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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우울의 순기능
작가 : 최현
작품등록일 : 2017.11.2

어두운 과거와 불안한 현재를 가진 여자와 미래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남자의 이야기

 
만남
작성일 : 17-11-02 00:2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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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겠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 다시 일하러 가봐야 된다는 나의 말에 그가 한 대답이었다.

 기다린다니? 조금 어이가 없어 나는 10시에나 마친다고 말했지만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똑같았다. 아니, 지금 오후 12시인데 10시간을 기다린다고? 나한테 왜 이러지? 날 납치하려고 그러나? 이거 사장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어쩌지?

 내 혼란스러운 표정과 두려움이 읽혔는지 그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말했다.

 아까의 단답식 대화보다는 훨씬 긴 말이었다.

 

 “하현씨, 저는, 음... 제가 못 미더우시겠지만 하현씨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한 것도 아니고 하현씨에게 문제되는 행동이나 말도 전혀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냥... 하현씨랑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며칠 전에 옷가게를 들렀는데 하현씨를 보고... 제 뮤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현씨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일 마치시고, 꼭 다시 여기 들러주세요.”

 

 “아... 네.”

 

 뮤즈? 내가? 나는 예쁘게 생기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오히려 우울증 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음침하다는 말을 듣는 나이다. 그런데 한눈에 보고 바로 자기 뮤즈라고? 뮤즈의 정의를 알고나 말하는 건가...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은 저녁에 다시 천천히 얘기해 보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 한 가지.

 ‘내가 그에게 내 이름을 말했었던가....?’

 

 

 저녁이 되어 다시 카페에 갔을 때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아는 책이었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고 3 때 우울증에 힘겨울 때 1g 정도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현존”을 중시하며 나 자신이 지금 살아있음을 느끼라는. 뭐... 좋은 책이고 혁신적인 책이란 건 느꼈지만 나에겐 저기서 권유하는 것들을 시도해 볼 힘도 없었다. 원래 우울증이 그렇다.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도힘들고 괴로운... 무튼 책 표지를 보며 그 시절의 우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현 씨?”

 

 “아 네, 계속 계셨네요 결국.”

 

 “네. 하현씨는 저에게 무척이나....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중요한 사람.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 한 번도 누군가가 내게 “너는 중요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던가. 처음 듣는 말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치솟았다. 젠장할 우울증. 시도때도 없이 눈물샘은 작은 자극에도 물을 쏟아낸다. 그래서 일상을 그렇게 중요시하며 지켜왔던 건데, 이 사람은 대체 갑자기 나타나서......

 “아... 죄송해요.. 저...”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당황한 건 나였다. 그가 천천히 일어나 걸어오더니 나를 끌어안은 것이다.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파묻으며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많이 힘들었죠? 괜찮아요. 지금까지 정말 잘 해 왔어요.”

 

 지금까지 정말 잘 해 왔어요. 지금까지 정말 잘 해...눈물샘이 터진 듯했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우는 것밖엔 할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 아무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그 말, 나조차도 내게 하지 않았던 말. 괜찮다. 지금까지 잘 해 왔다. 언제나 나 스스로에게도 상처주는 말만 해 왔던 내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건넨 이 두 마디가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듯 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펑펑 울기를 몇 분, 조금 진정되는 듯 할 때 즈음 그가 나를 살짝 놓아주었다.

 

 “괜찮아요?”

 

 “아...네...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나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 줬을 때 울었거든요. 펑펑.”

 

 “아... 그런가요...?”

 

 “네. 지치진 않아요? 저는 울면 지치던데...”

 

 “아... 네... 좀......”

 

 “집에 가요.”

 

 “네?”

 

 “데려다 줄게요.”

 

 카페를 나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우리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침묵만이 공기를 채웠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점심때 느꼈을 때와 달리... 어색하지가 않았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그런데도... 불편하지가 않았다. 그가 내 힘든 마음을 궤뚫어봐서일까.. 아니면... 언젠가 봤던 사이였던 걸까.

 

 “여기죠?”

 “아, 네. 네?”

 “집 말이에요”

 고개를 들고 보니 집 앞이었다. 복층 집이 있는 3층짜리 건물. 그가 어떻게 우리 집이 여기인지 알았을까. 아까 이름도 그렇고... 캐묻고 싶었지만 너무 운 나머지 지친 나는 그저 넘어가기로 했다.

 

 “아 네... 집에 다 왔네요. 고맙습니다.... 여러 모로...”

 

 “제가 더 고마웠어요. 뜬금없었을 텐데... 죄송하고.. 고마워요 하현 씨.

 우리 내일 볼 수 있는 거죠?”

 

 “아... 전 내일도 근무라서...”

 

 “점심시간, 그 카페, 그 자리에서 기다릴게요. 그럼 괜찮죠?”

 

 “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푹 주무시고 내일 뵈요.”

 

 이부자리를 펴고 이상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3년간 유지해온 유일한 우울증 대비책이었던 “반복적인 일상”을 깨고 들어온 한 남자. 그는 나를 아는 듯 했는데... 나는 왜 그를 본 적이 없을까. 회사에 있을 때의 나는 우울증에만 갇혀 살아서 주변 사람들도 인식 못하고 살았었는데, 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누가 나를 기억해서 찾아온 걸까. 아니, 작가이면 만났을 리가 없는데 말이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에 대한 감정은 영 낮설지가 않았다. 차갑고 어색하다기보다는... 편안했다. 그렇게 오랜만의 편안한 기분과 함께, 10월의 마지막 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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