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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까마귀 두령
작가 : 다르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권나라 서쪽 일대를 주름잡는 향락의 거리, 회운로.
대신성 회운로에는 신분마다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다.

일로부터 팔로까지. 여덟 개의 출입구. 각각의 무리들.
회운로를 다스리는 그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낙오된 자들의 비상!
회운 팔로, 까마귀 두령이 날개짓한다.

 
향남루(4)
작성일 : 17-11-01 23:57     조회 : 446     추천 : 1     분량 :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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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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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당탕.

 문가에 세워 놓은 나무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렀다.

 놀라 쳐다 본 주인 늙은이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이 개 뼈따귀 같은 놈들이 인사를 안 와?”

 “아이구 나으리.”

 다시 찾아온 광두가 초장부터 난리를 쳤다.

 “야, 칼.”

 대동한 부하가 큼지막한 대도를 건넸다.

 칼집을 벗겨 던져버리니 시퍼런 날이 흉측하게 드러났다. 헙, 하고 일 층에 앉은 손님들이 함께 헛 숨을 들이켰다.

 쿵, 쿵.

 쇳덩어리 무게를 더한 거대한 몸집에 걸음걸음 마다 묵직한 발소리가 났다.

 “나는 말이지.”

 광두가 한 탁자 앞에 멈췄다.

 어기적어기적 허리춤을 추어 올리곤 팔자 걸음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머리 위로 칼을 들어올렸다.

 “참을성은 엄마 뱃속에 두고 온 모양이야.”

 슥.

 소리 없이 떨어진 칼날이 탁자를 갈랐다.

 음식이 담긴 접시와 술잔, 술병이 와장창 깨지며 파편들이 튀어 올랐다.

 “으허헉.”

 옹기종기 좁은 데 모여있던 자들이 구석으로, 벽으로 가급적 칼날과 멀어지도록 엉겨 붙었다. 문가에 서 있는 흉악한 놈들 곁으로 달아나는 자는 없었다.

 소리를 듣고 내려온 기녀들이 계단 중간쯤 난간에 모여 제각각 떠들었다.

 “아, 밀지마.”

 “뭐야, 또 왔어?”

 “으응, 아무 일도 아니랍니다. 공자님들 자리로 돌아가셔요.”

 “너희들은 돌아가. 올라가라구. 올라가!”

 맏언니 격인 류연이 기녀들을 추스렸다.

 “알았어요. 니들 빨리 올라…”

 그때, 또 탁자를 부수는 소리가 났다.

 류연을 포함한 여자들의 시선이 다시 모였다.

 

 “흐우. 주인장.”

 씩씩 대며 숨을 쉬며 광두가 말했다.

 “예… 예!”

 넋이 빠진 주인장이 간신히 답했다.

 “내가 그 동안 식구라고 너무 감싸고 돌았던 거 같아. 이젠 식구 아니지?”

 칼을 비트니 예리한 날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광두의 눈자위가 희번득하게 빛났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얘, 류연아! 가서 전낭을 챙겨오너라!”

 노인의 갈라진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올라갔다.

 예, 하는 소리도 급했다.

 다다다, 계단을 내려와 내실로 들어가는 발소리가 경쾌했다.

 “향남루는 언제나 대인의 소관이올시다.”

 “눈 앞에 보일 때만 그렇겠지.”

 “아니, 아닙니다.”

 광두가 칼을 비스듬히 들고는, 느릿하게 허공을 그었다.

 화분, 장부가 있는 계산대, 의자를 가늠해보며 차례로 숭덩숭덩 벨 듯이 그어내던 칼이 주인장의 발치를 가리켰다.

 “왜, 칠로주 아니 이제는 팔로의 소관이 아닌가.”

 광두는 칼로 발가락의 숫자를 하나 하나 세어갔다.

 “파, 팔로 따위가! 대인의 머리털 하나에 비, 비하겠습니까!”

 지켜보는 손님들은 낮게 웅성웅성대고, 층계참의 기녀들은 숨을 죽였다.

 광두의 칼이 계단을 향했다.

 “너희 생각도 궁금한데.”

 기녀들은 감히 대답도 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려댔다. 누구도 광두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다.

 “아이, 대인. 그야 이를 말이겠어요.”

 어느덧 돈을 꺼내온 류연이 광두의 팔뚝에 슬쩍 손가락을 갔다 댔다.

 “너희들은 어서 올라가래두, 참.”

 류연이 웃는 어조로 기녀들을 타일렀다.

 “그래? 당연한 소리다?”

 광두가 고개를 돌려 류연을 내려다 봤다.

 그리곤 칼로 옆머리를 긁었다.

 긁적긁적하는 동작에 광두의 솜털이 슥슥, 나갔다.

 무겁고 긴 칼임에도 베일까 저어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했다.

 “너는 언제 봐도 예쁘구나.”

 이번에는 그의 칼이 류연에게 향했다.

 곱게 묶어 뒤로 넘긴 머리엔 일부러 남겨둔 한 줌의 옆머리가 있었다. 광두는 칼로 그 옆머리를 살짝 들췄다.

 숨겨진 땀 한 방울이 또르르 볼을 타고 굴렀다.

 “대, 대인 이럴 것이 아니고.”

 평정심을 잃지 않던 류연의 목소리가 흐트러졌다.

 “아!압”

 마침 문가를 들어오던 류류가 자신의 입을 막았다.

 비명에 놀란 칼이 류연을 벨까 싶은 뒤늦은 조치였다.

 다행히 광두의 칼은 어설프지 않았다.

 슬쩍 문가를 돌아보곤 광두가 말했다.

 “그래. 그 놈은 어디 갔어? 어제 그 놈.”

 광두가 느긋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분명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조용하니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아삼이 말씀이오이까. 그 아이는 진작 팔로로 돌아갔습지요.”

 노인장이 가늘게 떨며 말했다.

 “그래? 제법 대가 센 놈이다 싶더니만. 하루가 가도록 낫지 않은 모양이로군.”

 광두가 칼을 짚어 기대며 말했다.

 “아니면 꼬랑지를 말고 도망갔던지.”

 광두가 크게 한바탕 웃었다.

 혼자만의 웃음소리가 온 주루에 울려 퍼졌다.

 “그래, 팔로 놈들이 그런 놈들이다. 제 이름도, 자존심도, 그것을 지킬 실력도 없는 낙오자들. 너희들도 들었겠지? 그 녀석은 비룡검이란 별호를 가지고 있었어.”

 몇 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밖에서 날라다녔어도 말이지. 회운팔로 중에 팔로 소굴로 들어간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작자들 모두 버러지 같은 인생들이지.”

 광두가 유창하게 연설을 이어갔다.

 막되 먹은 첫 인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나 육로의 광두, 겪어 봤겠지만 허튼 짓은 하지 않아. 내 품에 있을 때 가장 조용하고, 가장 안전하단 말이다. 알아듣겠어?”

 광두가 부하에게 칼은 건네곤 노인장에게 다가갔다.

 흠짓, 숨을 들이쉰 노인장이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주인장. 내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본성이 그런걸. 하지만 뒤도 없이 막 나가는 놈은 아니잖아. 팔로 놈들은 내가 해결할 테니 이제껏 해왔던 대로만 하라구.”

 하곤 노인장의 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우악스러울 것 같았던 곰 발바닥 같은 손이 부드럽게 그를 다독였다.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광두는 손을 뻗어 류연이 그러쥐었던 전낭을 받았다.

 “계산은 확실히 해야겠지.”

 두둑한 전냥에서 은전을 빼고, 동전 한 움큼을 꺼냈다.

 “이 분들께 술 한잔 돌리라구. 여, 이보시오.”

 광두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벽에 몰린 일층 손님들을 훑었다.

 “내 덕에 흥이 깨졌을 테니 미안하오.”

 고개를 까닥했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같은 동작으로 인사를 받아줬다.

 “이제는 이런 소란이 없을 거야. 오늘은 다들 공짜 술을 마시라고.”

 사람들이 얼떨결에 끄덕끄덕댔다.

 생각해보면 이득이었다.

 기녀를 대동한 이 층 이상과는 달리 일 층 작은 공간에 모여 앉은 손님들은 가난한 자들이었다.

 공짜로 술을 준다니 좋은 일이었다.

 “자, 그럼 새 출발을 해보자고.”

 “두목.”

 문가의 삼인방 중 하나가 말했다.

 광두가 그를 보곤 그의 시선이 따르는 곳을 보았다.

 류연이 나왔던 내실로 통하는 복도로 누군가 나오고 있었다.

 “들어가.”

 류연이 등 뒤로 손을 내저었다.

 아삼, 곧 방윤이었다.

 입구의 발을 들추는 손에 땅에 쓸린 상처가 굳어있었다.

 “광두.”

 흐, 하고 광두가 비릿하게 웃었다.

 “다 들었다.”

 “그래, 그래. 내 눈이 애꾸는 아니지. 너 다시 덤빌 줄 알았어.”

 “행패를 부리는 것 하고 이 곳을 접수한다는 건 다른 일이야.”

 “알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뺏어 보던가.”

 “회운팔로는 이곳을 칠로에게서 양도받았다. 무단으로 이곳을 점거하는 일은 회운일로부터 본 팔로까지 모여서 세운 로규路規를 위배하는 일이다.”

 방윤이 덤덤히 말했다.

 주인장과 류연이 같은 생각을 했다.

 ‘저 놈이 또 다시 대들 참인가?’

 검을 쓰는 방윤은 그들에게 어려운 상대였다.

 팔로주가 하인으로 쓰라며 보냈지만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제의 소란을 보곤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제가 비룡검이니 뭐니 했다지만, 단전을 잃고 폐인이 되어 이곳까지 굴러들어왔다고 들었지. 그러니저러니 해도 하인 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인거야.’

 “물러가라! 광두 어르신이 말씀하시지 않느냐. 팔로주께 돌아가란 말이다.”

 노인이 광두를 의식하면서 역정을 냈다. 아삼이를 위하는 마음도 있었고, 어쨌든 가서 보고는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양단 간에 어떤 결판을 내든 닥친 일, 빨리 처리하는 게 나았다.

 “그래. 어서 팔로주께 가 보라구.”

 류연도 슬쩍 거들었다.

 광두가 손바닥을 펴고 말을 끊었다.

 “어디 더 해봐.”

 “이는 팔로의 위신 뿐 아니라…”

 “막말로.”

 광두가 헛기침을 했다.

 “누가 너희 따위를 신경 쓴단 말이냐?”

 “팔로는 엄연한…”

 “헛소리. 귀찮은 일을 감당하라고 맡겼을 뿐이지. 팔로 따위 막아버리고 칠로로 합치면 그뿐이지. 우리가 왜 너희를 놔뒀는지 알아?”

 방윤이 입을 닫았다.

 “냄새가 나기 때문이지. 똥 지게 냄새, 병자 냄새, 쓰레기 냄새. 우리 길에 그런 것들을 나르면 손님들이 뚝 떨어지니깐.”

 광두가 가지런한 이를 자랑했다.

 “칠로 놈들하고 이 연앙계 넓은 구역을 두고 치다꺼리하는 것도 피곤한데, 팔로 잡것들이 끼어든다? 그건 아니지.”

 가만히 기다리던 방윤이 입을 열었다.

 “말 다했나?”

 광두는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잠시 대치하던 방윤이 먼저 말했다.

 “물러가라. 아니면 넌 죽을 거야.”

 광두가 인상을 썼다.

 “오늘은 머리도 묶고 제법 꾸며댔군. 뭔가 옛 생각이 떠올랐나? 각오를 했나? 아니면…”

 그는 말 끝을 흐렸다.

 “아니면 오늘이 죽을 날일 줄 알았던지.”

 그의 입 꼬리가 끝 없이 치솟았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 검에 두고 말하는데.”

 광두가 방윤의 검을 봤다.

 멋들어진 문양이 꽤나 비싸 보였다.

 ‘저것이 비룡검인가.’

 어린 것이 말이 많았다.

 말도 많고 쓸데 없이 격식을 따지는 듯 보였다.

 그것이 과거의 버릇인가.

 뭔들 광두의 마음에는 좋은 검에 대한 탐심이 뭉게뭉게 생겨나고 있었다.

 “…나지 않을 것…”

 “어디 실력 좀 볼까?”

 어떻게 처리 해야 팔로 놈들의 코를 콱 눌러 놓을까.

 양 손목을 잘라? 머리털을 벗겨버려?

 회운로에 험악한 취객들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 서너명 죽어나가는 날도 있다.

 그만큼 회운로는 컸다.

 그리고 그 중에 여럿은 광두의 손을 거쳤으니.

 ‘내가 이겼으니 칼은 접수하지? 아니야. 모양 빠지게. 칼은 슬쩍 챙겨두라고 일러둘까?’

 광두는 수하 삼흑을 슬쩍 보며 생각했다.

 이내 답을 기다리던 방윤이 외쳤다.

 “팔로주를 대신해 형을 집행한다!”

 주위 시선을 의식해서, 그리고 다툼이 생길 뒷 일을 따져 외친 것이었다.

 과연 그에게 뒤가 있을지.

 사람들이 반 쯤은 가엾게, 반 쯤은 의문을 가지고 방윤의 행보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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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톨 17-11-03 19:02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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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니 17-11-03 22:13
 
오옹, 좋은 평 감사합니다!
저도 그 부분 고치려고 노력해 봤는데 쉽지가 않더라구요.
올드한 느낌 자체는 끌고 가 보려고 하는데 역시 욕심이 아닌가 생각은 합니다.
생각만....
그 부분 신경써서 더 써볼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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