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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6화
작성일 : 17-10-30 14:21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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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장. [유 마리아의 아이들]

 

  설화는 숲속을 거닐 고 있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처럼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던 설화는 멋스럽게 나란히 이어져있는 나무사이의 길을 걸어갔다. 그 길 끝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깨끗한 하늘빛의 호수에는 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물속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숲의 모든 냄새가 사라지고 단내가 코를 진동했다.

  ‘달콤해. 달콤한 이 향기에 취할 것만 같아.’

  향기를 따라 걸어간 그곳에는 작은 제과점이 있었다. 통나무로 지어진 벽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밖에서도 안에 있는 양과자들이 잘 보였다. 설화는 창문에 얼굴을 바싹대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빵들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 때, 흰 조리복을 입은 사람이 갓 구운 빵을 가지고 나와서 진열대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가게 안의 사람은 그가 전부였다. 유리창 바로 앞에 빵을 옮겨놓으러 그가 다가왔을 때, 설화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제빵사는 바로 ‘다은’이었던 것이다. 다은이는 생글 생글 웃으며 자신이 만든 달콤한 것들을 가지런히 진열했다. 설화가 창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다은이는 설화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설화는 창문 옆의 문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쇠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창문으로 와보니 다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빵 냄새가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찾은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설화는 손으로 벽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왜! 왜! 왜!’ 목청껏 소리를 질러 화를 표출했다. 문을 부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저절로 문이 열려졌다. 그와 동시에 강한 빵 냄새가 풍겨 나왔다.

 

  /끼익, 쿵/

  귀를 깨우는 현실적인 소리에 설화는 눈을 떴다. 제일 처음으로 보인 건 눈처럼 새하얀 천장이었다. 설화는 지금 자신이 천국에 와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얼굴을 만지니,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설화는 살아있었다. 분명히 강물에 빠졌었는데 이렇게 멀쩡히 옷도 젖지 않은 채로 숨을 쉬고 있었다. 설화는 빠르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변을 살폈다. 이곳의 모든 것은 다 하얀 색이었다. 벽, 침대, 탁자, 의자 그리고 설화가 입고 있는 옷도 마찬가지였다. 설화는 교복이 아닌 흰 긴팔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 방의 분위기는 병실을 떠오르게 했다. 침대 밑에 놓여있는 실내화를 신고 일어서니, 탁자위에 놓인 작은 바구니가 보였다. 흰 천으로 둘러싸인 그 바구니에는 아기자기한 빵과 과자가 담겨져 있었다. ‘달콤한 냄새’는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배가 너무 고팠던 설화는 바구니에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고소하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었다. 계속 입맛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설화는 의자에 앉아서 바구니가 비어질 때까지 빵과 과자를 먹어댔다. 배가 어느 정도 차고 나자, 덜컥 겁이 났다. 유명한 동화에서 봤던 것처럼 독이 든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지?”

  당연한 궁금증을 늦게 떠올린 자신을 조금은 반성하면서 설화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곳의 구조는 정말 병원과 흡사했다. 긴 복도 사이사이에 병실처럼 방이 있었다. 설화는 혹시 다른 사람이 있나 해서 방마다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며 복도를 걸어가니 복도 끝에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 문도 역시나 흰 색이었는데, 다른 방보다 훨씬 크고 품위 있는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열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던 설화는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기절할 뻔했다.

  “일어났구나?”

  뒤를 돌아보니 흰 진료복을 입은 낯익은 여인이 보였다.

  “워, 원장님?”

  유 원장은 당당한 걸음으로 설화의 앞에 다가왔다. 큰 키의 그녀는 설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갈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면 길어질 것 같은데.”

  설화의 대답도 듣지 않고 유 원장은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작은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고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문이 경쾌한 효과음을 내며 열렸다. 유 원장은 설화가 먼저 들어가도록 문을 잡고 서있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 설화는 떠밀리듯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 쪽의 모습은 굉장했다. 경이로울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흰 색으로만 둘러싸인 바깥과는 다르게 방은 다양한 색깔로 채워져 있어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방으로 보기가 어색할 정도로 넓은 이곳에는 거실과 부엌 그리고 또 다른 방들로 나뉘어져 있어서 완연한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한 건물의 층 하나를 거의 다 쓴 것 같아 보였다. 가구나 전자제품들은 전부 최신식으로 보였다. 재력가의 집처럼 고가의 골동품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제일 놀라운 것은 거실에서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그곳에는 소형 텔레비전 스무 개 정도가 사각형 모양을 이루며 쌓여있었다.

  “여기로 와서 앉아.”

  유 원장은 어느새 흰 가운을 벗고 푹신해 보이는 긴 의자에 앉아있었다. 설화는 유 원장의 앉으라는 손짓에 머뭇머뭇 다가갔다. 왠지 유 원장은 평소의 그녀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말투는 자상했지만 눈빛은 서늘했다.

  “설화,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자, 이건 석류주스야. 한 번 마셔봐. 맛이 꽤 좋으니까 맘에 들 걸?”

  유 원장이 건네준 유리잔에는 피처럼 붉은 음료가 담겨져 있었다. 꺼림칙했지만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설화는 한 모금만 마시고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떻게 된 건가요? 왜 제가 원장님 댁에 있는 거예요?”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설화를 보았다. 설화는 그녀의 미소가 비웃음 같다고 생각했다.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너를 내가 구했어. 간발의 차였지.”

  “절 구해주셨다고요? 제가 거기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후훗, 뭐. 텔레파시였다고나 할까.”

  설화는 유 원장이 대답을 회피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줄 알면, 자기 목숨을 소중히 여겨. 위험 한 곳에 서있지 말란 말이야.”

  유 원장은 여전히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였다. 설화는 자꾸 묘한 기분이 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병원장실과 정반대의 고급스러운 곳에 사는 것도 이상했고, 원장의 기분 나쁜 웃음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왜 그러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너한테 보여줄 게 있어.”

  말과 동시에 그녀는 텔레비전을 켰다. 동시에 켜지는 여러 개의 화면을 보고 설화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각각의 화면은 모두 다른 장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일종의 감시카메라인 듯 보였다. 화면 속의 사람들은 다들 환자처럼 흰 옷을 입고 방에서 책을 읽거나 복도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원장님, 저 사람들은 누구에요?”

  대답 없이 유 원장은 리모컨의 노란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한 화면이 수십 개로 분할되어 크게 확대되었다. 순간 설화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화면 속에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다은이’였다. 다은이는 주방에서 밀가루를 손에 잔뜩 묻힌 채,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조금 수척해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넘쳐 나왔다. 다은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한편 설화는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원장님! 드디어 찾으신 거예요? 어디에 있었대요, 다은이?”

  유 원장은 더 이상 웃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화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화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까 설화가 있었던 방과 지금 이 방이 떨어져 있는 것과 저들과 자신이 같은 흰 옷을 입고 있는 모습, 그리고 감시카메라로 보이는 화면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설마, 다은이 계속 여기 있던 건가요? 원장님이 저 사람들을 납치한 거예요?!”

  “납치라니, 그 말은 좀 심하다. 내가 아니었으면 저 애들 다 죽었어. 너도 그렇고.”

  유 원장은 시선을 설화에게 돌렸다. 그녀는 툭툭 뱉듯이 말을 했다. 지나치게 냉정한 그녀의 말에 설화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유가 뭐에요. 왜 그러신 거냐고요. 왜 사람들을 모으시는 거죠?”

  “넌 사람들이 언제 가장 죽고 싶어 하는 줄 알아?”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유 원장은 말을 이었다.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야.”

  그 말에 설화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은이는 설화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 하는 것이 그녀가 지금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었다. ‘너와 함께 그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면, 난 아마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야.’라고 웃으며 말하던 다은이의 모습이 설화는 아직도 생생했다.

  “난 지금 그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고 있어.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도록,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강요도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일이지.”

  “…대가는요?”

  유 원장은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들은 듯이 설화를 쏘아보았다.

  “대가라니?”

  “원장님은 돈을 투자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좋은 자선가처럼 행세하셨죠. 그러면서 사실은 경찰이 어디까지 조사했나, 혹시 꼬리 잡힐만한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나하면서 감시하고 있었어요. 맞죠?”

  “추리를 잘하는 구나. 역시 머리 잘 돌아가는 김재규씨의 자식다워.”

  유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화와 마주섰다. 설화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아래만 바라보았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으로 설화는 분노가 치밀었다.

  “뭐, 또 하고 싶은 말은 없니?”

  “…그리고 다른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고 경찰 말대로 자살로 판단하는데, 제가 끝까지 찾아내겠다고 하니까 제게 관심을 갖게 되신 거죠. 절 도와주는 척, 힘을 주는 척하면서 다은이 찾는 걸 포기하도록 유도하셨어요.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서 상황이 원장님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거예요, 그렇죠!”

  말을 하면서 울분이 치솟아 설화는 유 원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유 원장은 오히려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지? 날 신고라도 할 생각인가?”

  “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제가 얼마나 원장님을 믿는 줄 아시면서!”

  “사람을 그렇게 쉽게 믿으면 안 되는 거야. 인간이 얼마나 영악한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유 원장은 설화의 키에 맞춰 허리를 굽히며 눈을 마주보려 했다. 설화는 그런 유 원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절 여기 데려오신 이유는 뭐에요? 제가 자살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 아시잖아요.”

  “네가 너무 괴로워하는 것 같아 도움을 주고 싶었어.”

  유 원장은 설화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보내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서 같이 살지 않을래? 다은이처럼 너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 어때? 좋은 제안 아니니?”

  설화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질 않았다.

  “가자. 네가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을 만나게 해줄게.”

  유 원장의 말에 복종하는 게 싫었지만, 다은이를 만나기 위해 설화는 그녀의 말대로 했다. 유 원장은 설화에게 잘 따라오라고 말하고는 앞서 걸어갔다. 중앙에 잠겨있던 방 앞에 선 그녀는 자물쇠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위와 아래로 이어진 비상계단이 보였다. 위로 가는 계단은 한 층 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유 원장의 방과 다은이가 있는 곳은 한 층 차이인 것 같다고 설화는 생각했다. 위층 역시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문을 열고 원장이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 원장 방의 텔레비전에서 보이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유 원장을 반겼다. 위층은 복도가 없었다. 대신 거실처럼 보이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거실을 빙 둘러서 방이 하나씩 있었다. 마치 놀이공원의 회전목마를 보는 것처럼 특이한 구조였다. 10명이 살기에는 전혀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공간이 넓었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처럼 이곳의 가구들도 모두 흰 색이었다. 온통 하얀 내부의 모습이 정말 병원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화는 생각했다. 즐겁게 웃는 그들에게 유 원장은 한 마디씩 안부를 주고받았고, 그들은 설화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아주 밝아보였다. 사람의 머릿수를 세어보니 총 여덟 명이었다. 다은이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유 원장은 걸음을 옮겨 비상문에서 제일 떨어져있는 방 앞에 멈춰 섰다. 설화에게 문을 열라는 눈짓을 보내고 유 원장은 다시 거실에 있는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심호흡을 크게 내쉰 설화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두드리고 대답을 기다렸다. ‘네’하는 다은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설화는 조용히 문손잡이를 돌렸다. 그녀는 무언가를 굽는 듯 오븐을 지켜보고 서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설화를 보고 당황해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길?”

  설화는 오랜만에 보는 다은의 모습에 그동안의 속상함이 밀려왔다.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다 그녀를 껴안았다.

  “다은아. 살아있었구나 너. 정말 다행이야.”

  다은이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곧 설화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난 괜찮아. 너야말로 여기 어떻게 들어 온 거야? 설마, 너….”

  엉엉 우는 설화를 밀어내며 다은이 심각하게 물었다.

  “너 자살시도 한 거야?”

  “그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까….”

  설화는 다은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진지하게 설화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설화의 얘기가 끝나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내가 널 여기로 불렀구나.”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할 거 없어.”

  속상해하는 다은의 모습에 설화는 어쩔 줄 몰랐다.

  “여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천국이지만, 너처럼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다은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설화는 그런 다음에게 조심스레 진심을 물었다.

  “…아까 보니까 사람들 모두 행복해보이더라. 넌 정말 여기가 천국이야?”

  “응. 처음에는 왜 살려놨냐며 따졌었는데,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니까 확실히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낫더라. 여기에서는 내일이 기다려져.”

  진심으로 말하는 다은의 모습에 설화는 약간 소외감을 느꼈다. 친구인 자신이 다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네가 만든 빵, 먹어봤어.”

  설화는 다은에게 기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뭐? 진짜? 어떻게?”

  다은이는 깜짝 놀란 듯이 설화를 빤히 바라봤다.

  “방에 있더라고. 예쁘게 잘 만들었더라. 솜씨 좋던걸?”

  “맛있었다니 다행이다. 또 만들었는데 먹어볼래?”

  오븐으로 향하는 다은이를 보면서 설화는 이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은이를 비롯해 저렇게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유 원장이 보내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보내준다고 해도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의 얼굴을 아직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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