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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세 대학생 이혜진 (여)
작가 : 이설
작품등록일 : 2017.10.30

공부에만 전념했던 모범생 이혜진은, 화장도 안 했던 이혜진은, 어른 눈 밖에 날 짓은 하지 않았던 이혜진은 고작 2년이 지나 전혀 다른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녀는 바뀐 것이 없다. 사회가 잘못된 것일까, 그녀가 잘못된 것일까.어쩌면 대학생 혜진의 비참한 삶은 비단 혜진만이 겪는 삶이 아닐 수도 있다.

 
20세 대학생 이혜진
작성일 : 17-10-30 23:36     조회 : 402     추천 : 1     분량 :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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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런 화장실 속에서 말간 물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한 쪽 전구가 깨진 화장실은 제법 어둑해 혜진의 얼굴을 물에 비추기 충분했다. 푹 꺼진 이마, 쌍꺼풀 없는 작은 눈, 들창코에 두툼한 입술, 머리와 목을 분간할 수 없게 하는 턱살까지, 도무지 혜진은 자신을 좋아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갖은 유혹을 참으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공부만 했던 결과는 몸 곳곳에 붙은 혐오스러운 지방 덩어리와 꾸밀 줄 모르는 자신으로 다가왔다. 두툼한 비엔나소세지를 닮은 손가락을 물에 넣고 휘저어 제 상을 지웠다. 음, 차라리 이게 낫다, 이게 나아. 얼굴이 물결에 흔들렸다.

  “얘는 들어간 지가 언젠데 안 나오니? 하여튼 생긴 거랑 똑같이 느려 터져서는.”

  “예에, 지금 다 씻었어요.”

  “너는 참 답답하다. 네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꾸밀 줄도 모르고,”

  “네 살 좀 봐, 살 좀. 이거 보고 누가 여대생 몸이라고 생각이나 하겠니?”

  혜진은 내심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 얼굴에 BB크림을 발랐다가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것이 뭘 안다고 화장이야 화장은, 네 나이엔 공부나 하는 게 맞는 거지. 어린 게 발랑 까져선, 쯧, 화장을 했다며 불같이 화를 내던 엄마는 이제 내가 화장을 안 했다고 혼낸다. 고등학교 2학년과 대학교 1학년, 2년의 간극이 화를 내는 이유를 180도 바꿀 정도로 대단한 시간인지 잠시 생각했다.

  “또 다른 생각 하지? 가서 옷이나 입고 나와. 네 아빠 보러 가야지.”

  네에, 혜진은 말꼬리를 늘려 대답하고 비척비척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자신도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지 못했다. 엄마를 미워하는 건가? 젖은 머리에서 찬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을 뒤로하고 혜진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옷은 다 입었니?”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혜진은 화장품을 대충 얼굴에 찍어 발랐다. 호박에 줄 긋는들 수박이 되랴, 하얀 쿠션을 되는대로 꾹꾹 눌러 발라도 여드름 흉터 자국은 가릴 수 없었다. 빨간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발랐다. 화장품을 바르는 요령이 혜진에게 있을 리 없었다. 하얗게 뜬 얼굴과 각질과 뒤섞인 립스틱은 볼품없는 얼굴을 더 보기 싫게 만들었다.

 “웃어 좀. 화장만 하면 뭐하니? 얼굴에 생기가 없는데.”

 혜진의 엄마는 혜진에게 무어라 쏘아붙이고 간다. 제 얼굴 빈 곳 한군데 없게 꼼꼼하게 채우는 모습을 보았다. 큰 눈과 쌍꺼풀, 올라간 입꼬리와 흉터 하나 없는 피부까지 혜진의 엄마는 예뻤다. 혜진의 엄마와 혜진은 닮은 구석 하나 없었다. 거울을 뚫어져라 보던 혜진의 엄마가 방긋 웃었다. 가자.

 혜진은 엄마와 같이 길을 가는 것이 싫었다. 엄마는 항상 혜진을 업신여기었다. 여자애가 옷이 이게 뭐니? 칠칠찮게. 여자애는 항상 조신하게 다녀야 한단다. 교복 제대로 챙겨입고. 혜진은 그런 엄마의 모습에 진저리가 나 있었다. 항상 엄마와 있으면 혜진의 기분은 우울함에 치달았다. 이것은 혜진의 열등감인지, 아니면 그저 노이로제인지 모른다. 어쨌거나, 혜진은 엄마 곁에서 항상 인상을 구기고 있게 되었다. 혜진은 눈가를 찌푸리고 버스에 탔다. 두어 시간을 버스를 타고 내리달아 혜진이 도착한 곳은 납골당이었다.

 

 혜진의 아빠는 일 년 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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