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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7화
작성일 : 17-10-30 14:23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8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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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부터 설화는 다은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녀와 함께 지내며 설화는 조금씩 웃게 되었다. 매일 매일이 즐겁고 색달랐다. 설화는 다은의 권유로 갓 구운 빵과 과자를 들고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면서 이곳에 있는 나머지 여덟 명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와, 오늘은 무슨 빵이야? 냄새 진짜 좋다.”

  기타소리가 끊이지 않던 방에서 지내는 종혁은 설화의 방문을 반겼다.

  “레몬 마들렌인데 상큼해서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설화의 권유에 종혁은 한 개를 집어서 날름 입안에 넣었다.

  “음~ 좋다, 좋아. 부드러워. 다은이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예. 그럼 갈게요.”

  설화는 아직 조금 어색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벌써 가게? 잠깐 있어봐. 나 어제 완벽하게 연주한 곡이 있는데 한 번 들어 봐봐.”

  종혁은 설화를 방에 앉혀놓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그의 방에는 통기타, 드럼, 피아노 등 다양한 종류의 악기가 있었다. 종혁은 악기에 관해서는 전문가나 다름없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늘 악기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연주는 처음 듣는 것이기에 설화는 약간 기대가 되었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설화는 기타소리에 푹 빠지게 되었다. 피아노처럼 건반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몇 줄 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했다. 설화는 종혁의 왼손과 오른손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그의 손은 빨랐고, 전혀 음의 흔들림이 없었다. 연주가 끝나자, 설화는 크게 박수를 쳤다.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렇게 잘 칠 수가 있어요? 진짜 음악 천재 아니에요?”

  설화의 칭찬이 싫지만은 않은 듯 그는 쑥스러워 하며 말했다.

  “뭐, 이 정도는 기본이지. 밥 먹고 하는 일이 이것뿐인데 뭐. 너도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때? 내가 가르쳐 줄게.”

  “정말이에요? 저야 감사하죠. 지금 당장 배울게요!”

  “의지가 불타는 구나! 좋아. 자, 우선 기타 잡는 법부터 알려주지.”

  한 시간이 넘게 기타와 씨름을 한 설화는 겨우 겨우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를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설화의 왼 손은 줄을 세게 누르느라 저리고 아파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자, 기타 빌려줄 테니까 열심히 연습해.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늘어놓아있는 다양한 기타 중 하나의 통기타를 받아들고 나오면서 설화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예전에는 기타를 비롯한 악기들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었었다. 오직 공부에만 전념했기에 음악이 이렇게 흥미로운 것인 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종혁의 방에서 너무 시간을 보내느라 빵은 대부분 식어 있었다. 서둘러 다음 사람의 방으로 향하는데, 거실에서 누군가가 설화를 불러 세웠다.

  “저기! 너 설화 맞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가니, 그곳에는 요리를 만들고 있는 여자아이가 두 명 있었다.

  “너랑은 얘기 처음해보는 것 같다. 반가워. 난 송지윤 이야.”

  “난 주세희. 넌 김설화지? 다은이한테 들었어. 우린 너보다 1살 많아. 언니지, 언니.”

  지윤과 세희는 다정하게 웃으며 설화를 보았다. 그들의 친근한 태도에 설화의 기분도 좋아졌다.

  “종혁오빠 방에서 기타소리 나던데, 또 오빠가 기타 연주해줬어?”

  “예. 그리고 기타 치는 법도 가르쳐주셨어요.”

  설화는 어깨에 메고 있던 기타가방을 그들에게 보였다.

  “에? 진짜 배우게? 나도 처음에 배우려다가 손이 너무 아파서 그만 뒀는데.”

  지윤은 그때의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저도 아프긴 한데, 그래도 열심히 배워보려고요.”

  “의지가 대단하네! 아, 맞다. 있잖아, 우리 요리하는 거 좀 도와줄래? 오늘은 좀 양이 많아서 말이야.”

  세희는 주방에 쌓여있는 재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방에는 정말 꽤 많은 양의 재료가 놓여 있었다. 다은이에게 얼핏 들은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두 사람은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는 것 같았다.

  “뭐, 만드시게요?”

  “응. 이번에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려고. 여기는 원래 다들 각자 먹는 체제인 건 알고 있지? 그래도 하루쯤은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면 좋겠다 싶어서. 도와 줄거지?”

  지윤은 재밌는 놀이를 하기 전 들뜬 아이의 모습으로 말했다.

  “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그래. 재료 손질해놓을 테니까, 빵 배달하고 와. 우리 거 남기는 것 잊지 말고!”

  설화는 그들에게 웃어 보이며 윤서의 방으로 향했다.

 

  윤서는 설화와 다은과 같은 지역 고등학교인 누리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끼리 대화를 나눴을 때 들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윤서였다. 윤서는 설화와 동갑임에도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어서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웠다. '똑똑‘ 문을 두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살짝 열리며 윤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화는 그녀 앞에 바구니를 내밀어 보였다.

  “이거, 마들렌인데 한 번 먹어보지 않을래요?”

  윤서는 무표정으로 황금빛 마들렌을 바라보다가 입장을 허락하기라도 하듯 문에서 비켜섰다. 조심하며 안으로 들어간 설화는 방안을 살펴보았다. 윤서의 방에는 액자에 걸린 그림들이 빼곡히 걸려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인물그림이었다. 이곳 사람들에서부터 연예인들까지 그림 속 주인공들은 다양했다. 방금 전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처럼 윤서의 손에는 연필가루가 묻어있었다.

  “잠깐 기다려. 손이 더러워서 씻어야해.”

  말을 마친 윤서는 각 방마다 있는 개인화장실로 들어갔다. 설화는 바구니를 탁자에 놓고 일어서서 액자의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거의 실제모습과 비슷했다. 흑백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명암을 그려 넣은 점에서 윤서의 세심한 성격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그림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분명히 그림 속 인물이 웃고 있는 데도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느껴졌다.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일지도 모른다고 설화는 생각했다. 액자에 걸린 그림뿐만 아니라 윤서의 방에는 그림으로 가득한 스케치북이 여러 권 있었다. 설화는 미술시간에 한 작품을 완성하려 할 때면 몇 날 며칠 걸렸었다. 학과 공부 이외의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윤서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림에 투자하고 있는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윤서가 말끔해진 손으로 나타났다. 설화는 가만히 서서 윤서가 마들렌 하나를 집어 먹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어때요?”

  “괜찮아. 다은이 솜씨는 꽤 좋은 편이니까.”

  설화는 자신이 칭찬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너, 여기 온지 3일 됐나?”

  과자를 먹다 말고 윤서는 무뚝뚝하게 물었다.

  “네. 알고 계셨네요.”

  “그럼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어? 네가 해인이처럼 애도 아니고. 말 놔. 동갑이잖아.”

  “아, 응.”

  윤서는 다시 자리로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화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녀의 손길을 구경했다. 지윤과 세희가 약간 통통하면서 귀여운 편이라면, 윤서는 마르면서 조금 어두운 느낌의 여자아이였다.

  “저기, 있잖아.”

  “무슨 할 말 있어?”

  설화의 질문에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윤서는 말했다.

  “넌 화가가 꿈이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림을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것뿐이야.”

  말을 하는 윤서에게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렇구나. 그림들이 아주 멋져. 황홀할 지경이야. 넌 분명히 훌륭한 화가가 될 거야.”

  설화의 말에, 윤서는 연필을 놓고 설화를 보았다. 그리곤 아주 잠깐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설화는 더 이상 윤서를 방해하기 싫어 밖으로 나왔다.

 

  남은 네 명의 사람들 중, 두 명은 중학생이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다. 설화는 첫 번째 중학생의 방을 방문했다. 태훈이는 그 나이 대 남자아이들 보다 아주 약간 통통하고 키가 작았는데 그 모습은 귀여워서 보기 좋다고 설화는 생각했다. 아이는 설화의 손에 든 빵을 보고는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우와, 다은누나가 만들었구나? 맛있겠다.”

  두 손에 과자 하나를 들고 조금씩 먹는 아이의 모습은 아주 행복해보였다.

  “태훈아, 맛있니?”

  “응, 설화누나. 다음번에는 누나가 만든 거 가져와줘.”

  “그래, 알았어. 다은이 옆에서 거들어 볼게"

  아이는 더 먹고 싶은 듯이 남은 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먹을래?”

  “아니야. 나 충분히 많이 먹었어. 그만 가져가, 누나.”

  의젓하게 사양하는 태훈이의 모습에 설화는 조금 감격했다. 사실, 태훈이는 지금보다 훨씬 뚱뚱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력으로 조금씩 살을 빼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열다섯 살 아이에게서는 보통 찾아볼 수 없을 대단한 의지력이었다.

  “너는 꿈이 뭐야?”

  “난 꿈이 다른 사람들 보다 많아. 우주 비행사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재밌을 것 같고, 천문학자도 좋을 것 같아. 그 중에서 지금 제일 끌리는 건 우주 비행사야.”

  태훈이는 우주를 누비는 상상을 하는 듯 입을 헤- 벌리고 웃었다.

  “왜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니?”

  설화의 질문에 아이는 당연하나 걸 묻는다는 듯이 바로 답했다.

  “멋있잖아! 이 책들에서 보면 우주는 정말 신비롭다는 걸 알 수 있어. 여기에서는 아주 작아 보이는 별들도 실제로는 크기가 엄청나잖아. 신기하지 않아? 이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우주에서는 흔하디흔한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니.”

  즐겁게 말하던 태훈이는 겉면에 『우주의 신비』라고 적혀있는 책을 펼쳐 보였다. 사진 속 우주의 모습들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아이는 말했다.

  “난 나중에 꼭 우주에 가보고 싶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보는 태훈이 주변에는 우주관련 책들이 한 가득 쌓여있었다. 설화는 막대한 책의 양에 감탄하며 물었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구나.”

  “응. 책을 읽다보면 꼭 그 글들이 내 귀에 말로 들리는 것 같아. 눈으로 사진을 보고 귀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책속에 푹 빠지는 기분이 들어. 혼자 있어도 하나도 외롭지 않게 되는 거야. 나한테는 책이 꼭 친구처럼 느껴져.”

  태훈이의 진지한 말에 설화는 슬프고 그리운 기분을 느꼈다. 설화도 예전에는 책을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친구가 없었기에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로맨스 소설, 판타지 소설 등 다양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러다가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르면 공책에 글을 적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 부모님은 지저분하게 자리만 차지한다며 설화의 책들을 모두 버리셨다. 책장은 소설책 대신 고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로 채워졌다. 그 때부터 설화는 공부와 관련 없는 책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책을 읽을 시간에 공부를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것이 부모님의 뜻이니까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때 글을 쓰는 게 흥미롭다고 느꼈었지만 어차피 순간적인 감정이었을 거라며 설화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올라왔고, 특별활동 부를 결정할 시기가 됐었다. 어느 부서라도 상관없었던 설화는 다른 애들이 친구들과 상의하며 앞 다투어 인기부서에 지원하고, 그 부서가 인원이 다 차게 되면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반 아이들의 부서가 거의 다 정해졌을 때, 설화는 자리가 비는 부서로 들어갔다. 그 부서가 ‘독서부’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특별활동은 성적과 관련 없는 것이라고 여기며 대충 결정한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설렁설렁 결정한 부서에서 다은이를 만나 친구가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

  “누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태훈이는 어느새 설화의 눈앞을 손으로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옛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설화는 그제야 현실로 돌아왔다.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책 읽어, 난 나가볼게.”

  “알았어. 잘 가.”

  태훈이의 걱정이 담긴 시선을 받으며 설화는 거실로 나왔다.

 

  태훈이보다 한 살 위인 경옥의 방은 중앙의 비상계단 문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있었다. 설화는 방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혹시 방에 없는 건가 싶어 돌아서려는데 안에서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경옥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인기척에 놀라 오디오를 황급히 껐다. 너무 당황하는 모습에 설화는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아, 저기. 안녕?”

  “안녕하세요, 설화언니.”

  피부가 하얗고 천연 갈색머리를 지닌 경옥은 설화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다은이가 과자를 구웠는데 먹어보라고 가져왔어.”

  “정말요? 감사해요. 그렇지 않아도 살짝 배가 고팠었는데. 히힛”

  기쁘게 먹는 경옥의 모습을 보며 설화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래 잘 부르더라. 목소리가 진짜 예뻐. 가수해도 되겠어.”

  설화는 아까의 기억을 회상하며 감탄했다. 그런 칭찬이 쑥스러운 듯 경옥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저보다 잘 부르는 사람 많은데요, 뭐.”

  새침스럽게 웃는 경옥의 모습은 아주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는 참 잘 웃는구나 싶은 생각에 괜히 마음이 즐거워졌다.

  “에이, 실력이 대단하던데. 내 앞에서 불러주면 안 될까? 듣고 싶어, 부탁이야. 응?”

  “언니도 참, 알았어요. 대신 비웃지 마세요. 아셨죠?”

  경옥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오디오에 있는 반주음악을 재생시켰다. 노래가 시작되자,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던 경옥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실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아픔에 대한 내용이었다. 설화는 경옥이 지금 정말로 실연당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정도로 노래에 대한 그녀의 몰입은 최고였다. 게다가 목소리가 곱고 독특해서 노래의 맛을 한층 더해주었다. 고음으로 내지르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이렇게나 노래를 잘하는 아이가 이곳에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녀의 노래를 혼자만 듣기 아까웠다. 노래가 끝나자, 설화는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와, 진짜 잘한다. 감동했어. 최고다, 너.”

  “감사해요, 언니.”

  경옥은 다시금 밝게 웃어보였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설화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꼭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어줘. 알았지? 약속이다!”

  “네, 약속!”

  감동을 그대로 안고 설화는 다음 아이의 방으로 걸어갔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둘 다 남자애였다. 한 명은 13살의 우진이였는데 그 아이는 거의 방에 있지 않았다. 오직 그 아이만을 위해 유 원장이 특별히 만든 작은 축구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설화는 부엌의 옆을 지나서도 더 안쪽에 있는 간이 축구장에 갔다. 오늘도 우진이는 역시 그곳에 있었다. 교실 두 반 정도를 합친 크기의 축구장은 인조잔디가 깔려있었고 천장은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온 건물을 통틀어 유 원장의 방과 이곳만이 흰색이 아닌 다른 색을 띄고 있었다. 아이는 혼자 축구공을 드리블 하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 같은 단체운동을 혼자서 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설화는 축구공에 정신이 뺏겨있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우진아!”

  “어? 설화누나.”

  아이는 공을 손에 들고 설화에게 뛰어왔다. 얼마나 뛰었는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아이는 묻지도 않고 설화의 바구니에 있는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과자를 씹으며 설화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누나, 누나. 있잖아, 나 공 머리로도 튀길 수 있다! 볼래?”

  아이는 과자를 먹다 말고 축구공을 띄어 무릎, 발목, 어깨, 머리 순으로 통통 튀겼다. 그러면서 설화의 반응을 살폈다.

  “어때, 어때? 나 잘하지?”

  “응, 되게 잘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 긴장해야겠는 걸?”

  “하하, 내 말이 그 말이야. 내가 축구선수만 되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운동을 좋아하고 성격이 외향적인 우진이는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 정말 아이답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애교도 많고 귀염을 잘 떨었다.

  그에 반해, 초등학교 4학년인 해인이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곳에 온지 6개월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아이는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해인이의 방 앞에 선 설화는 안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으려하는 탓에 다은이도 해인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설화는 문을 두드렸다.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용기를 내어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지만 아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설화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 때, 침대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화는 이불을 살짝 들춰봤다. 그러자 식은땀으로 머리가 다 젖은 해인이가 아픈 듯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작은 체구의 아이의 몸은 열로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설화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아이를 들쳐 업었다. 밖으로 나와 부엌에 있던 지윤과 세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에 가야해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정말 없나요?”

  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없어. 우리들의 의사는 마리아님뿐이야.”

  설화의 다급한 목소리에 다은이 방에서 나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머! 해인아. 세상에, 얘 열이 너무 많이 나!”

  “우선, 이리 눕혀봐.”

  시끄러운 소리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거실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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