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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찾아서
작가 : 복옹
작품등록일 : 2017.10.28

꿈 때문에 우린 만났고, 꿈 때문에 우린 불행했다.
마지막 순간 너의 얼굴을 봤을 때, 부디 그 순간이 모두 꿈이기를.

 
2. 커피
작성일 : 17-10-30 23:50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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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왠지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며 살아가다 보면, 대학로가 곧 집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집에 돌아가기 싫은 날이면 이렇게 학교 주변을 집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걷곤 했다. 다리가 아파져 올 때쯤이면 작은 카페에 들어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골목 끝에 보이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오해수가 초대한 조별과제 단톡방이었다. 대화를 나눠본 건 딱 한 번이었지만 딱딱한 말투에서 어딘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과제 담당부터 정할까]

 

 

 자기소개라든지, 그 흔한 인사 하나 없이 본론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애한테 도대체 어떻게 말을 걸지? 차라리 그냥 포기하고 잊고 지내면 오해수가 나오는 꿈도 끝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이렇게 오해수에게 목을 매고 있는 걸까.

 

 매일 같이 이상한 모습으로 꿈에 나오는 게 단지 신기해서? 처음 오해수를 꿈에서 본 이후부터 불운한 꿈만 꾸는 게 찜찜해서?

 그도 아니면 정말로 수영의 말처럼 그에게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겨서 이렇게 정신을 뺏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충 답장을 보내고, 얼음이 반쯤 녹은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카페에 오면 나는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커피 본연의 맛. 그리고 얼음이 녹았을 때의 미묘한 싱거움이 좋다. 우유라던가 다른 무언가가 들어가면 원두의 청량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꺼려진다.

 만일 내 꿈이 원두라면, 꿈속의 오해수는 차가운 얼음일까 달콤한 우유일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작게 뭉친 얼음을 빨대로 휘휘 내저었다. 얼음이 맞닿아 찰랑대는 소리가 퍽 듣기 좋았다.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온통 오해수 생각에 정신이 팔려 카페에서만 멍하니 3시간을 앉아있었다. 핸드폰을 본 것도 아니고 책을 본 것도 아닌데. 오후 8시라는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가방을 챙겼다. 오늘 생긴 조별과제 단톡방에서 수영이와 오해수가 몇몇 대화를 나눈 흔적이 보였다. 과제를 위해 주말에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둘의 대화는 7시를 마지막으로 끝나있었다.

 

 [주말에 나도 시간 괜찮아, 그때 보자!]

 

 한 시간이나 늦은 답장이었다. 메시지 옆의 숫자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문득 오해수는 지금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긴. 일주일 동안이나 꿈속에 나오면 제아무리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없던 감정이 피어오를 만하긴 하다. 싫던 사람도 꿈속에서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면 다음 날 조금의 호감이라도 생기는 마당에.

 

 

 *

 

 

 밤을 꼬박 새웠다. 산발이 된 머리에 벌겋게 충혈된 눈. 잠시 거울을 바라보다 벅벅 얼굴을 문질렀다. 이번에도 그 까만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오늘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차라리 밤을 새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물론 해가 뜨는 순간 그 다짐을 후회했지만.

 

 

 전에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 잠드는 것이 무서워 매일 밤을 꼬박 새우던 날들. 물론 그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지만. 게임을 하다 지치면 책을 보고 그것마저 지치면 화장실에 들어가 씻으며 가족들 몰래 눈물을 훔쳐내곤 했다. 감기는 두 눈이 원망스러워 눈을 부릅뜨며 새벽과 싸우던 때. 아직 생생히 기억이 난다. 눈을 감으면 반 친구들의 환청이 들리곤 했다. '소시오패스 뭐 이런 거 아니야?' '무서워 쟤'

 

 환청이라는 게 무섭고 진절머리나는 이유는 귀를 막아도 들리기 때문이다. 도리어 귀를 막으면 그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날마다 베개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런 게 아니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교실의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 서 있던 아이, 박한솔.

 

 고등학생이 되고 여고로 진학하면서 박한솔은 더는 마주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그의 번호를 차단하는 일이었다. 물론 같은 동네에 사는 탓에 종종 거리에서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멀리서 그 모습이 보이면 곧바로 다른 골목으로 숨어 그와의 마주침을 완벽히 차단했다. 더군다나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오고 나서부터는 단 한 번도 우연으로도 마주친 적이 없다.

 박한솔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다행이었다.

 

 그 정도면 자연스레 잊힐 법도 한 이름인데, 중학생 때의 기억이 생각보다 큰 상처였는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생각나는 구역질 나는 세 글자. 치가 떨리는 그때의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며 물기가 묻은 얼굴을 수건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반쯤 눈을 감고 출근길에 나섰다. 어느덧 4월인데도 새벽바람이 꽤나 쌀쌀했다. 대충 걸진 겉옷을 꽉 부여잡고 카페 문을 열었다. 문을 엶과 동시에 딸랑이는 종소리가 잠겨있는 귀를 깨워준다. 콧속 가득 퍼지는 원두 내음이 좋다. 카페가 좋은 이유의 반 할은 이 고소한 원두 향기 때문일 것이다.

 

 평일 오전에는 출근하며 커피를 사 들고 가는 직장인이나 수업 전에 잠시 들렀다 가는 대학생이 대부분이라, 카페 안은 늘 그랬듯 한산했다. 잔잔한 음악 소리에 나른한 두 눈을 감고 있을 때,

 

 '딸랑'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서 일해?"

 

 

 익숙한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고 계산대 앞을 바라봤다. 시선의 끝에는 거짓말처럼 어제 그토록 생각했던 오해수가 놀란 눈을 하곤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얼굴을 바라보자. 괜히 어제 종일 생각했던 것을 들킨 것 같아 볼이 화끈 붉어졌다. 둘 사이의 공간에 퍼지는 어색한 공기에 붉어진 볼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응, 오늘 수업 없어?"

 "아니, 오후에 있어"

 

 "몇 시 수업인데?"

 "1시. 너는 수업 없나 보네"

 

 "응, 목요일 공강. 뭐 마실래?"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흘깃 바라본 시계는 아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 부지런한 아이구나. 감탄하며 원두를 갈아 내렸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오해수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서 읊조렸다. '따뜻한 거'라고 덧붙이던 순간에 입가에 어렴풋이 걸려있던 미소가 생각보다 예뻤던 것 같기도 하다. 자주 웃으면 좋을 텐데.

 

 

 "여기, 아메리카노"

 "나 계산 아직 안 했는데"

 

 "내가 사주는 거야. 동기니까"

 "괜찮은데"

 

 

 곤란하다는 듯한 말투에서 내 근본 없던 호의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너무 오버한건가?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커피를 주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허공에서 민망하게 떨리는 손을 본 건지, 작게 소리를 내어 웃으며 오해수가 말했다.

 

 

 "고마워. 주말에 내가 커피 살게"

 

 

 그의 눈이 반달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커피를 가져가서 계산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까지도 가만히 그 뒷모습만 바라봤다. 모자에 가려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가의 미소가, 웃음 짓던 눈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오해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공 책을 꺼내 들었다. 함께 듣는 수업의 책이었다. 괜한 반가움에 공부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중간고사 공부하는 건가. 아직 시험 범위도 나오지 않았는데 뚫어져라 공부하는 모습이 의외였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니. 생각해보면 나와는 다르게 강의시간에 졸지 않고 교수님만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하는 중간 마다 틈이 날 때 멍하니 그를 바라봤던 것 같다. 이따금 눈이 마주치면 오해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나도 따라서 손을 흔들곤 했다. 유독 오해수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멍해지는 때가 많아진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평소에는 지독히도 가지 않던 시간인데, 3시간이라는 시간이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카페에 있던 내내 말 한마디 없이 책에만 시선을 고정하던 오해수는 12시가 다 되어 갈 때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카페를 나섰다.

 

 

 "커피 잘 마셨어, 고생해"

 "그래, 주말에 봐"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이면에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고 있는 내가 있었다. 왜 이러지, 정말. 3시간 동안 말 한마디 못 건넨 주제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무서운 속담이다. 처음 오해수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관심 있느냐고 계속해서 재촉하며 묻던 수영의 말이 씨가 된 게 분명하다.

 

 '주말에 내가 커피 살게'

 오해수의 말이 일하는 내내 머릿속을 채웠다.

 단 한 번도 조별과제가 기다려진 적이 없었는데. 4학년 만에 처음으로 주말의 조별 모임이 기다려졌다.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저녁임에도 침대에 눕자마자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왠지 오늘은 꿈에 까만 얼굴이 비쳐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얼굴이 없을 뿐, 그냥 내가 아는 오해수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요즘 계속되는 꿈속의 불행도 어쩌면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꿈이니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떨쳐내 버리면 그만이니까.

 

 물론 그 안일한 생각이 나의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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