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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3. 착한 사람
작성일 : 17-11-01 14:21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6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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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괜찮은 거야? 너 답지 않더라, 오늘."

 

 "….."

 

 "윤승조 씨에게 인사하러 가지 않아도 괜찮아?"

 

 

 매니저인 현석의 말을 못 들은 척, 나는 묵묵히 짙은 화장을 지웠다. 그가 한숨을 쉰 뒤, 전화를 받고 오겠다며 나갔다. 크림을 바르다가,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앳되기 그지없는 스스로의 얼굴이 사랑스러우면서도 경멸스러웠다. 바보 같은 여자. 뭘 하는 거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현석이 문을 열고 나갔는지, 대기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말소리가 거슬려, 문을 닫으려 다가갔을 때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집?"

 

 "웅. 내일 봐."

 

 

 어느새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승조가 지나가고 있었다. 게임기에 몰두하고 있던 그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칠까, 나는 얼른 열려져 있던 문 뒤로 몸을 숨겼다. 지나갔나.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으나, 그는 이미 지나가버린 뒤였다.

 

 

 '저, 오늘 죄송했습니다. 제가 긴장을 해서…'

 

 '아, 수고했어, 오늘'

 

 

 찾아가지, 않았다.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으려는 찰나였다.

 

 

 "잠깐 괜찮아?"

 

 

 나는 얼어붙은 얼굴로 문을 잡고 서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바지에 가볍게 손을 찔러 넣은 그는 늘 그렇듯 여유가 가득했다.

 

 

 "수고했다고, 오늘."

 

 "….."

 

 "내 대기실로 올 줄 알았는데 안 오길래."

 

 

 그 말을 하러 왔다는 듯,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움직였다.

 

 

 "기다, 렸어요?"

 

 "어?"

 

 "기다렸어요?"

 

 

 그 말에, 승조가 피식 웃었다.

 

 

 "응. 기다렸는데."

 

 

 어쩐지 울 것 같아, 나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였다. 전화를 하고 온 모양인지, 현석이 걸어오고 있었다.

 

 

 "미루야."

 

 "아, 그럼 난 가볼게."

 

 

 살짝 웃은 그가 미련 없이 돌아섰다. 나는 멍청히 복도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네가 웬일이야? 구설수 오른다고 술은 입에도 안 대던 애가."

 

 

 시끄러운 클럽, 피식 웃으며 술잔을 가볍게 비웠다. 앳된 얼굴의 친구, 유리가 천천히 마시라며 안주 접시를 밀어주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술을 안 마셨었다. 승조를 만나고 조금씩 배우기 시작해서 그와 헤어진 뒤로는 매일 같이 술이었다. 거의 알콜 중독 수준이었다. 너를 기준으로, 나는 정말 많이 변했었구나.

 

 

 "그나저나, 화보 보고 놀랐어. 너무 멋있어서."

 

 "그래?"

 

 "응. 내 주변에도 다 난리야. 너랑 윤승조가 입은 옷 전부 품절이래."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나를 알아 본 모양인지 힐끔거리는 시선들을 느끼고 있었다.

 

 유리가 내미는 화보 사진을 보며, 나는 다시금 술잔을 비웠다. 수줍던 소녀가 아니라 순간의 눈물을 떨구는 여자가 거기에 있었다.

 

 사실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나 5년 전과 같이, 화보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화제가 되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의 열기였다.

 

 고심히 생각에 잠겨, 나는 입을 열었다.

 

 

 "있잖아, 유리야."

 

 "응?"

 

 "만약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

 

 

 무슨 실없는 소리냐며 그녀가 웃었다. 그러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일단 주식부터 사볼까."

 

 "미련만 남은, 나쁜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건 어때?"

 

 

 유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너 첫사랑 있었나?"

 

 "…말하자면 그렇단 거야."

 

 "뭐, 하긴. 제대로 유혹해서, 진하게 사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진을 한 모금 마신 유리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을 던졌다.

 

 

 "그런데 말야, 나쁜 놈이면 역시 만나지 않는 게 낫지 않아? 결국엔 너만 상처받을 걸."

 

 "….."

 

 "아예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건?"

 

 

 나도 모르게 잔을 꽉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지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장에라도 그를 안고 싶어 죽을 것 같으면서도. 다시 너를 사랑하고, 사랑에 빠지고, 힘들어 할 내 자신의 모습이 두렵다.

 

 

 

 *

 

 완전히 취했다. 알코올에 익숙하지 않은 몸인 걸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정신없이 놀았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 몸을 맡기고, 낯선 남자들과 몸을 부비고, 춤이라고 하지도 못할 춤을 춰댔다. 잠시만이라도 잊고 싶었다. 윤승조도 삶의 의미라곤 없던 지난 과거도, 그 모든 것을.

 

 

 "미루야, 이제 그만하고 가자."

 

 "어? 왜? 좋은데-"

 

 "너 취했어-"

 

 

 날 뜯어 말리는 유리를 무시한 채, 나는 춤을 춰댔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유리가 어딘가로 사라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응. 기다렸는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목소리를 지우고 싶었다. 어느 순간,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일어났다. 바닥이 빙빙 돌았다. 겨우 음악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복도까지 나갔을 때였다. 높은 힐 때문에 비틀 넘어지려는 찰나, 누군가가 손목을 잡았다.

 

 

 "괜찮아요?"

 

 

 엎어지도록 두어도 괜찮은데.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팔에 기댔다. 몸이 마음대로 가누어지질 않았다.

 

 

 "취하신 것 같은데."

 

 "…놔."

 

 "놓으면 엎어지실 것 같은데."

 

 

 맞는 말이긴 한데, 나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짚었다. 그에게 손목을 잡힌 채 정신을 차리려 애쓰고 있는데, 남자가 나직하게 말을 뱉었다.

 

 

 "그런데- 많이 본 얼굴이네. 혹시 윤승조랑 같이 화보 찍지 않았어요?"

 

 

 그놈의 화보. 춤을 추면서 비벼대는 남자들에게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윤승조, 윤승조. 지겨워 정말."

 

 "응? 승조 싫어해요? 걔 마침 여기 있는데."

 

 

 그 사람이 여기 있다고? 집에만 있는 사람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픽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였다. 순식간에 입가에서 웃음이 지운 듯 사라졌다.

 

 

 "이상하네. 여자들, 웬만하면 승조 좋아하는데."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 잘 배운 매너가 녹아 있는 다정한 말투.

 

 

 "무슨 일 있었어요?"

 

 '너, 나, 안 좋아하잖아.'

 

 

 취한 채로, 나는 흔들리는 시야를 바로잡으려 애썼다. 어지러운 정신 속으로 옛날의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알고 있어. 승조 좋아해서, 나한테 접근한 거.'

 

 

 나를 걱정하는 듯한 눈에, 슬프게 젖어들던, 한없이 상냥하던 그 순간의 눈이 겹쳐진다.

 

 

 '그래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어.'

 

 "이봐요."

 

 "…미안."

 

 "어?"

 

 "미안해, 도경 오빠."

 

 

 그대로, 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서늘한 이물감에 번쩍, 눈을 떴다. 흐릿하게 어떤 사람의 얼굴이 비추었다가 다시 흐릿해졌다.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볼에 느껴지는 차가운 것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갖다 댔다.

 

 

 "좀 정신이 들어요?"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더니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차가운 것이 볼에 닿는다. 그 생경한 감각에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굉장히 다정한 목소리라는 것. 그리고 익숙하기도 하다.

 

 아… 잠깐. 이 목소리는.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반듯한 이마, 단정하게 솟은 콧대. 무엇이든 꿰뚫어 볼 것 같은 올곧은 시선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도경 오빠?"

 

 "또 그렇게 부르네."

 

 

 눈썹을 모으며 갸웃거리는 그의 얼굴이 새삼 젊다.

 

 

 '당신, 정말 신이라면.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줘요.'

 

 '미아, 였나?'

 

 '내 대기실로 올 줄 알았는데 안 오길래.'

 

 '기다렸는데.'

 

 

 순간 휘몰아치듯 밀려오는 현실감각에 숨이 턱 막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으나 띵하게 아파오는 머리에 주저앉듯 다시 의자에 앉았다. 어두운 방, 조명,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그의 집은 아니다. 나는 신중히 말을 골랐다.

 

 

 "저기… 여긴."

 

 "잔소리 하고 싶지는 않은데."

 

 

 자르듯 말을 끊고 들어 온 도경이 조금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 큰 여자가 술 마시고 길에서 뻗고 그러면 안돼요."

 

 "네?"

 

 "사진이라도 찍히면, 아니 것보다 위험한 일이라도 당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 쪽, 얼굴도 꽤 알려진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람, 엄청 잔소리하고 있잖아. 나는 벙찐 채 스물일곱의 김도경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나쁜 사람 많아요. 나처럼 착한 사람도 많지만. 일단 마셔요."

 

 

 쏟아지는 잔소리에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자, 그가 물 잔을 내밀었다. 내 볼에 갖다 대고 있었던 것도 이것이었던가. 잔을 받아 마시자, 그가 약을 내밀었다. 술 깨는 약인 듯 했다. 알약을 받아 삼키고 나자, 그가 다시 물을 따라 내민다. 얌전히 그걸 마시고 앉아 있자,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린다.

 

 

 "말 잘 듣네."

 

 "…저기. 여긴 어디,"

 

 "다 마시면."

 

 

 인상을 찌푸리며 물 잔을 깔끔히 비우자, 그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의외로 순진한가.”

 

 

 반문하듯 그를 보자, 도경이 곧바로 말을 잇는다.

 

 

 "뭔 줄 알고 다 받아 마셔."

 

 "그쪽은 착한 사람이라면서요."

 

 

 그건 그렇지, 심각하게 중얼거린 그가 그제야 내가 원하는 답을 했다.

 

 

 "여기, 클럽 룸이에요. 시간 얼마 안 지났어요."

 

 "…."

 

 "집으로 데려갈까도 했는데, 술 취한 여자 데려갔다가 괜히 오해받기 싫어서. 여기 눈도 많고."

 

 

 픽 웃은 그가 옆에 놓아두었던 듯한 재킷을 챙기며 입을 열었다.

 

 

 "슬슬 일어날까요?"

 

 "저기."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뭐냐는 듯 물어오는 그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곤 입을 열었다.

 

 

 "그…"

 

 "…."

 

 "고..마워요."

 

 

 5년 전의 너에게 나는 그냥 모르는 사람에 불과할 텐데. 겨우 뱉어낸 말에, 도경이 벙찐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 되게 못하나 봐요."

 

 "네?"

 

 "엄청 어렵게 하네."

 

 '고맙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너 정말 솔직하지 못하네.'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는 그는,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조심스럽게 입 꼬리를 올렸다. 과거로 돌아와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아픈 눈으로 나를 보지 않는 그가 있다는 것.

 

 

 "데려다 줄게요. 나도 슬슬 가야 해."

 

 

 도경이 가방을 챙겨야 한다며, 잠시 그의 일행이 있는 쪽에 가자고 말했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아, 그러고 보니 유리는? 나는 눈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열었다. 부재중 전화가 쌓여 있었다.

 

 

 "여보세요? 유리야?"

 

 [야, 너 진짜 미쳤어? 어디야? 납치라도 된 줄 알았잖아!]

 

 "미안. 그게, 잠깐 잠들었었어. 다행히-"

 

 

 나는 앞서 걸어가는 도경을 힐끔 쳐다보았다.

 

 

 "별 일 없었어. 착한 사람 만나서."

 

 

 픽,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려 어쩐지 민망해졌다.

 

 

 [아… 진짜. 너 때문에. 아무튼 넌 내일 봐. 진짜 죽었어.]

 

 "응, 정말 미안. 어디야?"

 

 

 룸들이 쭉 늘어 선 복도에, 그가 꽤 큰 룸의 문을 열었다. 혹시나 싶어서 내 집에 왔다며 무시무시한 욕을 중얼거리는 유리에게 지금 가겠다고 대답하려던 찰나였다.

 

 

 "뭐야, 김도경. 집에 간 줄 알았잖아."

 

 "이제 가려고. 더 마시다 갈 거야?"

 

 "응. 그런데 누구…"

 

 

 배우 최윤이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 박수를 짝, 쳤다.

 

 

 “어 설마? 맞죠?”

 

 

 반가운 얼굴을 하는 그에게 어색히 인사하며 나는 무심코 룸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주 본 기억이 있는 가수 하나, 영화배우 둘, 그리고.

 

 

 "지나가다 만났어. 너하고 화보 찍은 사람, 맞지? 승조야."

 

 

 그가, 있었다.

 

 

 "… 미아?"

 

 "아 맞다. 미아였네, 이름. 본명이에요?"

 

 

 도경이 이제 기억이 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승조를 응시했다.

 

 

 "어떻게 둘이 같이 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승조의 옆에는, 여배우 강효주가 착 붙어 앉아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실소를 흘렸다. 그러고 보니 이 때, 너는 저 여자와 만나고 있었다.

 

 

 "아, 화보 봤어요. 너무 잘 나왔던데요."

 

 '걔, 그냥 너 가지고 노는 거야. 네 주제에 그 사람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여자의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가 겹쳐졌다. 그 말이, 맞았었다. 저 여자처럼, 간단하게 버려질 거라는 걸 이 때 알았었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뒷걸음질 쳐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뒤에서 날 부르는 도경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막 비상구 계단을 연 찰나, 나는 돌아 세워졌다.

 

 

 "그렇게 가면 어떡,"

 

 

 다급히 나를 붙잡은 도경이 엉망진창인 내 표정을 보며 말을 멈췄다. 곧이어, 승조도 내 옆에 섰다. 그가 내 팔을 가볍게 잡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괜찮아?"

 

 

 탁. 반사적으로 승조의 손을 뿌리쳤다. 꽤 거칠게 내쳐진 그가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왜,"

 

 "만지지마."

 

 "…."

 

 "다가, 오지마."

 

 

 나는 숨을 몰아쉬며 경고하듯 말을 뱉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승조가 알 수 없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저기, 무슨 일인진 모르겠는데."

 

 "…."

 

 "일단 가요. 데려다 준다고 했으니까."

 

 

 언제 날을 세웠냐 싶게, 나는 금세 초라해졌다. 나를 이끄는 도경을 따라,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승조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도경의 차를 타서, 더듬더듬 주소를 불렀다. 매끄럽게 차가 출발했다.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창으로 떨어진 빗물이 빠르게 흩어지며 떨어져 내렸다. 도경이 말없이 서랍에서 휴지를 뽑아 내밀었다. 나는 여전히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이따금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집에는 도착하질 않았고, 그는 계속해서 휴지를 뽑아 내밀었다. 계속, 계속.

 

 

 이상하고, 이상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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