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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TI(안티)
작가 : 고전부
작품등록일 : 2017.10.30

한 독자의 초대장을 받고 일본 오사카로 간 작가 '시호'. 그곳에서 '시호'의 소설 속 장면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

 
02. 두 번째 방문
작성일 : 17-11-01 11:46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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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두 번째 방문

 

 

 “쇼―고씨― 저녁 식사― 1인분만― 더― 부탁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경은 목소리를 높이며 톤을 달리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느라 신발을 채 벗지도 않은 유정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총총 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재빠르게 현관을 지났다.

 

 유정은 너저분하게 널린 신발들을 내려다보았다. 대략적인 크기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수경을 제외한다면 지금 이 하숙집엔 네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유정은 느릿하게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은 채 한 걸음을 뗐다.

 

 걸을 때마다 마루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주황빛 조명이 온 집 안을 지배하고 있었고 현관 쪽 방향을 정면으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더불어 내려가는 계단도 보였다. 위로는 3층까지 갈 수 있다면, 아래로는 몇 층까지 내려갈까. 유정은 첫 번째 의문을 가졌다.

 

 좁다란 현관을 지나자 양쪽으로 공간이 트였다. 왼쪽은 거실이었고, 오른쪽은 부엌인 듯 보였다. 얇은 문으로 닫힌 부엌 안에선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드문드문 말소리도 들렸다. 꽤나 소란스러운 것으로 보아 다수, 혹은 전부가 부엌에 있는 모양이었다. 6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빈 소파를 한 번 쏘아 본 유정이 다시 앞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계단 옆으로 벽장이 있었다. 누구의 방일지, 유정은 두 번째 의문을 가졌다.

 

 “뭐 해요. 안 들어오고?”

 

 유정이 이제 막 부엌으로 몸을 틀 때였다. 수경이 한 손에 국자를 든 채 순진한 얼굴로 유정을 보고 있었다.

 

 “구경 좀 하느라. 이제 들어가려구요.”

 

 유정은 대외용 웃음을 걸친 채 건조하게 말했다. 그리고 유정은 수경이 아닌 수경의 등 너머에 있는 이들을 보았다. 앞만 보고 있던 이들이, 유정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곁눈질로 유정을 훔쳐보는 것이 느껴졌다. 호기심, 경계, 호의, 알 수 없는 의도…. 제각각인 시선들에 유정은 혀로 마른 입술을 한 번 훑었다.

 

 “다른 데는 보통 아침을 같이 먹는데, 우리는 저녁을 같이 먹곤 해요. 어머, 그러고 보니 벌써 9시가 다 됐네. 원래 8시쯤 먹는데 쇼고 씨 준비가 조금 늦어지다 보니…. 유정 씨 일단 앉아요. 오늘은 정말 맛있는 카레를….”

 “…….”

 “아,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안 했네요?!”

 

 유정에게서 등을 돌린 채 밥을 푸며 혼잣말을 하던 수경이 깜빡했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개입은 불필요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이미 유정을 보고 있었으니까.

 

 “먼저 할래요, 소개?”

 

 밝은 갈색의 머리가 긴 여자가 두꺼운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말을 떼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해 절로 집중이 되는 외모였다. 여자는 어딘가 어색한 투로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유정은 여자가 보고 있던 책 표지를 흘겨보았다. 한국어 교재였다.

 

 “한국 사람이에요. 24살이고, 최유정이라고 합니다.”

 “여기 온 이유는?”

 

 처음 유정의 목소리가 들릴 때만 곁눈질로 한 번 흘겨보고는 그 이후부터 제 손에 있는 게임기만 쳐다보고 있던 여자가 유정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질문했다. 눈이 크고 목소리 톤이 높았다. 무엇보다 흰 피부가 돋보였다.

 

 “누굴 좀 찾으러 와서요. 소우마 미나토라는.”

 

 의연한 유정의 말에 잠시 동안 주방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유정은 그들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그 무엇도 읽지 못했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후에 이번엔 검은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가 유정에게 되물었다. 그 여자의 귀엔 자그마한 보청기가 껴 있었다.

 

 “뭔가 잘못 안 거 같은데 여기 그런 사람은 없어요. 뭐, 난 여기 온 지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차갑게 말을 뱉은 여자가 다시 제 접시로 시선을 돌렸다. 가는 눈매만큼이나 제법 날이 선 목소리였다.

 

 “혹시 예전에 우리 집에 다녀갔던 손님들 중에 소우마 미나토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유정 씨한테 당분간 여기 있으라고 한 거예요. 자자. 신경전 그만하고, 이제 우리 진짜 서로 자기소개 좀 합시다! 먼저 이 분은 집안일을 담당하고 계신 쇼고 씨.”

 

 미묘하게 흐르는 분위기에 수경이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곧 수습하기에 일렀다. 앞치마에 식은땀을 닦은 수경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유정은 수경의 손이 가리키는 이를 보았다. 새하얀 머리에 작은 체구를 가진 노인이 부엌의 오른쪽 구석에서 물을 따르고 있었다. 그는 유정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주전자를 들었다. 그의 앞에 6개의 컵이 놓여 있었다. 이제 곧 유정의 컵을 가지러 가던 길인 듯 보였다.

 

 “이 분은 저기 1층 계단 옆 벽장을 쓰고 계세요. 유정 씨가 생활하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쇼고 씨한테 부탁하면 돼요. 자 그럼 다음은 가장 처음 유정 씨한테 말을 걸었던….”

 “유에. 일본인. 나이는 17살이고, 한국 이름은 노효정.”

 

 절로 말을 끊는 바람에 수경이 머쓱하게 이마를 긁었다. 갈색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긴 효정은 뚫어질 듯 유정을 보더니 탁자에 턱을 괸 채 말을 덧붙였다.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꽤나 지긋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한국말이 서툴러요. 한국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긴 한데….”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효정은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보고 있던 두꺼운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만하면 됐다는 신호로 알아들은 유정은 자연스럽게 다른 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정해림. 엄마 아빠는 한국 사람인데 이젠 없어.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난 일본으로 오게 됐거든. 여기선 치하루라는 이름으로 불려. 아, 나도 24살이야.”

 

 여전히 게임기만 만지며 건조하게 말을 뱉는 해림의 무성의한 태도에 유정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전 강소은이예요. 한국인이구요. 19살이고, 일본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여기서 이름은 카에데예요.”

 

 차분한 목소리에 유정 또한 굳어있던 얼굴을 풀었다. 수경의 수습에 유정을 경계하는 태도를 숨기기라도 한 듯, 세 명 모두 아까보다는 훨씬 더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외에 한 분 더 있어요. 직업 상 워낙 밖으로 나가선 잘 안 들어오곤 하는데….”

 “나 말하는 거야?”

 

 꽤나 흐뭇하게 자기소개하는 광경을 보던 수경이 말을 덧붙이려 할 때였다. 유정이 들어오면서 닫았던 주방 문이 덜컥 열리더니 차가운 인상을 가진 키 큰 여자가 나타났다. 바람과도 같은 등장이었지만 유정은 단번에 그 여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특유의 서늘한 인상은….

 

 “언니! 아니 대체 얼마 동안 집을 안 온….”

 “걱정 마. 이제 당분간 나갈 일도 없으니까.”

 

 차가운 인상을 가진 여자가 지겹다는 듯 두 귀를 틀어막더니 수경에게 조그맣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그리고는 성가시다는 투로 말을 뱉었다. 열이 받은 듯 얼굴이 조금 붉어진 수경이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내려 하자, 여자가 화제를 돌렸다.

 

 “얜 누구? 처음 보는 앤데.”

 “아 저는….”

 “됐어. 소개할 필요 없어. 그냥 한 소리야.”

 

 저에 대해 궁금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던 여자의 태도에 엉겁결에 자기를 소개하려던 유정이 절로 입을 닫았다. 여자는 당황해하는 유정을 지나쳐 식탁에 있는 고구마 하나를 집더니 뭐라 비집고 들어갈 틈 하나 없이 재빨리 말을 뱉었다.

 

 “난 김도연이고, 일본 이름은 신페이야. 내가 누군지 궁금하면 인터넷에 쳐 보는 게 빠를 거야. 나 올라간다.”

 “도연 언니!”

 “아 그리고, 손님이 한 분 계셔. 잘 좀 해드려.”

 

 고구마 하나를 크게 베어 문 채 도연은 부엌을 지나쳐 계단을 향했다. 제 할 말만 하고 가는 도연을 향해 하고 뭐라 말을 하려던 수경은 입을 다물더니 곧바로 도연을 보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소란스럽네. 오래 있기엔.”

 

 성숙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였다. 40대, 아무리 많아봤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정갈하게 머리를 빗어 올린 채 몸에 딱 맞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요코라고 해요. 신페이 말로는 3층에 빈 방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날 그곳에 묵게 해줘요.”

 “…….”

 “그런데….”

 

 자신을 요코라고 말하며 거만한 어투로 말하는 여자가 말끝을 흐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딘가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여자의 기운에 유정은 절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유정은 어쩌다 쇼고가 있는 오른쪽 구석으로까지 가게 되었다.

 

 “난 이런 더러운 손으로 따르는 물은….”

 “…….”

 “마시지 않아요.”

 

 요코가 쇼고의 손을 치며 물이 담긴 컵 2개를 엎질렀다. 다리가 성치 않아 보이는 쇼고는 조그마한 충돌에도 몸을 비틀거렸다.

 

 “3층까지 물 좀 갖다 줄래요? 물론 다른 사람이 뜬 물로.”

 

 쇼고를 쏘아보며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 요코는 뒤를 돌아 부엌을 나섰다. 요코가 쏟은 컵을 바로 세우며 유정이 쇼고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물은 쇼고 씨 꺼 까지 제가 뜰게요. 좀 앉아계세요.”

 

 유정은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저 답지 않은 모습에 놀라면서도 친절을 베풀었다. 유정은 알고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요코를 향한 불쾌함의 표시라는 걸.

 

 부엌에 남아있는 이들은 모두 얼이 빠진 얼굴로 요코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유정은 어림짐작했다. 단시간에, 경계의 대상이 유정에게서 요코로 고스란히 옮겨간 것이다.

 

 

 거센 바람이 불자 문이 절로 닫혔다. 더 이상의 손님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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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잭 17-11-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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