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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는 외계인 꽃미남
작가 : 채수화0918
작품등록일 : 2017.10.30

미움만 받는 싸가지 미운오리새끼 남궁세리 여대생.
"뺨까지 맞았는데 비까지 내려야 됩니까?!"
뭔 놈의 인생이 비 같냐.
우연히 언니가 사고가 나는 걸 목격하게 되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 남자의 방 안.
살인범치곤 되게 잘생겼는데 혈기왕성한 스무한 살에 결혼이라니? 저 늙은 아저씨와 결혼이라니!
"잘생겼잖아. 돈 많고. 참고로 돈 잘 쓰고."
"늙었잖아요!"
그런데 이 집에 사는 세 남자 수상하다. 외계인인가?
그들의 위험한 동거생활은?

 
2화. 나랑 결혼할 사람. 신부.
작성일 : 17-10-31 13:58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8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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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강우는 뭔가 떠올랐다.

 

 "아! 내가 어떤 여자 미래를 봤는데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걸 봤어."

 "뭐?"

 "확실해. 내가 분명히 봤어."

 "예뻐?"

 "음....................괜찮아."

 "오케이! 그럼 난 찬성."

 "뭐가 찬성인데?"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왔고 얼굴도 괜찮은 편이고. 그럼 끝난 거 아니야? 내가 그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그럼 난? 얼굴도 모르는데 결혼을 하겠다고?"

 "어쩔 수 없어. 재산을 가지려면."

 "와.........................이기적이다."

 "너 얼마 전에 열애설 났잖아. 이슬이랑. 걔랑 결혼해."

 "걔 남자친구 있어."

 "벌써? 그럼 알아서 하시고."

 "아 형!!"

 

 ***

 

 아침부터 기분 드럽게 3학년 선배한테 뺨을 맞고 기상청에서는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가도 될 날씨라더니. 소풍은 개뿔. 정체모를 남자가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우산을 준거라 생각했었는데 착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하지만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난 비를 홀딱 맞아서 생쥐꼴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산이 아니라 돈을 받았더라면 지금 내 드러운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세리는 귀에 이어폰을 꽂으며 신호등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크락션이 울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더니 '쿵!'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사고라도 난 것인지 사람들은 횡단보도에 모여있었다. 세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횡단보도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을 뚫고 가까이 가서 쳐다보았는데 피가 흠뻑 흐른 채로 의식을 잃는 세라가 보였다.

 

 내가 헛 것을 보고 있는 거라고 누구라도 나에게 말해줬으면 싶었다. 가던 길 갔어야했는데 지금 내가 여기에 서 있는게 내 생애 처음으로 후회했다.

 

 세라는 부족할 거 하나 없고 학교에서도 '여신'이라 소문난 그런 언니였다. 나는 그런 언니가 돈이 많은 사람보다 성공한 사람보다 더 부러웠다.

 

 얼굴이 예뻐서도 날씬해서도 공부를 잘해서도 인기가 많아서도 아니였다. 그 어떠한 이유가 아니라 미운오리새끼라 불리는 나에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를 막연한 동경과도 같아서 언니에게 있는 미래가 나에게는 없어서 그래서 그런 언니가 부러웠다.

 

 갑자기 어딘가에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어어어어어어어? 뭐야?'

 

 ***

 

 세리는 눈을 찔끔하고 뜨자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궁전같은 방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펼쳐져 있는 하늘색이불 위에 앉아있었다. 내 방도 아니고 좀 전에 사고가 났던 장소도 아닌 낯선 남자의 방 안이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사고가 났었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언니가 내 눈 앞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고는 커녕 차들은 보이지 않았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언니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여기는 어디이며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밤새도록 과제를 하느라 아직도 잠에서 깨지 않는 것인가 아님, 말도 안 되게 부활이라도 한 것인가.

 

 "여기 어디야? 나 살아있는 거......................맞지?"

 

 갑자기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발자국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떡해...............나 이제 죽는 거야?'

 

 세리는 정신없이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며 불안에 떨고 있었는데 '벌컥!' 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세리는 몸이 일시정지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민준은 방에 들어오는데 세리와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세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문을 닫았다.

 

 살인범치고는 되게 잘생겼다. 이렇게 잘생긴 살인범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누구?"

 

 민준이가 물었다.

 

 "어........................그러니까 저는.........................남궁세리 입니........................다."

 "남궁세리?"

 "네."

 "이름이 네글자야?"

 "네. 저 혹시...........................절 죽일실 건가요?"

 "내가?"

 "아닌가요?"

 "혹시 네가 강우가 말한 그 여자야?"

 "네?"

 

 '그 여자?'

 

 민준은 세리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내 타입은 아니네."

 "네?"

 "나 이런 말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닌데 결혼하자."

 "네?"

 

 또라이인가? 아니, 또라이가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난생처음보는 여자한테 결혼하자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이름은 강민준. 나이는 서른 살. 특기는 돈 잘 쓰고 돈 쓰는 거 좋아해."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자기소개. 결혼하려면 어느정도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되니까."

 "제가 왜 아저씨랑 결혼을 해요?"

 "음.......................이 방에 들어왔으니까."

 "네? 뭐 그런 말도 안 되는......................뭔가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요. 저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요. 제가 어떻게 왜 여기에 있는지 한 개도 몰라요."

 "그럼 어떻게 들어왔어?"

 "좀 전에 모른다고 말한 거 같은데요."

 "암튼 너 맞아."

 "뭐가 맞는데요?"

 "나랑 결혼할 사람. 신부."

 "제가 왜 아저씨랑 결혼하는데요? 저 스무한 살이에요! 아저씨는 늙었잖아요!"

 "와..........................나 그런 말 처음 들어.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잘생기게 늙은 아저씨 봤어? 안 봤지?"

 "봤는데. 많이."

 "누구? 어떤 놈인데?"

 "원빈. 현빈. 강동원."

 "와..........................천하이 내가 걔네들보다 못난 거야? 나 그런 말 처음 들어!! 나 디게디게 잘생겼어! 너 내 근육 보면 완전 깜짝 놀랄걸?"

 "뭐래..............."

 

 이 아저씨와 대화같지 않는 대화를 하느라 사고가 났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 사고.............나 가야 돼요."

 

 세리는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민준이가 세리의 손목을 '탁!' 잡았다.

 

 "어디 가는데?"

 "놔요. 저 가야 돼요."

 "나랑 결혼하고 가."

 "놓으라니까요!"

 

 세리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민준의 손을 뿌리채다가 그만 민준의 뺨을 '차악!' 때리고 말았다. 그러자 세리는 놀라서 눈동자가 커지고 말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였다. 진짜 의도치않게 민준의 뺨을 때리게 된 것이었다.

 

 "악............................!"

 "어떡해...............괜찮아요?"

 

 민준은 고개를 '홱!' 돌려서 세리를 째려보았다.

 

 "너 일부러 그랬지?"

 "네?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거 맞잖아! 다짜고짜 내가 너한테 결혼하자고 해서 잘생긴 남자가 그런 말을 해서 내 뺨 때린 거 맞잖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의도치않게 아저씨 뺨 때리게 된 건 정말 죄송한데요. 저 지금 가봐야 돼요."

 

 세리는 문을 열고 민준의 방에서 나갔다.

 

 

 세리는 민준의 방에서 나오는 순간,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집을 현실에서 내가 보고 있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아래층에는 세련되어 보이는 가구들이 있었고 문만 열면 화장실이었던 우리 집과는 달리 상당히 넓었다. 게다가 집 안에 수영장까지 있었다.

 

 말도 안 돼.

 

 세리는 놀라서 발걸음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문 앞에서 그대로 서 있었다. 민준은 문을 여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세리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 깜짝아!"

 "대박................."

 

 민준은 세리의 옆에 서고는 말했다.

 

 "나 아직 말 다 안 끝났어."

 

 세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민준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여기 어디에요?"

 "우리 집."

 "아니, 여기 어디냐고요."

 "서울."

 "하..........................진짜."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건데?"

 "아무 대답 안 듣고 싶었어요."

 "외국은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나 걱정했다고 말 안 했는데."

 "괜히 기대할까 봐."

 "................................"

 

 저 멀리서 꽃미남같이 생긴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상당히 낯이 익는 얼굴이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우주대스타인 배우 강우였다.

 

 아직도 내가 잘생긴 연예인과 사귀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강우오빠가 내 앞에 있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대박...................."

 

 강우는 세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우산 맞지?"

 "네?"

 "우산. 맞네."

 

 '우산? 무슨 우산을 말하는 거지?'

 

 알게 뭐야. 내 생애에 이렇게 잘생긴 연예인을 보게 됐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오빠 저 사인해주세요. 저 오빠 완전 팬이에요."

 "훗..............역시 내 인기는 줄어들지 않는 군."

 

 강우는 셔츠주머니에 꽂아있는 만년필을 빼서 종이에 요란하게 사인을 했다.

 

 "그대의 이름이?"

 "남궁세리요."

 "오~ 네글자? 예쁘네."

 

 '예쁘다고 말했다..............'

 

 강우는 사인을 한 종이를 세리에게 내밀었다.

 

 연예인 사인 하나 받으려고 줄을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걸 몇 분도 안 되서 이렇게 쉽게 받다니. 내 평생 소원을 다 이룬 느낌이었다.

 

 "대박! 이게 오빠 사인이에요?"

 "응. 멋있지? 간지나지? 잘생겼지?"

 "네!"

 

 민준은 어이없어 했다.

 

 "말도 안 돼. 인정할 수 없어."

 

 민준의 말에 세리는 민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보다 훨씬 더 잘생겼거든요!"

 "뭐?! 나 그런 말 완전 처음 들어!!"

 "우리 강우오빠는 모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츤데레같은 전형적인 모습과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요. 누구보다 더 잘생겼고 간지나고 멋있다고요."

 "인정할 수 없어."

 "인정하지 마요. 그럼."

 "너 나랑 결혼해야 하는 거 잊었어?"

 

 결혼을 해야 하다니. 민준의 말에 강우는 놀라서 눈동자가 커지더니 민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 내 팬이랑 결혼하려고?"

 "응."

 

 '누구 맘대로?'

 

 "제가 언제 아저씨랑 결혼한다고 그랬어요?"

 "왜?"

 "왜?! 내가 좀 묻고 싶네요. 내가 왜! 아저씨랑 결혼을 해야 하는지! 좀 묻고 싶네요!"

 "잘생겼잖아. 돈 많고."

 "늙었잖아요!"

 "네가 진짜 늙은 할아영감탱이랑 결혼을 해 봐야 '아 이 아저씨가 잘생긴 거였구나. 이런 얼굴은 세상 어디에도 없구나.' 하는 걸 알지?"

 "뭐래................"

 

 남들이 보면 가진 거 하나 없는 얘가 재벌 꽃미남에게 결혼을 하자는 현실적이지 않는 고백을 받으면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아니였다.

 

 아무리 잘생기고 돈이 많다하더라도 혈기왕성한 나이에 내가 왜 이런 늙은 아저씨랑 결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 외로워서 여자가 그리워서 나에게 그런 황당한 고백이라도 한 것인가.

 

 화려한 프로포즈나 고백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프로포즈를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좀 쪽팔린 말이지만 남자를 단 한번도 사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난생처음보는 남자에게 이런 어이없고도 황당한 고백을 받을 줄은 또 몰랐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았냐는 질문을 한다면 전혀.

 

 차라리 내가 열혈하게 좋아하는 강우오빠한테 그런 고백을 받았더라면 당연히 '오케이!' 하고 결혼할지도 모르겠다.

 

 ***

 

 사고가 난 곳에 가보니 사고는 커녕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분명 여기에서 사고가 났었고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언니를 보았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

 

 띵동..띵동..

 

 초인종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세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 앞에 서 있는 이 아저씨는 몇 분 전에 봤던 잘생긴 아저씨도, 내가 열혈하게 좋아하는 강우오빠도 아니였다.

 

 내 앞에 서 있는 아저씨는 대충 이러했다. 모델처럼 뺨치는 기럭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키는 아니였다. 그리고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다부진 체격과 탄탄한 몸매가 마치, 마초적인 남성미를 풍길 것만 같았다.

 

 "아저씨 누구에요?"

 "그건 제가 물어야 할 질문 같은데요. 누구십니까?"

 

 세리가 말하기도 전에,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민준이가 말했다.

 

 "저랑 결혼할 사람이에요."

 "정말 이십니까?"

 "네."

 

 민준은 마지막계단을 밟고 내려와서 세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제가 언제 아저씨랑 결혼한다고 그랬어요!"

 "그럼 안 해?"

 "네! 안 해요!"

 "그럼 왜 다시 왔어?"

 "제 핸드폰 가지러 왔어요."

 "핸드폰?"

 "제 핸드폰 아저씨가 가지고 있잖아요."

 "없는데?"

 "가지고 있잖아요!"

 "없다니까! 얘가 왜 도둑취급을 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럼 누가 제 핸드폰 가지고 있는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진짜 없어요?"

 "응."

 

 핸드폰도 없어지고, 사고도,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언니도 모두 사라졌다니. 지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 믿을 수 없었다.

 

 혹시 이 아저씨가 진짜 살인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이 집에 들어온 것이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아저씨 혹시.......................사람 죽였어요?"

 "뭐?"

 "살려주세요."

 "왜 이래?"

 "살려주세요. 저 혈기왕성한 스무한 살에 공부에 찌들어서 여행이라곤 한 번도 못 가보고 이 엿같은 세상에서 선배같지 않는 선배라는 사람은 절 안달나게 괴롭히는 불쌍한 절.........................살려주세요."

 

 민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상한 눈으로 세리를 쳐다보았다.

 

 "왜............................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는 건지..........................?"

 

 '설마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나 너 안 죽여."

 

 민준이가 안 죽인다는 말에 세리는 흠칫 놀랐다.

 

 '이 아저씨 뭐야? 변태야?'

 

 "나 변태 아니야!"

 

 '헐!'

 

 "아저씨 뭐에요?"

 "뭐가?"

 "그니까 아저씨 뭐냐고요."

 "잘생긴 사람?"

 "이 아저씨가 진짜!"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건데?"

 "아저씨 저 죽일거잖아요."

 "안 죽인다니까!"

 "그럼 뭔데! 아저씨 뭐냐고!"

 "잘생긴 사람."

 "저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요."

 "나도."

 "아저씨 뭐냐고! 아저씨가 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언니도 없어지고 내 휴대폰도 없어지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씨................."

 

 사고장소에 있었던 내가 갑자기 모르는 집에 들어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공간이동하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미치지 않고서야 궁전같은 집에 들어와서 도둑질을 할 일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도둑질을 할 만큼 돈이 없진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분명히 사고가 난 장소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언니를 보았는데 사라졌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자리에 있었던 내가 눈을 떠보니 어느 낯선 남자의 방 안이었다는 것부터 이상했다.

 

 그냥 모든 것이 이상했다.

 

 그런데 확실한 건 내가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세리는 윤비서를 따라 긴 복도를 지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대충 이러했다. 좁고 지저분한 내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었고 분홍색벽지에 있을만한 가구들도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방 같았다.

 

 "이 방입니다. 아가씨."

 "아저씨도 아까 그 아저씨랑 한패에요?"

 "네?"

 "아니에요. 그나마 아저씨가 좀 낫네요."

 

 

 꼬르륵..꼬르륵..

 

 저녁이 되었는데 점심에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배고픈 것도 몰랐나 보다.

 

 '아.............배고파.'

 

 

 세리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주방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주방이 왜 이렇게 넓은 것인가. 게다가 식탁은 왜 이리 긴 것인지. 별 게 사람을 놀라게 했다.

 

 "무슨 식탁이 이렇게 길어?"

 

 세리는 냉장고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차곡차곡 담아둔 유리통 반찬들과 음료수, 그리고 과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먹을만한 게.....................되게 많네."

 "내 팬."

 

 강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우가 냉장고문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강우오빠다.............."

 

 세리는 일어서서 아무것도 안 했다는 듯 냉장고문을 닫았다.

 

 "여기서 뭐해?"

 "훔쳐 먹을 생각은 아니였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먹을 것만 쳐다보려고 했어요."

 "먹어도 돼."

 "진짜요?"

 "그러엄. 내 팬인데."

 

 

 세리는 긴 식탁에 앉아 접시에 담겨져 있는 사과를 포크로 '콕!' 찍어서 한 입 베어 먹었다.

 

 '이 달콤하고 새콤한 맛................너무 상큼해.'

 

 "맛있다."

 "맛있어?"

 "네."

 

 지금 이 모습을 강우의 팬들이 본다면 분명 난 사망일 것이다. 또 엄청난 악플에 시달릴 게 뻔했다. 잘생긴 연예인이 내 앞에 앉아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신이 나에게 큰 선물을 내린 게 분명했다.

 

 "이름이 네글자면 세리라고 해야 되나?"

 "네."

 "세리야."

 "네?"

 "너 이 사과 먹었잖아."

 "네."

 "먹었으니까 나랑 결혼하자."

 "네?"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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