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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우울의 순기능
작가 : 최현
작품등록일 : 2017.11.2

어두운 과거와 불안한 현재를 가진 여자와 미래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남자의 이야기

 
우울의 순기능
작성일 : 17-11-02 00:22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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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 하현씨가 하는 행동은 회사에 맞지 않다는 거에요. 예를 들면 어제 같은 경우, 왜 책상 아래에 앉아 있었죠? 만약에 그때 회사에 손님이 들어왔다면 어떻게 했었을 건가요?”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다는 건 그 행동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라는 거지요. 사실 대부분의 일반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신입사원교육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뭐 신생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다 보니까 그러지는 않았죠. 앞으로는 그런 행동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눈꺼풀을 최대한 부풀려 눈물이 쏟아지지 않게 크게 눈을 뜨며 버티던 나는 화장실에 다다르기도 전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무 우울해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안 그러면 회사에서 울 것 같았다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지만 내가 듣기에도 변명처럼 들리는 그 말이 납득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화장실 벽에 기대어 쭈그려 앉아 한참을 펑펑 울었다. 손은 눈물 범벅이 되고, 눈물 범벅된 손을 씻고, 거울을 보며 수십 차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화장실을 나와 회사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에 종착지는 화장실. 화장실에 앉아 한 달 반간 가지고 있던 생각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심호흡을 반복한 후에야 사장실에 들어가 입을 열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이 회사에 더 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고, 짐만 되기에 떠나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이해심 넘치는 신생 회사에서 계속 울 정도로 버티지 못한다면, 나는 어떤 회사, 어떤 일자리에 가서도 제대로 일하지를 못할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는 과연 차갑고 냉정한 사회에서 용인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존재만이라도, 내 노력의 1000분의 1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멀쩡해 보이는 일반인 모습이지만 아무도 내가 작은 미소라도, 아니 겨우 무표정이라도 유지하고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밖에 나와 생활하기 위해서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샘을 쥐어막으며 고통스럽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정말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다. 힘들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그럼에도 나는 살을 깎아내리는 심정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평범하지만 미친 듯이 노력하고 있는 내게만 보이는 처절한 내 모습. 나는 우울증 환자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니까.

 잠시나마 집에 갇혔던 기억? 성폭행 기억의 조각들? 엘리베이터에 갇혀 버티던 2시간의 정적? 아니면 당뇨 발병으로 한달 동안 매일 바라보던 병원 밖 무심한 풍경?

 우울증의 시발점을 알아낸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이전의 괴로운 기억들을 다독여가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젠 그나마 덤덤하고 차분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내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마저도,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하루를 생활해나가는 것도 스스럼없이 남들에게 얘기하는 나인데,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던 “1리터의 눈물”을 집어 든 기억이 난다. 그 수필을 쓴 키토 아야는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부러웠다. 키토 아야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갔다는 게 부러웠다. 우습게도 1리터의 눈물이라는 제목도 부러웠다. 내가 흘린 눈물은 적어도 천 리터는 넘을 것 같은데. 눈물을 쏟아내기 전부터 자살시도는 했었다. 자해도 해 왔었다. 하지만 눈물을 쏟아낸 뒤에는 그 빈도가 더 격해졌다. 방법은 다양했지만 서술하지 않고 싶다. 가장 내게 쉬운 건 초속인슐린 대량주사였다. 하지만 그 방법도 “편하게 가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저혈당이란 더럽고 더럽고 더러운 기분이니까. 눈에 보이는 게 거슬려 눈앞의 가위를 들고 바짝 잘라버린 머리카락 한 움큼씩을 보며 한결 시원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남자처럼 잘라버린 머리 스타일은 머리가 길 동안 오랫동안 남아 나를 괴롭혔지만.

 

 내가 이런 증상이 있다는 것은 중 2때부터 인식해왔다. 내가 감정이 결여된 괴물인가?라는 생각이 들던 게 초기증상이었나 보다. 몇 달을 고민한 끝에 그 해 여름, 조심스럽게 요리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

 

 “엄마,”

 

 “응?”

 

 “나 정신과 한 번 가봐야겠어.”

 

 “응?”

 

 “정신병원.”

 

 “왜?”

 

 “그냥...이상한 것 같애. 내가 생각하는 게.”

 

 엄마는 더 이상의 대답이 없었고, 나는 그저 방으로 들어가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번이나 고등학교 입시를 치렀고,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했다.

 잘 했다. 공부를 잘 했다. 다른 것도 잘 했다. 뭐든지 곧잘 해내는 나였다.

 하지만 정작 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찔러서, 한 번도 내게 “잘했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고 1 때 10등 안에 들어 장학금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최종 수혜자에 들지 못했다. 최종 3차 면접에서 매번 낙방했던, 두 번이나 치른 고등학교 입시가 오버랩됬다.

 아, 나는, 결국 안 되는 걸까.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깜빡 낮잠에 들었다 깨면 시간이 아까워서 울었다. 초등학교 때는 한 일, 할 일 시간계산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시간을 아꼈다.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았다.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는 잠도 줄이고 밥도 안 먹고 공부했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그리고 2015년 고 2, 나는 무너져 내렸다.

 우울증 증상은 명확했다. 하루 종일 울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은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학교를 가지를 못했다. 울면서 수업을 들을 수는 없으니까. 이불에서 나오는 게 점차 힘들어졌다. 내 의지부족이 아니었다. 이건. 눈물샘 조절 기능이 고장난 걸까. 그런 병도 있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중 2때부터 가고 싶었던 정신과를 고 2가 되어서야 갔다.

 명확한 우울증. 곧바로 약물 치료가 들어갔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으니 우는 건 멈췄다.

 그래도, 그래도 힘들었다.

 2015년, 난 단 한번도 웃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더 끔찍해서 한 글자의 얘기도 쓰지 못할 것 같은 2016년을 지나,

 나는 성인이 되었다.

 

 

 [우울의 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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