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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리벨리언
작가 : AMOLANG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전쟁이 종전된 지 어언 40년.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래서 인류에게 배신당했던

그가 돌아왔다.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리벨리언, 1화
작성일 : 17-10-30 19:07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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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온 몸이 지끈거렸다.

  공기는 타들어갈 듯이 뜨거우면서도 얼어붙을 듯이 차가웠고, 밤이라 주위가 깜깜했다.

  ‘추운 건 여전하군.’

  환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곳은 다 변했어도 이곳만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환이 프로스트 골짜기에서 지낸 시간은 5년.

  이쪽 지리는 토착민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우선...’

  꼬르륵.

  환은 공복을 알리는 소리에 반응했다.

  인간이라면 익숙함을 넘어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었으나, 환에게 배고픔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아공간에 있었던 40년 간 환에게 공복은 없었으니 어색함이 드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밥부터 먹어야겠지.’

  어느 식당으로 갈지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아직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프로스트 골짜기에서 그가 이용하는 식당은 단 한 곳뿐이었으니까.

  환의 발걸음이 향한 곳에는 창가로 노란 불빛이 나오는 오두막 한 채만 있었다.

 

  ***

 

  “지금 이딴 걸 돈 주고 처먹으라는 거냐?”

  오두막 안은 건달들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그래도 이미 다 먹어놓으시고 이러시면...”

  직원은 그들의 횡포에 난색을 표했다.

  음식은 다 먹어놓고 돈을 못 내놓겠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러시면 뭐?”

  “아주 곤란하지, 이 손님 새끼들아.”

  목소리의 주인은 말끝을 흐리던 식당의 직원이 아니었다.

  이 식당의 주인장, 베커였다.

  근육 덩어리 때문에 우락부락한 덩치, 뺨에 크게 나 있는 흉터, 그리고 호탕한 목소리는 베커를 이제 70을 바라보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뭐야, 미쳤어?”

  험상궂은 얼굴의 소유자인 베커의 등장에 잠깐 당황했던 건달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뒤에는 스무 명에 육박하는 동료들이 있다.

  솔직히 동료라 부르기엔 의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녀석들이었지만.

  “내가 아무리 미쳤어도 음식을 처먹어놓고 내 음식을 폄하한 네 놈들보다는 아니겠지.”

  베커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조리실에서 나왔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거대한 덩치가 엄청난 위압감을 풍겼다.

  하지만 건달도 물러서지 않았다.

  ‘쪽팔려서라도 그럴 순 없지.’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꼬리를 말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베커에게 먼저 주먹을 날릴 용기는 없었다.

  끼이익.

  “오랜만입니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림잡아 20대 중반.

  꽤 건장한 체격이긴 하나, 앞에 있는 베커처럼 우락부락한 것도 아니었다.

  건달에겐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줄 단비 같은 존재였다.

  상황판단이 끝난 건달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지나쳐 가는 환의 어깨를 잡았다.

  “이 새끼가 지금 형님이 앞에 계시는...데-”

  아니, 잡으려고 했다.

  중간에 베커가 그의 손을 낚아채 뒤로 날려버리지만 않았다면.

  쾅!

  순식간에 뒤로 날아간 건달은 의자에 부딪히면서 혼절해버렸다.

  “환!”

  하지만 베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금 막 가게에 들어온 청년, 환의 양어깨를 부여잡았다.

  ‘언제 잡혀도 무시무시한 악력이군.’

  베커는 반가운 마음에 그런 것이겠지만, 그의 손아귀에 잡힌 환의 어깨는 비명을 질렀다.

  거기에 앞뒤로 흔들기까지 하니 어지러움은 덤이었다.

  “진짜 환이 맞는 거냐?”

  질문인지 외침인지 모를 정도로 베커의 목소리는 격양돼 있었다.

  원래도 목소리가 큰 편이었지만, 지금은 특히 더 했다.

  “네. 근데 좀 도와드려요?”

  환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의 옆에 있던 건달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이미 단검까지 들고 있었다.

  “아서라, 그러다 애들 죽는다.”

  베커는 그제야 환의 어깨를 놓고는 건달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이, 주인장.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나 봐.”

  당연히 베커의 말을 들은 건달들의 인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음?”

  건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베커가 반문했다.

  “우리가 만만하냐고.”

  “아아, 그게 아니라, 이 친구가 워낙 괴물이어야 말이지.”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가장 앞에 서 있던 건달은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순식간에 베커의 주먹이 그의 안면에 꽂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오랜 안 걸릴 거다.”

  베커가 환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

 

  베커의 말처럼 싸움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스무 명, 정확히는 스물두 명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 과정에서 베커도 몇 번 베이긴 했으나,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한 상처였다.

  ‘나이를 거꾸로 드셨군.’

  환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자가 잘 살고 있는 걸 보자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환! 이게 얼마 만이냐!”

  건달들을 전부 정리한 베커는 거친 숨을 내뿜으며 환에게 달려들었다.

  덥석!

  양팔로 환을 휘어감아 들어 올리자, 어깨를 붙잡혔을 때보다 더한 통증이 몰려왔다.

  “바, 반가운 건 알겠는데 이것 좀 놓고...”

  “그럴 순 없지!”

  오히려 환을 더 세게 조이는 베커였다.

  40년이나 지났는데도 하는 짓이 어째 똑같다.

  베커는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의 힘을 테스트했다.

  이 상태로 환을 얼마나 붙잡아 둘 수 있는지.

  그가 기억하기로 최장시간이 3초였다.

  “힘이 더 세지셨네요.”

  환은 옷에 묻은 베커의 땀을 털어내며 말했다.

  이번엔 1초였다.

  어쩌면 그보다도 덜 걸렸을 수도.

  베커가 세지긴 했지만 환 역시 인간의 정점에 다다른 육체를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넌 진짜 괴물이다.”

  베커가 질린 얼굴로 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조금 전까지 건달들에게 엎어치기를 하는 등, 꽤 요란하게 싸운 터라 식당에 남아있는 테이블과 의자라고는 환의 뒤에 있던 이게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넌 얼굴이 하나도 안 변했구나. 주름살도 없어.”

  “안 늙었으니까요.”

  환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 늙었다.

  딱히 대단한 비밀 같은 것도 아니었다.

  영혼이 강하면 강할수록 노화가 더딘 것은 일반인들도 아는 자명한 사실.

  비록 지금은 영혼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그거야 과거에 비하면 약해졌단 얘기다.

  벌써 노화가 진행되기엔 환의 영혼은 충분히 강했다.

  “그거 부럽구만.”

  “전혀요.”

  환이 딱 잘라 말했다.

  늙지 않는다는 건 의외로 슬픈 일이었다.

  일단 가장 편안한 죽음이라는 자연사는 물 건너 간 거다.

  영혼이 소멸될 때까지 기다리면 자연사하지 못할 것도 없다만,

  ‘마계에서 영혼을 흡수하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놈들은 어느 때고 시도 때도 없이 습격하니 말이다.

  개중에는 환으로서도 제압하기 힘든 마족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은 어쩔 수 없이 죽이게 되는데, 마계에서 생명체를 죽인다면 그의 영혼을 일부 흡수하게 된다.

  이는 마왕조차도 거스를 수 없는 마계의 절대적인 룰.

  한마디로 아예 죽고자 하는 생각이 아니라면 마족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세계란 거다, 마계는.

  결국 죽임을 당할 때까지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세계.

  그런 곳에서의 영생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임을 당하는 건 더 싫단 말이지.’

  환은 최악보단 차악을 택했다.

  적어도 40년 전까지는.

  “네가 패했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

  베커가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땐 꽤 충격이었다.

  환이 처형당했단 소식은 믿지 않았지만.

  “전투에서 패배는 항상 있는 법이잖아요.”

  “그게 네 것이었던 적은 없었잖아.”

  베커의 표정이 점차 상기됐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으니까.

  그건 토사구팽이었다.

  마계에서 돌아와 지친 척살단을 한순간에 반역자로 만들었다.

  ‘인류의 반역자.’

  더 나아가 반란 그 자체로 규정되었다.

  리벨리언.

  한 인물이 반란을 뜻하는 명사가 된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그럼 된 거죠.”

  “그래! 그럼 된 거지!”

  환의 말에 베커가 다시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게 진심으로 좋아서 짓는 웃음이 아니란 것쯤은 환도 알고 있었다.

  ‘묻고 싶은 게 많겠지.’

  특히 헤일론에 대해서.

  그리고 베커는 헤일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었다.

  그는 헤일론의 삼촌이었으니까.

  “궁금하세요?”

  “응? 뭐가 말이냐?”

  “헤일론.”

  환의 말을 끝으로 둘 사이의 정적이 흘렀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사실을 굳이 확인받고 싶어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듣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지.’

  베커의 반응을 본 환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굳이 베커에게 그녀의 죽음을 확인시켜 줄 필요는 없었다.

  “뭐 드릴까요?”

  둘 사이의 정적을 깬 건 제 3자였다.

  건달에게 쩔쩔매던 직원, 이디안이었다.

  “됐습니다.”

  “술!”

  환과 베커가 동시에 답했다.

  “빼지 말라고, 환! 몇 년 만의 재횐데 한 잔, 아니 쓰러질 때까지 마셔야지!”

  베커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일 났군.’

  환이 이마를 짚었다.

  베커가 이럴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딱 하나다.

  식당에 있는 술을 전부 가져올 때.

  베커의 주량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름이 뭐에요?”

  “음?”

  난데없는 물음에 환이 반문했다.

  “이름이요. 전 이디안이라고 합니다.”

  “환입니다.”

  환의 시선이 잠깐 이디안에게 머물렀다.

  단순히 이디안이 말을 걸었기 때문.

  ‘나쁘지 않...’

  “아.”

  환은 별 생각 없이 이디안을 분석하다 멈췄다.

  ‘역시 습관은 무섭군.’

  40년이나 지났음에도 상대의 신체 능력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어떠냐?”

  술을 통째로 들고 온 베커가 물었다.

  “꽤 괜찮지?”

  이디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쁘지 않네요.”

  “음? 그게 다야?”

  “신체 능력은 평균 이상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에요.”

  “흠.”

  베커가 아쉽다며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디안을 쳐다봤다.

  이디안은 저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건달이야 상대하기엔 질 떨어지는 녀석들이라 가만히 있었던 거지.

  “...한 판 붙죠.”

  아니나 다를까, 승부욕이 붙은 이디안이 대련을 신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시당하니 승부욕이 붙은 것이다.

  “대련은 장난이 아닙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닙니다.”

  “제가 한 말 때문입니까? 제가 잘못 말한 건 아닙니다만, 그럼 한 귀로 흘려내세요.”

  “싫습니다.”

  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베커가 데리고 있는 사람이기에 상대해줬지만, 애송이와 무의미한 대화를 지속하는 건 취미에 없었다.

  애송이와 대련하는 건 더더욱.

  “뭐, 어떠냐? 한 번만 붙어봐 줘라. 오랜만에 네 실력도 볼 겸.”

  하지만 베커까지 가세하자, 환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몇 년 만에 봤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조금 고민하던 환은 빈 잔에 술을 따라 단번에 들이키고는 식당 밖으로 나섰다.

  식당 안에서 대련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이디안과 베커가 밖으로 나오자, 환이 말했다.

  “실망하진 마십시오.”

  자기 실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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