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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노트에는
작성일 : 17-10-30 17:50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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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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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에서 본 이름이 잠들 때 까지 떠올라서였을까.

 

 꿈에서 웃고 있는 지연이가 나왔다.

 

 정지연.

 

 연극무대 출신 영화배우.

 

 매 작품마다 이미지의 변신을 성공해 대중들을 놀라게 한 천재.

 

 연기의 폭이 너무나 넓어 안하는 배역은 있어도 못하는 배역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했던 것도 사실이다.

 

 4년 전 우울증 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

 

 “나는 절대로 창의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연기를 할 때 내가 봐온 사람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가면을 쓰고 말이에요.

 

 그래서 제 연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여드리는 것이랍니다.”

 

 **********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

 

 아마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아니기에 떨쳐낸 매듭인 듯 하다.

 

 평소라면 전화가 끊기길 기다렸다가 전화번호를 저장해본 후 메신저에 뜨는 사진을 보고 누군지 파악을 하겠지만 너무도 슬픈 꿈을 꾼 직후인지라 무의식이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거기 정지환씨 전화번호 맞나요?”

 

 수화기 너머로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네. 맞습니다.”

 

 “저 하서희 라고 하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하서희?

 

 머릿속을 순식간에 뒤져본다. 생각해내라. 빠르게.

 

 바로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일단은 시간을 벌어본다.

 

 “아! 서희씨 간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제가 휴대폰을 바꿔서 전화번호가 없었네요.”

 

 수화기 너머에 대답이 없다.

 

 잠깐 귀에서 전화를 떼어 통화시간을 보니 41초 42초 점점 올라가고 있다.

 

 “당신 내가 누군지 모르지?”

 

 당황스럽다. 도저히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 어제도 이런 느낌을 잔뜩 느꼈는데 다시 이렇게 불쾌한 느낌을 느낀다는 것이 좋아할 상황은 아니다.

 

 “역시 이상한 아저씨네”

 

 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카페 그 여자다.

 

 대체 내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침부터 전화를 한 것인가?

 

 “아니요. 미안합니다. 예전에 가르친 제자 중에 서희라고 있어서요. 어... 김서희라고... 오해를 했습니다.”

 

 일단은 변명을 했다. 아침부터 장난치지 말라고 화를 내도되지만 이미 내가 이 사람 앞에서 쓴 가면은 화를 내는 가면이 아니다.

 

 “아 그렇구나.”

 

 믿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아저씨한테 할 말이 있는데 이따가 카페에 와요?”

 

 뭐지. 분명 손에 있는 상처는 별것 아니라고 했었다. 뼈나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아 그럼 이따가 출근길에 들를게요.”

 

 출근길이 그렸던 그림과 달라진다.

 

 **********

 

 카페에 들어왔다.

 

 comfort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들어올 때 마다 가슴이 막힌 듯 답답하다.

 

 카페엔 두 테이블 정도만 사람이 앉아 있고 한가해 보였다.

 

 그 여성이 나를 본 후 옆에 작은 문을 통해 나와 내 앞에 선다.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무슨 출근을 11시에 해요?”

 

 나는 방금 죄인이 됐다. 죄명은 출근을 11시에 한 것. 내 직원들도 뭐라고 하지 않는 일을 나는 지금 잘 모르는 여자에게 혼나고 있다.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는 일이라...근데 무슨 일로...”

 

 “아 맞다! 아저씨 내 노트에서 돈 봉투 같이 생긴 것 못 봤어요? 중요한 건데...”

 

 봉투? 지금 노트를 찾아줬더니 봉투를 내놓으라는 것인가?

 

 “끼워져 있는 종이들은 봤는데 봉투는 못 봤어요. 얼마나 들어있었는데요?”

 

 “엄청 많이...내 4개월이...”

 

 어떤 멍청한 사람이 몇 달치 급여를 봉투에 넣어 다닌다는 말인가.

 

 피난민도 아니고 재산을 그렇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게 말이 되는가.

 

 “일단은 경찰에 신고하고 찾아보도록 합시다. 내가 신고할게요.”

 

 여자가 나를 보며 웃는다.

 

 “일단 아저씨는 아닌 것 같네요. 사람이 뭐 이렇게 진지해. 출근 잘해요!”

 

 **********

 

 뭔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나의 무죄를 아주 손쉽게 증명했고 방금 카페에서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이제 진짜 매듭이 풀렸겠지.

 

 다시 나의 생활로 돌아올 시간이다.

 

 학원 문을 밀고 들어와 안내데스크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진아씨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날 혼자 두고 떠나더니 돌아온 거야?”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오빠는 늘 그랬어. 이렇게 돌아와서 너무 고마워.”

 

 “하... 진아씨...점심 뭐 먹을래요?”

 

 “김치찌개...”

 

 **********

 

 방에 들어와 의자 등받이를 기댄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란인가.

 

 아침에 그린 그림과 굉장히 다른 그림이다.

 

 일단 어제 못한 교육용 시나리오를 마저 작업해야 한다.

 

 어제부터 내 시간이 꼬여가는 느낌.

 

 시나리오 노트를 펴는데 첫 장에 흰색 봉투 하나가 끼워져 있다.

 

 ‘국리은행’

 

 아.

 

 또 나의 시간이 꼬여 매듭이 지어지려 한다.

 

 봉투를 들고 안내데스크로 나간다.

 

 **********

 

 “진아씨 이거 뭐에요? 이게 왜 내 노트에 끼워져 있어요?”

 

 “네?”

 

 진아씨의 눈이 커진다. 깜짝 놀란 듯 보이는 눈빛이다.

 

 “이 봉투가 왜 내 방에 있냐는 말입니다.”

 

 “원장님 왜 그러세요.”

 

 아차.

 

 또 생각하지 않은 상태로 감정을 내보였다.

 

 “어때요? 돌아온 오빠보단 리얼하죠?”

 

 바로 노란색 가면을 쓴다.

 

 진아씨의 몸에서 경직된 모습이 사라진다.

 

 “진짜 무서웠잖아요. 역시 배우의 피는 못 속인다니까요.”

 

 아.

 

 그다지 유쾌한 칭찬은 아니지만 웃어 넘겨야 한다.

 

 “하하. 그런데 이 봉투는 어디서 났어요?”

 

 “그거 어제 원장님 퇴근하면서 떨어뜨리셔서 제가 불렀는데도 그냥 가셨잖아요.”

 

 “아 그랬구나. 그럼 여기에서 얼마 꺼냈어요?”

 

 “와 되게 웃긴다. 그거 돈도 아니면서 얼마를 꺼내요?”

 

 돈이 아니라고?

 

 일단 자연스럽게 넘긴다.

 

 “장난이에요. 김치찌개 시켜요. 얼른.”

 

 “원장님도 같이 먹을 거예요?”

 

 “늘 먹던 대로”

 

 

 **********

 

 봉투를 들고 한참을 본다.

 

 꽤 오래된 봉투인지 낡고 여는 부분은 찢어지기 직전이다.

 

 이게 뭐 길래 아침부터 사람을 오라 가라 할 정도인지.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꺼낸다.

 

 뮤지컬 티켓, 연극티켓,

 

 대학로부터 아트홀까지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은 거의 본 것 같다.

 

 ‘문화 평론가라도 되나.’

 

 그보다 나의 선이 지금 다시 매듭이 되려는 것을 느낀다.

 

 나의 흐름에 지금 새로운 매듭은 필요 없다는 것을 다시 떠올린다.

 

 봉투에 다시 티켓들을 담아 휴지통에 버린다.

 

 **********

 

 “아 배부르다.”

 

 진아씨가 배를 쓰다듬으며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잘 먹었습니다.”

 

 하나 둘 강사들이 일어난다.

 

 “준영아, 나도 커피!”

 

 진아씨가 김준영 강사에게 달려간다.

 

 “저기 원장님한테 가서 놀아. 착하지. 누나.”

 

 머리를 밀린 진아씨가 입이 잔뜩 튀어 나왔다.

 

 대학로 무대에서 A급 배우.

 흥행보증 수표.

 

 ‘우리’의 첫 제자이자 후배.

 

 지금은 나보다 잘 나가는 배우지만 나에 대한 의리로 내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물론 배우의 꿈을 접으라고 할 수는 없기에 계속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게 해준다.

 

 “오늘 출근한 사람들 몇 명이에요? 내가 커피 사올게요.”

 

 갑자기 나도 모르게 기다렸다는 듯 입이 움직였다.

 

 “형, 그럼 같이 가자. 바깥바람이나 쐴 겸.”

 

 준영이가 말했다.

 

 눈짐작으로 일곱 명, 커피를 편하게 들고 오려면 데려가야겠구나.

 

 **********

 

 학원에서 나오니 상쾌한 바람이 분다.

 

 “형이 왜 커피를 직접사와. 다른 사람 사러 갈 때 부탁하면 되지.”

 

 준영이는 항상 나를 잘 챙겼다. 얘가 어렸을 때부터 설날 추석 연말 생일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안부를 보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살아있나 확인하는 녀석이다.

 

 “널 보내면 내 커피에 침 뱉을 테니까.”

 

 “뭐? 내가 진아 누나도 아니고.”

 

 얘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웃는다.

 

 준영이에겐 미안하지만 이 녀석 때문에 학원에서 쓰는 가면이 이런 이미지의 가면이 됐기 때문에 날 피곤하게 만든 녀석이기도 하다.

 

 “곧 있으면 누나 생일인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

 

 “누나가 생각해 보니 내 나이에 그렇게 됐지.”

 

 지연이 이야기다.

 

 준영이의 나이가 스물넷 4년 전 지연이의 나이와 같다.

 

 지연이를 좋아하던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징그러워서 말도 안 나올 정도다.

 

 “하하. 너도 곧 그렇게 되겠네.”

 

 “뭐? 그게 뭐야.”

 

 웃고는 있지만 이 가면을 벗겼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것이 너무도 귀찮은 일이다.

 

 웃기 싫을 때 웃는 것.

 

 더 이상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 매듭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comfort에 도착했다.

 

 문을 당기려는 준영이의 손을 잡아 막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손잡이 옆을 가리킨다.

 

 ‘미시오.’

 

 **********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작게 들리던 바람소리가 잔잔한 노래 가사로 바뀌어 있다.

 

 주문을 하러 카운터 앞에 선다.

 

 하서희.

 

 그 여자가 내 앞에 웃으며 서 있다.

 

 “주문하시겠어요?”

 

 나도 드디어 다른 손님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인가?

 

 “아메리카노 8잔 주세요.”

 

 “왜 형, 난 라떼 먹을 거야. 그리고 진아 누나는 카푸치노 마시잖아.”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주문한 건데 역시 준영이는 예리하다.

 

 “그럼 라떼 한잔 아메리카노 7잔 주세요.”

 

 “카푸치노는? 카푸치노 아니면 또 칭얼거릴 텐데?”

 

 “알아. 일부로 그러는 거야. 아무거나 줘도 잘 먹더라.”

 

 진동벨을 받고 커피를 기다린다.

 

 “형 그러다가 진아 누나 진짜 삐져서 그만둔다고 하면 어쩌려고?”

 

 이 착한 준영이는 인생에 매듭이 참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냄새를 기억하는 그런 모습이 가끔 보인다.

 

 “그럼 뭐 카푸치노 사주지.”

 

 무심하게 대답한다.

 

 “그게 뭐야.”

 

 키득키득 웃는다.

 

 준영이는 웃음이 많은 녀석이다. 사실 내 노란 가면의 웃음은 이 녀석에게서 복사한 가면이다.

 

 이 녀석 얼굴에서 웃음이 없어졌던 순간은 내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다시 카운터 쪽으로 슬쩍 본다. 저 여자가 아직도 나를 바라본다.

 

 대체 왜 보는 걸까.

 

 지금 내 머릿속엔 저 여자가 왜 이쪽을 바라보는지 궁금증이 계속해서 맴돈다.

 

 눈이 마주치자 여자가 나를 보며 멋쩍게 웃고 시선을 돌린다.

 

 저런 표정도 할 줄 아는 것인가?

 

 위이이잉

 위이이잉

 

 진동벨이 울린다.

 

 “내가 가져올게”

 

 준영이가 일어나 빠르게 커피를 받으러 간다.

 

 그리고 카운터에 서 있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준영이가 웃자 카운터의 그녀도 웃는다.

 

 가슴속이 무엇인가 답답하게 막혀 숨을 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남은 커피를 가지고 미소를 머금은 준영이도 따라 나온다.

 

 “말도 없이 나 버리고 가고!”

 

 버림받은 강아지가 지을법한 얼굴을 하고선 억울한 표정이다.

 

 약간은 긴장한 듯한 노란색 가면을 쓰고 커피컵을 위아래로 흔들며 말한다.

 

 “커피 식는다. 저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지환이형. 그 라떼는 내꺼...”

 

 **********

 

 “언젠가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으려 하던 너구리의 동영상을 봤어요. 본능적으로 먹이를 씻어 먹는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솜사탕은 사라져 버렸어요. 사랑도 마찬가지 같아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으로 나의 마음을 강요하면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리겠죠.”

 - ‘신촌의 솜사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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