 입을 떡 벌렸다. 너무 당황해서인지 대꾸조차 못하는 그녀에게 나는 점점 가까이 다가섰다.

 

 

 "야, 정신 차려."

 

 "…."

 

 "걔가 너랑 결혼이라도 해 줄 것 같아?"

 

 

 효주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잠깐 만나는 거 가지고 아내라도 된 것처럼 건방지게 굴지 말고, 그 시간에 연기 연습이나 해."

 

 

 다정하게 웃어준 뒤 화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때마침, 뒤에서 가방이 날아와 내 머리를 강하게 쳤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강효주가 씩씩거리며 화장실을 나온 거였다.

 

 

 "야, 이 미친년아! 넌 위아래도 없…"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그녀는 곧바로 후회했다.

 

 그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걸까.

 

 

 "승조 씨. 지금 이 상황은, 그러니까."

 

 

 효주가 나를 밀치곤 다급히 승조의 팔을 잡았다. 승조의 눈썹이 꿈틀 치켜 올라간다. 아, 알

 것 같다. 윤승조는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걸 싫어한다.

 

 

 "나는 그냥 통화하고 있었는데, 저 기집, 저 여자가."

 

 

 거친 말투나 행동을 하는 여자도 싫어한다.

 

 

 "누나."

 

 "으, 응?"

 

 

 승조가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 목소리에 조금 안심한 얼굴을 한 효주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만하자, 우리."

 

 "…어?"

 

 

 지금 이 순간,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여자의 얼굴을, 너는 보고 있긴 한 걸까. 보란 듯이 나를 빤히 응시하며 강효주에게 내뱉는 너를 보며, 나는 입 꼬리를 올렸다.

 

 

 "스, 승조 씨.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두 번 말하게 하는 것도 싫어한다.

 

 자꾸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머금은 채, 나는 돌아섰다. 강효주의 떨리는 목소리와, 그의 무미건조한, 그래서 더욱 잔인한 목소리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내숭을 떠는 것, 계산하는 것, 모두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홧김에 본성을 드러낼 만큼 멍청한 여자, 질척이기 전에 깔끔하게 떼어내는 게 나은 여자란 걸 내보인 순간, 윤승조의 '취향'에서 멀어진 거였다.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나는 그들과 관계없는 사람인 양, 돌아서서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또각, 또각. 익숙한 하이힐 굽이 바닥과 맞부딪히는 소리 속에, 다른 발걸음이 섞여 들었다.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잠깐 이야기 좀 해."

 

 

 … 셋.

 

 마지막 숫자를 세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 한 가지 더.

 

 그는, 궁금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궁금한 여자가 되어줄 생각이다. 한마디로, 자꾸 거슬리고, 싫은 여자가 되어줄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너와 모든 것을 건 게임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되도 않는 내숭 따위는 버리고, 관심 없는 척,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추어주겠다. 너를 살리기 위한, 순간의 왈츠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23. 찰나의 2017 / 12 / 11 235 0 3620   
22 22. 술보다 효과적인 것 2017 / 12 / 10 236 0 3812   
21 21. 강아지인데 고양이인 척 하는 2017 / 12 / 9 254 0 5111   
20 20. 그 첫사랑이랑도 이렇게 했어? 2017 / 12 / 6 260 0 5684   
19 19. 너와 나의 딸기밭 2017 / 12 / 5 226 0 6319   
18 18.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2017 / 12 / 4 233 0 4181   
17 17. 오빠라고 불러 봐 2017 / 12 / 4 234 0 4025   
16 16. 질투하는 거 같다 2017 / 11 / 16 229 0 4296   
15 15. 친구니까 해도 되지? 2017 / 11 / 14 240 0 5781   
14 14. 말로는 할 수 없는 것 2017 / 11 / 9 236 0 3690   
13 13. 친구부터 해 2017 / 11 / 7 231 0 3578   
12 12. 자극하기 2017 / 11 / 6 263 0 7628   
11 11. 밀어내지 좀 마 2017 / 11 / 6 243 0 5580   
10 10. 멀어지지도, 다가가지도 2017 / 11 / 5 240 0 4365   
9 9. 놀러 가자 2017 / 11 / 5 222 0 3973   
8 8. 질척질척하고, 짜증나고, 우스운 거 2017 / 11 / 3 233 0 5723   
7 7. 반듯한 그리고 집요한 2017 / 11 / 3 228 0 5624   
6 6. To Be or To Have . 2017 / 11 / 2 251 0 6000   
5 5. 네가 궁금하도록 2017 / 11 / 2 266 0 4901   
4 4. 서곡 2017 / 11 / 1 250 0 4013   
3 3. 착한 사람 2017 / 11 / 1 232 0 6458   
2 2. 기회 2017 / 10 / 31 236 0 4844   
1 1. 너를 위한 기도 2017 / 10 / 31 401 0 390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