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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고백
작가 : 안비로움
작품등록일 : 2017.10.31

용의자들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되살려 체험할 수 있는 어느 이름없는 형사, 사건 미결로 정직을 당한 후 옛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복귀한다.

 
에피소드 1. 붉은 옷의 여인 (1)
작성일 : 17-11-01 16:3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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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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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의 어느 고성과 흡사한 대저택이 눈에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와 조명들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주변을 둘러싼 격한 사이렌 소리와 소란스러운 군중들이 흡사 낮을 방불케 한다.

 

  그 빛과 소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게 지금의 상황을 전달해주고 있다.

 

  “죄송하지만 이곳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려 했던 탓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탓일까. 저지선을 경계로 경찰복을 입은 익숙한 얼굴의 순경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에요.”

 

  “어, 어……? 추, 충성!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사님!”

 

  “……어이! 여기야, 여기!”

 

  순간 분주하게 움직이던 경찰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로 쏠린다.

 

  모두 내가 서를 떠나던 3년 전의 모습 그대로다. 우선은 말 대신 눈빛으로 내게 반가움을 전한다.

 

  저지선을 넘으며 뒤로 보이는 구경꾼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시체의 참담한 모습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 둥글게 둘러서선 각자의 휴대전화에 죽은 여인의 모습을 담아 놓기 바쁘다.

 

  주변엔 곡소리 한 마디 들리지 않는다.

 

  비참하게 죽은 그녀가 사진과 대화를 통해 누군가의 자랑으로 또는 가십거리로 변질될 생각을 하니 속 깊은 곳에서 구역질이 밀려온다.

 

  “……참 일찍도 왔다. 전화한지 한 시간이나 됐는데.”

 

  덥수룩한 까치집 머리와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갈색 가죽 재킷, 무릎 쪽 구멍 난 청바지는 3년이 지난 뒤에도 변하질 않았다.

 

  전화는 달갑지 않았지만, 지금은 반장이 된 옛 동료의 투박한 인사를 나는 내심 그리워하고 있었다.

 

  “좀 걸었어요. 잠시 생각도 할 겸.”

 

  “……태평하긴.”

 

  “3년 만에 만난 사람 인사가 그거예요?”

 

  “……하여튼 성격 여전해. 제대로 된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현장부터…… 보러 가자.”

 

  문장 안에 숨어있는 약간의 침묵을 무시한 채 우리는 시체에게로 한 발짝 다가섰다.

 

  어지러이 널려있는 핏빛 웅덩이 안, 몸을 사방으로 꼬곤 불편한 잠을 청하는 여인이 보인다.

 

  두 발짝 걸어가자 본래의 색을 잃고 연한 푸른빛을 띠고 있는 그녀의 몸이 보인다.

 

  마지막 세 번째 발자국을 떼자 칼집에서 떨어져 나온 살과 붉게 물든 하얀색 잠옷, 검고 긴 머리, 내 환상 속에만 자리하던 그녀가 보인다.

 

  “……정현아…….”

 

  “…….”

 

  아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 아니 언젠가 사랑했던 사람, 내게서 잠을 앗아갔고 내가 무던히도 꿈꿔왔던 사람, 매몰차게 나를 떠났던 사람이자 3년이 지난 오늘에야 다시 만난 사람, 대기업의 회장이었던, 지금은 피해자인 그녀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누워있다.

 

  그녀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음에도 지독하게 슬픈 모습을 하고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나를 기다린 듯했다.

 

  “……사망 시각은요?”

 

  “……사망한 지는 약 3시간 정도 경과됐어. 비서가 1시간 전 시신을 발견하곤 우리에게 신고 했지……. 이런 질문 하긴 좀 그렇지만……. 어떻게 죽은 것 같아……?”

 

  “……사체는 최소 10 곳 이상을 얇고 날카로운 형태의 흉기로 난자당했어요. 시반이 몸 뒤쪽에 퍼져있는 걸로 봐선 누워 있던 상태에서 죽은 거죠. 그렇게 가정한다면 누군가 그녀를 이곳까지 데리고 나와 살해했거나 다른 곳에서 그녀를 죽이고 시신을 옮긴 것이란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죠. 하지만 혈액량, 응고정도로 미뤄봐선 이곳에서 살해된 게 맞아요. 혈흔 패턴이 시신을 옮기면서 나올 수 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죠.”

 

  “……정확해. 역시 여전하구나, 너는.”

 

  “……사건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잠깐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그래, 다녀와. 통화는 되도록 기자들 피해서 하고.”

 

  관중들을 헤집고 한적한 구석에 다다르자 즉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작은 입술로 내게 이별을 고하던 그녀를 만날 수 있는데, 하지만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었다면 그 대상은 현실의 그녀가 아닌 환상 속 너였어야 했는데, 힘껏 소리치고픈 마음을 잠재우고 입술을 애써 깨문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든다. 번호를 누르고 신호음을 기다린다. 경쾌한 멜로디가 사서함 기계음으로 바뀔 때쯤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나야. 잘 지냈어?”

 

  ‘웬일이야. 이렇게 전화를 다하고. 오늘은 한 잔 하러 안 올 거야?’

 

  “……사건이, 생겼어. 휴가도 끝났고.”

 

  ‘이번엔 누가 또 죽은 거야?’

 

  그녀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침묵으로 넘기기 힘들다.

 

  “……그 사람이 죽었어.”

 

  사랑했던 그녀의 죽음을 전하자 목소리는 잠시간의 정적 뒤 목을 가다듬고 말을 잇는다.

 

  ‘……필요한 걸 알려줘.’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걸 찾아줘. 곧 가지러갈게.”

 

  ‘……도착할 때쯤이면 조사 다 끝나 있을 거야. 이따 봐.’

 

  “……부탁할게.”

 

  통화를 끝내고 돌아오자 이번엔 구경꾼들 대신 먹이를 노리고 날아든 까마귀 떼가 눈에 띈다.

 

  그들은 기자라는 이름을 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허수아비 경찰들과 나의 주변을 맴돌았다.

 

  “……저기, 저택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유력한 용의자들이야.”

 

  그는 계단에 걸터앉은 세 명의 용의자를 가리켰다.

 

  그들은 각각 정현의 죽음을 기리듯 기도하는 추리닝 차림의 낯이 익은 남자와 무뚝뚝한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는 흰 가운의 남자, 그리고 비서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여자다.

 

  “모두 피해자가 사망한 시각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인가요?”

 

  “그래. 진술서 작성 전인데, 서에 가서 심문 할래?”

 

  “네.”

 

  “……따로 필요한 건 없고?”

 

  “아뇨. 정보원을 만나고 올게요. 지금 연락 해뒀으니 도착할 때쯤이면 끝나있을 거예요. 나중에 봬요.”

 

  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길 그토록 바랐음에도, 지금이 그녀를 떠나보내는 두 번째 순간임에도 발을 쉽사리 떼지 못한다.

 

  어디선가 불현듯 그녀가 기억하던 옛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내 앞에 나타나 왜 다시 돌아왔냐며, 우린 이미 끝난 사이라며 독한 말들을 쏟아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걷고 걸어 저택이 멀어지고 텅 빈 거리 위에 올라선 후 그녀가 나와 함께 머물던 곳에서 영영 떠났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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