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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까마귀 두령
작가 : 다르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권나라 서쪽 일대를 주름잡는 향락의 거리, 회운로.
대신성 회운로에는 신분마다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다.

일로부터 팔로까지. 여덟 개의 출입구. 각각의 무리들.
회운로를 다스리는 그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낙오된 자들의 비상!
회운 팔로, 까마귀 두령이 날개짓한다.

 
향남루(3)
작성일 : 17-10-31 23:59     조회 : 375     추천 : 2     분량 : 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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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유 씨.”

 주인 늙은이가 엉성하게 묶은 책 몇 권을 툭 던졌다.

 누런 종이뭉치는 손 때로 더러웠다.

 “글 선생을 했다니 읽는 것은 문제 없을 게요.”

 늙은이가 반 하대를 하며 또박또박 일렀다.

 “할 일은 상시적인 숫자를 파악하는 거야. 매 달의 수입, 손님 수, 재료비 등등 들쭉날쭉한 날들은 빼고 보통 얼마가 벌리고 얼마가 팔렸는지. 할 수 있겠지?”

 하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털며 나가버렸다.

 ‘자기가 생각해도 골치 아픈 일이라는 거지.’

 “어휴.”

 어쩌다 여기에 앉아있는 건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저 사람.

 ‘열 대, 여섯쯤 된다고 했었나.’

 그리 넓지 않은 창고 같은 방.

 작은 창문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온다.

 그리고,

 구석에 놓인 쌀 가마니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이가 있었다.

 몸집은 그리 크지 않아 얼핏 보면 아이 같았다.

 

 주인 늙은이와 자신이 들어와도 신경 쓰지 않고, 주인 역시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말로는 하인이라고 했으나, 특별한 관계임이 확실했다.

 “저기.”

 반응이 없었다.

 “흠, 흠. 저 이보시게.”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반쯤 잠긴 두 눈이 유벽의 얼굴을 훑었다.

 “험. 인사나 하시게. 나는 유벽이라 하오.”

 꾸벅.

 소년이 고개를 까딱했다. 말은 없었다.

 “앞으로 서기로 지내게 되었는데, 음. 잘 부탁 하이.”

 “나도.”

 나도? 이런 건방진 녀석.

 어제까지 서당의 훈장이었던 유벽이었다.

 바로 훈계조의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일어서는 소년의 손에 들린 검을 보기 전까지는.

 스으윽.

 가마니를 묶은 지푸라기 끈을 긁으며 소년이 일어섰다.

 “그, 그럼 다음에 또 보게. 공자.”

 공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싸 보이는 칼이었다. 누가 용 문장을 함부로 새기고 다닐 수 있단 말인가.

 소년이 또 고개를 까딱거렸다.

 문가에 내려진 대나무 발을 들추며 걷는데, 어디를 다친 마냥 절룩이며 걸어 나갔다.

 “흐음.”

 깊은 콧바람을 쉬며 유벽은 책을 들췄다.

 촤르르륵.

 손에서 부드러우며 익숙한 감촉이 만져졌다.

 ‘어제의 그 소년이구나.’

 뒤로 묶은 말총머리가 가지런해서 알아보질 못했다. 간밤에 그 흉악한 거한에게 대든 그 난발의 소년이었다.

 “그런 칼을 가지고.”

 왜 당했을까.

 유벽은 한 쪽 팔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곤 의미 없이 책들을 촤라락, 넘겨보았다.

 ‘뭐가 됐든 나랑은 관계 없는 일.’

 자고로 먹물과 주먹은 서로 거리를 두는 법이다. 나서지 않으면 관심 가지지 않으리라. 유벽은 이것저것 관심을 두는 일이 많았지만 도박과 싸움 같은 위험한 일이 있거든 딱 눈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이제껏 괜한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나는 일만 하면 그만이지.”

 손 끝에 스치는 종이들이 부드러웠다.

 마치 아침의 솜 이불처럼.

 “워, 선생님 같은 분위기가 딱 풍기는군요.”

 대나무 발 밖에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을 걷고 들어오는 이의 모습을 보니 유벽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일어났나? 더 자지 않고.”

 “아함.”

 류류가 하품을 했다.

 “따지자면 제게는 새벽 같은 시간이지만.”

 하품을 하며 살랑살랑 걸어오는 몸짓이 교태로웠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

 흐흥, 웃으며 류류가 책상에 걸터앉았다.

 “벌레라.”

 유벽이 붓으로 상을 톡톡 치며 읊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류류가 말했다.

 “아삼이와는 벌써 친해진 모양이지요? 왠지 조금 서운해 지려 하는데. 내가 반했던 수줍고 소심한 낭군님은 어디로 갔나.”

 “아니, 뭘 그런 걸로. 인사 몇 마디 했을 뿐이네. 그리고 난 소심한 게 아니라 엊저녁에는 그저 이곳이 낯설었을 뿐이라구.”

 유벽이 어울리지 않게 말꼬리를 늘렸다.

 그 소리는 마치 투정부리듯 들렸다.

 “농이에요.”

 류류가 그의 손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아삼이랑 그리 가까이 하지는 마세요. 어제 보니 아주 당돌한 놈이더군요.”

 “음. 용감하고 무모했지.”

 유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칠로 어른들이 뒷배를 봐주던 때가 좋았는데.”

 “그래?”

 “며칠 짧았지만 그래도 보면 알잖아요. 그 사람들은 허튼 짓거리 안 할 거 같더니만, 이래서야 다시 그 미친 대머리 있던 때로 돌아간 거랑 다를 바가 없지요.”

 유벽도 대강의 일은 얼추 들었다.

 오랜 기간 육로 광두의 그늘에 있다가, 잠시 칠로를 거쳐, 지금 팔로에게 상납하고 있다고.

 밤 장사라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팔로에게 상납하지 않아? 어제 그 소란을 부렸으니 분명 무슨 조치가 있을거야.”

 류류가 혀를 찼다.

 “아무렴요. 팔로 나부랭이들이 대머리 하나 감당할까 모르겠군요.”

 “쉿.”

 유벽이 문 밖을 의식하며 말했다.

 “아까 아삼이란 청년이 그 팔로 소속이라며.”

 “들으라지.”

 류류의 새침한 눈이 문가를 훑어 유벽에게로 닿았다.

 “아무튼 공자는 웬만하면 장사하는데 나오지 마시라구요.”

 “허, 그야 뭐.”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일하러 가는 건가?”

 “아직 시간이 남았어요.”

 류류가 유벽의 표정을 읽었다.

 “걱정 되요?”

 “응? 아니. 나야 걱정할 게 있나.”

 “흐흥. 다른 걱정도 있을 텐데.”

 유벽이 머리를 긁었다.

 “없어. 없다구. 그냥 손님이 오면 류연 낭자를 먼저 보내라구. 내가, 흠. 그래. 그 놈이 또 찾아오면 어떡하나.”

 유벽은 내가 돈을 버니깐. 이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술자리에서 웃음을 파는 일이 기녀의 일인데 자신이 무어라고 말리겠는가.

 그리고 서방 같이 굴기에는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오래 못 갈 불장난인지도 모르지.’

 “류연 언니가 들으면 화내겠네.”

 류류가 묘한 웃음을 지어냈다.

 “허 형한테 하소연하라 그래.”

 둘이 킥킥, 하고 속닥거렸다.

 “허 공자는 가셨나요?”

 “아, 그 친구. 진작에 돌아갔지.”

 

 희희덕 거리며 돌아가던 허달평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기라니. 그건 핑계 아니었소?’

 ‘겸사 겸사.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 내 면접 한 번 보라는 마음도 있었지.’

 허달평도 유벽이 슬슬 아이들과의 생활을 지루해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아무튼 괜찮은 일이지?’

 ‘그야. 뭐. 나쁘지는 않소. 새로운 경험이니깐.’

 허달평이 웃으며 유벽의 등을 쳤다.

 ‘덕분에 이제는 당당히 들어올 수 있겠어. 하하하.’

 허달평은 자주 놀러 온다고 했다.

 ‘그래도 미리 말했어야 하지 않으오.’

 유벽은 상의도 하지 않고 미리 류류에게 괜한 소리를 했다고 핀잔을 줬지만 허달평은 에이, 하며 유벽의 옆구리를 찔렀다.

 뭐, 유벽도 이곳의 일을 보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허 형. 아무튼 내게 빚을 진거요.’

 ‘아무렴. 내 거하게 한 잔 사지.’

 허달평은 당장 오늘 다시 돌아온다며 이르곤 나갔다.

 

 “아이들에게는 인사라도 해야 할 터인데…”

 유벽이 넌지시 말했다.

 “물론 그래야죠. 다만 루주 어르신이 당장 급해서 뽑은 거 잖아요? 밥값은 해야죠.”

 “그래. 그래야지.”

 “며칠 고생하면 나갔다 오시라구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꺼에요. 팔로 제깟 놈들이 장부나 읽을 줄 아나? ‘음, 수고했다.’ 이러고 고개나 끄덕끄덕하겠지.”

 류류가 유벽의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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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하 17-11-01 18:17
 
재밌네요 ㅎㅎ 뭐라고 해야하나...문장이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랄까? 눈이 피로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자주 찾아뵈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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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니 17-11-01 20:21
 
좋은 글을 써보려고 하면, 항상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멈춰버리곤 합니다.
이번 글은, 되는데로 분량만 채워야지... 하고 쓰느라 저도 모르게 힘이 빠져 읽기 쉽게 된 것 같습니다.
자주 와 주신다니 기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아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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