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4. 일각록 (10)
작성일 : 17-10-31 12:23     조회 : 351     추천 : 1     분량 : 47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각록의 모습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처음 보는 생명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걸음을 옮기는 모습 하나하나 목을 쭉 내빼는 그 유연한 광경 하나하나에 작은 빛의 입자라도 씌여진 것처럼 신비로웠다. 가온과 승후, 노을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일각록이 여기 있는 거야?”

 

  마루가 귀를 쫑긋거리며 물었다. 강수선생의 손가락이 조심스레 마루에게 닿았지만 마루는 더 이상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가만히 강수선생의 손가락의 그의 귀 뒤를 긁어주는 것을 느꼈다. 나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니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곳은 올해 큰 풍년이 들을 거라네.”

 

  질문과는 전혀 다른 답변에 가온이 마루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텃밭이 여러 개 꾸려져 있는 이곳에 풍년이 드는 것과 일각록이 이곳에 찾아온 연관성을 전혀 모르겠다는 듯 가온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풍년이요?”

 

  가온은 주변을 살폈다. 그다지 풍년이 들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척박한 땅의 모습에 그의 의문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일각록이 나타났다는 것은 아주 좋은 징조지. 그들은...”

 

  “꾸아아아아악~!!!!!!!!!!!”

 

  그 때, 하늘과 바다의 비명이 멀리서 요동쳤다. 이제야 자신들이 내기에서 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가온은 피식 웃었다. 나중에 저 쌍둥이들에게 어떤 소원을 빌지 그의 뇌가 유쾌하게 돌아갔다.

 

  “저들은...”

 

  “일행이에요. 저희가 선생과 일각록을 발견한 사실을 이제야 알았나 봐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가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쌍둥이의 저런 반응도 재미있었지만 가온은 강수선생이 하던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었다. 일각록과 풍년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되돌리도록 하죠. 혹시 일각록이 풍년을 일으키는 동물인가요?”

 

  강수선생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일각록에게 곡식이 잘 자라나게 하는 능력은 없다네. 다만 그들은 농사가 잘 될 곳을 찾을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이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노을이 입을 열었다. 농사가 잘 될 곳을 찾는다니? 기름진 땅을 찾는 능력이 있다는 걸까? 하지만 이곳은 이미 농사 중인 곳이다. 그저 땅만 있었다면 여기에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지만 이미 농사 중인 곳에 일각록이 찾아온 건데 잘 될 곳이라니?

 

  “일각록은 풍년이 들 논이나 밭을 구경하러 다니는 동물이라네.”

 

  강수선생의 명확한 말에 노을과 승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은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덨다. 풍년을 구경하러 다닌다니... 참으로 별난 동물이 아닐 수 없었다.

 

  “농경지에 해를 끼치지는 않나요?”

 

  “그럴 일은 없다네.”

 

  혹여나 풍년이 들어 먹을 것이 많아지면 농작물을 먹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묻는 승후에게 강수선생은 인자하게 웃었다.

 

  “일각록은 그저 풍년을 구경할 뿐이라네. 논과 밭에서 곡식과 채소가 자라고 사람들이 웃는 그런 모습을 구경하러 다니는 것이 저들의 유희라네.”

 

  “그럼 여기는 올해에 풍년이 들겠네요?”

 

  강수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은 일각록을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기대감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 땅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농작물들이 가득 차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그 모습에 가온은 괜시리 웃음이 배시시 새어나왔다.

 

  “이승의 사람들은 그들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의미를 부여한다네. 때로는 신성시하며 때로는 그들을 부정하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그래서 일각록 역시, 장미토와 마찬가지로 저승의 주민이라네.”

 

  무거운 말에 가온과 승후, 노을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가온은 종종 저승의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그저 그를 무서워하는 말들뿐이었다. 간혹 거짓말을 한다며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말이 가온의 안에서 무겁게 울려왔다.

 

  “맞아요. 사람들은 다름을 틀림이라고 말하죠. 저 역시 겪어봐서 알아요. 그 녀석들이 없었다면 저도 많이 상처받았을 거예요.”

 

  “그 녀석들?”

 

  마루의 물음에 가온은 열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방금 내가 한 말인가? 그 녀석들?

  그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뱉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안 돼!!!!!”

 

  “우리가 지다니!!! 가온이 형에게 굴욕을 안겨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제 가온이형이 내려주는 험난한 시련을 받아야 겠군!”

 

  가벼운 두통이었지만 그 불쾌함에 얼굴을 찌푸리던 가온은 떠들썩하게 나타난 쌍둥이들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일각록은 쌍둥이들의 소리에 도망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가온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 쌍둥이들을 바라보았다.

  내기에 졌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당당해 보이는 것이 쌍둥이들은 입으로만 아쉬워하고 있었다.

 

  “너희, 내기에서 졌는데도 되게 기분이 좋아 보인다?”

 

  승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묻자 쌍둥이들은 가슴을 쭉 내밀며 당당하게 답했다.

 

  “그야 이기든 지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가온이형, 우리한테 어떤 벌을 줄 거야?”

 

  벌이라니...

  가온은 몇 초 사이에 수척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내기가 어째서인지 벌칙승부가 된 것 같았다.

 

  “나중에 내가 하는 부탁을 반드시 들어줘.”

 

  “나중에?”

 

  쌍둥이가 눈을 깜빡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용히 하라던가 다른 말을 하면 물고 늘어져서 소원을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나중에 하는 부탁을 들어달라니. 하늘과 바다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둘이 한 번 눈을 짧게 마주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기대할게.”

 

  당황한 것은 가온이었다.

  난리를 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순순하게 대답하는 모습이라니! 쌍둥이는 충격을 먹은 듯 보이는 가온을 보고 키득거렸다.

  그 와중에 강수선생이 걸음을 옮겼다.

 

  “가시는 건가요?”

 

  “자네와는 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는군.”

 

  마루가 귀를 쫑긋거리며 강수선생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들었다면 그냥 함께 계시게. 인연이란 그런 것이니.”

 

  유팀의 네 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을 역시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말에 마루가 길고 탐스런 꼬리를 휘휘 내저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큰 일이 아니라 다행이야.”

 

  노래방 사건이나 유다 사건을 생각하며 승후가 몸서리를 쳤다. 갑작스레 그런 일을 겪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승후의 말에 쌍둥이가 눈을 빛냈다. 둘은 그 사건들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일에 자신들이 빠졌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런 큰 사건들이라면 무조건 불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매일 일손이 부족하다며 투덜거리면서!

 

  “형들, 그 큰일에 왜 우리는 안 부른 거예요?”

 

  “몰라서 물어?”

 

  이구동성으로 물어보는 쌍둥이를 향해 가온이 차갑게 말을 날렸다. 물론 부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일에도 이것저것 때려 부수고 일을 망치는 쌍둥이들과 함께 했다면 더욱 험난한 일들이 펼쳐졌을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마구 저었다.

  저 녀석들과 함께 하느니 차라리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양이라고 하더라도.

 

  “매정하시구만.”

 

  “우리가 형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난 너네 싫어.”

 

  가온은 딱 잘라 말했다. 엉겨 붙는 쌍둥이가 정말 싫은 것은 아니지만 저 눈동자에 가득 담겨있는 장난기는 정말이지 싫었다. 그 장난의 타깃이 자신이 될 거라는 끔찍한 생각 또한 싫었다.

  가만히 쌍둥이의 투정을 듣던 가온이 발걸음을 옮겼다. 승후가 따라왔지만 그는 가만히 그를 제지했다.

 

  “여자 친구랑 더 놀다 와. 보아하니 오랜만에 본 것 같은데.”

 

  약간은 놀리는 듯한 가온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승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가온은 그 모습이 마냥 재미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고 하늘과 바다를 잡아 끌었다.

 

  “에에~ 승후형이 여자와 단 둘이 있는 진귀한 광경을 보려고 했는데!”

 

  “역시, 가온이 형은 사악해! 이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못하게 하다니!”

 

  그래그래.

  거의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온은 쌍둥이들을 잡아끌었다. 버티는 힘이 얼마나 좋은지 끌고 가는 내내 진땀이 났다.

 

  “너도 이제 돌아가야지.”

 

  어깨에 올라 찰싹 달라붙은 마루를 보며 가온이 살짝 미소 지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멸종까지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그저 좋아서 찰싹 달라붙은 그 모습에 살짝 가슴이 아려왔다. 마루의 귀가 쫑긋하는 그 모습에 가온은 왠지 모르게 미안함이 들었다.

 

  “아까 강수선생이하는 말 들었잖아?”

 

  “어떤 말?”

 

  “마음에 들었다면 함께 있으라고 했던 말.”

 

  가온은 마루와 눈을 가만히 맞췄다. 그 말의 대상이 마루였구나.

  그는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이 장미토는 그의 곁에서 떨어질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승후와 노을은 그런 가온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노을은 달려가서 그를 붙잡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렀다.

 

  “가온이가...”

 

  가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노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보며 승후는 당찬 그녀가 눈물짓는 그 모습을 꽤나 오랜만에 본다며 혼자 살짝 입술에 호선을 그렸다.

 

  “네 장례식에 오지 않았던 건...”

 

  3년 전, 그 끔찍했던 일이 있고나서 노을은 가온을 원망했었다. 그토록 친한 친구의 장례식에 오지 않은 그가 너무나도 미웠다.

 

  “가온이는 오지 않은 게 아니야. 올 수 없었어.”

 

  승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컴컴한 산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걸음을 디뎠다. 그리고 조금은 씁쓸한 듯 입을 열었다.

 

  “나를 잊었으니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4. 일각록 (10) 2017 / 10 / 31 352 1 4786   
24 4. 일각록 (9) 2017 / 9 / 6 375 1 4744   
23 4. 일각록 (8) 2017 / 8 / 16 366 1 3998   
22 4. 일각록 (7) 2017 / 7 / 31 363 0 4960   
21 4. 일각록 (6) 2017 / 7 / 28 355 0 5029   
20 4. 일각록 (5) 2017 / 7 / 26 368 0 4404   
19 4. 일각록 (4) 2017 / 7 / 24 377 0 4322   
18 4. 일각록 (3) 2017 / 7 / 20 346 1 5289   
17 4. 일각록 (2) 2017 / 7 / 19 386 1 4629   
16 4. 일각록 (1) 2017 / 7 / 15 384 0 5184   
15 3. 13일의 사신 (8) 2017 / 7 / 11 452 0 6587   
14 3. 13일의 사신 (7) 2017 / 7 / 7 399 0 5931   
13 3. 13일의 사신 (6) 2017 / 7 / 5 377 0 4435   
12 3. 13일의 사신 (5) 2017 / 7 / 3 399 0 6179   
11 3. 13일의 사신 (4) 2017 / 6 / 30 392 1 4989   
10 3. 13일의 사신 (3) 2017 / 6 / 27 381 1 4047   
9 3. 13일의 사신 (2) 2017 / 6 / 23 414 1 4400   
8 3. 13일의 사신 (1) (1) 2017 / 6 / 21 432 1 4669   
7 2. 혹부리 할아버지 (5) 2017 / 6 / 19 404 1 5293   
6 2. 혹부리 할아버지 (4) 2017 / 6 / 17 435 1 5181   
5 2. 혹부리 할아버지 (3) 2017 / 6 / 13 403 1 3962   
4 2. 혹부리 할아버지 (2) 2017 / 4 / 19 425 1 3431   
3 2. 혹부리 할아버지 (1) 2017 / 4 / 5 436 2 3299   
2 1. 제대로 된 일 좀 주세요 (2) 2017 / 4 / 2 449 2 3187   
1 1. 제대로 된 일 좀 주세요 (1) (1) 2017 / 4 / 2 781 3 233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로판] Hey, Say!!!
휘음
무지개의 소리
휘음
사천(四天)
휘음
익스트림 노잼시
휘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