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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내 심장이 너로 인해
작가 : 러시
작품등록일 : 2017.10.31

심장병에 걸린 여자와 그의 미래를 전부 꿰뚫어 보고 있는 남자의 아련하고도 아픈 사랑이야기

 
1. 감정이 만들어 낸 첫 만남
작성일 : 17-11-01 01:20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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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심장이 너로 인해]

 

 

 

 

 

 1. 감정이 만들어 낸 첫 만남

 

 

 

 

 ****

 

 

 주적주적,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두운 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길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연호는 괜히 누구한테 부딪힐까 두려워 앞도 보기를 포기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길을 걸었고 아무도 없는 공원을 한 바퀴 빙글 돈 후에야 겨우 공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더니 들어간 곳은 인근 한적한 편의점,

 

 

 “어서오세ㅇ..”

 

 “담배 한 갑 주세요”

 

 “아..어떤걸로..”

 

 “맨 위에 있는 걸로”

 

 

 연호는 다급했다. 왜 이리 다급한지 모를 정도로 남자는 서둘렀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거스름돈을 받고는 뛰쳐나가 다시 공원에 들어가 깊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담배갑을 열었다.

 

 

 “후..”

 

 

 담배 한 모금이 들어가니, 이제 한 숨 돌린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으며 기지개를 피는데, 무언가 본인의 팔에 걸려 부딪혔다. 이내 들리는 하나의 앙칼진 목소리,

 

 

 “아..!”

 

 “어..! 죄송합니다”

 

 “조심 좀 하시죠?”

 

 

 그리고 그 무언가가 여자를 뜻함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 제 구역인데, 어떻게 찾은거죠?”

 

 “구역이요..? 아, 저는 잠깐 담배 좀 피려고..”

 

 “그럼 조금만 옆에 가서 피워줄래요?”

 

 “아..네”

 

 

 연호는 옆으로 비켜줌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 앞에 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또 다른 세상이 미래라면 믿을 수 없겠지만, 믿을 수 없게도 남자의 앞엔 눈을 마주친 여자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적나라하고 참혹한 미래를 말이다.

 

 

 “저..저기요..!”

 

 “네?”

 

 “혹시..몸 안 좋으시지 않으세요?”

 

 “몸이요..?”

 

 “..아프신 것 같은데, 저희 집에서..라면이라도 먹고갈래요..?

 

 

 연호도, 여자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몸이 아프니까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니, 사실 아무 말이나 둘러댄 남자의 앞에 보인 여자의 미래는 죽음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고 쓸쓸한 죽음, 지금까지 숱한 사람들의 미래를 보았지만 이처럼 아프고 무서운 죽음의 장면은 처음이었기에, 이상하리만큼 순간적으로 만난 이 여자에게 수많은 감정들이 회오리처럼 몰아쳤다.

 

 

 “..내가 아픈지는 어떻게 알아요?”

 

 “그냥 그렇게 생겼어요. 아파보이게-”

 

 “허, 저 아세요?”

 

 “아니요, 모르는데요?”

 

 

 여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본인을 처음 본 남자가 다짜고짜 하는 말이 아프냐는 물음이라니, 나름 강한 척을 했음에도 저렇게 말하는 연호를 본 여자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괜히 얄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 여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네. 좋아요, 길바닥에서 죽으나 남의 집 가서 죽으나 똑같으니까”

 

 “저 남 죽이고 그런 거 못합니다. 가시죠-”

 

 “고마워요-”

 

 

 충분히 거지의 행색을 한 여자에게 베푸는 친절이 매우 어색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까 전 모습만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사람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사람이었기에 이와 같은 모습은 꽤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연호는 여자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갔고, 둘은 집에 가는 동안 한 마디의 대화도 물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연호도 본인이 이 여자를 왜 집으로 데려가는지 정확한 영문을 깨닫지 못했다. 그냥 감정이 이끌었다고 하면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할 수 있을까,

 

 

 “여기에요-”

 

 “그 쪽 혼자 살아요? 이 큰 집에?”

 

 “네- 편할 테니까 들어가 봐요.”

 

 

 연호의 말에 여자는 집에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남자의 집 치고는 굉장히 깨끗이 치워져 있는 내부에, 생각보다 더 가정적으로 꾸며져 있는 인테리어가 여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한 참을 서서 주변을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잠깐 앉아요- 진짜 라면이라도 끓여줄 테니까”

 

 “......”

 

 “그나저나 그 쪽 이름 뭐에요? 집에 데려왔으면서 이름도 안 물어봤네”

 

 “내 이름은 윤서에요. 오 윤서, 그 쪽은?”

 

 “아, 저는 연호에요 박 연호”

 

 “잘 지내봐요 우리-”

 

 “......”

 

 

 생각보다 더 천연덕스럽게 구는 윤서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연호였다. 가뜩이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 골칫덩어리 능력에 미치기 일보 직전인데, 이 여자를 집에 들이는게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스쳐지나갔다.

 

 

 “보니까 라면 불을 것 같은데, 안 주시나요?”

 

 “아, 깜박했네요. 맛있게 먹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였지만, 사실 윤서는 따뜻한 음식이 그리웠었다. 누군가가 차려준 따뜻한 음식이 얼마만인지 모를 만큼 오래 되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에 얼굴을 박고는 마구잡이로 입에 들이붓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요- 체해”

 

 “쿨럭 쿨럭- 하.. 저 급하게 안먹었어요! 원래 좀 빨리 먹는거에요”

 

 “알겠으니까 부족하면 말해요 더 끓여줄테니까-”

 

 “...고마워요”

 

 

 결국 먹을 것 앞에서 모든 체면을 다 갖다버린 윤서였다. 연호는 생각이 많은 듯 윤서가 먹는 모습을 턱을 괴고는 한참 쳐다보았고, 윤서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그릇을 비워내고 있었다.

 

 

 “하아- 잘먹었ㄷ..”

 

 “..다 먹었어요?”

 

 “네, 뭐.. 그나저나 왜 그리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봐요? 라면 먹는 사람 처음 봐요?”

 

 “그 쪽이 라면 먹는 거는 처음 봅니다만?”

 

 “.....”

 

 “..그냥..아까 그 모습이 겹쳐보여서 그런거에요”

 

 “어떤 모습이요?”

 

 “..아닙니다”

 

 

 연호는 윤서가 먹을 때 마다 아까 보았던 미래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여 미칠 지경이었다. 미래가 보인 이후 한 사람과 이렇게 오랜 시간 마주 앉아있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은 혼란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데, 이를 알 턱이 없는 윤서는 그저 라면 국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먹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나저나 연호씨”

 

 “..네..? 네..”

 

 “저를 진짜 여기로 데려 온 이유가 뭐에요?”

 

 “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거짓말 일거 아니에요, 저 안 믿어요. 그런 말”

 

 “진짠데..”

 

 “저 가진 거 한 개도 없어요. 보시다시피 라면도 몇 개월 만에 먹는거구요”

 

 “.......”

 

 “근데 그런 저를 이 집에 데려왔다구요?”

 

 

 배가 채워지니 이제야 이성이 돌아온 윤서는 본인을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연호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연호의 반응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고, 아무 말도 안하는 연호를 시험해보려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 여기서 생활하게 해줘요”

 

 “......”

 

 “봐봐 아무 말 못하죠?”

 

 “그래요”

 

 “...네?”

 

 “여기서 지내요. 여기 방도 많고 여자 혼자 살아도 나름 괜찮은데요,”

 

 “..당신도 여기서 사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저는 저기 끝 방 하나 쓰거든요. 나머지는 혼자 써도 되요”

 

 “.......”

 

 

 나름 시험해보려 던진 말이었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받아치는 연호에 윤서는 당황하기 짝이 없었다. 진짜 지내도 된다니, 심지어 진짜 살림을 내 줄 생각인지 일어나서 집 구조부터 설명해주는 연호에 그를 말려보려 따라 일어나지만 연호는 생각보다 단호해 보였다.

 

 

 “..진짜로요..?”

 

 “응- 진짜. 나 신경 안 써도 되요. 아마 마주칠 일 거의 없을거에요”

 

 “.....”

 

 

 처음 보는 남자가 본인에게 이리 쉽게 본인의 집까지 내주다니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윤서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연호는윤서를 방으로 모신 다음 문을 닫고는 본인도 방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잘 자요, 편하게”

 

 “......”

 

 

 연호가 나가버린 후, 윤서는 괜히 머리를 싸매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떠돌이 인생에서 모르는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되다니, 이 모든 일이 꿈만 같기에 괜히 한숨만 내쉴 뿐이었고 살아생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푹신한 침대에 몸을 기대었다. 혼란스럽긴 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채취는 윤서를 더욱 깊게 빨아들였고, 윤서를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에잇, 어짜피 조만간 죽을 인생 호화롭게 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잠에 들어버렸다.

 

 

 -철컥 끼익,

 

 

 “하아..”

 

 

 그리고 윤서가 들어간 방에서 나와 숨을 고르는 연호였다. 계속해서 비추는 윤서의 죽어가는 모습에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기 힘들어 눈을 계속 피했지만, 나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그녀의 잔상은 본인을 미치게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녀를 바깥으로 내 보낼 수 없었다.

 

 연호가 살면서 터득한 진리는, 남의 인생에 절대 관여하지말자였는데, 이를 완전히 깨버린 케이스가 바로 윤서였다. 연호는 한숨을 쉬며 본인 방 베란다로 다가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피웠다. 씁쓸하고 매캐한 담배연기가 그의 기관지를 적시며 물 흐르듯 스며들었다.

 

 

 -지이잉

 

 

 “......”

 

 “..여보세요”

 

 “어- 연호야~!! 잘 지내고 있는거니~? 어디 아픈 덴 없고~?”

 

 “..네”

 

 “그래~! 엄마랑 조만간 만나서 식사나 한 번 하..”

 

 “아니요, 제가 좀 바빠서”

 

 “......”

 

 “끊을게요”

 

 

 그리고 이 심란한 와중에 연호의 마음을 이리저리 쑤셔놓는 전화 한통, 엄마라 칭하는 여자와 그를 증오하는 연호 사이에서 아찔할 만큼 날이 서있는 기류가 흘렀다. 역겨울 만큼 친절한 콧소리를 내는 여자는 결국 연호의 심기를 자극했고, 연호는 거칠게 전화를 끊고는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였다.

 

 연호는 가족을 증오했다. 본인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세상의 궁지로 몰아버린 가족을 혐오했고 그들에 대한 좋은 감정은 단 1퍼센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는 본인을 낳았다는 것 자체를 따져 묻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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