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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스트라
작가 : 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7.10.30

북쪽의 저주받은 도시 이스트라.
피에 굶주린 자들의 안식처이자 병든 이들의 시한부 인생의 종결을 위한 곳.
한번 이스트라에 발을 디딘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소문에 새롭게 삶을 살기위해 많이 이들이 이스트라로 떠난다.
주인공 또한 시한부 인생을 종결하고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돌아오겠다고 떠난 남편을 찾기 위해 이스트라에 도착하게 되는데.

 
1. 저주받은 도시로
작성일 : 17-10-30 17:20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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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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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8시에서 멈춰버렸다.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알 수 없는 비린내, 케케묵은 공기와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거리에 홀로 남겨진 로테는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에 걸음을 우뚝 세웠다.

 

  “하아…….”

 

  하얀 입김이 퍼져나갔다. 더는 걸음을 옮기기 어려워 배낭 속에 있는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앞을 비춰 보아도 불빛에 밟히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가 전부였다. 겨울이 아닌데도 이곳은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들어오는 곳이었다.

 

  [“도로 중앙으로 걸어요. 성당이 보이기 전까지는…그렇게 하세요.”]

 

  이곳으로 안내해준 가이드가 차 문을 열고 나가려는 로테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중앙으로 걸어도 지나가는 차 한 대가 없는 한적한 도로를 가로지르며 한 번씩 머리맡을 지나는 새의 움직임에 깜짝 깜짝 놀랄 뿐이었다.

 

 * * *

 

  헤르만은 말기 암 환자였다. 더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암은 수술을 해도 가망이 없다고 했다. 항암치료는 손 놓은 지 오래였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로테는 그런 헤르만을 놓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함께 있으려 노력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병실을 방문하고 그가 치료를 포기하고 퇴원한 이후에는 집에서 그를 요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결혼 초, 두 번의 유산이후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 로테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고 헤르만은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며 우리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되지 않냐는 말로 로테를 위로하곤 했다. 그런 다정한 남편 헤르만을 놓을 수 없었다.

 

  “이스트라?”

  “그래, 이스트라. 거기가면 새로운 삶을 얻는다더라.”

  “새로운 삶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말이 되지는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 심정은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잖아. 로테, 난 당신과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 난 아직 당신과 가보고 싶은 곳이 많고, 당신이 나 없이 잠드는 모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꿈에서라도 내가 그리워 울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어.”

  “…….”

 

  헤르만의 약을 받으러 병원에 들렀을 때, 호스피스 병동에서 한때 알고 지내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로테에게 알려줬다. 자신의 아이도 이스트라로 떠났다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말이 많이 오간 곳이었다.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한 것을 의식으로 치료하게 해준다는 이상한 소리.

 

  하지만 이미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부분이 그곳으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떠난 가족이나 연인을 찾으러 간 사람들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곳에서 함께 편안하게 살고 있으리라, 새로운 인생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같이 가면 안 돼?”

  “어떤 곳인지 잘 모르잖아. 그리고 나 혼자 가는 게 아니야. 걱정 마, 병원에 있을 때 알고 지냈던 다른 환자들도 함께 가는 거야.”

  “걱정 돼……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난 꼭 돌아 올 거야.”

 

  꼭 돌아오겠다던 헤르만의 뒷모습을 보고 뒤늦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헤르만이 떠나고 한 달이 지났다. 연락은 되지 않았고 헤르만과 함께 떠났다는 다른 환자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가족들은 기다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집안에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지만 로테는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든 헤르만을 만나야 했다. 무사한 것인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인지 이스트라라는 곳이 안전한 곳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 * *

 

  몇 시간 째 같은 자리를 뱅뱅 돌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에 보았던 표지판이었다. 구부러진 모양이나 스크래치가 난 부분이 같은 표지판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 [이스트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글자에 알 수 없는 스크래치는 표지판의 일부분을 움푹 찌그러뜨려 놓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과 착각 할 리가 없었다.

 

  “추워…….”

 

  이스트라에 오는 길을 안내 해줬던 가이드는 입구에 들어오기도 전에 제 할 일을 다 했다며 급하게 돌아가 버렸다. 어디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자욱한 안개에 불안함은 자꾸만 목을 타게 만들었다. 배낭 속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도로 한복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왜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지.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가이드는 이스트라로 오는 길에 로테에게 신신당부한 것이 있다. 절대 소리를 지르지 말 것. 행여나 소리를 지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안 좋은 일이라는 것만 기억하라며 가이드는 운전대를 잡은 내내 입술을 짓씹던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소리만 지르지 않으면 괜찮으려니.

 로테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길을 잃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였으니까.

 

  “분명 앞으로 쭉 나가면 성당부터 시작해 마을이 나온다고 했는데.”

 

  가이드에게서 받은 지도를 펼쳐 본다. 지도는 이스트라만 그려져 있었다. 어디 쪽인지는 몰랐지만 북쪽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렇게나 추우니.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로테는 입술을 꾹 다물고 걸음을 떼어냈다.

 

  ‘헤르만을 찾아야해.’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헤르만의 모습은 로테를 재촉시키기 충분했다.

 

  깡 말라있던 몸과 광대가 드러난 얼굴, 항암치료로 거의 다 빠진 머리칼에 스트레스를 받아 모자를 늘 쓰고 있던 그 모습을. 축 처진 눈매로 자신을 바라보던 새카만 눈동자와 손가락 뼈마디가 드러나 손을 잡을 때마다 살가죽이 없는 것 같던 손까지도. 헤르만을 찾아야 했다. 어서 그 손을 다시 잡고 괜찮은 거냐 묻고, 집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에 놀라 퍼뜩 몸을 굳힌 것도 잠시. 까마귀 떼가 머리맡을 지나며 울어대자 앞을 볼 수 없게 만들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듯 했다. 손전등을 끄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로테는 갑자기 변화한 주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길을 따라 들어온 도로에는 커다란 빌딩이 들어차있었다. 들어왔던 입구가 막혀있는 것이다.

 

  “뭐, 뭐야 이게?”

 

  까악 까악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시금 까마귀 떼가 지나며 울어댔다. 로테는 고개를 들어 어슴푸레한 하늘을 쳐다보았다. 가까이 있을 리 없는 달이 아주 가깝게 닿아있었다.

  달의 표면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입을 다물지 못하던 로테는 불안감에 바짝바짝 마르는 입을 입안으로 물었다 놓으며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을 떼어놓았다. 방금까지도 보이지 않았던 성당이 안개가 걷히고 나자 눈에 들어왔다. 성당을 발견한 기쁨에 절로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달음박질을 치는 다리가 무겁지 않았다.

 

  순간,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로테, 로테…로테…여기야. 여기야……. 이쪽이야. 이쪽이야, 이쪽이야…….’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는, 메아리치며 귓전에 웅웅 거리는 여자아이의 음성이었다.

  그 소리에 성당으로 걸음을 내달리던 다리가 멈춘다. 자꾸만 여자아이의 음성이 로테의 귓가에 울려왔다.

  쿵 쿵 쿵 쿵. 로테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변화한 도시. 아무도 없는 침묵 속에 혼자 버려진 느낌의 자신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두려움이 더럭 발목을 붙잡았다.

 

  달려가고 있었던 성당의 입구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로테, 안 돼. 안 돼……. 거긴 아니야…아니야…….’

 

  성당의 문이 열리고, 그 곳에서 질척거리는 느낌의 이상한 그림자가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그 순간 무언가가 잘못된 것임을 느꼈다.

 

  ‘도망가…도망가…도망가……. 도망가!’

 

  귓가에 울리는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도망가라고.

  로테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눈앞에 보이는 아무 건물에 들어가려 했지만 건물들의 문은 잠겨있었다.

  꾸물거리던 기이한 형체가 천천히 길바닥을 쓸어가며 로테가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저거 뭐야, 무서워…징그러워. 싫어…!”

 

  덜커덩. 열리지 않던 건물들 사이에서 작은 빌라의 자동문이 열렸다.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였다. 그 꾸물거리는 그림자역시 몇 걸음 되지 않게 다가왔다. 빌라에서는 짐승 같은 형체가 달려 나왔다.

 

  아, 이대로 죽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들이 기괴한 형상을 하고 달려드는 광경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는 것 밖에 하지 못하고 굳어있는 일이 로테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림자 형체의 이상한 생물은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더니, 옆에서 달려오는 짐승에게 짓밟혔다. 짐승은 털로 수북이 쌓여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늑대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늑대 모양을 하고 있던 짐승은 그림자의 꾸물거리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무차별 적으로 물어뜯고 손으로 긁어내며 사냥을 하는 듯이 으르렁거리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래, 늑대인간 같은 외형이었다.

 

  파스스스

  까만 연기를 피어 올리며 그 형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어떡하지. 저 짐승이 이번엔 나를…….’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로테는 그 자리에서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고 있는 늑대인간을 바라만 보았다. 늑대인간은 눈동자를 굴려 로테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제 정말로 죽는 건가. 아직 헤르만을…….’

 

  겁에 질려 눈가에 눈물이 절로 고였다.

 

  왜 이런 곳으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인지, 어떻게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 조차도.

 

  만약 남편을 그날 떠나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까.

  함께 밥을 먹고 티비를 보고,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고 약을 챙겨주면서. 처연함이 가득한 두 손을 잡아 눈을 바라보고 오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

  가지마라고 붙잡았더라면, 이런 이상한 곳임을 진작 알았더라면.

 

  “로테.”

 

  그녀를 부르는 작은 목소리에 늑대인간이 털을 쭈뼛세우며 크르릉 울대를 울렸다. 몸을 바짝 숙이고 뒷걸음질을 치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늑대인간이 사라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로테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사지가 떨리는 공포에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 눈물을 작은 손이 훔쳐 주었다.

 

  “울지 마.”

  “…흑. 흐윽. 너는…….”

  “나랑 가자.”

  “…뭐……?”

  “나랑, 가자.”

 

  까만 눈동자가 로테를 눈에 담는다. 하얀 살결에는 주근깨가 돋보이는 소녀였다. 그 작은 소녀는 미소를 머금고 로테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로테를 달래주는 듯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쉼 없이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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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저주받은 도시로 2017 / 10 / 30 319 0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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