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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2. 기회
작성일 : 17-10-31 14:0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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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었어? 윤승조."

 

 

 그날따라, 모든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가 들어서자, 삽시간에 조용해지는 그 공간도 이상했다. 나를 훑어보며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평소와는 온도가 달랐다.

 

 

 "…소문 있었잖아."

 

 "…들었을까?"

 

 

 TV, 사람들의 목소리, 수군거리는 귓속말. 전파가 나간 라디오처럼 흐릿하다, 선명하다 하는 그 목소리들이 공기를 타고 전신으로 박혔다. 곳곳이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촬영을 마쳤다. 막 촬영장을 나가려는 찰나, 기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윤미루 씨, 소식 들으셨죠? 정말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알고 있는데, 지금 심정을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

 

 "…윤미루 씨?"

 

 

 기자들을 막던 매니저, 몰려드는 인파, 어떻게든 인터뷰를 따내기 위한 기자들의 목소리. 시끄러운 그 공간 속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내가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죽었을 리가 없잖아요."

 

 "..네?"

 

 "다들 정말 믿는 거예요? 그 사람, 또 우습지도 않은 장난을 치는 거지."

 

 

 묘한 분위기가 공간을 장악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와중, 한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무슨 말씀이세요? 윤승조, 어젯밤에 죽었-…"

 

 "….. "

 

 

 그 순간,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눈치 없는 기자마저 입을 다물었고, 나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그 공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

 

 나는 여유롭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싸늘해진 좌중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 흔한 셔터 하나조차도 터지지 않았다.

 이후로도,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케줄을 소화했다. 모든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고, 하루에 2시간도 채 자지 않으며 일을 했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완벽하게 멀쩡한 사람이었다.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의 죽음이 불러왔던 애통한 분위기도 서서히 잦아들 무렵, 나는 첫 자살 시도를 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2012년, 그 당시- 나는 차차 이름을 알리며, 꽤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처음 모델 일을 시작하던 때에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던 브랜드의 화보를 맡게 된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화보를 승낙했고, 화보가 당시 막 성행하기 시작하던 sns를 통해 크게 화제가 된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몸값이 올랐다.

 

 그 때 나의 상대역이 되었던 것이, 바로 윤승조였다. 사실상, 그 때 당시에도 이미 톱스타였던 그가 메인인 화보였다. 컨셉은 이랬다. 옴므파탈인 그와, 그에게 반한 수줍은 소녀. 그와 헤어진 이후, 나는 그 화보를 보며 비소를 짓고는 했다.

 

 

 '미아, 였나?'

 

 '네? 아.. 네.'

 

 '잘 부탁해. 오늘.'

 

 

 그 화보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웃는 그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시에도 파다했던 그의 여성 편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그에게 빠져 들었다. 나는 매혹적인 그에게 반한 소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미아, 였나?"

 

 

 기억 속의 그와 똑같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를,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미아, 대답해야지."

 

 

 작게 속삭이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 아. 네. 미아입니다."

 

 "잘 부탁해. 오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씩 웃고 카메라 앞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갑작스런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익숙한, 향기, 였다.

 이후부터는 윤승조와 함께 하는 촬영이었다. 그와 소파에 함께 앉아서,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떨고 있었다. 그러한 내 심리 상태가 티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0.1초 단위로 미세한 얼굴 근육과 표정을 캐치하는 사람들이다.

 

 

 "미아, 너무 경직된 것 같은데."

 

 "승조 씨한테 조금 기대볼래?"

 

 

 그 말에, 나는 주먹을 쥐었다. 떨리는 손을 숨기기 위해 다른 손으로 가려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감독의 지시에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나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나는 도무지 눈을 들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잠깐, 실례할게."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따뜻한 팔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 윤승조가 손을 뻗어 내 왼쪽 머리를 감싸듯 안아,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은은하게 나던 그의 냄새가 순식간에 28살의 나를 5년 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잠식되었다. 그에게 안기듯이 자세를 취한 덕분에,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스란히 내 귀에 닿았다. 가볍게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에,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너, 진짜 여기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곧이어, 감독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자세를 바꾸었다. 이리저리 다른 자세를 요구하던 카메라 감독이 급기야는 짜증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안 되겠네."

 

 "…."

 

 "미아, 아까까지 좋더니 갑자기 왜 그래?"

 

 "죄송합니다. 미아가 컨디션이.."

 

 "그 쪽 컨디션 보고 일정 잡아야 해? 아마추어야?"

 

 

 당황한 매니저의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까딱, 고개를 숙였다. 빠르게 쏘아 붙이는 감독의 말들이 한쪽 귀에서 웅웅거렸다. 혼나고 있다는 수치심보다도, 바로 옆에서 맞닿아 오는 그의 시선이 버티기 어려웠다. 나는 전보다 훨씬 더, 떨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나 목마른데."

 

 "….."

 

 "촬영 안 할 거 아니면 그 쯤 하고, 잠깐 쉬죠."

 

 

 나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촬영 감독이 아차 싶었는지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는 10분 정도 쉬자며 입을 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그를 응시했다. 입 꼬리를 씩 올린 그가 물을 마시며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엄청 긴장했네."

 

 

 무심한 얼굴로 말을 던지는 그는 지극히 그다웠다. 여자에게 쉽게 호의를 얻는, 부담스럽지 않은 다정함이었다. 누구에게든 먼저 말을 놓고 보는 뻔뻔하지만 밉지 않은 태도도 그대로다. 특유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도, 다정한 향기도. 5년 전의 그임이 틀림없음에도.

 

 

 '너, 질려.'

 

 

 다정한 그가 숨이 막힐 만큼 어색했다. 나에게는 싸늘하기 그지없던 너의 마지막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기에.

 

 

 "뭐라도 마실래?"

 

 "…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의아한 얼굴을 하는 그를 뒤로 하고, 나는 빠르게 촬영장을 벗어났다. 속이 좋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했으나 나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럴 법했다. 조금만 먹어도 잘 붓는 내가 촬영 직전에 뭘 먹었을 리 없다. 쏟아져 나오는 물에 손을 씻으며 나는 다시금 거울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했다.

 

 나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구형 휴대폰이었다. 날짜, 2012년 4월 1일. 나는 무너져 내리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지만, 정말 말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돌아왔다. 그것도 네가 살아 있는, 5년 전이다. 지금의 나는 모든 걸 바꿀 수도, 망쳐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여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이런 말은 이제 않기로 하자. 이것은 지극히 현실이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생생한 아픔이 이것은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2017년에서, 2012년으로, 돌아왔다.

 

 5년 동안, 나의 인생을 바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윤승조를 사랑하게 되었고, 윤승조는 그런 나를 버렸다. 윤승조는 죽었고, 나는 그를 그리워했다. 이것이 원래의 사실. 이를 바꾸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거울 속의 어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후회 없이 사랑하는 것?

 아냐, 거울 속의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때, 내 모든 것을 바쳐 그 사람을 사랑했었다.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나는 아까와는 달리 확신이 생긴 눈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촬영이 재개되었다.

 나는 아까와는 달리 내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5년의 시간은 아마추어였던 나를 프로로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 잘 하네."

 

 

 무심코 뱉은 듯한 승조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5년 전, 우리는 이 날을 계기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자, 승조 씨, 미아 씨. 지금 다 좋은데, 좀 더 분위기가 퇴폐적이었으면 좋겠어."

 

 

 승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크업 담당자가 들어와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흐트러진 셔츠를 입은 승조와 달리 나는 더없이 순결한, 나무랄 데 없는 숙녀의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두 분, 자유롭게 자세를 바꿔 보세요- 감독의 말에, 이윽고, 승조가 내 무릎을 베고 비스듬히 누웠다.

 유혹적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머리는 젖어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나는 그가 그 다음 취할 행동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뛸까. 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승조가 내 블라우스를 답답하도록 조이고 있던 스카프를 손에 쥐었다. 목 부분이 당겨지면서, 정돈되어 있던 블라우스가 흐트러졌다. 의도는 분명했다.

 

 너를 무너뜨리겠다고, 이제부터 널 유혹하겠다고. 풀어진 스카프가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스카프는 분명 느슨하게 풀어졌는데, 이상하게 숨이 조여지는 듯한 기분.

 

 

 여전히 그는, 나의 목숨 어딘가를 쥐고 있다.

 

 

 "좋아요, 승조 씨 시선 유지하고-, 미아, 정면 카메라!"

 

 

 나는 무표정히 카메라를 응시했다. 5년 전, 나는 악마에게 유혹당하는 순진한 소녀와 같은 얼굴을 했었다. 발갛게 물들던 두 뺨은 결코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순간, 정말로 그에게 반했었다. 나를 유혹하기 위해 더없이 다정했던, 장난기 넘치면서도 배려심 깊은.

 

 

 그러나 지금,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지금의 나는, 이미 젖을 대로 젖었음에도 다시 한 번 그에게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에서 빠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찰칵.

 

 너덜해질 대로 너덜해진 여자, 마저, 그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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