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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까마귀 두령
작가 : 다르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권나라 서쪽 일대를 주름잡는 향락의 거리, 회운로.
대신성 회운로에는 신분마다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다.

일로부터 팔로까지. 여덟 개의 출입구. 각각의 무리들.
회운로를 다스리는 그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낙오된 자들의 비상!
회운 팔로, 까마귀 두령이 날개짓한다.

 
향남루(2)
작성일 : 17-10-30 23:07     조회 : 366     추천 : 1     분량 : 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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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야, 맞았어? 누구야?”

 소년 방윤이 고개를 저었다.

 “이 개 같은 놈들, 입으로 맺은 약속도 당연한 계약인데…”

 “칠로? 육로?”

 여러 초가집들이 늘어선 골목을 지나자, 옹색하게 구색만 갖춘 돌집이 있었다. 그 집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불을 쬐던 세 쌍둥이 거한이 제각각 물었다.

 바탕은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으나, 각자 특색이 있는 자들이었다. 하나는 예의 팔로 입구의 문지기를 하던 짧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썹이 부리부리한 자. 그는 맏이였다.

 나지막히 욕을 내뱉고는 궁시렁거리는 자는 대머리로 둘째였다.

 셋째는 머리도 있고, 수염도 깎았지만 짝귀였다.

 사람들은 그 삼형제를 일전, 이전, 삼전이라 불렀다.

 “계단에서 굴렀어요.”

 “뭣이…”

 더 캐물으려던 막내 삼전을 일전이 말렸다.

 거짓말인 건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무시 받고 수모를 받는 일은.

 일단은 저 어린 아이, 방윤도 무인 소리를 들었던 아이다.

 서로 모른 척하는 게 나았다.

 “따라와.”

 이전이 방윤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일전, 삼전이 마지못해 걷는 방윤의 뒤를 따랐다.

 

 “원 노야.”

 기별을 하고 들어선 집 안에는 대나무 침상과 다탁 하나 놓인 소박한 방이었다. 그들은 다탁에 앉은 두 사람 중 늙은이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으응. 단체로 몰려왔구만.”

 느긋이 찻잔을 들고 따뜻하게 올라오는 김을 음미하던 노인이 고개를 주억였다.

 혼자 별 뜻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의 무릎에는 얇은 담요가 덮여있었는데, 담요는 의자 다리를 덮고 축 늘어져 있었다.

 “두령, 글쎄 이놈이 향남루 계단에서 굴렀다는데, 거 참.”

 이전이 할 말은 많지만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노인과 마주 앉은 두령이라 불리는 이는 생각보다 젊은 청년이었다. 얼굴은 약관을 갓 넘긴 듯한 앳된 기가 남아있고,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단지, 눈매가 몹시 날카로웠다.

 그가 메마른 눈으로 방윤을 쳐다보았다.

 방윤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너.”

 청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무거웠다.

 “계단에서 굴렀어?”

 방윤이 눈을 감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청년이 다시 말했다.

 “너의 본분이 뭐라 그랬어.”

 “하인…입니다.”

 방윤이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속삭였다.

 “그래. 이곳에서 너는, 아니 중원천지 어디를 가도 고아를 대접해 주는 곳은 없다. 아직도 네 처지를 분간하기 어렵더냐?”

 “아닙니다.”

 청년이 고개 숙인 방윤을 세워놓고, 침상 밑으로 가 몸을 굽혔다. 덜그럭덜그럭, 거리며 무언가 묵직한 것을 꺼내려는 듯 했다.

 철컹. 청년이 방윤의 앞에 기다란 것을 던졌다.

 검이었다.

 색은 녹슬고 많이 바래 고철 같았으나 자세히 보면 두 마리 용이 서로 교차하며 오르는 문양은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양각陽刻된 문양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가져가라. 싸움을 하든 위협을 하든 네 옛 이름으로 살다 죽겠다는데 무얼 말리겠어?”

 청년의 말은 처음에는 나직했지만 뒤로 갈 수록 높아졌다.

 “대형!”

 방윤이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잠깐의 분을 참지 못하고…”

 “아니, 아니지.”

 청년이 말을 끊었다.

 “단전은 부숴졌지만 명문名門의 기질은 남아있을 터. 그 정도를 수모라고 생각했다면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지금 죽을 자리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

 방윤이 크게 숨을 쉬고, 내뱉었다. 반항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차오르는 뭔가를 참기가 어려웠다.

 아니, 아닙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무릎 꿇은 방윤이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혼자 씩씩대기만 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말아라.

 이 말은 무공을 처음 배울 때 보다 더 먼저부터 들었던 말이다. 스승은 언제나 정신의 수양을 강조했다.

 “너희가 강호에 나서면 언제나 더 강하고, 더 교활한 자들이 있을 테다. 허나, 그 누구도 너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지. 너희는 두려워 말고 오로지 의로움을 생각해라. 이 …의 이름이 너희를 지켜줄 것이요, 너희 각자의 의義가 …을 천년 만년 굳건하게 만들리라.”

 그가 알기로는 의로움은 나의 형편과 관계 없는 행동이었다.

 내가 약하다고 불의를 눈감을 수 있으랴. 내가 강하다고 더 의로운 사람이랴. 언제나 그는 스스로의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불의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그것이 과거에는 그의 이름과 사문의 이름을 드높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사문이라는 배경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문도 잃고, 무공도 잃은 지금에 와서는 의義라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어 버렸다. 바로 오늘처럼.

 불의에 지는 의로움이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리고 죽을 자리를 찾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저는…저는 그저 그래야 할 거 같아서…”

 방윤이 애써 말했다. 스스로 들어도 조잡한 변명이었다.

 “뭘 그래야 해? 싸워야 할 거 같았어? 이거 생각 이상으로 또라이네.”

 청년이 격한 어조로 내뱉었다.

 노인이 그를 달랬다.

 “위 두령. 그쯤 하게. 애가 뭘 알고 그랬겠나.”

 가만히 방윤의 정수리를 내려보던 청년이 대꾸도 없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삼 형제가 노인에게 다시 인사를 하곤 다시 문을 열었다. 휑하니 찬 바람이 들어왔다.

 “노야, 그럼.”

 또 문이 거칠게 닫히며 냉기가 엄습했다.

 방 안에 남은 두 사람 간에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해야 될 거 같았다. 그래서 했다.”

 잠깐 공백을 둔 노인이 다시 말했다.

 “훌륭한 사람이지 그건.”

 방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해라. 때를 기다리지 못하는 자는 대의大義를 이룰 수 없어.”

 노인의 말은 옳고도 옳았다.

 방윤이 한층 더 고개를 떨구었다.

 무엇보다 방윤은 정의로운 행동을 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분기를 참지 못했을 뿐이다. 자신의 행동을 오해하는 두령과 노인 앞에서 방윤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

 “으으…”

 머리가 아팠다.

 타는 목에 마른 침을 꿀떡 삼키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낯선 향기가 또 머리를 어지럽혔다

 “으음.”

 옆에서 낯선 소리도 들렸다.

 ‘아.’

 가만히 누워있던 유벽이 한 숨 쉬듯 숨을 뱉었다.

 “일어났어?”

 “으,응.”

 그렇소, 하려던 유벽이 애매하게 말을 끊었다.

 유벽의 허리로 따듯한 팔이 감겨왔다.

 뻣뻣하게 굳으려던 몸이 다시 노곤해졌다.

 유벽도 팔을 뻗어 류류를 끌어안았다.

 “엊저녁에는 그렇게 내숭을 떨더니만…”

 류류가 유벽의 품 안에서 꽃망울 터트리듯 작게, 웃었다.

 그는 뭐라 답하려다 말고 같이 웃으며, 그냥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릿결이 고왔다.

 “서기로 일한다며?”

 “응?”

 류류가 고개를 빼내어 들었다.

 “아니야? 허 공자가 그렇게 말하는 거 같던데.”

 류류가 팔을 유벽의 위에 얹고는 새치를 골라내듯 머리칼을 하나씩 하나씩 뽑았다. 유벽의 얼굴에 보드라운 무언가가 닿을 듯 다가왔다.

 “글쎄… 그럴까? 그럴지도 모르고.”

 유벽의 입김에 간지러운 듯 류류가 자지러지듯 깔깔거렸다.

 “그럴까가 뭐야.”

 류류가 얼굴을 숙여 유벽의 볼에 입을 대었다 땠다.

 “남자가 말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해버려야지.”

 유벽의 손아귀가 류류를 거칠게 잡아갔다.

 류류가 하하하,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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