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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귀신님!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작가 : 개미
작품등록일 : 2017.11.1

10년 전 걸그룹으로 인기 가도를 달리다 홀연히 사라진 뒤, 귀신이 되어 나타난 '오영원'과 영화과 최고의 까칠남 '황천'이 만났다!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 인간과 귀신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음양합작 영화 제작 프로젝트.

 
귀신님!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1
작성일 : 17-11-01 21:58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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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997년 어느 추운 날.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던 때였고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었다. 그 해에 윤여사는 고등학생 아들을 잃었다. 수학여행을 갔던 영수가 돌연 실종 된 것이다. 먹먹한 가슴을 주먹으로 누르고,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백방으로 아들을 수소문하던 그녀는 올해 다섯 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신당동의 어느 유명한 무당집을 찾았다.

 

  “신 보살님, 제발 우리 아들 좀 찾아주세요! 우리 영수 지금 어디 있나요?”

 

 윤여사가 영수의 사진을 내밀자, 신 보살은 그녀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에이, 사진 치워. 재수 없이 죽은 놈은 얼굴도 보기 싫어.”

  “죽었다고요? 우리 영수가요?”

  “쯧쯧. 지금 그 놈 걱정할 때가 아냐. 남은 아들도 잃고 싶어? 네 아들한테 지금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 퀴퀴한 저승 냄새가 나.”

 

 신보살의 말에 깜깜해졌던 눈앞이 이제는 새하얘졌다. 보살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들은 팔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킁킁 맡고 있었다.

 

 “엄마 나 냄새나?”

 

 소년이 아무리 어려도 엄마가 공포에 떨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은 덜덜 떨리는 엄마의 손 위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기운이 차도 너무 차구나. 엄동설한도 이런 엄동설한이 없어. 거목이 겨울에 뿌리를 내렸는데 태양이 없으니 어찌할꼬. 불쌍하다, 불쌍해. 네 아들! 경찰이 되면 범죄자의 칼에 맞아 죽을 거고, 범죄자가 되면 경찰의 총에 맞아 단명할 운명이야.”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 밖에 안 남은 아들이에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머리를 조아리며 싹싹 빌자, 신보살은 혀를 차며 붓을 들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염라대왕의 눈을 피하려면 그 옷자락 속에 숨어야지. 이 이름으로 개명 시켜.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 스물다섯이 고비일거야.”

 

 신보살은 하얀 한지에 일필휘지로 한자를 하나 적어 주었다. 바로 천할 천(賤).

 하필이면 소년의 성 씨는 황이었다. 붙여서 부르면 황천이 된다.

 

 그 날 윤여사는 몇 백 하는 비싼 부적을 사서 아들의 가슴팍에 넣어줬고, 소년의 이름은 황천이 되었으며, 가장 아끼던 경찰로봇과 자동차를 버려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7년.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어느 주택가. 육감적인 몸매에 긴 생머리의 미녀가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간다. 쏴아아-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불청객이 침입한다. 키가 족히 190은 되어 보이는 거구에 기괴한 삐에로 가면을 쓴 남자. 그가 손에 날카롭게 벼린 식칼을 들고 천천히 그녀가 있는 욕실로 향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여인은 샤워를 한다. 괴한의 두툼한 손이 샤워커튼을 거칠게 열어젖히자마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꺄아아!”

 

 비명소리가 멎고, 여인의 몸이 욕조 위로 힘없이 쓰러진다. 괴한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흉기를 든 채 그녀에게서 몸을 돌린다. 끼이익, 하는 쇳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리고 소파 위에 웅크려 졸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바로 황천이다.

 

 황천을 발견한 괴한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우뚝 굳어버린다. 꾸벅 꾸벅 졸던 황천의 머리가 소파 팔걸이로 툭, 떨어지자마자 잔뜩 화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황천과 괴한 사이에 끼어든다.

 

  “컷! 엔지! 야! 황천! 황천길 가고 싶어 환장 했어? 슛 들어갔는데 거기 있으면 어쩌자는거야!”

 

 감독의 불호령에 황천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다. 허둥지둥 일어나다가 우당탕! 소파 위에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깜빡 졸았습니다.”

 

 황천은 90년대 폴더 폰처럼 허리를 굽혔다. 폭신폭신한 소파의 유혹을 못 이겨 잠깐만 앉아 있어야겠다는 게 그만 잠들어 버린 것이다. 20대의 신체 건강한 남성에게도 삼일 밤샘 촬영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아이씨. 야! 황천! 딱 좋았는데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저, 근데 감독님.”

  “뭐야!”

  “범인은 왼손잡이인데 배우님은 오른손에 칼을 들고 계세요.”

  “야!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하죠. 17씬에서 부검의가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걸 김형사한테 알려주는 장면이 있잖아요. 미술팀이 더미들의 상처도 전부 왼손잡이 기준으로 만들었고요.”

 

 배우는 그의 말을 듣고 슬그머니 왼손으로 칼을 바꿔 쥐었다. 황천의 지적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던 감독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말을 재수 없게 하긴 해도 황천은 틀린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해대는 팩트폭격에 윗사람들은 그를 불편해했고, 아랫사람들은 사이다라며 황천의 팬이 되곤 했다.

 

  “야! 나도 알거든? 어차피 너 때문에 다시 가야해. 박배우! 칼은 왼쪽 손으로 들어. 알았지?”

 

 모니터를 보는 황천의 눈은 언제 꾸벅꾸벅 졸았냐는 듯 생기가 깃들었다.

 

  경찰이나 범죄자가 되어 단명할거라던 소년은 지금 연출부로 촬영 현장을 누비고 있다.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어 어릴 적부터 미제 사건과 각종 살인, 범죄에 관심을 보였던 황천은 엄마의 염려와는 달리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영화과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 봤던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가 황천의 꿈을 영화감독으로 바꾼 것이었다.

 

  촬영이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황천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니라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피곤했지만, 이번 학기 졸업 영화를 위해선 하루빨리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했다.

 

 황천은 어두컴컴한 도서관 복도를 지나 불이 켜진 열람실로 들어갔다. 예술대학엔 낮엔 베짱이처럼 놀다가 밤이 되서야 과제든 작업이든 하는 야행성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사람 하나 없는 이유는 도서관 괴담 때문이었다.

 

 새벽 2시가 되면 도서관의 불이 갑자기 소등되고, 도서관에 갇힌 사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같은 장소를 헤매게 된다고 한다. 너무 어두워 핸드폰 라이트를 켜면 그 화면에 묘령의 여인이 비친다나.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기절해버리고, 다음 날 아침에 경비 아저씨에게 발견 된다고 한다.

 

 안기부 터 위에 지어진 학교 때문일까. 도서관 괴담을 비롯해 별별 괴담이 많았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이든 가짜이든 황천은 귀신은 물론 귀신 옷자락도 한 번 본적이 없었다. 그는 사물함에서 책 여러 권과 노트북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어떤 음산한 기운이 자신을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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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신님!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1 2017 / 11 / 1 337 0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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